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로젝터가 처음으로 등장한 2011년부터 지금까지 LCD, DLP, SXRD 진영은 각자의 방식으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점유율을 높여오고 있다. 하지만 프로젝터라는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선택의 여지 없이 셔터글래스 방식의 3D 방식만을 사용해야 했다. 물론, LG에서 선보인 편광방식의 3D 프로젝터가 있었지만 가격이 현실적이지 않아 대중에게 어필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 LG 전자가 지난 2010년 선보인 편광방식의 3D 프로젝터 CF3D

셔터글래스 방식의 3D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반면, 영화 한편 기준으로 약 2시간 가량 시청해야 하는 디스플레이 기기의 특성상 고유의 플리커링(깜빡임)과 크로스토크,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밝기 등 3D를 위해 포기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러한 약점을 커버해 줄 편광방식의 3D 프로젝터의 출시가 더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 직시형 디스플레이 기기와 달리 프로젝터로 평광방식 3D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2대의 프로젝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젝터의 구입 예산은 2배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고, 여기에 더해 3D 전용 스크린과 설치의 어려움 등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기에는 많은 장벽이 있다.

▲ 편광방식 3D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2대의 프로젝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3D 프로젝터의 가격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컨셉트의 편광방식 3D 프로젝터가 등장했다. 오늘 소개하는 엡손의 'EB-W16SK'가 그것이다. 이 제품은 기본적으로 편광방식 3D를 구현하기 위해 스택을 위한 2대의 프로젝터와 설치를 용이하게 하는 전용 브래킷, 편광필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의 프로젝터로 편광방식 3D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등이 필요했다. 이들 모두를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한 엡손의 신제품은 향후 3D 프로젝터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EB-W16SK는 어떤 제품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기존에 출시한 제품을 활용한 시스템

엡손의 EB-W16SK를 구성하고 있는 프로젝터는 셔터글래스 방식의 3D 프로젝터 EB-W16 2대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었다. 이런 패키지만을 위한 별도의 제품을 출시하기에는 아직까지 편광방식 3D 프로젝터의 시장의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사양은 EB-W16과 동일하다. EB-W16은 1,280×800 해상도의 3LCD 패널과 3,000안시루멘의 밝기, 5,000:1의 명암비를 제공한다. 사양만 봐서는 평범한 제품이다. 특히, 해상도나 밝기를 보면 이 제품이 홈시어터용 제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엡손 역시 이 제품을 사무실, 교실, 박물관, 전시장 등에 사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 EB-W16SK 전면

EB-W16SK는 2대의 프로젝터를 전용 브래킷에 고정하여 스택하여 투사하는 방식으로 편광방식 3D를 지원한다. 단품인 EB-W16과 다른점이 있다면 렌즈 전면에 편광필터를 부탁하고 있다는 점이다. 편광방식 3D의 구동원리가 블루레이 타이틀 패키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렌티큘러 방식과 같다는 점에서 전면의 편광필터는 3D 영상의 좌우를 구분해 주는 역할을 한다. 브래킷은 천장과 바닥에 모두 설치할 수 있으며 프로젝터를 스택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런 브래킷이 없으면 프로젝터를 스택하는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브래킷은 많은 편의를 제공한다. 언뜻 보기엔 다소 약해 보일 수 있지만 프로젝터의 무게가 개당 2.7kg에 불과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는 수준이다.

▲ EB-W16S 후면

후면에는 각종 소스입력을 위한 입력단자를 제공한다. 상단에 위치한 프로젝터가 커맨더, 하단의 프로젝터가 리시버의 역할을 한다. 두 제품은 USB A-B 케이블로 연결하며 HDMI 신호는 소스기기에서 나오는 1개의 HDMI 신호를 분배기를 통해 각각에 프로젝터에 입력해야 한다. 이외에 D-Sub RGB 입력/출력 단자와 컴포지트, S-Video, 음성 입/출력 단자를 제공하며, 2W 모노 스피커를 내장하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프로젝터에 내장된 스피커를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스택으로 연결하면 양쪽 프로젝터에서 모두 소리가 난다는 점이다.

