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네임밸류면에서는 동사의 '철권'에 비해 다소 뒤쳐지는 듯 하지만, '소울 칼리버' 시리즈는 3D 대전 격투 게임이라는 장르에서 명작의 반열에 충분히 오르고도 남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게임이다. 가장 최근작인 '소울 칼리버 3'에서는 가정용 선 발매나 버그 문제 등으로 좋지 않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신작의 발표만으로도 높은 기대감을 안겨줄 만큼 그 위력은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소울 칼리버 시리즈가 최초로 정식 시리즈에서 탈피, 체감 액션이라는 장르의 외전 형식으로 등장하였다. 그것도 Wii라는 기기로 말이다. 그런 만큼 누구나 이번 '소울 칼리버 레전드'는 Wii모콘을 사용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차례로 정보가 공개되면서 가장 놀라움을 준 것은 Wii모콘을 사용한다는 것이 아니라 '테일즈 오브 심포니아'의 주인공이었던 '로이드'가 등장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막상 게임을 실행해 보면 기대한 만큼 실망감을 안겨주는 게임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일단 소울 칼리버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만큼 시리즈의 팬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등장을 손꼽아 기다리겠지만,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는 '지크프리트' 뿐이다. 물론 이후 캐릭터가 추가되긴 하지만 소울 칼리버 시리즈에 등장했던 전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게다가 플레이 가능 여부를 떠나서 얼굴 조차 비추지 않는 캐릭터까지 있기 때문에 더 큰 실망감을 가져온다. 그렇다고 해서 소울 칼리버 레전드 오리지날 캐릭터의 비중이 높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오리지널 캐릭터나 테일즈 오브 심포니아의 로이드를 추가하는 것보다 차라리 원 시리즈의 캐릭터를 수록하는 쪽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게임의 볼륨적인 측면도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게임은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지루하기까지 하다. 특히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등장하는 새로운 스테이지는 매번 크게 다르지 않은 디자인에 반복적인 구조만 등장한다. 흡사 철권 포스 모드(가정용 철권에 오리지널 요소로 제공되는 액션 게임 스타일의 게임 모드)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데, 소울 칼리버 원작에 들어 있던 퀘스트 모드보다 완성도가 낮다.

등장하는 적들의 종류도 많지 않고, 맵은 단순하다. 퍼즐의 경우에는 몰입 요소가 부족하다. 자유도도 낮은 편이기 때문에 플레이 도중 게이머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혼란스럽게 되기도 한다. 유저 인터페이스도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소울 칼리버 원작의 퀘스트 모드 옵션이나 도움말 등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으며, 제대로 된 중간 세이브 포인트도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점은 튜토리얼 조차 없다는 것이다.

무리하게 Wii모콘을 적용시킨 탓인지, 아니면 조작감에 대해선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인지 조작성은 불편함 그 자체이다. 월드맵 선택의 경우 Wii모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로 선택하도록 되어 있으며, 록온과 카메라의 반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반응 속도가 느려 원하는 적을 자유롭게 록온하기도 불편하다. 특히 기술을 발동하는데 있어서 WIi모콘을 휘둘러도 원하는 대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타격감을 높이기 위해서인지 Wii모콘을 휘두를 때마다 소리가 나록 되어 있는데, 가드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휘둘렀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와 상관없이 무기를 휘두르는 소리가 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리고 원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소울 칼리버 레전드에도 칭호가 있긴 하지만, 캐릭터의 레벨과 특별히 관계가 없기 때문에 이번 작품의 특징을 생각하면 대체 왜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하다.

스토리적인 측면에서는 원작이 보여주지 못한, 소울엣지와 소울칼리버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기 위함이라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도무지 무엇을 설명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는 뜬금 없는 스토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며, 스토리에서 재미나 감동을 주지도 못한다. 오히려 이 게임에 스토리가 왜 필요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토리에 대한 의존도는 적은 편이다.

그래픽적인 면에서도 큰 실망을 안겨준다. Wii라는 기기의 성능 상 타 기기에 비해 좋은 그래픽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소울 칼리버 레전드는 오히려 퇴화한 느낌마저 줄 뿐 아니라 맵이나 각종 오브젝트들이 보여주는 엉성하면서도 대충 만든 듯한 비주얼이 할 말을 잊게 만든다(예외적으로 캐릭터 일러스트는 좋다). 차라리 Wii가 아닌 PS2로 출시하는 것이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아니면 캡콤의 '전국 바사라 2 히어로즈'나 반다이의 '드래곤볼 Z 스파킹!'처럼, 양기종 대응으로 만드는 것이 날 것 같다. Wii모콘을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Wii모콘을 휘두르는 방향이나 속도 등이 기술에 미묘한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크게 중요하지 않을 뿐더러, 게임의 재미와 연관되기도 힘들어 결론적으로 소울 칼리버 레전드는 Wii모콘을 사용하는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유일하게 별로 흠 잡을 만한 부분이 없는 파트는 사운드 쪽이라 할 수 있다. 원작에서 들을 수 있었던 풍부한 사운드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주고 있으며, 나레이션이나 효과음은 물론 웅장하게 퍼치는 배경음악이 소위 "듣는 맛"을 감칠나게 만들어준다. 불륨이 다소 적은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을 제외하고는 성우들의 연기도 만족스러웠다.

적당히 만들었다는 느낌

소울 칼리버 레전드는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단지 네임밸류만을 믿고 적당한 판매량을 기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게임이다. 최근 반다이 남코(라기보다 구 남코)의 게임들을 보고 있자면 이상할 정도로 부족한 점이 많다. 게임 업체도 회사인 관계로 무엇보다 수익이 중요하겠지만, 개발자로서의 장인 정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든다. 부디 정식 시리즈인 소울 칼리버 4에서는 이런 일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울칼리버 레전드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