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현 시점에서 문서는 일반적으로 ‘구글 독스’로, 디자인은 ‘피그마’로, 업무용 소프트웨어 대부분이 웹 브라우저 안(SaaS)으로 들어왔지만, 건설 현장의 도면만큼은 여전히 예외 시장이다. (건축, 시공) 도면을 열어보고 수정하려면 고가의 설치형 CAD 라이선스와 고사양 PC가 필요하다. 원본 또는 수정본이 이메일과 메신저 등을 타고 실시간 공유되다 보니, 어떤 파일이 최신본인지 확인하는 일도 하나의 업무가 됐다.
메이크웍스(대표 전경준)는 이 틈을 파고든 스타트업이다. 2022년 2월 설립된 메이크웍스는 웹 브라우저에서 CAD 도면을 조회·편집하고 도면 데이터를 추출하는 SaaS 기반 웹 캐드 ‘CAD뷰(CAD View)’를 개발·운영한다.
별도 전용 프로그램 설치 없이 PC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서 쓸 수 있어, 설치형 CAD 도입 비용과 하드웨어(고사양 PC) 부담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설계·생산·품질 등 도면을 함께 다루는 부서 간 협업에도 요긴하게 활용된다. 지난 8월에는 초기 기업 투자 전문 액셀러레이터(AC) 씨엔티테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IT동아와의 인터뷰에서 ‘BIM 기능의 80%를 웹으로 구현한다’고 소개했던 전경준 메이크웍스 대표는 1년여 만에 ‘2D 도면 SaaS’로 방향을 분명히 했다.
페이스북 댓글 하나로 시작된 창업
전경준 대표는 소프트웨어 공학을 전공하고 전문 AC인 씨엔티테크에서 사내벤처 팀장으로 재직하다가 2022년 메이크웍스를 세웠다. 창업의 계기는 뜻밖에 페이스북에서 찾아왔다. 2019년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가 ‘자신과 같이 2년 일하고, 창업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고, 전 대표의 친구가 그 글에 전 대표를 태그로 걸었다.
전 대표는 “친구에게 ‘힘들지 않을까?’라고 댓글을 달았고, 이에 전화성 대표가 ‘이력서를 넣어달라’는 답글을 적은 게 메이크웍스 창업의 발단이 됐다. 그는 사업 아이템을 도면에서 찾았다. 도면을 쓰는 산업군은 다른 산업보다 디지털 전환(DX)이 느리다고 판단했고, 거기에서 시장 기회를 봤다.
CAD뷰는 웹 브라우저에서 도면의 조회와 편집, 관리, 반복 업무를 처리하는 클라우드 기반 CAD다. 이에 전 대표는 현장과 사무실에서 도면을 다루는 실무자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왜 유독 CAD만 웹 전환이 더딘 것일까? 전 대표는 성능과 호환성이라는 두 가지 기술 장벽을 꼽는다. 평면처럼 보이는 CAD 도면에는 Z 좌표를 포함한 공간 정보와 정밀한 치수, 레이어, 객체 간 관계가 담겨 있다. 화면을 확대하거나 편집할 때마다 이 정보를 유지한 채 수많은 객체를 계산해 그려야 한다.
그는 “실질적으로 3D 렌더링 프로그램과 다르지 않다”며 “편집하고 저장한 도면이 다른 CAD에서도 똑같이 열려야 하므로, 이미지를 브라우저에 띄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시장 구조도 한몫 했다. 독과점 구도에서 기존 사업자들에게는 수입이 줄어드는 SaaS 전환을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현장의 부담은 고스란히 실무자에게 돌아간다. 도면을 확인하고 일부만 고쳐 출력하는 사용자도 고가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와 고사양 PC를 갖춰야 한다. 중소 설계사무소와 전문건설기업에는 필요한 기능에 비해 도입 비용이 크다.
전 대표는 “가장 큰 문제는 파일 중심 협업에서 생기는 반복 업무”라며 “도면을 주고받으며 최신본과 변경 사항을 확인하고, 도곽을 분류해 출력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쓰인다”고 지적했다.
‘BIM 80%’ 대신 ‘2D SaaS’
메이크웍스는 지난 1년 사이 제품의 정체성을 다시 정리했다. 지난해에는 ‘BIM 기능의 80%를 웹으로 구현한다’고 소개했지만, 지금은 ‘BIM(빌딩정보모델링)이 아닌 2D SaaS’를 전면에 내세운다.
