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블리즈컨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세 번째 확장팩 '대격변'이 공개 된 지 거의 1년만인 7월 2일, 마침내 클로즈 베타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아제로스 대륙의 전면적인 변화와 고블린, 늑대인간 같은 새로운 종족, 대격변으로 인해 생긴 신규 지역, 그리고 그 이상의 것을 담고 있는 '대격변'.
단순히 신규 지역 추가와 신규 종족 추가로 풀이되는 기존의 확장팩(불타는 성전, 리치왕의 분노)과는 스케일이 다른, 그야말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게임 전체에 개혁을 불러온 '대격변'의 면모를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번에 새로 추가 된 종족인 늑대인간과 고블린은 각각 얼라이언스 진영과 호드 진영에서 활약하게 된다. 늑대인간은 마치 호러 영화를 보는 듯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가 일품인 '길니아스 시'에서 시작하게 된다. 본디 인간이었으나 이 곳에서 벌어진 늑대인간과의 전투 도중 플레이어는 감염되고 만다. 하지만 치료제를 통해 늑대인간의 신체와 인간으로서의 정신을 보유하게 되고, 그 놀라운 능력을 통해 스컬지의 침략에도 당당히 맞서 싸우게 된다는 이야기를 체험 할 수 있다.
고블린은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계와 반짝거리는 물건들로 가득 찬 '케잔 섬'에서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무역왕 갤러웍스의 분노에 케잔 섬은 약탈자와 불바다에 휩싸이게 되고, 무역왕의 터무니없는 요구 조건을 겨우 들어준 뒤 케잔 섬을 떠나는 배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얼라이언스 포격선에 의해 외딴 섬으로 난파되고, 이 곳에서 같은 처지인 스랄과 그 일행을 만나 호드의 일원이 된다.
늑대인간의 종족 특성은 빨리달리기와 인간변신, 고블린의 종족 특성은 로켓 점프/로켓 공격, 은행원 부르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이하게도 기존의 종족과 달리 초반 퀘스트를 하면서 습득하게 된다. 예를 들어 늑대인간의 경우 인간이었을 때의 이야기가 끝나고 늑대인간으로 깨어나면 빨리달리기를 자동으로 습득하게 되며, 고블린은 외딴 섬에서 탈출해 오그리마에 도착하는 퀘스트를 마치면 은행원 부르기를 습득하게 된다.
이번 신규 종족의 초반 지역 플레이는 두 종족 모두 특유의 스토리 라인이 잘 살아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더욱 다양해진 퀘스트의 해결 방식과 빈번하게 사용 되고 있는 위상 변화를 통해 각 종족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참고로, 위상 변화는 리치왕의 분노 죽음의 기사 초반 플레이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는데, 그 당시에도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특히, 위상 변화는 두 종족의 초반 플레이 뿐만이 아니라, 80레벨 이후의 지역 플레이에도 굉장히 자주 사용되어 더욱 실감나는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위상 변화를 처음으로 선보인 리치 왕의 분노에서는 '테스트' 해본 정도였다면, 대격변에서는 본격적으로 사용하여 온라인 게임이지만 마치 패키지 게임 같이 내가 한 행동(퀘스트)이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느낌을 확연히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대격변에 처음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륙의 변화이다. 재난으로 인해 생긴 변화는 아제로스 대륙 전반에 걸쳐서 드러나고 있다. 재건되고 있는 오그리마와 높아진 수면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스톰윈드는 물론, 완전히 물에 잠겨버린 버섯구름 봉우리, 반으로 나뉘어 버린 불모의 땅, 해안에서 가젯잔 근처까지 물에 잠겨버린 타나리스, 회오리 폭풍이 불고 있는 서부몰락지대 등 아제로스 대륙의 중심에 인접한 지역 전반에 걸쳐 심란한(?)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물에 잠기거나 높아진 해수면 등 보다 비중이 높아진 물에 대한 사실적인 표현의 일환으로 '향상된 수면 효과'가 적용되었다. 물 위에서 물 속의 모습이 보이게 되었으며, 태양이나 달 등 물 위에 있는 물체가 반사되는 모습, 물과 땅의 경계에 맺히는 거품 등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 된 수면을 감상 할 수 있게 되었다.
외양 뿐만이 아니라 지역의 레벨도 일부 조정되었다. 레벨업을 위해 꽤 먼 거리를 달려야했던 종전과 달리 비교적 가까운 지역에서 그 다음의 레벨대가 성장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특히 시스템적으로 비교적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할 때는 이동수단을 무료로 이용 할 수 있도록 하여 이동으로 인한 불편을 덜어주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지역에서 퀘스트를 마치면 다음 레벨링 지역으로 이동 하라는 퀘스트가 주어지고, 비행조련사 oo에게 말하면 무료로 이동시켜주는 식의 퀘스트가 대량 추가 되었으며, 호드 진영 15~25레벨 지역으로 변경 된 아즈샤라의 경우에는 대륙 전체를 빙 두르는 롤러코스터형 이동수단(!)이 설치되어 언제나 종종거리며 뛰어다니던 저레벨의 추억을 상쾌하게 날려버렸다.
