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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즐겁고 신기하기만 했던 온라인 게임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어느덧 게임 시장에서 가장 큰 수익을 거둬들이는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국내에서는 패키지 게임 시장의 축소로 인해서 온라인 게임 시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구축된 인터넷 인프라를 활용한 게임 시장의 발전은 실로 눈부신 것이었고, 비약적인 성장과 함께 수많은 게임들을 유저들에게 선보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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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온라인 게임 중에서 가장 하드코어한 장르라고 하면 역시 MMORPG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갈증을 유발하는 게임 플레이는 그 어떤 장르보다 강한 중독성을 지니고 있으며,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해 다양한 사건 사례를 만들기도 했지만 마력과도 같은 재미로 여전히 변함 없는 사랑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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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연이은 국산 MMORPG의 실패와 외산 MMORPG의 급부상은 큰 위협이 되고 있으며, 개발비 부담도 커 제작하는 회사가 많이 줄어든 추세다. 이 와중에 나온 ‘SP1’은 시장에 만연해있는 판타지가 아닌 사이버펑크 세계관을 활용하면서 시나리오가 중심임을 강조하여 유저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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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사이버펑크의 세계
몇몇 유저들은 SP1에서 가장 먼저 '헬게이트 런던'과의 유사성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헬게이트 런던은 '선'과 '악'의 명확한 구분으로 이루어진 인류와 악마의 싸움이 판타지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SP1은 싸우는 대상이나 자신이나 모두 평범한 인간에서 시작하며, 선과 악의 구분조차 모호해진 암울한 세기말적 세계관으로 평범하지 않은 SP1의 분위기를 이끌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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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분위기의 캐릭터라던가 화려하지만 퇴폐적이고 음울한 구스펠트 시티의 설계는 정교하고 멋지게 디자인되어 있으며, 자체 개발한 SP엔진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 다양한 장소들이 적절히 구현되어 있고, BGM도 암울한 분위기를 잘 나타낸다. 미래적인 분위기에 걸맞게 탈것은 바이크로 구현되었으며 하나 갖고 싶다는 욕구가 들 만큼 멋진 외형과 실용성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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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의 오프닝은 SP1의 시나리오를 한 편의 애니메이션처럼 펼쳐 보이며, 프롤로그가 시작되면서 진행되는 튜토리얼은 SP1의 기본적인 시스템을 보다 이해하기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동시에 앞으로 전개될 시나리오의 복선을 보여줘 서스펜스 스릴러물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플롯을 잘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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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부터 이어지는 퀘스트는 게임 본편에서도 끊이지 않고 계속 연결되는데, 게임을 진행해가면서 이 게임이 어떤 세계관인지, 또 무슨 문제로 인하여 주인공이 변화를 겪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차근차근 설명된다. 이처럼 SP1은 외산 게임에 비해 많이 부족했던 시나리오 요소를 충실히 보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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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퀘스트의 도입
SP1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퀘스트에 큰 비중을 둔 시스템일 것이다. 퀘스트를 완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험치와 보상이 솔로잉과는 비교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유저로 하여금 퀘스트를 하고 싶다고 하는 강렬한 당위성을 부여해준다. 흥미진진한 시나리오를 갖고 있더라도 보상이 허술하다면 흥미를 잃기 쉽지 않은가.
