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평범한 일상이 무너졌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것도, 오랜 친구들과 저녁 약속을 잡는 것도, 요즘처럼 시원한 공기 냄새를 맡으며 산책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좋은 날씨에 나들이 가서 찍은 사진 하나 올리는 것도 눈치 보이는 일이 돼버렸으니, 하물며 여행은 어떻겠나. 공항에서 사지도 않을 면세품 구경하던 때가 이토록 그리워질 줄 누가 알았으랴.
그런 점에서 여행을 가고 싶은 염원을 가득 담아 이번 주 갖환장은 여행 가방 특집이다. 일명 캐리어! 강아지처럼 졸졸 쫓아다니는 캐리어 로봇부터 박스처럼 납작하게 접어 보관할 수 있는 가방, 어디에서든 작은 테이블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까지. 생각만 해도 여행길이 배로 즐거워질 것 같다.
이제 캐리어도 핸즈프리다
COWAROBOT R1
요즘 SNS에서 ‘요즘 캐리어 근황’이라는 제목으로 짤이 하나 돌아다닌다. 검은 물체가 한 남성의 뒤를 따라 스스로 움직이는데, 놀랍게도 그 정체가 바로 여행 가방이었다. 과거엔 짐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여행 가방에 바퀴를 달았다면, 이제는 아예 집어 들 필요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데까지 발전했다.
COWAROBOT R1은 ‘쫓아다니는 여행 가방’계의 유재석이다. 디자인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여행 가방이지만 주인(?)을 기민한 움직임으로 쫓는 것을 보면 확실히 보통 녀석은 아니다. 뛰면 뛰는 대로 빠르게 쫓아오고, 멈추면 멈추는 대로 반응이 즉각적이다. 매번 가방이 잘 쫓아오는지 확인할 필요도 없다.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지면 스마트폰으로 알림이 오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2개의 USB 포트가 내장돼 스마트 기기 충전에 용이하고, 전용 앱을 통해 가방을 잠그고 열 수도 있다. 깔끔한 블랙과 강렬한 레드 색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교체형 배터리까지 추가 구매할 수 있다. 가방 가격은 800달러, 교체형 배터리 가격은 125달러다.
공간 차지하는 여행 가방은 옛말
Néit
예쁘고 좋은 기능을 담은 여행 가방은 우후죽순 늘어나는데, 옷이나 일반 가방처럼 맘에 든다고 막 살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 자체만으로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해버려서 하나를 사면 하나를 내놓아야 되는, 마치 가전제품과 같은 특징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업체들이 고안한 접이식(?) 캐리어들이 꽤 많은데, 실상은 공간 절약에 그리 효과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Néit는 다르다. 단면 길이가 길어지긴 해도 박스처럼 접을 수 있어 보관에 아주 용이하다. 바퀴도 안쪽으로 접고 손잡이도 깔끔히 숨길 수 있어서 펼치기 전까진 여행 가방이라고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비주얼이다. 접었을 때의 두께는 단 3인치에 불과하다. 10초 만에 접고 펼칠 수 있는 것도 장점.
접어두면 누가 훔쳐갈세라 내부에 GPS까지 달았다. 덕분에 전용 앱을 통해 가방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찾을 수 있다. 요즘 캐리어에 다 달려있다는 USB 포트가 없는 점은 아쉽지만, 배터리 대신 전체적인 가방의 부피를 줄였으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가격은 499달러부터로,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비행기 타자마자 테이블부터 내리는 사람 주목
Barracuda
예전에 혼자 여행할 때, 앉을 자리도 없을 만큼 공항이 북적대던 때가 있었다. 겨우 자리 하나 잡고 앉았는데 다음 여행지에서의 일정을 짜지 못해 딱딱한 캐리어 손잡이를 책상 삼아 힘겹게 메모를 하곤 했었다. 테이블이 딸린 자리는 늘 만석이라, 당시에도 ‘가방에 나무 판때기라도 하나 달렸으면 좋겠네’라고 생각했었다. 역시 필요는 창조의 어머니! 나 말고도 이런 사람이 적지 않았나 보다.
