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벤처스튜디오형 액셀러레이터인 알파브라더스가 말하는 AX(AI Transformation)는 AI 툴을 도입하는 일이 아니라, 비즈니스 임팩트를 가로막는 병목을 찾아 가장 적합한 해법을 고르는 과정이다. 1부에서는 영업일지 수집 자동화, 2부에서는 커뮤니케이션 품질의 표준화, 3부에서는 재무 데이터 취합과 PL 제작의 역할 분담을 다뤘다. 4부에서는 시선을 내부로 돌려 사내 문서를 검색해 답하는 챗봇으로 형식지의 병목을 푼 과정을 소개했다.
4부는 한 가지 과제를 남겼다. 매뉴얼에 없는 노하우, 즉 암묵지를 AI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일이다. 5부는 그 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이미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알파브라더스가 지금 만들고 있는 다음 단계의 구상이다. 무엇을 만들었는지보다 왜 이 방향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앞선 네 편의 사례가 이 방향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를 다룬다.
1단계: 문제 제기
월요일 오전, 주간보고 회의. 한 직원이 지난주 내내 준비한 기획안을 보고한다. 잠시 듣던 대표가 "방향이 좀 다르다. 우리는 이런 고객한테 이렇게 접근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직원은 일주일 동안 한 작업의 상당 부분을 다시 해야 한다. 그날 오후 다른 팀 회의에서 대표는 거의 같은 피드백을 한 번 더 한다.
많은 회사에서 익숙한 장면이다. 직원은 성실했고, 대표의 판단도 정확했다. 문제는 대표의 판단이 직원에게 닿는 통로가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주간보고뿐이라는 점이다. 판단이 필요한 순간과 판단을 받는 순간 사이에 최대 일주일의 간격이 생기고, 같은 판단이 팀마다 반복해서 전달된다.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구조가 만드는 병목이다.
중소기업에서 이 병목의 중심에는 대표의 감이 있다. 어떤 고객을 먼저 잡을지, 이 견적을 받아들일지, 이 문구가 우리 브랜드다운지 같은 중요한 결정은 대개 대표의 경험에서 나온다. 대표는 순식간에 판단하지만 그 이유를 매뉴얼로 써두지는 않는다.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4부에서 말한 암묵지가 가장 깊이 쌓여 있는 곳이 바로 대표다.
문제는 대표가 한 명이고 하루는 24시간이라는 것이다. 회사가 커질수록 대표의 판단을 구하는 질문은 늘어나는데, 감을 나눠 쓸 방법은 없다. 결국 회사의 성장 속도가 대표 한 사람의 시간에 묶인다.
2단계: 챗봇에서 클론봇으로, 클론봇에서 AI트윈으로
알파브라더스의 AI 로드맵은 세 단계다. 1단계는 텍스트 기반 RAG 챗봇, 2단계는 클론봇, 3단계는 AI트윈이다.
1단계 챗봇은 4부에서 소개한 것처럼 구축을 마쳤다. 사내 문서와 규정, 매뉴얼을 학습해 "출장비 정산 기준이 뭐야?" 같은 질문에 답한다. 유용하지만 챗봇이 아는 것은 문서에 적힌 내용, 즉 형식지뿐이다.
2단계 클론봇은 챗봇과 단 하나가 다르다. 암묵지를 학습했느냐다. 클론봇은 특정 의사결정권자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피드백을 주며, 어떤 말투로 이야기하는지까지 학습한다. 직원은 주간보고를 기다릴 필요 없이 그 자리에서 물어볼 수 있다. "이 기획안, 대표님이 보시면 뭐라고 하실까?"
학습 재료로는 음성에 주목했다. 대표의 판단은 보고서보다 회의실에서 오간 말 속에 훨씬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건 이래서 안 돼", "이런 고객은 이렇게 접근해야 해" 같은 말이 암묵지가 밖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음성 파일을 업로드하면 클론봇이 그 안에서 판단 기준과 원칙을 추출한다. 4부 마지막에서 던진 '암묵지를 어떻게 AI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바꿀 것인가'에 대한 알파브라더스의 답이다.
클론봇의 대상은 대표, 분야별 전문가, 고객을 가장 잘 아는 상담원 등 의사결정권자라면 누구든 될 수 있다. 알파브라더스는 대표이사부터 시작했다. 대표의 판단 하나가 모든 팀의 방향을 바꾸는 만큼, 그 판단을 언제든 누구나 동시에 구할 수 있게 되면 효과가 조직 전체로 번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알파브라더스는 이를 "대표 생산성 2배는 회사 생산성 20배"라는 말로 표현한다.
