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은 물론 게임 방송 관계자들까지도‘워크래프트 3’가 그간 ‘스타크래프트’가 독주해온 RTS 장르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했었다. 스타크래프트가 잘 만들어진 게임이기는 하지만 그 당시에도 이미 몇 년 전 게임이어서 이를 앞서는 새로운 게임이 등장하기를 바랐던 것.
하지만 현실은 스타크래프트의 벽을 넘지 못하는 ‘다소 독특한 느낌의 RTS 게임’ 정도의 평가에 그쳐 2인자의 자리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수 많은 워크래프트 팬들과 보다 진일보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성과 익숙함이라는 부분에서 한계를 극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워크래프트 3의 인기 또한 점차 하향선을 그리고 있을 무렵, 혜성같이 나타나 워크래프트 3를 구해준 것은 바로 ‘카오스’라고 하는 유저 모드 방식의 하나였다. 워크래프트 3는 대중적인 게임으로 발돋움 하지 못했지만, 카오스는 워크래프트 3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만큼 대중성과 재미를 갖추고 있었다.
덕분에 일개 유저 모드가 본 게임을 넘어서는 인기를 얻게 된 것은 물론이고 PC방 등에는 본 게임보다도 카오스를 즐기는 게이머들이 넘쳐났다. 현재 워크래프트 3의 멀티플레이는 거의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카오스는 아직까지도 많은 게이머들이 즐기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카오스의 인기 비결은 신선한 방식의 게임 구성은 물론 단순함과 동시에 전략적인 부분을 가미한 점이 아닐까 싶다. 각 진영에서 자동으로 쏟아져 나오는 병력들, 그리고 병력들과 함께 조금씩 적 기지를 점령해 나가는 재미가 상당한 것은 물론이고 어떠한 캐릭터와 어떤 아이템을 장비하는가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진다.
여기에 영웅간의 전투를 통해 대전의 느낌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이처럼 퀄리티가 높다 보니 여러 제작사가 이를 참고해 비슷한 느낌의 게임을 만들어 내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는 원작이 보여주었던 재미는 물론 인기 면에서도 그리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던 것은 없었다.
필자가 이처럼 워크래프트 3와 카오스의 이야기를 길게 푼 이유는 ‘로코’ 또한 카오스의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MMORPG나 액션 장르의 경우 지금까지 많은 게임들이 비슷한 모습으로 제작되어 왔고 그 역사도 제법 오래 되었기 때문에 비슷한 측면이 있어도 장르적인 특징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카오스 형태의 전투 방식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어서 ‘카오스 식 전투 방식’이라는 느낌보다는 그저 카오스를 모방한 것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여기에 시스템의 상당 부분이 닮아있기 때문에 카오스를 즐긴 게이머라면 그러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전투 방식을 지닌 게임들이 앞으로 많이 등장하게 된다면 그러한 생각이 없어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중요한 것은 로코가 기존에 카오스를 즐기던 게이머들을 주요 타겟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색다른 플레이 방식에 관심을 가지는 게이머들에게도 어느 정도 어필을 할 수 있겠지만, 주 대상 층은 카오스를 플레이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기본적인 시스템이나 자잘한 요소에 이르기까지 로코는 카오스에 기반을 두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베끼기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친숙함이라는 측면에서는 그러한 부분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특정한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가장 전제가 되는 것은 바로 그와 비슷한 친숙함이 아니겠는가. 로코는 그러한 점을 우직하게 파고 들고 있다.
전반적인 게임의 분위기는 확실히 비슷하게 느껴질 만한 수준이다. 끊임 없이 리젠되 어 적 진영으로 향하는 병력이나 중간 보스의 존재, 그리고 본진 주변을 지키는 강력한 키퍼에 이르기까지 맵 구성도 거의 비슷하고 포탈을 통해 안전하게 마을로 귀환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본진 내의 상점들, 그리고 주기적으로 입수하게 되는 소지금 또한 비슷한 느낌을 자아낼 수 밖에 없고 말이다. 여기에 소모성 물약과 장비 아이템은 물론 몇 가지 아이템을 조합해 만들어지는 강력한 조합 아이템은 조금 더 세련된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다를 뿐 카오스의 그것과 큰 차이를 부여하기 어렵다.