▲ EB-W16SK에 함께 제공되는 스택용 브래킷과 USB A-B 케이블

OSD 메뉴는 다른 엡손의 프로젝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홈시어터용 프로젝터에 비해서는 설정항목이 많이 빠져 있다는 점은 아쉽다. 특히, 스택으로 연결했을 때 밝기, 명암비, 색상 등의 기본적인 화질 조정메뉴 조차 지원하지 않는다. 아마도 두 기기의 싱크 문제 때문이라 생각된다. 각각의 프로젝터에 HDMI 단자를 연결하고 전원을 켜면 가장먼저 화면을 맞추는 세팅 화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포커싱과 화면크기를 맞추면 된다. 여기에서 완벽하게 맞지 않았다면 별도의 설정메뉴를 통해 세부적인 화면 맞춤이 가능하다. 또한, 영상을 보다가 화면이 맞지 않는 것 같다면 언제든지 '스크린 핏(Screen Fit)' 메뉴를 호출하여 다시 맞출 수 있다. 실제 화면을 맞추는 과정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수준이었다. 만약 렌즈시프트를 지원했다면 맞추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 EB-W16SK 메뉴

▲ 스택화면 설정 메뉴

▲ EB-W16SK 리모컨

리모컨은 전형적인 데이터급 프로젝터의 모습이다. 백라이트를 지원하지 않으며, 크기도 작아 그립감도 썩 좋지는 않다. 하지만, 사용에는 크게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한대를 사용하는 듯한 유지보수의 편의성

프로젝터 2대를 함께 사용하다 보니, 유지보수 측면에서 한대를 사용하는 것보다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엡손은 이 경우도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두 대를 사용해도 필터나 램프를 교체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하고 있다.

▲ EB-W16SK의 필터 교체

▲ EB-W16SK의 램프 교체

전용기로 손색이 없는 밝고 편안 3D 영상

EB-W16SK는 홈시어터 전용 제품은 아니지만, 3D 콘텐츠를 즐기는 데 부족함 없는 성능을 보여준다. 특히, 직시형 디스플레이 기기의 경우 편광방식 3D를 보기 위해서는 해상도를 손해 보아야 하지만, 물리적으로 2대의 프로젝터로 구현하는 편광방식의 3D는 비록 720p 해상도이기는 하지만 해상도의 손실 없이 3D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게다가 3,000안시루멘의 밝기를 자랑하는 제품 2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밝은 영상은 왠만한 가정 환경에서도 차광 없이, 또는 주간에도 밝은 영상을 즐길 수 있다.

▲ 안경 없이 촬영한 영상(상), 안경을 두고 촬영한 영상(하)

엡손 측이 제공한 밝기 실측 데이터에 따르면 3,000안시루멘 밝기의 LCD 프로젝터와 비교하여 EB-W16SK는 3D 영상에서 무려 17배 밝은 영상을 보여준다. 또한, 3,000안시루멘의 DLP 프로젝터 2대를 스택한 것에 비해서도 1.7배 밝다고 밝히고 있다. 셔터글래스 방식이나 편광방식 모두 3D 영상을 구현함에 있어 안경 착용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밝기의 저하는 피할 수 없는 과제였다. 하지만, 스택을 통해 밝기를 극대화 한 EB-W16SK 같은 제품을 통해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비록 높은 휘도로 인해 암부 표현력의 부족함이나, 1,280×800의 패널로 인한 해상력의 부족함도 밝고 편한 3D를 통해 상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 EB-W16SK에 제공되는 편광방식 3D 안경

마지막으로 2D 화질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냥 무난하다. 휘도가 높아 블랙이 깊지 못하지만, 밝은 밝기를 통한 밝은 영상의 표현력은 대체로 무난하다. 다만, 영상 세부 조정 항목이 빠져있다는 점은 2D 영상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재한 것 같아 아쉬웠다. 컬러표현은 LCD 프로젝터답게 화사하고 생기가 넘친다. 스택으로 밝아진 밝기는 주광에서도 프로젝션 TV 이상의 밝기를 제공하여 거실의 TV 대용으로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은 수준이다.

▲ EB-W16SK의 2D 화질은 대체적으로 무난한 편이다.

밝기를 앞세운 3D 전용기

EB-W16SK는 물리적으로 프로젝터 2대를 스택하여 편광방식 3D를 구현한 최초의 패키지 제품이다. 편광방식의 장점만을 이어받은 제품으로 셔터글래스 방식의 그 어떤 프로젝터와도 비교되지 않는 밝고 편안한 3D 영상을 제공한다. 리뷰를 진행하면서 공간만 확보된다면 3D 전용기로 들여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만 아직 해상도가 720p로 부족하고, 3D 전용 실버스크린를 사용해야 하는 등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화면의 3D 영상을 눈이 편안하고 밝게 즐길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러한 단점은 충분히 극복할만하다. 비록 이 제품이 홈시어터 전용기는 아니지만 프로젝터 시장이 대중화되어 - 물론 쉽지 않겠지만 - 홈시어터 전용의 편광 방식 3D 프로젝터 패키지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