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벤틀리 슈퍼스포츠의 역동적인 주행 장면. 대형 프런트 스플리터와 카본 파이버 에어로 파츠가 강조된 공격적인 전면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벤틀리 제공)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벤틀리가 브랜드 역사 100년을 기념하는 새로운 초고성능 모델 ‘뉴 슈퍼스포츠(New Supersports)’를 공개했다. 이번 신형은 1925년 첫 소개한 슈퍼스포츠 이후 네 번째로 등장한 모델이다.
벤틀리 슈퍼스포츠는 가장 극단적인 퍼포먼스를 구현한 차량에 부여해 온 초고성능 모델명이다. 1925년 첫 등장한 슈퍼스포츠를 시작으로 벤틀리가 만든 자동차 중 가장 강력하고 가볍고 드라이버 중심 성향이 뚜렷한 모델만이 이 이름을 달 수 있다.
새로운 슈퍼스포츠는 컨티넨탈 GT 라인업 가운데 가장 대담하고 순수한 드라이버 중심 모델로 후륜구동, 2톤 이하의 차체, 2인승 콕핏 등 기존 GT와는 뚜렷이 다른 방향성을 담고 있다.
고정형 리어 윙과 대형 리어 디퓨저가 강조된 후면부. 다운포스를 대폭 확대한 새로운 에어로 패키지가 슈퍼스포츠의 성능 지향성을 드러낸다.(벤틀리 제공)
후륜구동 컨티넨탈 GT… 666마력 V8과 2톤 미만의 체중
뉴 슈퍼스포츠의 가장 큰 변화는 프런트 기반 AWD를 유지해온 기존 컨티넨탈 GT와 달리 브랜드 역사상 첫 후륜구동(RWD) 구성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2인승 콕핏과 광범위한 경량화를 더해 공차중량을 2톤 아래로 낮췄다.
엔진은 4.0ℓ 트윈터보 V8을 기반으로 한 비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으로 최고출력 666PS, 최대토크 800Nm를 발휘한다. 단순 최고속도보다 운전자가 느끼는 역동성과 반응성을 최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0→100km/h 가속 시간은 3.7초, 최고속도는 약 310km/h로 예고했다.
변속기는 벤틀리 전 라인업이 사용하는 8단 더블클러치 변속기를 토대로 하면서도 슈퍼스포츠에 맞춰 클러치 강성 및 변속 전략을 새로 설계했다. 변속 타이밍은 더 빠르고 직관적으로 바뀌었고 감속 시 다운시프트 로직도 보다 정교하게 다듬었다.
또한 아크라포비치(Akrapovič)가 벤틀리와 공동 개발한 전용 티타늄 배기 시스템을 적용해 V8 사운드를 한층 생생하게 구현했다. 인위적 사운드 보정은 없이 순수한 기계적 특성만으로 음색을 완성한 점도 특징이다.
뉴 벤틀리 슈퍼스포츠의 날렵한 측면 실루엣. 카본 사이드 실과 확장된 휠 트랙, 새롭게 디자인된 22인치 단조 휠이 결합돼 경량화와 공기역학 성능을 동시에 강조한다.(벤틀리 제공)
GT 스피드 대비 다운포스 300kg 증가… 공격적인 에어로 패키지
외관은 '컨티넨탈 GT 역사상 가장 기능 중심(Function-led) 디자인'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만큼 대폭 변화했다. 프런트 범퍼는 벤틀리 로드카 중 가장 큰 스플리터와 다중 냉각 채널을 적용했고 카본 파이버 다이브 플레인, 사이드 실, 펜더 블레이드, 대형 리어 디퓨저와 고정식 리어 윙을 조합해 GT 스피드 대비 300kg 이상의 다운포스 증가를 실현했다.
지붕도 알루미늄 대신 카본 파이버 패널을 사용해 무게를 줄이는 동시에 무게 중심을 낮췄다. 전체적으로는 기존 컨티넨탈 GT보다 약 500kg 가벼운 차체를 일궈냈으며 이는 벤틀리의 경량화 역사에서도 가장 과감한 수치다.
