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내에 개봉한 드림웍스의 CG 장편 애니메이션 ‘몬스터 대 에일리언’을 기반으로 한 액션 게임을 기억하는가. 정체 불명의 운석 덕택에 거인이 되어버린 수잔, 실험의 잘못된 결과로 바퀴벌레 머리를 갖게 된 닥터 로치, 젤리형 괴물 밥(BOB), 거대하지만 애벌레 형태의 인텍토사우르스, 그리고 반은 고릴라 반은 물고기인 미씽링크로 구성된 몬스터 군단(?) 중 수잔, 밥, 미씽 링크의 세 가지 다른 특징을 가진 레벨로 구성된 타이틀이다.
군대에 사로잡혀 특별 수용소에 잡혀 있던 몬스터들은 탈출을 시도하다 결국 다시 수용소로 돌아오게 되지만 어디선가 날아온 거대 외계 로봇의 출현으로 외계인을 무찌르면 몬스터들의 휴양지로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 일종의 용병 부대처럼 임무를 수행한다는 내용으로 스토리 전개는 애니메이션과 일치하지만 다른 영화 기반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게임 진행 요소를 추가해야 했기에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 다르다.
거대한 여인 수잔은 발에 롤러 스케이트 역할을 하는 자동차를 신발처럼 착용하고 빠르게 질주하며 갑작스러운 장애물에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점프 액션 파트를 담당하고, 젤리형 괴물 밥은 창살을 통과하고 다른 사물을 몸 속에 집어넣는 특성을 이용한 퍼즐과 몸 속에 있던 젤리 덩어리를 바깥으로 배출해 공격하는 슈팅 액션 위주로 전개되며, 미씽 링크는 전투 위주로 구성된 본격적인 액션이 특징으로 진행에 맞게 준비된 레벨들에 번갈아 등장한다.
총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각 챕터는 스토리 진행에 맞게 준비된 5-6개의 임무들로 구분되어 있어 총 25개로 구성된 짧지 않은 플레이타임을 보장한다. 수잔은 주로 빠르게 질주하면서 눈 앞에 순간적으로 등장하는 장애물에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는 구성이지만 레벨에 따라 조금씩 장애물의 종류가 달라진다거나 카메라 각도가 달라져 다른 기분으로 진행할 수 있게 만들었다.
밥은 젤리라는 특성을 이용해 쇠창살을 무사 통과하지만 바닥이 그렇게 되어 있는 경우에는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상자라든가 적군을 몸 속에 흡수한 상태로 이동하는 퍼즐 액션과 몸 속에서 나오는 젤리 덩어리를 총을 쏘듯 발사하면서 방어막으로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슈팅 액션을 겸하고 있다. 미씽 링크는 육박전 위주의 본격 액션이지만 약간의 퍼즐 요소가 있고 수잔이 행하는 즉석 액션을 요하는 면도 없지 않아 종합선물셋트 같은 느낌을 준다.
첫 챕터는 각 캐릭터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알려주는 일종의 튜토리얼 형식으로 되어 있고 맛만 보여주는 정도여서 챕터를 구성하는 임무들의 길이가 매우 짧아 단편적인 느낌을 주지만, 두 번째 챕터부터는 하나의 임무가 여러 단계로 구분되어 게임다운 게임 진행이 가능하다.
각 캐릭터의 특징이 정확하게 구분되어 있긴 하지만 여러 임무가 여러 단계가 된다고 해도 조금씩 다른 면이 강조되고, 새로운 요소를 추가한다거나 해서 계속 반복된다는 느낌을 줄이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모드 진행이 반복되는 것 같을 때는 따로 준비된 일종의 심화 학습 수준의 챌린지 모드로 눈길을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각 게임 레벨의 일부를 짧게 잘라내고 색다른 구성을 덧붙인 다음 체력이 소진되기 전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일반 모드와 달리 체력 대신 공격 받는 회수에 제한을 두거나 시간 제한을 추가해 게임 모드 제목처럼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미니 게임들이 그것이다.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일반 스토리 모드에 비해 난이도는 조금 높은 편이다.
당연하게도 영화를 위해 만든 그래픽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진행하면서 어색하게 느껴진다거나 위화감이 생길 정도는 없는 정도의 깔끔한 그래픽을 감상할 수 있다. 다만 배경과 캐릭터 사이에 엇갈리는 듯한 틈이 보이는 경우가 있어 둘이 조금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일반 스토리 모드에서 얻는 DNA를 모으면서 챌린지 모드를 하나 둘 완료하다 보면 영화와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설정 자료와 동영상, 3D 모델, 스틸 사진 등의 자료를 수집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대부분의 영화 관련 게임에서 흔한 일이니 신선한 시도라고는 할 수 없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게임이라 할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한글화가 되지 않았다. 대사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더라도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정도로 챕터 구분이 잘 되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분위기 상 저연령층 게이머를 유혹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으니 꽤 아쉬운 부분이다. 난이도 설정도 무난하고 구성에도 큰 단점이 눈에 띄지 않지만, 영화 기반 게임이라는 꼬리표 덕택에 게임과는 상관 없는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이 문제다. 만일 영화에 조금이라도 만족했다면 선택해 볼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