3단계 AI트윈은 여기서 한 번 더 확장된 개념이다. 클론봇이 한 사람의 판단을 복제해 조언하는 존재라면, AI트윈은 여러 클론봇이 실제로 함께 일하는 구조다.
콘텐츠 마케팅 업무를 예로 들어보자. 실제 회사에서는 마케팅 팀장이 기획하고, 디자인 팀장이 시안을 만들고, 대표가 최종 방향을 잡는다. AI트윈에서는 이 역할을 각각의 클론봇이 맡는다. 마케팅 팀장 클론봇이 기획안을 내면 디자인 팀장 클론봇이 시각적 방향을 제안하고, 대표 클론봇이 "우리 브랜드는 이런 톤이 아니다"라고 피드백한다. 한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 일하는 방식 자체를 복제하는 것이다.
이 구조에서 사람은 사라지지 않고 역할이 더 선명해진다. 첫째는 최종 승인자다. 클론봇들이 진행한 결과물을 보고 실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둘째는 교정자다. 클론봇의 판단이 실제 생각과 다를 때 바로잡는 역할인데, 대표가 "이건 내 의도와 다르다"고 짚는 순간 또 하나의 암묵지가 드러나므로 교정은 그 자체로 클론봇을 더 정확하게 만든다. 셋째는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반복되는 피드백을 클론봇에게 맡긴 대표와 팀장은 새로운 사업, 핵심 관계, 회사의 다음 방향처럼 사람의 판단이 꼭 필요한 일에 시간을 쓸 수 있다.
3단계: 비즈니스 임팩트 전망
4부까지는 절감 시간과 인건비로 환산한 수치를 제시할 수 있었다. 클론봇은 현재 대표이사 대상 PoC(개념 검증)를 진행 중이어서 확정된 수치는 아직 없다. 대신 앞선 사례와 같은 틀로 어디에서 임팩트가 나올지를 짚어볼 수 있다.
먼저 속도다. 판단이 필요한 순간과 판단을 받는 순간 사이의 간격이 최대 일주일에서 즉시로 줄어들고, 방향이 어긋난 채 일주일을 쓰는 재작업도 함께 줄어든다. 품질 측면에서는 팀마다 다르게 전달되던 대표의 기준이 하나로 정렬된다. 2부에서 다룬 커뮤니케이션 품질의 개인 역량 분리와 같은 맥락이다. 마지막으로 대표의 시간이 달라진다. 같은 피드백을 팀마다 반복하던 시간이 대표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에 쓰인다. 4부에서 팀장이 설명 대신 방향 제시에 집중하게 된 변화가 대표 단위로 확장되는 셈이다. PoC 결과가 나오면 앞선 사례처럼 정량 지표로 검증해 공개할 계획이다.
4단계: 마무리
클론봇이 챗봇 다음 순서인 데는 이유가 있다. 4부에서 강조했듯 AX는 DX(Digital Transformation) 없이 작동하지 않는다. 사내 문서를 AI가 읽을 수 있게 정비하고 챗봇을 운영한 경험이 있었기에 암묵지라는 다음 과제에 도전할 수 있었다. 챗봇은 목적지가 아니라 시작점이라는 말은 이 로드맵으로 이어진다.
대표의 감은 오랫동안 중소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그 감이 대표의 머릿속에만 있는 한 회사는 대표의 시간만큼만 성장한다. 감이 복제되어 조직이 나눠 쓸 수 있게 될 때 대표 개인의 능력은 비로소 회사의 자산이 된다.
1부 영업, 2부 고객 소통, 3부 재무관리, 4부 사내지식에 이어 5부에서 다룬 질문은 한 문장으로 모인다. 사람의 판단을, 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도 쓸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 알파브라더스는 현재 대표이사 클론봇의 PoC를 진행하며 그 답을 찾고 있다.
글 / 알파브라더스 AI팀 (xcelerate@alphabrothers.co.kr)
알파브라더스 AI팀은 AX(AI Transformation) 전문 컨설팅 조직이다. AI 툴 중심이 아닌 기업의 업무 중심으로 AX를 설계하며, 기존 업무의 병목 원인을 먼저 파악한 뒤 자동화·AI·기업문화 개선 전략을 제안한다. 즉, AI 도입 자체가 아닌, 실질적인 비즈니스 임팩트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리 / IT동아 박귀임 기자 (luckyim@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