이러한 변화는 얼라이언스 진영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추측되는데, 늑대인간으로 플레이 했을 때 초보 지역 이후 발걸음을 딛게 되는 어둠의 해안에도 주요 지점마다 늑대를 공짜로 타게 해주는 NPC가 위치해 있었다.
아제로스 대륙에 변화가 생긴 것은 지역 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호드의 수장인 스랄이 물러나고 가로쉬 헬스크림이 새로운 수장이 되는 등 '역사'도 함께 흐른 것으로, 어쩌면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세계관이 바뀌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역사가 흘렀다는 것은 전체적인 배경 뿐만이 아니라 퀘스트를 통해 느낄 수 있다. 퀘스트에도 많은 변화가 이뤄졌는데,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지만 기존의 아제로스 대륙에서 체험할 수 있는 퀘스트 중 적어도 70% 이상의 퀘스트가 수정되거나 삭제, 추가 된 것으로 생각된다. 퀘스트 공략을 안봐도 깰 수 있을 만큼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필자에게도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플레이 하는 기분이 들었다.
수정 된 퀘스트의 경우, 대륙의 변화로 인해 변경 된 퀘스트도 있지만, 보다 쉽게 수행 할 수 있도록 변경 되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퀘스트의 목표는 그대로지만 수량이 변경 된 경우도 있었고, 목표 자체가 좀 더 쉽게 깰 수 있도록 변경 된 경우도 있었다.
특히 퀘스트의 완료 방식에 '즉석 완료'가 첫 선을 보였다. 모든 퀘스트가 그러한 것은 아니고, 일부 연계 퀘스트의 경우 퀘스트를 깨는 그 자리에서 바로 완료를 하고, 그 다음 퀘스트를 이어서 받을 수 있게 되어, 매번 왔다갔다 하는 수고를 덜게 되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환영할 만 하다.
일례로 가시덤불 골짜기의 네싱워리 주둔지에서 받는 퀘스트 중 <새끼 표범 10마리-표범 10마리-그림자 표범 10마리-표범 왕>을 잡아야 하는 퀘스트에 즉석 완료 방식이 적용되어 처음 퀘스트를 받을 때와 마지막인 표범 왕을 잡고 완료 하러 갈때만 NPC를 만나면 된다. 그런데 이 뿐만이 아니다.
이 곳에서 주는 위와 같은 형태의 퀘스트는 표범 시리즈 외에 호랑이 시리즈, 랩터 시리즈 3종이 있고, 각 개체가 가시덤불 골짜기 북부 전역에 널리 퍼져 있어 계획적으로 몰아서(표범 시리즈만 완료하러 가느니 호랑이 시리즈와 랩터 시리즈도 함께 완료하러 가는게 덜 번거로우니까) 완료하러 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즉석 완료 시스템 덕분에 매우 편해진 것이다.
새로 추가 된 퀘스트 중에는 연출이 가미 된 퀘스트가 대거 추가 되어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예를 들어 꼬마 랩터를 조종하여 줄구룹을 탈출해야 하는 퀘스트, 비행기를 타고 적군을 격추시키는 퀘스트, 은행 금고를 터는 퀘스트, 내가 미끼가 되어 늑대인간 무리를 유인하는 퀘스트 등 사냥이나 수집 외에 캐릭터가 할 수 없는 특별한 행동을 일시적으로 가능하게 함으로써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가 있으며, 잘 다듬어진 연출을 통해 싱글 플레이를 하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퀘스트의 수행 방식이 다양해지고 몰입도가 높아진 것이다.
참고로, 이렇게 쉬워지고 다양해진 퀘스트의 변화는 초반 플레이 때부터 시작된다. 이를 가장 잘 살리고 있는 것이 이번에 추가 된 두 종족이지만, 기존 종족들의 초반 플레이도 변화 되어 어떤 종족을 하던 상관없이 신규 유저라면 더욱 쉽게 게임에 빠져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유저들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워진 WOW의 '신규 유저'인 셈이니까)
캐릭터의 직업도 큰 변화를 맞았다. 직업 내에서 특징을 결정짓는 특성 트리가 전면적으로 개편 된 것으로 인해 특성 자체의 변경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각 특성의 총 특성 포인트가 51점에서 31점으로 재구성 되었다. 이에 따라 10레벨부터 레벨 2당 특성 포인트 1점을 얻게 된다.
