해지 수수료에 지친 개발자가 AI 코딩 도구로 어도비 앱 7종의 무료 대안을 공개했다. 완성도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구독료를 내야만 쓸 수 있던 전문 소프트웨어 시장에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10월 초 깃허브(GitHub)에 '아트크래프트(ArtCraft)'라는 이름의 무료 디자인 소프트웨어 묶음이 공개됐다. 포토샵, 라이트룸, 일러스트레이터, 프리미어 프로, 애프터 이펙트, 인디자인, 아크로뱃 프로를 대신하겠다는 앱 7종이다. 개발을 이끈 미국 애틀랜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브랜든 토머스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퍼스 5.5와 프로그래밍 언어 러스트(Rust)로 이 앱들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포토샵 대안 앱 '포토크래프트(PhotoCraft)' 저장소는 공개 직후 몇 시간 만에 깃허브 스타 2만 개를 넘겼고, 10월 16일 현재 약 6만 3,000개를 기록하고 있다. 깃허브 스타는 개발자가 관심 있는 저장소에 표시하는 일종의 추천 수다. 리눅스 컴패터블에 따르면 포토크래프트 저장소는 9월 30일 생성됐다.
해지 수수료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토머스는 개발 동기로 어도비의 구독 해지 방식을 꼽았다. 매거진 마틴 시드에 따르면 그는 해지 수수료라는 다크 패턴을 여러 차례 겪은 뒤 어도비 대안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다크 패턴은 이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결제나 가입을 하도록 화면과 절차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어도비의 연간 약정 요금제는 매달 요금을 내더라도 1년 약정이 걸려 있어, 중간에 해지하면 남은 기간 요금의 절반을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어도비 앱 전체를 쓰는 요금제는 연간 약정 기준 월 69.99달러(약 9만 4,000원), 1년치를 한 번에 내면 779.99달러(약 104만 6,000원)다. 미국 법무부는 연방거래위원회(FTC) 조사를 거쳐 이 해지 수수료를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며 어도비를 제소했고, 어도비는 지난 3월 1억 5,000만 달러(약 2,011억 원)에 합의했다. 어도비는 합의하면서도 정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트크래프트 공식 사이트는 "웹사이트에서 빌려 쓰는 일을 멈추자", "당신의 작업은 당신의 것"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토머스는 컴퓨팅에 "더 이상 해지 수수료가 있는 구독은 없다"고 말했다.
클로드 오퍼스 5.5와 러스트로 개발
토머스는 알자지라에 클로드 오퍼스 5.5와 러스트로 어도비 제품군을 역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역설계는 완성된 제품의 동작을 분석해 작동 원리를 파악하는 작업이다. 러스트는 메모리 오류를 줄이도록 설계된 프로그래밍 언어로, 속도가 중요한 프로그램 개발에 주로 사용된다.
토머스는 해커뉴스에 포토샵을 한 번에 구현했다는 글을 게시했고, 리눅스 컴패터블에는 앱 7종을 며칠 만에 혼자 개발했다고 말했다. 반면 공동창업자 마이클 캐프리는 퓨처리즘에 4명으로 구성된 팀이 클로드로 어도비 주요 앱 7종을 역설계했다고 말했다. 토머스와 캐프리의 설명은 개발 인원에서 일치하지 않는다. 캐프리는 내부에서 써 보니 기대보다 훨씬 잘 작동해 오픈소스로 공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트크래프트 저장소에는 AI 코딩 에이전트에 작업 규칙을 알려 주는 설정 파일 'CLAUDE.md'와 'AGENTS.md'가 포함돼 있다.
포토크래프트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로 화면을 그리며, 맥의 메탈과 윈도우의 다이렉트X 12, 불칸, 웹GPU를 지원한다. 영상 편집 앱 '필름크래프트'는 널리 쓰이는 오픈소스 영상 처리 도구 FFmpeg 대신 자체 개발한 영상 해독 기능을 사용한다. 모든 앱은 사람이 화면에서 조작하는 것 외에 명령어와 MCP 서버로도 제어할 수 있다. MCP는 AI 모델이 외부 프로그램을 조작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표준 규격으로, 클로드 같은 AI 비서가 앱을 직접 다룰 수 있다.
앱 구성
아트크래프트가 공개한 어도비 대안 앱 7종은 다음과 같다.
- 포토크래프트(PhotoCraft): 포토샵 대응. PSD와 PSB 파일을 열고 저장할 수 있다.