게다가 폰부스라는 획기적인 시스템의 도입으로 메인 퀘스트가 아닌 서브 퀘스트들은 대부분 이쪽에서 받을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메인 퀘스트가 폰부스를 통해 하달되기도 한다. 폰부스를 통해서 받는 퀘스트들은 보상을 받는 장소가 일정하기 때문에 일반 퀘스트와 달리 헤맬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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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장소에 있는 대부분의 몬스터가 퀘스트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전의 MMORPG에서처럼 무의미하게 학살을 계속 하던 행위는 그만두어도 된다. 가장 저레벨 몬스터부터 퀘스트가 부여되어있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으로 시나리오도 즐기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한 맵 상에 퀘스트를 주는 NPC와 완료 NPC가 표시되기 때문에 퀘스트를 찾기 위해 일일이 NPC를 찾으러 다닐 필요도 없고 보상을 주는 NPC를 찾기 위해 웹에서 검색할 필요도 없다. 단, 퀘스트 진행을 통해 시나리오가 전개되는 SP1인 만큼 공개 서비스 전까지 사소한 버그는 조속히 해결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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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와 관련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 일률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처음 캐릭터를 키울 떄는 흥미진진하게 고레벨까지 계속해서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겠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키울 때마다 계속 똑같은 퀘스트를 따라야 한다면 지루해질 여지를 만들 수 있다. 앞으로의 업데이트에서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약간의 선택이 가능하게 하면 좋을 듯 하고, 폰부스를 활용한다던가 각 직업별로 전용 퀘스트를 부여한다면 보다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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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수집 퀘스트의 경우 확률을 좀 낮추더라도 공동으로 퀘스트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다. 단 하나의 퀘스트용 아이템만 얻는 퀘스트의 경우 처음 파티를 맺어서 퀘스트를 진행하더라도 퀘스트 아이템을 먹으면 파티원이 하나씩 줄어들어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은 다른 파티를 맺거나 아니면 혼자서 플레이 하게 되는데, 여러 개의 퀘스트 아이템을 얻는 퀘스트는 끝까지 파티를 유지할 수 있지만 하나의 아이템만 필요한 경우 파티 자체가 의미를 갖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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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전투'
SP1에서는 스텟 분배 요소를 과감히 배제했다. 어짜피 정형화될 스텟 분배라면 괜히 유저로 하여금 효율적인 스텟 분배를 위해 게시판을 뒤지게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이로 인해 캐릭터 성장의 자유도는 줄어들었지만 스텟 분배를 위해 머리를 굴릴 필요는 없어졌다.
또한 스킬도 레벨 조건만 맞으면 돈을 주고 구입하여 배울 수 있도록 하였기 때문에 스킬로 인한 시간 낭비를 줄이고 있다. 때문에 SP1의 성장은 비교적 담백하며 앞으로 진행될 전직을 통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역할을 선택하는 것과 원하는 전투 스타일에 맞춰서 장비를 고르는 것만이 고민할 내용의 전부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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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에서는 화려한 이펙트와는 달리 기존 MMORPG와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든 심심한 전투가 이루어졌다. 필자가 저레벨이기는 했지만 스킬수는 3가지에 불과했고 크리티컬 히트를 별도의 스킬로 배워야 한다는 점도 잘 납득이 가지 않았다. 결국 공격 스킬 난사 후 힐 또는 휴식이라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사냥해야 했는데, 다양한 방식의 사냥을 원한다면 앞으로 추가될 전직을 기다려야 될 성 싶다.
하지만 최근의 게임들은 초반에도 다양한 스킬을 쓸 수 있게 해줌으로써 레벨업 과정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주고 있는데, SP1도 초반 사냥의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가지 스킬을 보완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다. 또 각 직업마다의 역할 분담도 명확히 구분하기 힘든 상태라 직업간 개성을 살릴 수 이는 방안을 고려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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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을 튼튼히
SP1은 여러 가지 면에서 실험적인 요소들이 많다. 필드에서의 기습은 수많은 유저들 때문에 그렇다손 치더라도, 인스턴트 던전에서 갑자기 뛰쳐나오는 개들의 습격은 많은 유저들이 놀라면서도 재미있게 받아들인 부분이었다. 또 필드에 존재하는 화약 상자 등을 적들 한가운데서 터뜨릴 경우 주변에 광역으로 어마어마한 데미지를 입히는 연출도 흥미로웠다. 향후 이런 요소가 강화되면 기존의 정직한 던전과는 다른, 박력 있는 진행이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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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1은 이제 막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마치고 오픈 베타 테스트에 돌입하려 하는 게임이며, 시나리오 진행과 길드 퀘스트 등의 장기전을 기약하는 컨텐츠를 선보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유저들은 이런 장기전을 함부로 약속하지 않으니, 부디 개발진은 초심을 잃지 말고 앞으로 더 재미있는 SP1을 만들어주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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