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금을 주고 산 나의 소중한 스마트폰에 흠집이 나는 꼴은 못 본다. 스마트폰과 그 스마트폰을 보호하는 케이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세트 상품이다. 이제는 보호는 뒷전이고 스타일을 살리는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 된 것 같지만, 어쨌든 케이스 없는 스마트폰은 방어구 하나 없이 보스몹을 잡으러 가려는 캐릭터처럼 불안하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케이스. 그런데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케이스들은 그림만 다르지 결국 다 똑같은 제품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내 스마트폰은 이리도 특별한데. 특별한 스마트폰에는 특별한 케이스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주 갖환장은 스마트폰 케이스 특집으로 준비했다. 스마트폰이 만들어 준 이 스마트한 생활을 케이스가 더 스마트하게 만들어줄 테니 기대하시라.
이 살결이 느껴지시나요?
인조피부 케이스
하루에도 수십 번을 집어 드는 스마트폰. 손에 쥐고 있는 시간이 짧지 않은 만큼 케이스를 고를 때는 촉감도 한 번 고려해 볼 만한 사항이다. 뭐 그다지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부드러운 게 좋지 않은가. 자, 그럼 생각해 보자. 뭐가 가장 부드러울지. 반들반들한 실크? 극세사? 아니, 사람의 살결을 이길 수 있는 부드러움이란 없다.
아무리 애인 손보다 더 오래 잡고 있는다는 스마트폰이라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사람의 피부를 그대로 재현한 인조 피부 케이스다. 더 소름 끼치는 사실은 단순히 촉감만 재현한 게 아니라는 것. 사람들이 피부 접촉을 통해 서로 상호작용을 하듯, 이 끔찍한 피부 케이스로도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며 전류를 이용해 쓰다듬기, 간지럼 태우기, 꼬집기 등의 행위를 스마트폰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해놨다(...)
다행스럽게도 인조피부 케이스는 완성품으로 판매되는 케이스가 아니다. 스킨 제작 키트로 하나하나 자신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 친절한 동영상 설명서가 제공돼 제작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손이 여간 많이 가는 게 아니고 결과물이 결과물인지라 추천은 글쎄. 물론, 취향은 존중하니 만들겠다면 말리진 않겠다. 가격은 20달러, 한화로 약 2만 원대부터다.
코시국 건강지킴이
건강검진 케이스
얼마 전 갤럭시 워치로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을 잡아낸 소식이 화제가 됐다. 스마트워치의 심전도 검사에서 '의사를 만나러 가라'라는 결과가 나와 큰 병원을 찾았더니 일반 내과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백신 부작용, 심낭염 진단을 받았다. 이 기사를 접하고 ‘나만 스마트워치 없어’ 했던 사람들. 혹해서 괜히 잘 쓰지도 않을 스마트워치를 샀다간 예쁘고 비싼 장식품만 얻게 될 테니 참는 게 좋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수시로 건강체크를 하고 싶다고? 그럼 케이스에게 맡겨라.
브이메드(Vmed)는 건강검진이 가능한 케이스다. 뒤쪽 두 개의 센서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 1분 후, 나의 실시간 건강 정보가 전용 앱으로 전송된다. 항목은 심박수, 심박수 변동성, 혈중 산소 농도, 체온, 심전도, 혈압, 호흡수, 호흡수 변동성 8가지. 이 정보를 토대로 스트레스 분석 테스트 보고서와 피로 분석 보고서까지 받아볼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별도의 충전이 필요하다는 것. 20분 충전으로 10일 이상 사용하는 대용량 배터리지만, 스마트폰의 배터리를 빌려 쓸 수 있다면 더욱 좋을 뻔했다. 가격은 299달러, 한화로 약 34만 원대. 스마트워치 대용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정말 가격도 비슷할 줄이야…
광명을 찾아드립니다
안경집 케이스
안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은 모른다. 안경 챙기기가 얼마나 귀찮고 번거로운지. 안경을 쓴 채로 생활하고 있다면 그나마 낫다. 필요할 때만 잠깐 쓰는 사람들은 항상 안경집이라는 짐짝을 들고 다녀야 한다. 눈이 좋은 사람도 방심은 금물. 노안이 오기 시작하면 돋보기안경이 당신을 괴롭힐 것이다. 어쨌든 결국엔 안경을 찾아 헤매야 하는 운명인 우리가 불쌍해 보였는지 스마트폰 케이스가 안경을 품기로 했다.