- 라이트룸 대응 '라이트크래프트(LightCraft)': 여러 카메라의 RAW 사진 파일을 자체 해독한다.
- 일러스트레이터 대응 '벡터크래프트(VectorCraft)'
- 프리미어 프로 대응 '필름크래프트(FilmCraft)'
- 애프터 이펙트 대응 '이펙트크래프트(EffectCraft)': 효과 259종을 제공하고, 배경이 투명한 영상을 H.264와 프로레스 형식으로 내보낸다.
- 인디자인 대응 '디자인크래프트(DesignCraft)': 인쇄용 CMYK와 별색 PDF를 출력한다.
- 아크로뱃 프로 대응 '피디에프크래프트(PdfCraft)'
아트크래프트는 이달 초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대신하는 '워드크래프트'와 '그리드크래프트', '덱크래프트'도 공개했다. 각각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에 대응한다. 피그마, 오토캐드, 오디오 편집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앱도 개발하고 있다.
아트크래프트는 공식 사이트 getartcraft.com에서 AI 이미지와 영상 생성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는 한 화면에서 이미지와 3D 모델을 배치하고 인물 자세와 카메라 위치를 정한 뒤 AI로 이미지와 영상을 생성할 수 있다. 깃허브 설명에 따르면 이미지, 영상, 음악, 3D 모델을 생성하는 AI 모델 62종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초기 알파 단계의 완성도
포토크래프트 저장소는 상태를 '초기 알파'로 표시하고, "아직 매일 전문 작업에 쓸 수 있는 포토샵 대체품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알파는 핵심 기능을 시험하는 개발 초기 단계를 뜻한다. 토머스도 마틴 시드에 이 앱들을 "아주 초기 알파"라고 표현했다. 컴퓨팅에 따르면 토머스는 현재 완성도를 포토샵 등 원본 기능의 약 50% 수준으로 평가했고, 기능 격차를 "아주 빠른 시일 안에" 대부분 따라잡겠다고 밝혔다.
디자인 매체 크리에이티브 블록은 캐논 EOS R5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영상으로 라이트크래프트, 포토크래프트, 필름크래프트를 시험했다. 라이트크래프트는 캐논의 CR3 RAW 파일을 바로 불러오지 못했고, 피사체 선택 기능은 고양이를 고르는 대신 둥근 영역을 선택했다. 포토크래프트는 시험 당시 아이폰 사진 형식인 HEIC를 열지 못했고, 필터 효과를 미리 볼 수 없었다. 필름크래프트는 10비트 4:2:2 영상을 재생하지 못했고, 프리미어 프로 프로젝트 파일(.prproj)도 열 수 없었다. 현재 포토크래프트 저장소에는 HEIC 읽기 기능이 추가돼 있다.
크리에이티브 블록은 계정이나 개인정보 없이 무료로 설치할 수 있고, 앱 용량이 약 50MB로 가볍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았다. 라이트룸과 비슷한 위치에 조정 기능이 배치돼 있어 기존 이용자가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도 평가했다. 다만 크리에이티브 블록은 "아직 어도비의 포토샵과 프리미어를 대체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아트크래프트는 버그를 찾는 이용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며 외부 개발자 참여를 받고 있다.
라이선스와 수익 구조
아트크래프트의 앱은 MIT 라이선스와 아파치 2.0 라이선스 가운데 하나를 골라 적용할 수 있는 이중 라이선스로 공개됐다. 두 라이선스 모두 누구나 코드를 수정하고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데스크톱 앱은 무료이며 구독이나 계정, 이용 기록 수집, 클라우드 연결이 필요하지 않다.
아트크래프트는 AI 생성 스튜디오의 유료 요금제로 수익을 얻는다. 리눅스 컴패터블에 따르면 AI 스튜디오는 월 10달러(약 1만 3,000원)에 크레딧 1,000개를 주는 베이직, 월 35달러에 3,750개를 주는 프로, 월 60달러(약 8만 원)에 6,600개를 주는 맥스 요금제로 운영된다. 크레딧은 AI 이미지나 영상을 생성할 때 차감되는 사용량 단위다. 이용자가 자신의 AI 모델 계정과 컴퓨터 자원을 연결하면 구독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 구독 없는 무료 앱을 내세웠지만, AI 생성 기능에서는 사용량 요금을 받는 구조다.
