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여행에는 기억에 남는 먹거리가 많다. 여행 중 바로 맛봐야 하는 굴부터 가방에 넣어 돌아오기 좋은 모미지만주와 쿠키까지 선택지도 다양하다. 히로시마 시내와 미야지마에서 직접 맛보고 골라본 간식과 기념품 네 곳을 소개한다.
히로시마의 성심당, 안데르센 본점
빵을 좋아한다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곳이다. 규모와 지역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을 생각하면 한국 여행자에게는 ‘히로시마의 성심당’이라고 소개하면 될 것 같다. 안데르센(Hiroshima Andersen)은 1967년 히로시마에서 시작한 브랜드로, 혼도리에 본점이 있다. 건물도 100년 전 구 미쓰이은행 히로시마 지점의 건축물을 활용해 고풍스러움을 더했다.
특히 덴마크와 인연이 깊다. 창업자 다카키 슌스케가 1959년 코펜하겐에서 처음 맛본 데니시 페이스트리에 반해 개발에 나섰고, 1962년부터 일본에서 그만의 덴마크 페이스트리를 선보였다.
1층에 들어서면 그 역사가 지금도 이어진다. 빵과 데니시, 케이크는 물론 델리, 와인, 치즈까지 식탁에 필요한 먹거리가 한데 모여 있다. 그중에서도 다크 체리 콩포트가 들어간 데니시가 인기 1위로, 여행 중 달콤함이 필요할 때 딱이다. 선물용으로는 여러 종류를 골라 담을 수 있는 쿠키와 구움과자가 좋겠다.
시간이 된다면 2층 안데르센 키친까지 이용해보자. 오전 11시부터 런치가 시작되는데, 메인 요리를 주문하면 7~8종의 빵을 즐길 수 있는 브레드 바가 포함된다. 히로시마 흑우를 사용한 비프 스튜, 이시가마 햄버그스테이크, 히로시마산 돼지고기 그릴, 계절 파스타 등이 준비돼 있다. 빵집 구경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한 끼 식사가 가능하다.
모미지 만주 데리고 가세요, 니시키도
단풍잎 모양의 모미지 만주(もみじ饅頭)는 히로시마를 대표하는 기념품이다. 그중 니시키도(にしき堂)는 종류가 워낙 다양해 여러 맛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추천하고 싶은 건 나마 모미지(生もみじ)다. 일반 모미지만주와 달리 히로시마산 쌀가루를 활용해 껍질이 촉촉하면서 쫀득하고 부드럽다. 현재 기본 맛은 코시앙, 츠부앙, 말차 백앙금으로 구성된다.
선물용으로는 니시키모미지(錦もみじ)가 편하다. 인기 모미지만주 6종인 코시앙, 츠부앙, 치즈크림, 초콜릿, 고구마, 흑임자를 한 상자에서 맛볼 수 있다. 여기서 코시앙(こしあん)은 팥 껍질을 걸러 매끈하게 만든 팥소, 츠부앙(粒あん)은 팥알의 식감을 어느 정도 남긴 팥소다. 같은 팥이지만 질감과 풍미가 꽤 다르다.
이 밖에도 말차와 앙모치를 넣은 ‘오토나노 모미지’, 당류를 줄인 모미지만주 Light, 계절 한정 제품 등 선택지가 상당하다. 히로시마역 에키에와 미나모아, 시내 곳곳에도 매장이 있지만 귀국 직전까지 미뤄도 괜찮다. 히로시마공항 2층에서도 운영하고 있어 마지막 기념품 쇼핑에 활용하기 좋다.
히로시마의 굴 맛보기, 미야지마 하나야시키
미야지마에서 간식을 찾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다. 페리 선착장에서 이쓰쿠시마신사 방향으로 걷다 보면 미야지마 오모테산도 상점가가 이어진다. 약 350m 길이의 거리 양옆에 80곳이 넘는 가게가 모여 있으며, 모미지만주와 굴, 붕장어 요리를 파는 식당부터 기념품점까지 빼곡하다.
그중 하나야시키(Miyajima Hanayashiki)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건 가게 앞에서 굽는 굴이다. 히로시마 굴은 성인 남성 엄지손가락과 비교해도 눈에 띌 만큼 큼직했고, 두툼한 살에 짭조름한 바다 향이 가득했다. 기본 구이도 좋고, 치즈와 간장버터, 미소버터처럼 토핑을 더한 메뉴가 있어 여러 개를 주문해 비교해도 재미있다.
함께 마실 음료는 맥주도 좋지만, 레모네이드를 추천한다. 히로시마현은 일본 최대 레몬 생산지로, 세토우치의 온난한 기후에서 자란 레몬이 지역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 뜨겁고 진한 굴 사이에 새콤한 레모네이드 한 모금이면 궁합이 꽤 좋다.
매장 안에서 천천히 먹어도 되고, 날씨가 좋다면 미야지마의 바다 풍경과 함께 즐기는 것도 방법이다. 매장 안을 느긋하게 오가는 고양이도 뜻밖의 재미를 선물한다.
굴 사랑은 카레빵 속까지, 히로시마 카레빵 연구소
미야지마에서 조금 더 독특한 간식을 찾는다면 히로시마 카레빵 연구소(廣島咖喱麵麭研究所)로 향해보자. 히로시마 최초의 카레빵 전문점을 내세우는 곳으로, 본점이 바로 미야지마에 있다.
시그니처는 지역색이 짙은 굴 카레빵이다. 스파이스의 맛이 진한 카레 속에 큼직한 히로시마산 굴 두 개를 통째로 넣는다. 매콤한 향신료와 굴의 감칠맛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쫀득한 빵은 하나만 먹어도 제법 든든하게 다가온다.
굴이 취향이 아니라면 5가지 치즈가 들어간 토마토 치즈 카레빵도 눈여겨볼 만하다. 모차렐라와 고다, 체더, 카망베르에 내추럴 치즈를 더하고 토마토 카레를 조합한 제품으로, 빵가루에는 파르메산 치즈까지 섞었다. 이 메뉴는 2024 카레빵 그랑프리에서 금상을 받을 정도로 현지에서 인정받기도 했다.
미야지마 본점은 바다와 가까워 따뜻한 카레빵 하나를 들고 섬 풍경을 즐기기에도 좋다. 오후 6시까지 운영하지만, 제품이 소진되면 일찍 문을 닫는다. 미야지마에서 놓쳤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히로시마 시내에 가미야초와 노보리초, 고요 3개 점포가 있으니 말이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