전 대표는 “도면 정보 관리와 협업처럼 BIM과 맞닿는 가치를 설명하려던 표현이었는데, 제품의 범위를 오해하게 할 수 있어 정리했다”고 말했다. 고객의 업무를 들여다볼수록 도면 확인과 수정, 변경 이력 관리, 분류와 출력 같은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BIM(3D)이 확산돼도 2D 도면의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설계 내용을 현장에 전달하고 시공 상세와 치수를 확인하는 단계에서는 여전히 2D 도면이 쓰인다. 이미 쌓인 도면도 많고, 모든 프로젝트와 협력업체가 한꺼번에 BIM으로 넘어가기도 어렵다.
전 대표는 “사람은 3D보다 2D 정보를 훨씬 빠르게 인식한다. 복잡한 정보를 전달할 때도 문서라는 평면 위에 글과 표, 그림을 배치하지 않나”라며 “공간의 전체 모습은 3D로 이해하더라도, 시공에 필요한 치수와 상세 정보를 확인할 때는 2D 도면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BIM과 2D를 대체 관계가 아닌 공존 관계로 보고, CAD뷰는 그 안에서 2D 도면의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이는 역할을 맡겠다는 설명이다.
수십만 개 객체를 브라우저에서 그리는 기술
메이크웍스는 WebGL 기반 렌더링 기술을 자체 개발해 관련 특허 4건을 등록했다. 핵심은 수십만 개의 객체를 매번 처음부터 계산하고 그리지 않는 데 있다. WebGL로 GPU를 활용하고, 화면에 필요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처리하며, 이미 계산한 데이터는 재사용해 연산과 메모리 부담을 줄였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이 모든 처리를 브라우저 안에서 해내는 것이었다. 윈도우 설치형 프로그램은 운영체제와 하드웨어 자원을 비교적 직접 활용할 수 있지만, 웹에서는 브라우저가 주는 실행 환경과 자원 관리 제약을 따라야 한다. 대형 도면을 처리하는 동안에도 화면이 멈추지 않고 확대·이동·편집에 반응하도록 만드는 것이 큰 과제였다. 이에 전 대표는 작은 선이나 치수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되는 만큼, 성능과 정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는 생성형 AI로 만든 웹 캐드에 대해서는 확실한 선을 그었다.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수년 전부터 있던 설치형 CAD 오픈소스 중심이라, 브라우저 환경의 제약을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실제 도면 설계 업무에 쓰기에는 기술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가장 먼저 반응한 기능은 반복 작업 자동화다. CAD뷰는 도면 안의 도곽(도면의 테두리와 표제란)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도곽에 담긴 정보를 AI로 추출해 분류한 뒤 일괄 출력할 수 있다. 전 대표에 따르면, 매달 1만 개 이상의 도곽을 분류·인쇄하는 한 고객사는 이틀이 걸리던 작업을 30분으로 줄였다.
편집 이후의 관리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수정한 파일을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보내거나 별도 관리 시스템에 다시 올려야 했다. CAD뷰에서는 도면을 편집하는 동시에 수정본과 변경 이력이 함께 관리된다. 편집부터 관리, 분류, 출력까지 한 환경에서 이어지니, 개별 기능의 편리함을 넘어 전체 업무 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
오토캐드 웹과 무엇이 다른가
오토캐드 웹, 국내 CAD 기업의 웹 뷰어 등 웹 CAD 시장에는 경쟁자도 늘고 있다. 가격에 대해 전 대표는 비교 기준부터 구분했다. 설치형 오토캐드와 달리 오토캐드 웹의 가격은 CAD뷰와 비슷한 수준이며, 다만 CAD뷰는 5인 기준으로 제공해, 사용자가 5명을 넘는 기업에서는 좀더 저렴하다.
전 대표는 기능 면에서는 편집과 도면 관리, 업무 자동화를 한 환경에서 제공한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꼽았다. 오프라인 편집 등 다양한 이용 방식도 지원한다. 기술 면에서는 렌더링 최적화를 내세웠다. 메이크웍스가 고객 도면으로 자체 비교한 결과, 일부 서비스에서는 문자가 깨지거나 대용량 파일을 불러오지 못한 반면 CAD뷰는 272MB 규모의 도면까지 표시했다.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SaaS의 비용 구조가 있다. 공통 서비스 기반을 갖춘 뒤에는 고객이 늘어도 별도 설치·구축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 도면 편집 연산을 서버가 아닌 사용자 기기에서 처리해 서버 부담도 덜었다. 전 대표는 이런 운영 효율을 고객의 이용료에 반영하고 있다.
‘조회는 무료, 편집은 구독’... 올해 매출 2억 원 목표
지난해 87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기술 검증을 진행한 메이크웍스는 올해 본격적인 매출을 내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에만 약 4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3분기 초에는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전 대표는 확보 자금으로 영업 조직을 꾸리고 있어,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매출 성장세가 본격화되리라 기대한다.
