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2 e-트론 (아우디)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프리미엄 브랜드 아우디가 무거운 배터리를 욱여넣고 덩치만 키우던 전기차 시장의 무의미한 스펙 경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배터리 용량을 무작정 늘려 가격을 올리는 대신 정밀한 공기역학 설계와 고효율 파워트레인으로 1회 충전 645km를 달리는 콤팩트 엔트리 전기차를 내놓은 것이다.
아우디는 7일(현지 시각) 브랜드 역사상 가장 뛰어난 에너지 효율을 달성한 소형 순수 전기차 ‘A2 e-트론(A2 e-tron)’을 전격 공개했다. 독일 잉골슈타트 공장에서 생산되는 신차는 영하의 도로 환경과 도심 출퇴근은 물론 장거리 주행까지 아우르는 실용성을 무기로 띄운 대중화의 승부수다.
공기저항계수 0.24… ‘배터리 다이어트’로 645km
A2 e-트론의 가장 큰 무기는 군더더기를 덜어낸 고효율 엔지니어링이다. 차체 밑바닥을 완전히 평평하게 감싼 언더바디와 주행 상황에 맞춰 여닫히는 가변 냉각 흡기구, 휠하우스 와류를 억제하는 틈새 감쇄재를 적용해 콤팩트 라인업 최저 수준인 공기저항계수(Cd) 0.24를 완성했다.
여기에 마찰 손실을 극소화한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 기반 영구자석 동기모터(PSM)와 후륜구동 설계를 결합했다. 그 결과 복합 전비는 100km당 12.8kWh(약 7.8km/kWh)까지 상승해 WLTP 기준 최장 401마일(약 645km)을 주행한다.
아우디 A2 e-트론 (아우디)
동력계는 170마력부터 최고 326마력까지 4가지 출력 트림으로 세분화했다. 배터리 역시 내구성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52kWh와 61kWh급 리튬인산철(LFP) 팩, 그리고 장거리 주행용 84kWh급 삼원계(NMC) 팩 등 3가지 용량을 맞춤 배치했다. 급속 충전 출력은 최대 183kW를 지원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24~29분에 불과하다.
2770mm 휠베이스, 대형 세단 부럽지 않은 안전 장비
차체 길이는 콤팩트 규격이지만 실내 거주성은 중형차를 넘본다. 2770mm에 달하는 휠베이스와 짧은 앞뒤 오버행 덕에 넉넉한 2열 무릎 공간을 뽑아냈다. 적재 용량 역시 기본 396ℓ에서 2열 폴딩 시 1336ℓ까지 확장되며, 고출력 트림에는 13ℓ 프렁크가 추가된다.
실내에는 11.9인치 버추얼 콕핏과 12.8인치 커브드 터치스크린이 하나로 이어진 파노라믹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았다. 기어 노브를 스티어링 칼럼으로 옮겨 넓어진 센터 콘솔에는 최대 25W 고속 무선 충전 패드와 마그네틱 방식 피들락(Fidlock) 모듈러 수납 시스템을 프리미엄 브랜드 최초로 기본 탑재했다.
엔트리 차급임에도 상위 플래그십 모델 수준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대거 기본화한 점도 눈에 띈다. 전방 비상 제동 어시스트는 물론 회피 조향 보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차로 유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 방지가 모두 기본 사양이다. 운전자 무반응 시 스스로 갓길로 이동해 비상 정차하는 이머전시 어시스트와 50m 후진 궤적을 기억해 빠져나오는 후진 보조 기능까지 더했다.
달리는 에너지 저장소… 영국 기준 5000만 원대
A2 e-트론은 양방향 충전(Bidirectional Charging)을 지원해 야외에서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V2L(Vehicle-to-Load) 기능뿐 아니라, 가정용 태양광 전력을 저장해 가정에 공급하는 V2H(Vehicle-to-Home) 기능까지 품었다.
아우디 A2 e-트론 (아우디)
게르노트 될너(Gernot Döllner) 아우디 CEO는 “고객이 원하는 것은 일상을 바꿀 실용적인 전동화”라며 “작은 차체에 치밀한 효율과 지능적 기술을 집약해 아우디 전기차 접근성을 대폭 넓힐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우디 A2 e-트론은 올 10월 영국 시장 주문 접수를 시작으로 2027년 초 유럽 전역에 순차 인도된다. 영국 기준 시작가는 3만 2200파운드(약 5800만 원)부터다. 무리한 덩치 키우기 대신 정공법 효율 혁신을 택한 아우디의 엔트리 승부수가 캐즘에 갇힌 유럽 전기차 시장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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