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미국의 MIT 미디어랩에서는 세계 최초의 소셜 로봇 '지보(Jibo)'를 공개했다. 영화 '월-E'에 나오는 귀여운 로봇처럼 생긴 지보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인디고고'를 통해 1대당 499달러(약 55만원)의 투자를 받았다.
펀딩은 크게 성공했고, 최종 371만 달러(약 41억원)을 펀딩 받으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단숨에 전세계에 알려지며 대형 제조사들의 관심도 불러 일으켰다. 한국의 삼성전자도 그런 업체 중에 하나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2천만 달러(약 230억원)을 지보 개발사에 투자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삐걱대고 있다. 지보의 당초 출시 일정은 2015 휴가시즌이었다. 그러나 이 일정은 계속해서 늦춰지고 있다. 완성도를 위해 1년 정도 미뤄져서 올해 4~5월까지로 몇 차례 연기됐었으나 8월 달인 지금도 출시 일정은 불투명하다. 특히 지난 8월 10일, 지보를 펀딩한 한 소비자가 지보 개발사에게 문의한 메일 내용을 공개하면서 더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덴마크에 거주하는 '예스퍼 톰슨'은 지보의 덴마크 출시 일정을 물었으나 지보측에서는 "덴마크 출시 예정이 없다."고 답했다.
After having invested/bought a #Jibo in July 2014...I now get a letter stating that it won't be sold in Denmark after all. #disappointed
— Jesper Thomsen (@JesperEThomsen) August 9, 2016
당초 인디고고 캠페인에서는 전세계 모든 지역에 배송될 것으로 약속했으나 아예 무효화한 것이다. 이 문제가 불거지자 지보 개발사는 이메일을 통해 "북미 지역(캐나다, 미국)외에는 출시를 무효화할 것이며, 사전 주문고객에게는 환불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북미지역 출시일정도 10월로 다시 미뤄졌다.
#jibo Just received this from Jibo. They've had my cash for a long time but now say that Jibo won't work in the UK ???? pic.twitter.com/fwDwhkw24H
— Bob K (@hisbrotherbob) August 9, 2016
지보측이 일정을 미루고, 글로벌 출시를 포기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음성인식 문제다. 미국 표준 영어가 아닌 해외에 사는 영어 사용자들에 대한 인식률이 기대이하라는 얘기다. 또, 당초 영어 외에도 한국어, 일본어 등을 지원할 예정이었으나 지금으로서는 불투명하게 됐다.
두 번째는 서버문제다. 각국의 프라이버시 방침이 다르기 때문에 우선 미국에만 서버를 둘 예정인데, 그럴 경우 해외의 지보 사용자들은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미국 서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차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음성인식 문제는 기술부족을 나타내는 것이고, 서버 문제는 2년 전에도 예측할 수 있던 문제를 지금에서야 알아차렸다는 것에 황당하다는 것이다. 또, 2년 넘게 펀딩 금액을 가지고 있었던 것에 분노하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지보 개발사가 이미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보가 북미지역에만 출시된다면 아마존 '에코'나 '구글 홈'과 경쟁해야 하는데, 두 회사에 비해 지보의 기술이 뒤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특히 계속되는 출시지연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힘든 싸움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크라우드 펀딩 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개발사의 역량 이상의 과도한 기술 스펙 제시와 비현실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정작 제품 출시를 미루거나 원래 스펙과는 다른 함량미달의 제품을 내놓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보 역시 이런 사례 중에 하나로 남게 됐다.
<저작권자ⓒ 더기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저작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