특성을 찍기 전부터 3가지 특성 중 하나의 특성을 주특성으로 정한 후에야 특성 트리를 찍을 수 있게 되었으며, 주특성을 정하면 그 특성의 특징을 나타내는 특화 스킬들을 자동으로 습득하게 되어 특성 트리를 사용 할 수 있게 되는 10레벨부터 각 특성의 특징을 체감 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는 특화 스킬을 습득하려면 적어도 40레벨 이상이되어야만 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또, 정해진 주특성에 31포인트를 찍은 후에야 다른 특성에 포인트를 투자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자유도'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10레벨부터 주특성의 특화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만큼 이러한 희생(?)은 감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새로워진 특성 트리를 보면 일단 기존에 비해 상당히 간소화되었기 때문에, 특성 트리의 구성에 대한 고민 - 즉, '이 많은 특성 중 어떤 특성을 찍어야 잘 찍었다고 소문이 날까'라는 부담이 줄어들었으며, 특히 기존에 잘 활용되지 않던 스킬들이 대거 삭제되면서 군더더기가 확 빠진 느낌이다.
이에 대해 '다양성이 적어졌다'고 하는 이용자들도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 사이에서 거의 강제적으로 정해지는 특성 트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성에 대해 운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마법사 중에서도 화염 마법사가 가장 공격력이 좋다고 한다면, 비전 마법사와 냉기 마법사는 공격대에서 특성을 바꾸라고 종용받거나 아예 무시당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화염 마법사를 택하는 것이 순리였다. 즉, 특성이 세 가지나 있어도 사용하는 특성은 '모두 같았다'는 것이다. (물론, 공격대 트리와 투기장 트리는 다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각 특성의 특징이 보다 잘 나타나게 변화되어 어떤 상황에서는 어떤 특성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워낙 방대하다보니 어느정도 '공부'를 해야만 그 특성의 특징을 알 수 있었는데, 간소화 되면서 나타난 장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와 함께, 제어력(가칭)이라는 새로운 능력치가 등장했다. 78레벨 이상의 대격변 지역에 들어가면 제어력을 지닌 장비를 얻을 수 있으며, 직업 상급자에게 제어력을 배우고 나면 제어도 능력치에 따라 전문화한 특성 트리의 보너스가 더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주특성을 냉기로 정한 마법사라면 냉기 특성에 활성화 된 패시브/액티브 스킬들의 효과가 제어도에 비례하여 증폭되는 것이다.
레벨 제한이 85레벨로 상향 됨에 따라 80레벨 이상의 탐험 지역이 추가되었다. '리치 왕의 분노'의 무대였던 노스렌드를 거치고 나면 실종 된 스랄을 찾으러 가다가 수중 세계인 '바쉬르'로 이동하게 된다. 처음에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독특한 세계에 눈이 즐겁지만, 플레이 하면 할 수록 수중 세계가 그리 좋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둥둥 떠다님으로 인한 이동 시의 어중간한 느낌이나 사냥 중에 회복을 위해 음식을 먹지 못하는 불편함(땅에 앉아야 먹을 수 있는데 떠있으므로 먹지 못한다)도 크지만, 깊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심해의 구렁'으로 들어가면 사방의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답답했다. 필자의 경우, 심연을 돌아다니는 도중에는 '미지(未知)에 대한 무서움'을 살짝 느낄 정도였다.
다음으로는 '하이잘 산'으로 이동하게 된다. '하이잘 산'에서는 워크래프트 세계에서 주요 인물 중 하나인 세나리우스를 도와 타락한 정령들을 정화하게 된다. 정령들의 본거지인 만큼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운데, 타락한 정령들로 인해 불타오르는 숲과 황폐화 된 대지 등 대조적인 배경을 감상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지의 정령들이 살고 있는 '심원의 영지'로 이동하게 된다. 데스윙의 부활로 인해 균열이 생긴 아제로스와의 장벽을 보수하기 위한 유물을 찾기 위해 거대한 대지 정령과 토석인들을 돕게 된다. 환상적인 빛을 뿜어내는 광물들과 붉게 끓어오르는 용암구덩이 등이 깎아지른 듯한 바위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대격변을 플레이 해 본 소감은 한 마디로 '놀랍다'는 것이다. 위상 변화를 비롯하여 퀘스트 플로우, 몬스터의 패턴 등 기존의 어느 게임에서도 볼 수 없었던 '연출'들이 돋보이면서 플레이 하면 할 수록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을까'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여기에 새로운 요소들은 물론이고 낮춰진 진입 장벽, 전체적으로 쉬워지고 다채로워진 게임 플레이 등 불타는 성전이나 리치왕의 분노는 아무 것도 아니었음을 여실히 느끼게 되면서, 대격변으로 다시 한번 MMORPG의 선구자(혹은 교본)가 될 것이라 보인다. 현재의 와우저나 과거의 와우저는 물론,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고 싶은 사람, 진정한 대작 MMORPG를 느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대격변을 꼭 한번 플레이 해 보기 바란다.
아제로스에서 나는 탈 것을 탈 수 있게 되면서 '아이언포지 관광'도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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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RPG의 기준을 또 한번 높이다" WOW 대격변 CBT
2010.08.27. 10: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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