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9월 유럽 전체 신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한 반면 현대차는 13.2% 감소했고 기아는 6.6% 증가했다(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유럽 자동차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판매 실적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올해 1~9월 유럽 전체 신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한 반면 현대차는 13.2% 감소했고 기아는 6.6% 증가했다. 같은 시장에서 서로 다른 성적표를 받아든 배경으로는 주력 차종의 노후화와 신차 투입 시점, 전기차 제품군 구성 차이 등이 거론된다.
26일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의 9월 신차 등록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유럽연합(EU)과 영국,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을 포함한 유럽 전체 승용차 신규 등록대수는 1055만 5351대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판매량은 77만 795대로 3.4% 감소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유럽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포인트 낮아진 7.3%를 기록했다. 유럽 전체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양사의 합산 판매량과 점유율은 모두 감소한 것이다.
브랜드별 실적에서는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현대차는 1~9월 34만 8928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13.2% 감소했다. 시장점유율도 4.0%에서 3.3%로 0.7%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기아는 42만 1867대로 6.6% 증가하며 시장점유율 4.0%를 유지했다.
현대차는 1~9월 유럽 시장에서 34만 8928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13.2% 감소했다(오토헤럴드 DB)
이에 따라 양사의 누적 판매 격차는 7만 2939대로 벌어졌다. 기아가 유럽 전체 시장 성장률인 6.3%와 비슷한 수준으로 판매를 늘린 반면 현대차는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하면서 그룹 전체 실적에 부담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한 달 실적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졌다. 현대차는 3만 9821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17.5% 감소했고 기아는 5만 6437대로 13.7% 증가했다. 양사의 합산 판매량은 9만 6258대로 1.7% 줄었다. 같은 기간 유럽 전체 신차 시장은 10.2% 성장했다.
현대차의 판매 감소 배경에는 주력 차종의 노후화와 신차 투입 공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앞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유럽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투싼'과 '코나' 등 주요 모델의 상품 노후화, 중국 전기차 업체의 공세에 대응할 B세그먼트 신차 부족 등을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현대차의 올해 1~9월 유럽 판매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차종은 투싼으로 9만 4757대가 판매됐다. 이어 코나 6만 2503대, i20 4만 1293대 순이다. 투싼과 코나의 합산 판매량은 15만 7260대로 현대차 전체 유럽 판매의 약 45.1%에 달한다.
현대차의 올해 1~9월 유럽 판매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차종은 투싼으로 9만 4757대가 판매됐다(현대차)
친환경차 판매에서도 현대차는 기존 주력 모델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월 유럽 주요 친환경차 판매량은 투싼 5만 8630대, 코나 5만 1434대, 인스터 2만 4777대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기아는 최근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EV3'를 비롯해 'EV4'와 'EV5', 'EV2' 등 차급별 전기차를 선보이면서 기존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중심의 판매구조를 보완하는 전략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 실적 차이는 유럽 자동차 시장의 빠른 전동화 전환과도 맞물려 있다. ACEA에 따르면 올해 1~9월 EU 27개국의 순수전기차 신규 등록대수는 193만 1465대로 전년 동기 대비 48.5% 증가했다. 전체 신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6.1%에서 올해 22.7%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EU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는 36.3%의 점유율로 가장 높은 비중을 유지했고 가솔린차와 디젤차의 합산 점유율은 28.2%로 낮아졌다. 순수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신차 수요가 이동하는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의 제품 구성과 신차 출시 일정이 판매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중국 브랜드의 유럽 시장 확대도 기존 완성차 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오토헤럴드 DB)
특히 중국 브랜드의 유럽 시장 확대도 기존 완성차 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BYD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다양한 가격대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투입하면서 소형차부터 중형 SUV까지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의 현대차, 기아의 유럽 판매 실적은 같은 그룹에 속한 두 브랜드라도 주력 차종의 교체 주기와 신차 투입 전략에 따라 시장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차가 신형 투싼과 차세대 전기차를 통해 판매 감소세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기아가 확대된 전동화 제품군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유럽 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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