Barracuda는 손잡이에 트레이가 달린 여행 가방이다. 크기가 크진 않지만 노트북을 올려두고 작업하기에도 좋고, 뜨거운 커피를 올려두기에도 제격인 활용도 100% 테이블이다. 여권, 비행기 티켓, 스마트폰 등 여행 시 늘 들고 다니는 소지품들에도 안성맞춤. 식사 때를 놓쳤다면 간편한 샐러드나 샌드위치, 김밥을 먹기에도 부족함 없는 공간이다.
여행 시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캐리어답게, 요즘 캐리어가 갖춰야 할 편리한 기능들 역시 다 갖췄다. GPS를 탑재해 분실에도 강하고, USB 포트를 내장해 콘센트 옆자리를 욕심낼 필요도 없다. 나름 보관하기 용이하게 슬림하게 접히는 건 덤! 가격은 279.99달러로 합리적이기까지 하다.
케이블이 왜 필요해? 올려두면 충전 끝!
VOLTVOYAGE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공항에서는 평소 차분했던 사람도 조급해지는 경향이 있다. 가뜩이나 챙길 것도 많은데 짐도 많고 시간까지 촉박하다. 이렇게 정신 없는 상황에는 왜 꼭 스마트폰 배터리가 유독 빨리 닳는 걸까. 배터리 잔량이 10%만 돼도 급격히 불안해져 눈은 콘센트를 찾는 데 혈안이 된다. 요즘에야 충전 포트를 제공하는 캐리어가 많아 콘센트까진 필요 없다지만, 가방 깊숙이 챙겨 넣은 케이블을 꺼내자니 그것도 일이다.
그래서 VOLTVOYAGE는 아예 캐리어에 무선 충전 기술을 넣었다. 손잡이 앞쪽, 평평한 제품 상단에 스마트폰을 올려두기만 하면 된다. 18,000Ah 배터리가 장착돼 웬만한 스마트폰을 여러 번 풀 충전할 수 있고, 위치만 잘 잡으면 Qi 지원되는 스마트 기기까지 모두 충전할 수 있다.
충전부 바로 아래쪽에 위치한 커버를 열면 USB 포트가 추가로 있어 유선 충전도 가능하다. 충전과 동시에 이동해야 할 때는 제품 분실의 위험이 있는 무선 충전보다는 케이블 연결을 추천한다. 가격은 450달러.
짐 풀 시간도 아깝다
SOLGAARD Carry-On Closet
여행지에 도착하면 꼭 하는 일이 있다. 여행 가방에서 구겨질 만한 옷들은 모두 숙소 내 옷장에 예쁘게 걸어두고 입을 날짜별로 나눠 놓는 일이다. 다 해놓고 나면 여행 내내 편리하고 보기도 좋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면 이 옷들 다시 가방에 넣어 정리해야 하는데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SOLGAARD Carry-On Closet는 가방 그 자체가 옷장이 되는 제품으로, 내부 수납공간을 확장해 사용하는 캐리어다. 사용법은 가방을 세워두고 곱게 접힌 내부 수납공간을 앞으로 당기면서 위로 올려주기만 하면 된다. 확장된 수납공간은 성인 허리 정도까지 오는 높이의 6단 서랍장으로 탈바꿈해 많은 양의 옷을 수납할 수 있다. 수납공간은 그 자체로 고정돼 여행지에서 따로 옷 정리를 할 필요가 없다.
옷을 나름의 기준에 따라 파우치에 넣어 보관하는 프로정리꾼에게, 또 옷 말고도 모자, 가방 등을 다양하게 가져가야 하는 패셔니스타에게 필수적인 여행 가방. 가격은 20인치 제품이 255달러, 22인치 제품은 275달러.
기획, 편집 / 다나와 안혜선 hyeseon@danawa.com
글 / 김겨울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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