안경집 케이스, 리드 온(read on)의 메인은 케이스가 아닌 안경이다. 안경을 최대한 작고 얇고 가볍게 만들기 위해 수년간의 연구를 거듭했다고 한다. 그렇게 렌즈 3.6mm, 접어도 두께가 4mm밖에 되지 않는 아주 얇은 안경이 탄생했다. 케이스는 젤리케이스에 흔히 사용되는 TPU 재질로 부드럽고 튼튼해 스마트폰과 안경을 잘 보호해 준다.
도수는 1.0부터 2.5까지 제공하며, 지원하는 기종은 아이폰11 프로 맥스, 아이폰XR, 아이폰11, 아이폰12, 아이폰12 프로뿐이다. 아쉽지만 안드로이드 유저는 안경집을 들고 다니자. 가격은 49.90 프랑, 한화로 약 6만 원대. 안경까지 포함한 값이니 나쁘지 않은 가격대다.
케이스를 샀는데 이어폰도 왔다?
블루투스 이어폰 케이스
스마트폰에 이어폰 단자가 사라진 지 어언 5년이 흘렀다. 이어폰 시장은 이제 완전히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넘어간 상태. 선이 없어 편하긴 한데 매번 충전하랴 케이스 따로 챙기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그래서 또 케이스가 나섰다. 안경에 이어 이번엔 블루투스 이어폰을 품은 케이스다.
사운드플로우(SoundFlow)는 머리에 두 개의 이어폰을 이고 있다. 이어폰을 뒤에 매달아 버리면 그립감을 망칠 게 뻔하니 아예 위로 올려버렸다. 이 때문에 조금 크기가 커지긴 했으나 길어져 봤자 15mm 수준이고, 두께도 딱 2mm 정도만 통통해졌다. 이어폰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평범하게 성능 좋은 제품이다. 블루투스 5.0을 탑재했고 듀얼 마이크, 원 터치 조작, 적당한 노이즈 캔슬링에 IP56의 생활 방수를 지원한다.
무엇보다 케이스에 무선 충전 기능이 있어 케이블 하나만 연결하면 스마트폰과 케이스, 블루투스 이어폰까지 한 번에 충전이 가능하다. 일타 삼피인 셈. 가격은 149달러, 한화로 약 17만 원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케이스
티타늄 케이스
정말 케이스가 맞나 싶다. 모서리에서 뻗어 나온 길쭉한 기둥들이 아이폰의 사과 로고를 다이아몬드 속에 가두는, 꽤나 기하학적인 디자인이 묘한 매력을 뿜어낸다. 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비싸 보이는 이 케이스. 진짜 비싸다. 당신의 스마트폰보다도.
GRAY에서 제작된 얼터 에고 케이스는 케이스계의 명품이다. 가장 저렴한 케이스가 1,799달러, 한화로 208만 원대. 가장 비싼 케이스는 3,299달러로 380만 원이 넘어간다.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길래 이리도 비싼 걸까. 얼터 에고는 CNC 가공을 한 항공 우주 등급의 티타늄으로 제작한다. 그러니까 가볍고 튼튼한 엄청 고가의 재료로 만든다.
거진 400만 원에 육박하는 티타늄 케이스는 이른바 오로라 케이스로 오색찬란한 빛을 내기 위해 장인이 직접 불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전 세계 500개 한정판으로 수제작이다 보니 무늬와 빛깔이 전부 다르다. 너무 비싼가? 그럴 줄 알고 보다 저렴한 항공 우주 등급 알루미늄 케이스도 마련했다. 1,199달러, 한화 약 139만 원대. 티타늄보다 무려 70만 원이나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