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여 외출 준비를 마쳤건만 거울 앞의 내 모습이 어딘가 허전해 보인다. 이럴 때 필요한 건 패션의 포인트를 살려줄 액세서리! 영롱한 보석이 박힌 반지? 아니면 큰맘 먹고 산 명품 시계? 사실 이런 액세서리는 예쁘기만 하지 실생활에 크게 도움이 되진 않는다.
이제는 예쁘기만 한 장신구 말고 진짜 삶에 도움이 되는 것들로 나를 꾸며보자. 패션과는 좀 동떨어지긴 하겠지만... 혹시 아는가? 이 작은 반지와 팔찌가 내 스트레스를 날려주고 목숨까지 살려줄지. 이번 주 갖환장은 액세서리 특집이다. 액세서리를 즐겨 하지 않는 사람들도 충분히 탐낼 법한 팔찌 2개와 반지 3개를 엄선해서 골라왔으니 거두절미하고 바로 구경해 보자.
날씨에 굴하지 않는 방법
체온 조절기 엠버 웨이브
여름엔 손풍기, 겨울엔 핫팩. 인간을 배려해 주지 않는 날씨 탓에 외출할 때 가지고 나가야 하는 짐만 늘었다. 몸 전체를 시원하게도 따뜻하게도 만들어주지 못하는 작고 하찮은 물건들이지만, 그걸 사용하고 있을 때의 그 잠깐의 시원함과 따뜻함, 그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다.
엠버 웨이브(Embr Wave)도 마찬가지다. 이걸 착용했다고 해서 더위가 싹 날아가지도 추위가 완전히 잊히지도 않는다. 하지만 기분은 좋아진다. 엠버 웨이브는 손목 국소 부위에 지금 딱 내가 원하는 온도를 전달해 잠시나마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팔찌다. 일시적으로 몸 전체 온도가 바꿨다고 뇌를 착각하게 만드는 건데 효과가 나름 뛰어나 실제로 춥거나 더울 때 나타나는 신체 증상까지 경감될 수 있다고 한다.
세세한 온도 조절이 가능하고 즉각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후한 점수를 주고도 남지만, 생김새가 스마트워치와 비슷해서일까? 가격대도 스마트워치 수준으로 상당히 고가다. 349달러, 한화로 약 41만 원대.
위급상황에서 나를 구해줘!
손목 구명조끼 킨지
물놀이는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수영을 할 줄 안다고 해도 방심은 금물.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갑자기 다리에 쥐라도 나면 동해의 물개라 불리던 수영 실력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마음 같아서는 물에 들어갈 때마다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하고 싶지만 즐겁게 노는 데 방해가 되니 강요하진 않겠다. 대신 이건 어떤가. 구명조끼 팔찌 버전이다.
킨지(Kingii)는 손목에 착용하는 수동 수중 에어백이다. 물에 빠진 절체절명의 순간, 상단 레버를 당기면 2초 이내에 사람 머리보다 큰 공기주머니가 튀어나온다. 공기주머니가 그렇게 튼튼해 보이지는 않지만, 130kg의 사람까지 떠오르게 할 수 있다. 사용 후엔 바람을 빼고 다시 고이 접어 팔찌 안으로 말아 넣으면 된다. 최대 50번 이상 재사용이 가능하다.
킨지의 무게는 168g로 일반 구명조끼의 1/78 밖에 되지 않는다. 아무리 가벼워도 팔찌 치고는 크기가 큰 편이기 때문에 움직일 때 약간의 불편함은 있다. 하지만 구명조끼보단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니 물놀이를 좋아한다면 하나쯤 장만해도 좋을지도. 가격은 79.99달러, 한화로 약 9만 원대.
소리를 지배하는 자
음악 컨트롤러 웨이브
어린 시절 마법사가 꿈이었던 사람은 모두 주목! 늦었지만 그 꿈을 이뤄줄 수 있는 반지가 있다. 만화영화 속 주인공처럼 물건을 떠다니게 하거나 불을 뿜지는 못하지만, 이 반지는 음악을 조종할 수 있다. 손짓 한 번에 볼륨이 커졌다 작아지고 원하는 순간에 음성을 변조시킨다. 즉, 웨이브(Wave)는 소리를 지배하는 마법의 반지다.
