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박귀임 기자] 교통사고가 나면 차량이 사고 사실과 현재 위치를 긴급신고 접수 기관(PSAP)에 자동 전송하고 음성 통화까지 연결하는 ‘eCall(Emergency Call)’이 주목받고 있다. PSAP은 국내의 119·112 상황실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기존 2G·3G 대신 LTE·5G망을 쓰는 차세대(NG) eCall로 전환이 진행 중이다. eCall은 사고 소식을 빠르게 전파해 구조 시간을 줄이며, 운전자가 의식을 잃은 상황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한다.
EU(유럽 연합)는 2018년 이후 대부분 차량에 eCall 기능을 넣을 것을 의무화했다. 중국도 2025년 eCall과 유사한 차량용 AECS(Accident Emergency Call System) 탑재 의무화를 발표하고 2027년 시행 예정이다. 이러한 의무화 확산에 힘입어 세계 eCall 시장 규모는 2030년경 53억 9000만 달러(약 7조 2220억 원, 마켓리포트월드 조사 기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eCall도 만능은 아니다. 이동통신망을 사용하기에 전파가 잘 닿지 않는 음영 지역에서는 원활히 동작하지 않는다. 자동 eCall은 차량에 일정 수준 이상의 충돌을 센서가 감지했을 때, 수동 eCall은 탑승자가 SOS 버튼 등 특정 조작을 할 때 동작한다. 따라서 사고의 유형에 따라 eCall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심야 시간, 지방의 외진 산악 국도를 차량으로 달리던 운전자가 갑자기 심장 발작을 일으켰다고 가정하자. 간신히 차량을 멈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충돌이 없었기에 자동 eCall은 동작하지 않는다. 이때 운전자가 수동 eCall을 조작하지 못하고 의식을 잃는다면 신고가 이뤄지기 어렵다. eCall이 동작했더라도 이동통신망 전파가 닿지 않는 곳이라면 마찬가지다. 일부 터널 안, 지하 공간 등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보통신업계는 eCall이 본연의 역할을 하도록 다양한 기술을 연구 개발한다. 이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 퓨잇(Fuit)은 위성과 인공지능(AI)을 융합한 ‘위성 기반 eCall SaaS’를 해법으로 소개한다. 기존 위성통신 기반 차량 긴급대응 기술을 SaaS 형태로 빠르게 전환해 글로벌 구독형 서비스로 사업화하는 것이 목표다.
퓨잇은 앞서 한 완성차 1차 협력사와 함께 세계 최초로 위성 기반 eCall 솔루션을 공동 개발 후 PoC도 완료했다. 여기에 운전자의 상태를 실시간 감지·판단해 응급 구조 요청을 하는 차량 탑재형 AI를 추가해 기존 eCall의 단점을 해소하는 구조다. 이들 기술을 한 데 묶어 구독형 B2B 서비스로 설계하고 자동차를 시작으로 다양한 부문에 공급하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차량 탑재형 AI가 사고 판단, 위성으로 긴급 정보 전송
eCall SaaS는 사고 시 어떻게 동작할까? 먼저 차량 내부에 탑재된 AI가 움직인다. 소형 언어모델(sLLM)과 비전 언어모델(sVLM)로 구성된 이 AI는 사고 시 차량의 진단장치(OBD, On-Board Diagnostics)에 저장된 각종 데이터를 분석한다. 또 차종과 사고 위치, 차량 전후방 상황, 충격 정도, 탑승객 상태 등이 담긴 데이터를 분석해 핵심 정보만 추출·정리한다. 운전자의 개인 정보를 지키고, 대역폭이 낮은 위성 통신이 다루기 좋게 정보의 분량을 조절하는 것도 AI의 역할이다.
이어 AI는 추출한 핵심 정보를 위성 통신망으로 전송, 클라우드로 보낸다. 이때 이리듐과 스카이로, 스타링크 등 다양한 위성 통신망을 활용해 음영 지역에서도 핵심 정보를 원활히 전달한다. 퓨잇은 AI가 자동 구조 요청은 물론 응급센터 등과 자율 커뮤니케이션까지 수행하도록 설계했다. 즉 단순 통신 서비스가 아닌 에이전틱 워크플로 기반으로 AI가 전체 프로세스를 수행하는 지능형 안전 SaaS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퓨잇은 위성 통신 환경이 좋지 않을 경우 텍스트로 정보를 변환하거나 코드로 만들어 용량을 줄인 후 다루는 기술도 개발한다. AI 특성상 유사 사례를 처리할수록 학습을 되풀이하며 서비스 전반의 품질을 높인다.
주변 환경 위험도 분석···차량부터 UAM·재난 현장까지 활약
퓨잇의 위성 기반 eCall SaaS의 또 하나의 장점은 광역 상황 인지 엔진(Cloud Strategic AI)이다. 사고 지점 주변 5km~100km 반경을 위성으로 촬영하고 공간 정보를 더해 분석, 각종 위험을 사전 감지하거나 예측하는 기술이다.
차량 사고가 일어난 곳을 분석해 연쇄 충돌 우려는 없는지, 파손된 도로나 시설물은 없는지 판단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결과를 토대로 다른 차량들에게 우회 경로도 안내한다. 이 기능은 사고뿐만 아니라 홍수나 산불 등 재난 발생 시 차량과 운전자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위성 통신을 사용하기에 차량 내비게이션이 동작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길을 안내할 수 있다.
퓨잇은 광역 상황 인지 엔진이 차량의 eCall을 넘어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형 항공기), 재난 현장에서도 활약할 것이라고 소개한다. UAM이 비행 중 이상 현상을 마주쳤을 때 주변 지형과 기상 조건을 신속하게 파악, 추락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한 예시다. 홍수나 산불 등 이동통신망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재난 현장에서 가장 적합한 대피로를 신속하게 찾아 전달하는 것도 이 기능이 지닌 효용이다.
퓨잇 “세계 최초 위성 기반 eCall SaaS 상용화”
퓨잇은 이미 한 완성차 1차 협력사와의 실증을 토대로 위성 기반 eCall SaaS의 필수 기술, 그리고 여기에 필요한 AI 모델을 확보했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제 막 위성 통신망과 차량의 연결을 시도하는 것에 비하면 개발 속도가 빠른 셈이다. 퓨잇은 eCall 시장이 본격 개화하기 전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AI라는 해자를 마련해 차별화를 꾀한다. 이어 이들 기술을 SaaS 구독 모델로 제공해 단기간에 세계 시장의 수요를 충족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시장의 수요를 토대로 활용 영역도 넓힌다. 퓨잇은 위성 기반 eCall SaaS를 우선 자동차 제조사와 대시캠(블랙박스) 제조사에 공급한다. 이어 UAM, 소방과 경찰 등 공공안전 부문에 이식해 효용을 발휘할 계획이다. 한편으로는 지자체나 공공기관, 물류나 보험 업계가 재난에 원활히 대응하고 피해를 줄이도록 돕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퓨잇 관계자는 “퓨잇이 추진하는 안전 SaaS는 사고 신호를 전달하는 기능에서 출발해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 과정을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로 확장할 것”이라면서 “위성 통신과 에이전트 AI, 구독형 SaaS를 통합한 세계 최초의 위성 기반 eCall SaaS를 상용화해 세계 소비자의 안전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