1.3g 횡가속, 맨타이 레이싱 휠, 트로페오 RS… ‘핸들링 중심 GT’
뉴 벤틀리 슈퍼스포츠는 새롭게 설계된 카본 파이버 스플리터와 공기역학적 보디라인을 강조하고 2톤 미만 경량화를 목표로 한 공격적 디자인의 성격이 드러난다.(벤틀리 제공)
벤틀리는 이번 슈퍼스포츠를 통해 기존 GT 특유의 중량감 있는 그랜드투어러 감각에서 벗어나, 코너링 성능 중심의 고성능 GT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후륜 트랙은 기존 GT보다 16mm 넓어졌고, 전자식 LSD(eLSD)와 브레이크 기반 토크 벡터링을 조합해 선회 초기 반응을 극대화했다. ESC는 완전 온–다이내믹–완전 오프의 세 단계로 조정할 수 있어 숙련된 운전자에게는 후륜구동의 순수한 조작감을 온전히 제공한다.
섀시는 알루미늄 더블위시본 프런트, 멀티링크 리어, 신규 트윈 챔버 댐퍼, 48V 전자식 롤 제어 시스템(Bentley Dynamic Ride) 등 최신 기술을 대거 활용했다. 여기에 맨타이 레이싱(Manthey Racing)이 벤틀리와 함께 개발한 22인치 단조 휠, 피렐리 P-Zero 또는 Trofeo RS 하이그립 타이어를 조합할 수 있으며 후자를 선택하면 최대 1.3g 횡가속이 가능하다.
브레이크는 440mm 카본 실리콘 카바이드(CSiC) 디스크를 사용하는 세계 최대 규격의 시스템을 장착했다.
2인승 콕핏과 카본 파이버 터브… ‘GT’가 아닌 ‘드라이버 카’
카본 파이버와 가죽이 조화된 2인승 콕핏. 새로 설계된 스포츠 시트와 낮아진 포지션, 슈퍼스포츠 전용 디테일이 운전자 중심의 실내 분위기를 완성한다.(벤틀리 제공)
실내 구성은 기존 컨티넨탈 GT와 뚜렷이 구분된다. 후석 공간을 완전히 제거했고 카본 파이버와 가죽으로 마감한 경량 구조 셸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새로 설계한 스포츠 버킷 시트는 더 낮은 포지션에서 탑승자를 잡아주도록 했고 시트 조절 기능과 히팅 기능은 유지했다.
내장은 모노톤·듀오톤·트라이톤 등 다양한 색상 조합을 지원한다. 디나미카(Dinamica)와 카본 파이버를 집중적으로 사용해 모터스포츠 스타일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센터 콘솔에는 차량별 고유 번호가 새겨진 플레이트가 부착된다.
프로젝트 ‘밀드레드’… 단 6주 만의 첫 프로토타입
경량 구조로 설계된 고성능 버킷 시트. 통기성이 향상된 패턴과 카본 파이버 쉘이 적용되어 슈퍼스포츠만의 스포티한 감성을 강조한다.(벤틀리 제공)
이번 개발은 2024년 9월 엔지니어링 팀이 '후륜구동·2톤 이하 GT'라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시작됐다. 내부 승인 후 단 6주 만에 첫 테스트 차량을 완성해 트랙에 올렸고 성능이 예상보다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으며 본격적인 양산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프로젝트 명 ‘밀드레드(Mildred)’는 1920년대 벤틀리 레이싱을 대표하는 여성 드라이버 '밀드레드 메리 피터(Mildred Mary Petre)'에서 따온 것이다. 밀드레드는 1929년 벤틀리 4½리터 모델로 몽레흐리 서킷을 24시간 단독 주행하며 평균 90mph 기록을 세운 전설적인 인물이다.
한편 벤틀리 슈퍼스포츠는 전 세계 500대 한정으로 제작한다. 구매자는 특정 번호를 지정할 수 있고 영국 크류(Crewe) 공장에서 핸드크래프트 방식으로 전량 제작한다. 벤틀리는 2026년 1월 두바이에서 글로벌 런칭 필름을 공개하고 3월부터 주문을 받을 예정이다. 고객 인도는 2027초 시작한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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