수익 모델은 도면을 조회만 하는 사용자는 무료로, 편집이 필요한 사용자에게만 구독료를 받는 구조다. 건설 현장에는 도면을 직접 고치는 인력보다 보고 확인하는 인력이 훨씬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기업은 모든 직원에게 고가의 CAD 라이선스를 줄 필요가 없고, 메이크웍스는 무료 사용자를 통해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확대할 수 있다.
전 대표는 기업 안에서 CAD뷰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유료 편집 사용자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올해 매출 목표 2억 원을 위해 기존 고객사와의 거래 확대와 신규 고객 확보에 집중한다. 단기 매출보다 꾸준히 반복되는 구독 매출을 쌓는 데 무게를 둔다는 전략이다.
메이크웍스는 향후 2년 안에 웹 편집, DXF·DWG 내보내기, 실시간 동시 협업 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다. 현재 웹 편집과 DXF·DWG 내보내기는 기본 기능을 구현했고, 실제 고객 도면으로 호환성과 저장 안정성을 높이는 단계다. 문자와 치수, 복잡한 객체가 편집·저장 후에도 정확하게 유지되는지 검증하고 있다. 실시간 동시 협업은 여러 사용자의 수정 사항을 충돌 없이 반영하는 것이 관건이다.
연구개발을 뒷받침할 팁스(TIPS) 지원 사업은 현재 최종 후보에 올라 있다. 이 사업에 선정되면 대용량 도면 처리 최적화와 웹 편집, 파일 호환성, 실시간 협업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 기술을 확보하면 CAD뷰는 도면 작성과 편집부터 변경 이력 관리, 동시 협업, 분류와 출력까지 한 환경에서 처리하는 2D CAD SaaS가 된다. 전 대표는 파일을 내려받아 수정하고 다시 올리는 과정 없이, 사무실과 현장의 여러 담당자가 같은 도면을 중심으로 일하게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인도는 ‘무료 확산’, 미국은 ‘플랫폼 연동’
해외 진출은 시장별로 전략을 달리한다. 인도는 건설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고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시장이다. 메이크웍스는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무료 서비스를 먼저 퍼뜨리고, 광고와 유료 편집 기능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입할 계획이다. 비르라그룹 등 현지 기업 네트워크로 초기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미국은 이미 건설 프로젝트 관리 솔루션이 널리 보급된 시장이다. 전 대표는 새로운 독립형 솔루션을 도입하라고 설득하기보다, 기존 업무 환경에 CAD뷰 기능을 연결하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오라클의 건설 관리 플랫폼 에이코넥스(Aconex), 텍스추라(Textura)와 API를 연동해 도면 조회·편집·이력 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메이크웍스는 오라클의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에 선정됐고, 2025년에는 서울 투자자포럼 오라클 기술관에 초청돼 발표했다.
해외 진출은 단순한 서비스 수출보다 현지 기업의 업무 환경에 맞는 기술 공급과 협력 모델을 중심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초기에는 현지 파트너 발굴과 기술 검증에 집중하고, 실제 사용 사례를 확보해 사업을 넓혀가겠다는 것이다.
개발자 중심 팀에서 영업 조직으로…2029년 IPO 목표
전 대표는 이전 인터뷰에서, 개발자 중심 팀이라 영업 역량 보강이 과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올해는 추가 투자를 바탕으로 영업팀을 꾸리고 있다. 고객 발굴부터 도입 상담, 실제 도면을 활용한 시연, 도입 후 지원까지 이어지도록 역할을 정비하는 중이다. 개발팀과 영업팀이 함께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현장의 피드백을 제품 개선으로 잇는 구조다.
메이크웍스는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약 3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 이번 투자와 TIPS를 통해 기술 고도화와 영업 확대의 기반을 다지고, 매출 성장을 바탕으로 다음 투자 단계로 나아갈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2029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잡았다. 상장을 위한 외형 성장보다 안정적인 구독 매출과 자체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우선이라 판단했다.
사업 영역도 넓힌다. 현재는 건축·건설 분야가 중심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제조, 금형, PCB 등 2D CAD 데이터를 쓰는 산업 전반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전 대표는 “지금까지 CAD 도면은 특정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에서 전문가가 다루는 파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도면의 형식이나 산업 표준은 그대로 두고, 도면을 열람하고 편집하고 공유하는 방식을 웹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전했다. CAD뷰로 기존 CAD 소프트웨어의 높은 진입 장벽을 낮추고, 산업 전반의 도면 데이터를 잇는 웹 기반 인프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