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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하 해변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다룬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이하 COH) 원작에서는 독일과 미국 간의 충돌만을 다루고 미군 입장에서만 진행하게 되어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 점을 제작사도 눈치챘는지 확장팩을 통해 독일과 영국군으로 진행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전혀 다른 작전을 담아 싱글 미션 진행의 기쁨을 두 배로 만들었다.
단 한 번 경험할 수 있는 독일의 초대형급 킹 타이거 탱크
연합군이 실패한 작전 마켓 가든을 독일군 입장에서 진행해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 있게 했고, 영국군으로는 프랑스 탈환 작전을 경험하게 된다. 게임의 진행에 필요한 기본 요소는 원작의 그것과 거의 비슷하다. 유닛을 얻기 위해서는 인력, 연료, 그리고 탄약이 필요하며, 경험치를 통해 포인트를 모아 추가 특수 기능을 선택할 수 있고, 여러 개의 작은 구획으로 나뉘어진 전략적 요충지를 탈환해야 한다.
독일군과 영국군은 미군과 전혀 다른 고유의 특징을 갖고 있으며, 독일군과 영국군 간의 차이도 당연히 있다. 독일은 탱크와 하프트럭이 주요 유닛을 담당하며 영국은 보병을 위주로 전개된다. 하지만 양측 모두에 상당히 다양한 탱크가 제공되기 때문에 탱크 전시회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독일의 초대형급에 해당하는 킹 타이거. 캠페인 진행 중 단 한 번 경험할 수 있다.
독일 대공포 앞으로 수 없이 떨어지는 적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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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크롬웰 전차 부대 |
독일군 유닛의 특징은 탱크와 하프트럭 등의 기계 유닛이 많기 때문인지 기본적인 보병 유닛인 그레너디어(Granadier)가 이들 유닛의 수리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프트럭은 세 가지 유형인데 그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곡사포를 탑재한 것이고, 그 다음은 다른 탱크의 사격 연사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주는 탄약 제공 하프트럭이다. 곡사포는 따로 보병이 지상에 설치된 것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하프트럭은 그보다 훨씬 더 기동성이 좋기 때문에 더 자주 활용하게 된다.
독일군 주요 유닛의 화력이 강하지만 덕택에 유닛을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며 상대적으로 도우미 기능은 화력보다는 그 이외의 능력을 보완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에 비해 영국군은 주로 보병 위주로 진행하게 되는데,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발로 뛰는 보병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나 독일에 비해 보병에 할애되는 기능이 조금 더 세부적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길은 탱크 부대가 만들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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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밤 독일과 영국 탱크 부대의 격돌 |
영국군 역시 탱크와 기타 기계 유닛을 사용하니 수리 능력을 갖고 있긴 하지만 엔지니어에 해당하는 새퍼(Sapper)의 능력을 수리로 선택해야만 수리 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 한 단계 거쳐야만 가능하고 때에 따라서는 다른 더 급한 능력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다 새퍼를 많이 만들어낼 충분한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리 능력을 활용하게 되는 일은 별로 없다.
영국군으로 진행하는 캠페인에서는 RCR이라고 하는 글라이더 투입 부대의 능력도 활용할 수 있는데 작전 본부와 멀리 떨어진 원격지에 침투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침투에 일단 성공하고 나면 글라이더 몸체에서 침투에 사용했던 유닛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군에는 이미 곡사포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도우미 기능에서 포격 지원이 제외되다시피(폭격 도우미가 있어 잠깐 경험 가능)하지만, 영국군은 기본적으로 장거리 포격용 대포를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도우미 기능에서 포격이 제외되고 대신 포격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능이 포함됐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야간 경계 상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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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의 세 가지 도우미 유형 |
원작이 미군으로만 진행하기는 했지만 여타 RTS와는 달리 미션의 수가 상당히 많다. 하지만 확장팩의 캠페인 볼륨은 제어 가능 국가 수를 제외하고서라도 원작을 뛰어넘는다. 서서히 어려워지는 원작의 캠페인과는 달리 그보다는 짧은 독일군 캠페인을 끝내고 다시 영국군의 쉬운 시작 미션부터 수행하기 때문에 비율 면에서 난이도가 낮은 레벨이 더 많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행이 느슨해진다거나 하지 않는다. 각 캠페인의 중심에 놓이는 진영은 무언가가 항상 부족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진행을 지속적으로 즐겁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로는 다채로운 시간대의 변화와 날씨 변화도 포함된다. 여러 캠페인을 거치면서 항상 동일한 것으로 생각되는 시간대로 설정되는 일이 없이 매 캠페인마다 특유의 조명 효과를 선사한다. 눈이 부실 정도로 맑은 날의 오전, 태양이 이글거리는 날의 오후, 어스름한 저녁, 붉게 물든 전장, 비가 내리는 밤 등. 해야 할 일도 다양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다양한 분위기 연출에 비가 내리는 날이면 빗소리로 귀까지 즐거워진다(화면을 확대해 지상에 가까워질수록 빗소리가 커진다).
독일군의 유일한 폭격 요청을 통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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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처칠 크로코다일 탱크로 |
그래픽은 원작과 완전히 동일하다. 원작의 경우 다이렉트엑스 10 지원이 패치를 통해 이루어졌지만 확장팩은 기본 내장되어 있다는 점 정도가 차이랄까. 다이렉트엑스 10 기능을 사용할 경우 디테일이 조금 달라지긴 하지만 정신 없이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게임 진행의 배경이 마을이거나 도시를 끼고 있는 경우가 많아 탱크 부대를 이동할 때 보다 많은 파괴 장면을 볼 수 있으며, 길이 없지만 만들어서 뚫고 지나가는 모습으로 원작보다 통쾌한 느낌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원작과 모든 것이 동일하니 시종일관 귀를 울리는 사운드 역시 그대로 이어진다.
확장팩의 재미있는 사항 중 하나는 게임 내에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는 일종의 통합 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게임을 일단 실행하고 나면 그 안에서 게임과 관련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게 했다. 게임에 대한 뉴스를 전달하는 기능, 스커미쉬 모드의 개인 전적, 멀티플레이 모드의 개인 전적, 친구 목록 관리 기능과 커뮤니티까지 게임 내에서 모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진정한 렐릭의 COH 관련 뉴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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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말이 필요 없는 COH의 폭발 장면 |
원작이 필요 없는 스탠드얼론 확장팩으로 만들어져 원작의 미군 데이터 연계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데 실은 확장팩 내에 원작이 아예 포함되어 있어 괜한 걱정을 했다며 비웃는 듯 하다. 하지만 원작의 싱글 캠페인을 확장팩 내에서 실행하려면 원작의 시디키가 필요하기 때문에 무료 제공은 아니다. 대개의 경우 확장팩은 원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구매하므로 따로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시각적, 청각적으로 어느 선까지는 거의 동일한 경험을 하게 되지만 색다른 배경에 새로운 유형의 임무, 새로운 유닛들로 단순히 미션이 늘어나거나 하는 다른 게임의 확장팩에 비해 내용 면에서 상당히 알찬 확장팩으로 분류할 수 있다. 게다가 캠페인 수까지 더 많아 원작을 넘어서는 면도 엿볼 수 있다.
다만 게임의 많은 주요 특징들을 원작에서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게임의 주요 특징들에서 얻는 신선함의 충격은 덜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원작의 팬이라면 반드시 거쳐가야 할 확장팩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