'클린룸' 방식을 둘러싼 법적 쟁점
토머스는 아트크래프트를 '클린룸' 방식으로 개발했다고 강조한다. 클린룸은 원본 제품을 분석해 사양서를 작성하는 팀과, 원본을 본 적 없이 사양서만 보고 코드를 작성하는 팀을 분리해 저작권 침해를 피하는 개발 방식이다. 1984년 피닉스 테크놀로지스가 IBM 호환 PC의 기본 입출력 시스템(BIOS)을 개발할 때 사용한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포토크래프트 저장소는 "공개된 사양과 관찰한 동작만으로" 구현했으며 어도비의 코드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프랑스 매체 데클릭 미디어는 아트크래프트의 개발 지침에 포토샵을 관찰하는 사람과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을 분리하는 절차가 없고, AI 모델이 어떤 데이터로 학습됐는지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 서식스대학교 지식재산권법 교수 안드레스 과다무스는 알자지라에 클로드와 토머스가 각각 코드를 얼마나 작성했는지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며, 클린룸 과정이 검증을 견딜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과다무스 교수는 저작권보다 이용 약관과 특허, 상표가 더 큰 약점이라고 분석했다. 데클릭 미디어에 따르면 2025년 10월부터 적용된 어도비 이용 약관은 어도비 제품을 다시 개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사진 매체 페타픽셀은 어도비가 특허 수천 건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고, 아스 테크니카는 포토샵과 비슷한 화면 구성이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제품의 외관이나 화면 구성처럼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를 알아보게 하는 요소를 보호하는 제도다. 반면 유럽연합 사법재판소는 2012년 SAS 인스티튜트 판결에서 소프트웨어의 기능과 프로그래밍 언어, 파일 형식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어도비의 대응
어도비는 아트크래프트에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영국 IT 매체 컴퓨팅은 어도비에 입장을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데클릭 미디어는 10월 13일 기준으로 어도비가 공개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깃허브에 저장소 삭제 요청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컴퓨팅은 어도비가 대응 방안을 두고 법률 자문을 받고 있을 수 있다고 전했고, 아트크래프트 공개 주간에 어도비 주가가 하락했다고 전했다.
아트크래프트의 앱에는 어도비와 무관하며 어도비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안내 문구가 포함돼 있다. 포토샵 등 어도비 제품명은 호환되는 작업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서만 사용한다고 밝혔다.
외신 평가
컴퓨팅은 '이번에는 소프트웨어가 정말 끝날 수도 있다'는 제목의 분석에서 어도비의 경쟁력이 기능뿐 아니라 이용자가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기기 어려운 구조에도 있다고 짚었다. 완성도가 원본의 70~80% 수준에 이르면 소규모 기업과 프리랜서에게는 충분할 수 있고, 갱신 협상에서 기업의 협상력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컴퓨팅은 지난 2월 앤트로픽이 클로드 코워크용 산업별 플러그인 11종을 공개한 뒤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가 약 2조 달러 하락했던 사례도 함께 소개했다.
알자지라는 AI 코딩 도구로 무료 대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흐름의 사례로 아트크래프트를 소개했다. 알자지라는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센서타워 자료를 근거로, 올해 상반기 새로 출시된 앱이 약 56만 개로 두 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토머스는 해커뉴스에 "구글 검색을 대체하고, 스마트폰을 직접 만들고, 더 나은 인프라를 개발할 것"이라고 적었다.
기술 매체 테크리퍼블릭은 화면을 재현하는 것보다 전문가 수준의 기능을 갖추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정적인 파일 처리와 정확한 출력, 꾸준한 업데이트와 기술 지원이 남은 과제라는 설명이다. 사이버뉴스도 어도비가 전문 작업 흐름과 플러그인 지원, 색상 관리에서 여전히 앞서 있으며, 기업은 검증되지 않은 대안 소프트웨어 도입을 망설일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 디자인 매체 디자인 위크에 소개된 작가 데이비드 코브니는 보안 문제를 이유로 자신의 컴퓨터에는 설치하지 않겠다며, 코딩을 모르는 사람이 AI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독 모델에 대한 문제 제기
주요 매체는 시험 결과 대부분 전문가가 매일 사용하기에는 기능과 안정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개발자 한 명 또는 소규모 팀이 AI 코딩 도구로 짧은 기간에 대형 소프트웨어의 기본 구조를 재현했다는 사실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은 그동안 오랜 개발 기간과 많은 개발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삼아 왔다. AI 코딩 도구가 그 비용을 낮추면서, 이용자는 매달 내는 구독료가 기능과 지원에 비해 적정한지 다시 따져 볼 수 있게 됐다.
자세한 내용은 아트크래프트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아트크래프트
AI Matters 뉴스레터 구독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