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간은 흘러 프로레슬링에 열광하던 사람들도 나이를 제법 먹었고, 국내의 인기도 시들해져 과거와 같은 열기는 느낄 수 없지만, 아직도 그 때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상당 수 있어서, WWE 스맥다운 시리즈가 어느 정도 판매고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과거와 현재의 슈퍼스타 총집합

하지만 과거의 팬들은 현재의 선수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근래에 프로레슬링을 접한 사람들은 WWF 시절의 기억이 없으니 의외로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꾸준히 WWE 프로레슬링을 즐겨 보고 있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 WWF 시절에 좋아했던 세대는 이미 나이가 30대 이상으로 접어들어 프로레슬링 자체에 흥미를 잃은 경우도 많고 말이다.

이 때문에 WWE를 소재로 한 게임들은 주로 젊은 층을 위주로 하여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나 스포츠 게임은 자기가 아는 선수들이 많을 수록 해당 스포츠에 대해 더 애착을 가지게 되는 만큼, 최근의 낯선 이름들이 잘 적응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물론 올스타 형태로 만들어진 게임이기에 모든 선수들이 등장하지 않고 핵심적인 선수들만 수록되었다는 점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나오지 않는 일이 벌어질 수는 있지만, 역대 WWE의 빛나는 스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아쉬움이 상쇄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만일 프로레슬링을 좋아했던 게이머라면 충분한 메리트가 있는 작품일 것이고 말이다.

특히 헐크 호건과 워리어, 마초맨 등이 오랜만에 등장하여 참으로 인상적인데 얼마 전 접한 마초맨의 사망 소식을 생각하면 게임으로나마 전성기 시절의 마초맨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에게는 더욱 소중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표지에는 WWF 시절을 대표하는 헐크 호건과 현재 WWE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존 시나가 나란히 등장한다.

올스타즈는 스맥다운 VS 로우로 익숙한 THQ가 퍼블리싱 하는 만큼 전반적인 퀄리티는 나쁘지 않지만, 비주얼에 있어서는 이전 작품들에 비해 디테일이 다소 떨어지는 인상이다. 그래도 과거 레전드들의 경기 화면을 감상할 수 있고, 레전드들의 모델링도 실물과 닮아 있는 만큼 아쉬움이 아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특히 각 선수들의 시그네쳐를 디테일 하게 적용해 과거의 느낌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게임 상에서 선수들의 특징적인 기술들을 사용할 경우 어느 정도의 연출이 동반되면서 보다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선수 등장신이나 버릇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잘 구현되어 있기에 이를 살펴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덕분에 WWF 시절의 팬들이 지금의 팬들보다 더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보다 과장된 기술 표현 또한 그러한 즐거움을 높여 주는데, 다만 이러한 점은 취향에 따라선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듯 보인다.

새로운 요소들이 등장해 신선함을 더하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리버스는 이번 작품에서 가장 독특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상대가 공격을 걸 때 정확한 타이밍에 L1 버튼을 눌러 주면 상대의 기술을 이용해 반격하는 연출이 펼쳐진다.

리버스와 더불어 시그네처 무브에 대한 언급도 빼놓을 수 없을 듯 하다. 시그네처 무브는 공격이나 적절한 반격 등을 통해 차오르는 게이지를 이용해 선수 별로 준비된 강력한 시그네처 기술들을 사용하는 것으로, 비주얼과 성능은 물론이고 해당 선수의 오리지널 기술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 외의 기술들도 제법 충실히 재현하고 있지만 시그네처 무브를 이용한 기술과 각 선수들의 피니시는 상당히 싱크로율이 높다.

올스타즈 자체가 신구를 아우르는 다양한 선수들이 등장하고 있어 이것 만으로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지만 그에 못지 않은 다채로운 모드가 존재한다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을 준다. 다양한 인원으로 경기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스틸 케이지나 익스트림 룰 매치 등 색다른 방식도 준비되어 있는 것.

여기에 온라인 플레이와 자신만의 레슬러를 만들어 게임에 참여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정통 스맥다운 시리즈와 비교하면 부족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 경기에 등장하는 최고 인원은 4명으로 한정되어 있고, 로얄 럼블이나 태그 매치는 존재하지 않으며, 경기장의 수도 그리 많지 않다.

중간 중간 대화 이벤트 등이 있어 일반적인 대전 게임의 메인 모드와 비슷한 느낌으로 플레이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드는 결코 올스타즈의 메인 모드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보다 판타스틱 한 ‘판타지 워페어’ 모드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전하는 슈퍼스타들의 실제 플레이 영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스맥다운 VS 로우’시리즈에 비해 게임 퀄리티가 조금 낮은 느낌이 있어도 눈길이 가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신구의 어우러짐 때문이다. 물론 과거에 이와 비슷한 게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WWE 올스타즈’는 그 중에서도 가히 백미라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보면 본 게임은 부족한 부분이 많은 작품이다. 비주얼 퀄리티도 스맥다운 시리즈에 떨어지는 느낌이 들고, 그 외에 몇 가지 아쉬운 부분들이 있어 완성도 역시 높다고 하기는 힘들다. 올스타들이 출동한다는 취지와는 달리 30여 명이 조금 넘는 선수의 수도 그리 충분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들을 상쇄시킬 만큼 올스타들이 등장하는 게임의 느낌은 꽤 좋다. 기존 스맥다운 시리즈의 조작에 만족감을 느끼는 게이머라면 올스타즈의 조작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올스타즈 자체가 스맥다운과는 판이하게 다른 게임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