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 지난 16일 프랑스 대통령실과 독일 연방정부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전동화 전환과 유럽 내 생산 기반 강화를 위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유럽연합(EU)의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사실상 중단하도록 설계된 탄소배출 규제 논의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유럽 자동차 산업의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가 규제 유연화와 유럽산 자동차 우대정책을 연계한 공동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향후 EU 차원의 입법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지시간 지난 16일 프랑스 대통령실과 독일 연방정부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전동화 전환과 유럽 내 생산 기반 강화를 위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은 자동차 탄소배출 규제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유럽 내 차량 생산과 부품 조달을 촉진하는 산업정책을 추진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번 공동 입장은 앞서 양국이 신차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감축 목표 완화에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공식 발표됐다. 독일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기술을 일정 기간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데 중점을 뒀고, 프랑스는 유럽 내 생산 차량과 부품에 대한 우대정책 강화를 요구해 왔다.
현행 EU 규정은 2035년부터 신규 등록되는 승용차와 경상용차의 제조사별 평균 CO₂ 배출량을 2021년 기준 대비 100% 감축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신차 평균 배출량을 사실상 0g/km로 제한하는 것으로, 별도의 예외가 없다면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신차의 판매를 어렵게 만드는 규정이다.
현행 EU 규정은 2035년부터 신규 등록되는 승용차와 경상용차의 제조사별 평균 CO₂ 배출량을 2021년 기준 대비 100% 감축하도록 정하고 있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그러나 전기차 전환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더디고 중국 자동차 업체와의 가격 경쟁이 심화하면서 유럽 완성차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투자를 유지하면서도 하이브리드와 고효율 내연기관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035년 신차 CO₂ 감축 목표를 기존 100%에서 90%로 낮추는 개정안을 제시했다. 다만 나머지 10%에 해당하는 배출량은 저탄소 철강이나 지속가능한 연료 사용 등을 통해 상쇄하도록 하는 조건을 포함했다.
이번 독일·프랑스 합의에서는 감축 목표를 90%로 낮추는 동시에 잔여 배출량에 대한 별도의 상쇄 의무를 면제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국의 공식 공동성명은 규제 유연화라는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구체적인 감축 비율과 상쇄 의무 면제 등 세부 내용은 향후 EU 입법 과정에서 확정돼야 한다.
2035년 감축 목표가 실제로 90%로 조정되더라도 모든 내연기관차의 판매가 자유롭게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EU의 자동차 CO₂ 규제는 제조사별 신차 평균 배출량을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은 전체 판매 차량의 평균 배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EU의 자동차 CO₂ 규제는 제조사별 신차 평균 배출량을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은 전체 판매 차량의 평균 배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양국은 탄소배출 규제와 함께 유럽 자동차 산업의 생산 기반을 보호하기 위한 '메이드 인 유럽(Made in Europe)' 정책도 추진하기로 했다. 전기차 구매지원과 공공조달 등에서 유럽 내 생산 차량과 부품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중국 업체의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유럽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양국이 마련한 절충안에는 배터리를 제외한 자동차 부품의 70%를 유럽산으로 조달하고 배터리에도 별도의 유럽산 부품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유럽 내 완성차 조립뿐 아니라 주요 부품과 배터리 공급망까지 정책 지원과 연계하려는 구상이다.
특히 유럽산 인정 범위에 영국을 비롯한 일부 비EU 유럽 국가를 포함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독일은 유럽 자동차 산업이 영국 등 역외 생산거점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으며, 프랑스는 유럽 내 생산과 부품 조달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번 협의에서는 상호주의와 EU 무역방어 조치에 대한 정합성 등을 조건으로 영국을 유럽산 인정 대상에 포함하는 절충안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조건은 향후 EU 차원의 정책 협의 과정에서 확정될 전망이다.
향후 EU의 최종 결정은 유럽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속도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및 투자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유럽산 인정 기준은 완성차 업체별 생산 및 조달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U 회원국뿐 아니라 영국과 튀르키예, 모로코 등 역외 지역에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최종 규정에 따라 차량과 부품의 생산거점 및 공급망을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역시 관련 논의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대차는 체코, 기아는 슬로바키아에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럽 현지에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생산하고 있다. 향후 유럽산 인정 기준에 배터리와 주요 부품의 현지 조달 비중이 포함될 경우 완성차 조립뿐 아니라 공급망 전반의 경쟁력이 중요해질 수 있다.
다만 독일과 프랑스의 공동 입장이 확정됐다고 해서 EU의 2035년 자동차 탄소배출 규제가 즉시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 규정 개정을 위해서는 EU 회원국과 유럽의회가 참여하는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며 세부 감축 기준과 적용 예외, 유럽산 인정 범위에 대한 추가 협의도 필요하다.
이번 합의가 실제 법률 개정으로 이어질 경우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환을 유지하면서도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를 재검토할 수 있게 된다. 향후 EU의 최종 결정은 유럽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속도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및 투자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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