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국에서는 꽤 여러 가지 아이폰 짝퉁이 유통되고 있다. 뭐든 신제품이 나오면 금세 감쪽같이 베껴내는데 아이폰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나보다. 몇 가지 아이폰 중 하나를 입수했다. GSM 방식이어서 우리나라에서는 전화 통화는 할 수 없지만 중국에서는 USIM 카드만 있으면 전화기로 쓸 수 있다.
일단 디자인은 원래 아이폰과 비슷하다. 언뜻 보면 “참 잘 만들었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실제로 가지고 다니는 동안 몇몇 사람들이 아이폰이냐고 물어 올 정도로 닮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애플의 로고인 사과 무늬의 꼭지가 반대로 뒤집어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아이팟이나 애니콜 등 다른 제품들처럼 비슷한 이름을 짓지 않고 뻔뻔스럽게도 iPhone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쓴다. 박스에도, 제품에도, 심지어 휴대폰을 켜면 나오는 화면에까지 아이폰이라고 써 있을 정도다. 부팅 화면에도 아이폰 로고가 뜬다. 하지만 제조사가 어디인지는 어느 곳에도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다.
이 제품은 아이폰과는 달리 배터리를 바꿀 수 있다. 뒤 커버를 벗기고 배터리를 떼어내면 마이크로 SD카드 슬롯과 두 개의 USIM카드 슬롯이 있다.
생김새가 닮았다고 아이폰만큼의 고급스러운 인터페이스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이 클 수도 있겠다. 다소 조잡해 보이지만 간단한 게임과 MP4 플레이어가 들어있어 mp3 음악 파일과 mp4 동영상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터치 스크린을 갖췄고 한자와 영어 등을 필기 입력으로 쳐 넣을 수 있다. 200만 화소 카메라가 있어 사진이나 동영상도 찍을 수 있다. 값은 약 20만원 선에서 구할 수 있다. 음악 파일을 재생하면서 다른 메뉴를 만질 수 있는 이른바 멀티태스킹도 된다.
제품을 만져 보면서 드는 감상이 참 묘하다. 여느 짝퉁 제품들처럼 별 기대 없이 접했다가 생각보다 잘 만든 디자인에 놀랐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는 소프트웨어에 다시 실망하지만 몇몇 부분은 놀랄 정도로 섬세하다. 이런 것이 중국산 짝퉁 제품의 힘일까? 중국 시장은 아직 베껴내기에 열심이지만 점차 자기 기술을 갖고 싼 가격에 좋은 제품들을 찍어낼 수 있게 된다면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는 상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제조사들도 긴장감을 늦추어선 안될 것이다.
다나와 최호섭 기자 notebook@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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