하지만 실제 플레이 시의 느낌은 조금 다르다. 그것은 아래 설명할 로코만의 차별적인 요소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주얼적인 부분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카오스의 경우 워크래프트 3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보여지는 시야가 제법 넓은 편이지만 로코는 시야가 극단적으로 좁아 전체적인 상황을 보기 어렵고 그만큼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카오스에서 아군 병력이 있는 곳은 모두 시야 확보가 가능하지만 로코는 캐릭터 주변 상황만 볼 수 있고 나머지는 간략하게 표시되는 미니 맵 정보만 참조할 수 있어 플레이 하는 내내 답답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좁아진 시야 만큼이나 플레이에 있어서도 협소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시야를 조금 더 키울 수 있도록 카메라 앵글을 만들지 않은 점이 상당히 아쉽게 다가온다.
이러한 부분은 실제 전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로코의 전투는 워크래프트 3처럼 자신의 사정거리 내에 적이 위치할 경우 자동으로 공격이 이루어지는 방식이 아니라 액션 게임처럼 직접 공격을 하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공격 기술 자체는 하나이지만 다양한 스킬과 무기 스왑을 통해 복수 형태의 공격을 할 수 있어 느낌이 그리 나쁘지 않다.
단, 아주 뛰어난 액션성을 보여주지는 않으며, 시야 자체가 좁다 보니 상대와의 거리를 파악하기도 어렵고 효과적으로 플레이를 하기에도 다소 무리가 있다. 일반적인 액션 게임으로 생각하면 크게 좁은 시야라 할 수 없지만 게임 스타일을 생각할 때 조금 더 시야 확보가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로코만의 독특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스킬 시스템은 상당히 독특한 요소라 할 수 있는데 레벨이 상승함에 따라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있고 6레벨이 되면 캐릭터 만의 강력한 스페셜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 등 기본적인 뼈대는 비슷하지만 스킬의 습득에 선택적인 측면을 부여, 총 10개의 스킬 중 5개를 골라 배울 수 있다. 또 이렇게 준비된 10개의 스킬이 각 캐릭터 별로 2가지 스타일로 구분되어 있다는 점이 선택적인 측면을 더욱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옥타비안’은 근접 공격과 방어형 위주의 스킬이 섞여 있고 ‘이레느 클로델’은 마검사형 공격 방식과 힐링 관련 스킬이 준비되어 있다. 무기의 스왑도 가능해 캐릭터 별 2가지 스타일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부분도 마음에 든다. 결국 게이머로서는 두 가지 중 한쪽에 치우치도록 스킬을 선택할 수도 있고 두 가지를 적절하게 혼합하는 방식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최고 3명의 캐릭터를 한 팀으로 묶어 캐릭터 리스폰 시에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불러낼 수 있다는 점도 즐거움을 높이는 부분이다. 경험치를 모든 캐릭터가 공유하기 때문에 캐릭터를 바꾸었다고 해서 1레벨부터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다만 골드까지 함께 공유하는 반면 아이템은 공유되지 않아 금전적인 부족함은 발생할 수 있을 듯하다.
전투에서 입수한 골드나 아이템은 전투 후 모두 초기화되며 전투 결과를 바탕으로 따로 경험치와 소지금을 입수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전투 중에는 아낌 없이 골드를 사용해도 관계 없다. 또 전투 후 입수한 경험치를 토대로 계급이 상승하며, 소지금으로는 각 캐릭터의 레벨 별 장비를 제작해 장착할 수 있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카오스와 비슷한 스타일의 전장 모드와 영웅간의 전투가 펼쳐지는 섬멸 모드, 두 가지 모드를 플레이 할 수 있었는데 게이머들의 관심은 역시 카오스 스타일로 진행되는 전장 모드가 월등히 높은 편이었다. 아직은 카오스 형태의 전투 외에 다른 즐길 거리나 다양한 재미 요소가 없어 부족한 느낌이 드는 만큼 전투 외에 보다 다채로운 요소가 추가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카오스를 바탕으로 하여 주목 받고 있기도 하고 게이머들의 관심도 높은 편이지만 아직은 크게 만족할 만한 느낌을 주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로코 자체의 독창적인 요소와 비주얼은 나쁘지 않으나 주변을 살피기 힘들다 보니 다소 갑갑하다는 느낌이 들고 전투 역시 속도감이 약해 조금 루즈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번이 1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인 만큼 만족할 만한 수준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게이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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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를 기반으로 한 또 하나의 게임: '로코-1차 CBT' 리뷰 (Online)
2010.01.26. 12: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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