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술에도 TPO(시간, 장소, 상황)가 있다
누군가를 처음 만난다는 것은 수많은 고민과 불확실성을 마주하는 것이다. 무슨 말을 하지? 관심사는 무엇일까? 한없이 많은 걱정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술’을 마실까?이다. 술에 따라서 상황의 분위기를 맞출 수 있고, 술 자체가 이야기가 될 수 있을 테니까.
그런 의미로 새로 나온 술들은 제품 자체가 이야기의 첫 단추, 그리고 다음 단추가 될 수 있다(말 2번만 잘 왔다 갔다 하면 그날의 대화는 쉬워진다). 오늘 마시즘은 만나는 사람의 성향에 맞춘 신상 주류 추천이다.
1. 아이스브레이킹이 필요한 내향형에게 ‘필라이트 클리어’

- 첫 번째 마디 : 새로 나온 필라이트인데 어때요?
- 두 번째 마디 : 근데 이게 얼만 줄 알아요?
코끼리 맥주 필라이트가 귀여움을 벗어던지고 차가운 도시 맥주 분위기로 돌아왔다. 필라이트 클리어라고 부르는 이 녀석은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좋아할 강한 탄산감, 과하지 않은 향, 깔끔한 목 넘김을 가지고 있다. “맛있냐?”는 물음에 맛이 없다고 말할 수 없는 아주 정석적인 맛이랄까.
하지만 반전은 가격이다. 필라이트는 맥주가 아닌 발포주이기에 가격이 굉장히 낮다. 355ml 기준 12캔에 만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딱딱한 분위기는 깨지고 눈이 동그레 지는 걸 볼 수 있을걸?
2. 외부 활동과 유행이 민감한 이에게 ‘피스 마이너스 원 하이볼’

- 첫 번째 마디 : 혹시 이거 아세요?
- 두 번째 마디 : 전량 품절 되었다는데 운 좋게 있더라고요.
최근 가장 인기인 하이볼이다. 지드래곤의 패션 브랜드인 ‘피스 마이너스 원’과 CU가 콜라보를 하여 출시한 피스 마이너스 원 하이볼(일명 ‘피마원 하이볼’)이다. 유행을 모르는 마시즘은 무신사 폰트에 취소선을 누가 저렇게 그려놓았냐며 끌끌거렸지만 그 순간 뒤에 손님이 헐레벌떡 2캔이나 사가기에 나도 챙겼다.
CU에서는 1차 생산분이 전량 품절되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름값이 있으니 라는 생각에 잔에 따라서 마셔보았다. 걱정보다 맛있는데, 기대보다는 무난하다. 나는 조금 더 크리에이티브한 하이볼을 원했지만, 사실 이런 대중가요 같은 하이볼에는 익숙한 레몬 하이볼 맛이 나야 누구나 마셔도 즐거울수 있다.
3. 조용한 자리를 좋아하는 술초보를 위해 ‘새로 다래’

- 첫 번째 마디 : (조심스럽게) 소주 좋아하세요?
- 두 번째 마디 : 다래 말고 살구도 있는데
새로의 장점은 깔끔한 디자인과 새로운 맛을 낼 때 한국 느낌을 고려한 작명이다. 키위라고 해도 될 것을 ‘새로 제로 다래’란 이름으로 출시했고, 이름을 보는 순간 ‘다래란 무엇이지?’ 상상하게 된다.
초록빛 새로 다래를 맛보면 달콤하면서 새콤하다. 술은 잘 못하지만 마시고 싶은 조용한 분들을 위해. 한 잔, 한 잔 홀짝 마셔보는 것도 좋겠다. 취향에 맞는다면 지난해 나온 ‘새로 살구’를 권할 수도 있다. 물론 술처럼 안 느껴진다고 많이 마시면… 내일이 삭제되는 수도.
4. 개구쟁이 인싸력 넘치는 흥부자를 위한 ‘핵아이셔에이슬’

- 첫 번째 마디 : 이거 본 적 있어?
- 두 번째 마디 : 핵아이셔 넣고 핵아이셔에이슬 가능?
새로는 우아한 다래 맛을 냈지만, 하이트진로는 훨씬 개구쟁이 바이브를 가지고 있다. 한 때 완판행진이 벌어질 만큼 귀했던 소주 ‘아이셔에이슬’이 핵신맛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귀엽고 공포스러운 외관과 다르게 굉장히 레몬과 깔라만시의 새콤달콤한 맛이 잘 들어간 소주다.
하지만 마시는 것만으로는 심심해서 참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핵아이셔에이슬은 챌린지가 있다. 핵아이셔에이슬 한 잔에 핵아이셔를 넣어서 마시면 참을 수 있어? 한국인의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챌린지를 하고 나면 어느 순간 친해진 우리 관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5. 저 술을 못하는데요? 를 위한 준비성의 ‘카스 제로 레몬 스퀴즈’

- 첫 번째 마디 : 아 술을 못하면 이거 어때요?
- 두 번째 마디 : 진짜 맥주 같죠?
요즘은 술을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술자리에 있지만 마실 음료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논알콜 제품들을 챙기는 센스를 보여주자. 기존에 있었던 카스 제로 레몬이 사이즈가 커져서 돌아왔다.
카스 제로 레몬 스퀴즈는 레몬을 정말 쥐어짠 듯 상큼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술의 맛을 싫어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고, 취하는 게 싫은 사람도 즐길 수 있다. 그야말로 술은 마시고 싶지 않지만, 술자리는 즐기고 싶은 멜랑꼴리 한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신상이 아닐까?
여러분에게 어울리는 신상 술은 무엇일까?
처음 만나는 사람을 위한 술이라고 말했지만, 이것은 나의 성향에 맞춘 신상 술 찾기다. 사람과의 첫 만남과 술과의 첫 만남은 묘하게 닮아있다. 때로는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걸 먹고 싶고, 때로는 유행을 따라가고 싶기도 하고, 친구들과 놀이를 할 수 있는 술을 원하기도 한다.
당신에게 어울리는 새로 나온 술은 무엇일까? 댓글을 남겨주시면 좋겠다.
<제공 : 마시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