인식하는 동작은 틸트, 팬, 롤, 비브라토, 탭, 클릭 5가지. 손을 위아래 또는 좌우로 휘젓고 돌리는 동작과 두드리기, 버튼 누르기 등으로 새로운 소리를 추가하고 이퀄라이저를 변경할 수 있다. 별도의 전문장치 없이 오직 손동작만으로 리믹스 작업이 가능한 셈.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원하는 소리를 입력하기만 하면 되니, 악기를 전혀 다룰 줄 모르는 ‘음알못’도 아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웨이브는 음악과 관련된 거의 모든 기기와 연동 가능하다. 스마트폰은 물론 마이크, 키보드, 기타, 드럼, 베이스, 각종 디제잉 기계까지. 설사 내가 가진 악기, 프로그램과 호환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제조사에 문의하면 웬만한 건 다 업데이트를 해준다고 한다. 가격은 249달러, 한화로 약 29만 원대.
내 심장소리가 들리니?
HB Ring
90년대 생 추억의 장난감 중에 우정반지란 게 있다. 지금이야 친한 친구끼리 맞춰 끼는 반지를 말하지만 그때 당시 우정반지는 진실의 반지라고 하여 착용자의 감정 상태에 따라 반지의 색이 달라지는 신기한 반지였다. 함께 꼈을 때 우정이나 사랑을 의미하는 색이 나와야 진정한 친구라고 인정(?) 받을 수 있었다. 사실 체온에 의해 색이 변하는 것뿐이었지만.
지금은 2000년대를 훌쩍 지난 2020년대. 이런 눈속임은 아무리 어린아이들이라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HB Ring은 진짜 상대방의 속마음을 알 수 있도록 심장 박동 수를 전달한다. 각자의 핸드폰에 반지를 연동해 심박수 데이터를 저장하고 반지를 터치하면 상대방의 심박수 데이터를 읽어와 진동으로 전달한다.
표정은 숨겨도 심장은 못 숨긴다고 했던가. 적어도 상대방이 떨리는지 아닌지는 확실히 알 수 있는 이 진실의 반지. 아쉽게도 옥 반지를 연상케 하는 투박한 디자인이 조금 아쉽다. 커플링으로는 낙제점. 가격은 699달러, 한화로 약 83만 원. 보석하나 박히지 않았건만 가격이 참 살벌하다.
1분이라도 더 오래 자고 싶다면
숙면 트레이너 팀
팀(THIM)은 더 일찍, 더 오래 자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반지다. 아무 손가락에나 반지를 끼우고 잠을 청하면 선잠이 든 직후 부드러운 진동으로 착용자를 다시 깨운다. 무려 1시간 동안 반복해서! 아니, 겨우 잠들었는데 대체 왜 깨우냐고? 놀랍게도 이러면 잠을 더 잘 자게 된다고 한다.
잠을 자다가 깨면 우리 몸은 다시 자려는 시도를 한다. 어려울 거 없다. 당장 오늘 아침을 생각해 보자. 밤에는 죽어라 노력해도 잠이 안 오더니 아침에는 눈을 떴다 다시 감기만 해도 금방 잠에 빠져든다. 이 금방 잠이 드는 현상. 이를 반복 훈련해 결국엔 보다 빨리 깊은 잠을 자게 만드는 원리다. 다행스럽게도 아침에는 시도 때도 없이 깨웠던 1시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팀은 낮잠을 잘 때도 요긴하게 쓰인다. 하루 10분 정도의 낮잠은 심신의 피로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건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 팀은 딱 10분 후에 알람 울려 깨워주는 낮잠 기능도 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반지가 아닐까. 가격은 159달러, 한화로 약 18만 원대.
기획, 편집 / 다나와 안혜선 hyeseon@danawa.com
글 / 양윤정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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