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에서 맛있는 한 끼는 꽤 오래 기억에 남는다. 밀라노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오래된 트라토리아와 클래식한 레스토랑, 커피에 진심인 작은 카페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밀라노 전통 음식부터 스페셜티 커피까지, 에디터가 허니문 때 다녀온 3곳을 소개한다.
밀라노의 오래된 맛,
트라토리아 라 베키아 구아르디아
밀라노 현지인과 이탈리아 사람들이 편안하게 식사하러 찾는 트라토리아다. 트라토리아 라 베키아 구아르디아 (Trattoria la vecchia guardia)의 시작은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토스카나를 떠나 밀라노에 정착한 카를라와 세티모 조르제티 부부가 ‘트라토리아 다 세티모(Trattoria Da Settimo)’를 열었고, 이후 아들 마르코와 가족이 지금의 이름으로 이어받았다.
그래서 메뉴에도 토스카나와 밀라노, 두 지역의 맛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토스카나산 햄, 브라사토 라비올리, 밀라노식 리소토, 오소부코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밀라노에 왔다면 오소부코(Ossobuco)는 빠트릴 수 없다.
송아지 정강이뼈를 두툼하게 가로로 잘라 와인과 육수, 채소 등과 함께 천천히 익히는 롬바르디아주 전통 요리다. 가운데 뼛속 골수까지 함께 먹는 게 포인트이며 밀라노에서는 사프란을 넣은 리소토 알라 밀라네세와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고기가 힘을 줄 필요도 없이 부드럽게 풀어지고 진한 소스가 리소토와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는 포르치니 탈리올리니도 오소부코 못지않게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서 접하기 쉬운 포르치니는 건조 형태가 많은데, 이곳에서는 생 포르치니를 새송이버섯처럼 푸짐하게 넣었다.
여기에 달걀노른자를 사용해 직접 만드는 생면 탈리올리니가 더해져 버섯 향과 면의 고소함을 계속 당기게 한다. 마지막은 과하게 꾸미지 않은 클래식한 티라미수가 적당하다.
갤러리아에서 즐기는 밀라노식 한 끼,
리스토란테 갤러리아
위치부터 신혼여행에 잘 어울린다. 레스토랑이 자리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는 두오모(밀라노 대성당)와 라 스칼라 극장을 잇는 19세기 쇼핑 아케이드다. 유리와 철로 만든 높은 천장과 중앙의 거대한 돔, 모자이크 바닥 아래 명품 매장과 오래된 카페가 이어져 그 자체로 밀라노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다. 중앙 팔각형 공간을 덮은 돔의 높이만 약 47m에 이른다.
그 안에서 1968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곳이 리스토란테 갤러리아(Ristorante Galleria)다. 1983년부터 갈리(Galli) 가문이 운영하고 있으며, 밀라노와 이탈리아 전통 음식을 중심으로 메뉴를 꾸린다.
이곳에서 먼저 주문할 음식은 코톨레타 알라 밀라네세(Cotoletta alla Milanese)다. 송아지 뼈등심에 달걀과 빵가루를 입혀 버터에 노릇하게 익히는 밀라노식 돈가스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송아지고기의 부드러운 식감과 육즙이 넘친다. 우리의 얇은 돈가스와는 또 다른 매력의 음식이다.
화려한 음식 사이에서 의외로 기억에 남는 건 단순한 파스타 알 포모도로, 즉 토마토 파스타다. 토마토와 파스타라는 가장 기본적인 조합이기에 오히려 재료와 조리의 차이를 느끼기 좋다.
이 밖에도 장작 화덕에서 굽는 피자, 밀라노식 리소토와 오소부코, 각종 안티파스토까지 선택지가 넓다. 2010년부터는 자체 페이스트리 랩도 운영하고 있어 식사부터 디저트까지 한곳에서 해결하기 좋다.
에스프레소의 나라에서 만난 다른 커피,
Orsonero Coffee
이탈리아는 누구나 인정하는 에스프레소의 나라다. 동네 바에 서서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빠르게 마시는 문화가 일상에 자리 잡고 있다. 반대로 원두의 산지와 개성을 강조하고 한 잔씩 천천히 추출하는 스페셜티, 필터 커피 문화는 상대적으로 늦게 성장했다.
이런 밀라노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 오소네로 커피(Orsonero Coffee)다. 캐나다 출신 브렌트 잡슨과 밀라노 출신 줄리아 가스페리니가 2016년 문을 열었고, 밀라노 초기 스페셜티 커피 신을 이끈 곳 중 하나로 꼽힌다.
본점은 Via Giuseppe Broggi 15에 있다. 두오모 같은 관광지 한복판보다는 포르타 베네치아와 코르소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의 생활권에 가까워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주변을 걷다 보면 밀라노 사람들의 일상도 엿볼 수 있다.
커피 애호가라면 푸어오버(Pour Over)부터 추천한다. V60으로 한 잔씩 내리는 필터 커피뿐 아니라 에스프레소, 코르타도, 플랫화이트 등 메뉴 폭도 넓다. 우유가 들어간 커피에서도 에스프레소의 향이 또렷하게 살아 있고, 기본 에스프레소 역시 훌륭하다.
다양한 로스터의 원두와 싱글 오리진을 번갈아 사용하는 것도 재미다. 이탈리아까지 와서 굳이 드립 커피를 마셔야 하나 싶겠지만, 오히려 에스프레소의 나라에서 선보이는 스페셜티 커피라 경험해볼 만하다.
밀라노의 거점으로,
AC 호텔 밀라노
신혼여행에서는 호텔의 화려함만큼 위치와 이동 편의성도 중요하다. AC 호텔 밀라노(AC Hotel Milano)는 그런 점에서 활용하기 좋은 숙소다. 밀라노 프로타 가리발디(Milano Porta Garibaldi)역에서 걸어서 약 7~10분 거리로, 말펜사공항에서 말펜사 익스프레스(Malpensa Express)를 타면 환승 없이 역까지 약 41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공항철도는 약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호텔 바로 주변에는 Via Farini–Via Ferrari 트램 정류장도 있어 트램과 지하철을 연결해 두오모와 시내 중심부로 이동하기 편하다. 다른 도시로 떠날 때 이용하게 되는 밀라노 중앙역(Milano Centrale) 역시 가깝다. 가리발디역에서 지하철 M2를 타면 중앙역까지 2정거장이고, 걸어서도 약 20분 거리다. 코르소 코모와 가에 아울렌티 광장도 도보권이다.
호텔은 17층 규모의 현대적인 시설로, 객실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여행 내내 호텔에 머무르기보다 밀라노 곳곳을 돌아다니고, 이후 베네치아와 피렌체 등 다른 도시까지 연결할 계획이라면 이용할 만하다.
Travel Tip
변기 옆 작은 세면대, 손 씻는 곳 아니다
이탈리아 화장실에서 변기 옆에 낮은 세면대처럼 생긴 시설을 보면 당황하기 쉽다. 손 씻는 곳처럼 보이지만 정체는 비데(Bidet)다. 용변 후 물로 씻는 용도이며, 일반 세면대는 따로 있다. 처음 보면 헷갈리기 쉬우니 용도만 알아두면 된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