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우리나라 기업들이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이들 업체들은 오래전부터 해외 사업을 하고 있었지만, 해외에서도 영업을 했던 것이지, 해외에서 인정받은 것은 2000년 이후부터입니다.
흔히 일본 경제가 이이도코토리(良いとこ取り)식 발전을 이루었다고 평가하는데, 우리나라 기업 역시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현재 글로벌 기업이 된 국내 기업들은 초창기 해외 선두 업체들의 기술을 그대로 들여오거나 비슷한 제품을 모방해서 찍어내는 수준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기술력을 축적해왔고, 어느정도 규모의 경제가 달성된 뒤부터는 핵심 경쟁력을 키워서 현재 위치까지 도달했습니다.
현대기아차 경우 자동차의 핵심 경쟁력인 파워트레인 부문에 지속적인 투자와 해외 현지 공장의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세계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확보했습니다. 현재 글로벌 기업으로 인정받게 된 현대기아차의 위치는 그동안 맡은 바 업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기술 후진국, 후발 업체의 설움을 참고 이겨내 온 수 많은 가장들의 희생과 노력이 모아진 결과 입니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현대기아차는 기존의 저가차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럭셔리 시장 진출을 준비합니다. 현대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창세기를 뜻하는 제네시스(Genesis)를 2008년 출시했고, 5년만에 2세대 모델을 출시합니다. 제네시스는 여러가지 부분에서 기존 현대차 모델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동안 1세대 그랜저, 에쿠스 등의 개발에 일본 미쓰비시와 협력을 해왔지만, 제네시스에는 처음부터 럭셔리 세단 시장을 겨냥해 후륜구동 기반으로 3.3리터 V6 MPI 람다 엔진, 3.8 V6 MPI엔진을 적용했습니다. 2008년 1월 북미오토쇼에 출품된 제네시스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주목을 받았으며, 실제 판매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당초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도요타 렉서스, 혼다 아큐라처럼 별도의 브랜드로 운영하려고 했지만, 현대차의 고급 모델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2013년 11월 공개된 2세대 제네시스는 1세대 모델의 단점을 개선하고, 프리미엄 차량으로 인정받고 있는 독일 세단과 경쟁을 위해 개발됐습니다.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를 BMW 5시리즈 경쟁모델로 주행성능과 감성 부문을 개선했습니다. 실제 주행성능 부분에서는 국내외에서 국산 자동차들의 단점으로 지적받아 왔다는 고속 주행성능 부분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미 제네시스는 2번에 걸쳐 주요 내용에 대해서 살펴봤기 때문에, 시승기로 바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신형 제네시스 외부는 육각형의 대형그릴, 몸체 안쪽까지 깊게 파인 후미등이 포인트입니다. 특히 화살표 모양으로 나눠져서 발광하는 후미등은 다른 차량에서 볼 수 없는 매우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넓은 후드와 2열 탑승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트렁크까지 최대한 이어지는 천장은 볼륨감을 극대화 했습니다.
1세대 제네시스 경우 준대형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무게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 제네시스는 차체도 커졌을 뿐 아니라 볼륨감도 잘 나타냈습니다. 각 부문별로 보면 준대형 세단에 맞게 신경을 쓴 부분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짧은 전륜 오버행 경우 무게감이 중요한 세단에서 가벼운 느낌을 줄 수 있는데 반해, 차축거리를 늘리고, 탑승공간을 확대해 상쇄했습니다. 차체 측면을 가로지르는 선은 시원하게 후미등까지 이어지며, 후드에도 두 개의 선을 균형감 있게 배치했습니다. 대형 그릴과 큰 전조등은 남성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전면은 전조등과 안개등 LED, 대형 그릴로 강렬한 인상이 부각됩니다. 최근 LED의 사용은 자동차 업계의 일반적인 유행처럼 됐고, 변형할 수 있는 대부분의 디자인이 나왔기 때문에, 각 브랜드마다 고유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직선은 이제 모두 다 사용해버린 것 같고. 복잡하지 않으면서 브랜드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LED가 광범위하게 적용되면서 브랜드 뱃지보다 LED 디자인이 강조되기도 합니다.
제네시스는 BMW 5시리즈(길이 4,907 X 폭 1,860 X 높이 1,464mm, 휠베이스 2,968mm) ,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4,880 X 1,855 X 1,470mm, 2,875mm) 등에 비해서
큰 차체(4,990 X 1,890 X 1,480mm, 3,010mm)를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게가 1,900kg으로 BMW 528i(,1625kg), 메르세데스벤츠 E300(1,735kg)에 비해 15% 가량 무겁습니다.(배기량의 차이를 감안해야 하겠지만)
긴후드와 탑승공간의 비율은 잘 어울어져 있습니다. 스파이샷을 통해서는 제네시스가 아우디 A7과 같은 형태의 C필러를 적용할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디자인은 전통 세단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전면 디자인은 전조등과 그릴 LED가 너무 부각되어서 인상이 지나치게 강해보입니다. 이 때문에 중장년층에서는 제네시스의 디자인이 중형세단보다는 스포츠세단 쪽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지나치게 눈코입이 너무 강조되어서 잘생겼기 보다는 부담스럽게 보이는 것입니다.
현대차 측에서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측면 중앙의 직선은 BMW를 연상케 합니다. 손으로 위 아래를 가리고 보면 이 차가 어떤 차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승용차 디자인은 엔진룸, 탑승공간, 트렁크로 나눠진 고정된 환경에서 최대한 독창성을 만들어 내는 어려운 작업입니다. 하지만 그 제한된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 내는 것이 디자이너의 몫인데, 이전세대 제네시스의 독창성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몇 몇 부분은 다른 브랜드 특정 모델과 너무 비슷한 느낌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후미등의 디자인에 대해서 호감을 보이는 분과 비호감을 보이는 분이 나뉘지만, 독창성 부문에서는 제네시스를 가장 잘 표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포츠 세단 수준의 전륜 오버행이 인상적입니다. 제네시스의 방향성이 어떤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기본 18인치 휠 디자인은 휠에 대한 관심이 높은 사람도 별도 튜닝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디자인 됐습니다.
실내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 후륜을 최대한 트렁크쪽으로 배치했습니다. 트렁크가 중형세단과 큰 차이는 없지만, 덕분에 실내공간은 후륜 구동임에도 불구하고 꽤 넓은 공간이 확보되어 있습니다.
듀얼 팁 머플러도 깔끔하게 잘 마무리되어 있습니다.
제네시스는 이전 세대에 비해 대부분 수치가 모두 증가했지만, 트렁크 공간만은 줄어들었습니다. 트렁크 용량은 433리터로 1세대 450리터에 비해 17리터 줄어들었고, 후륜을 최대한 뒤로 배치해, 트렁크 안쪽 공간은 일반적인 수준입니다. 자동차 업체들이 항상 강조하는 골프백 4개 수납은 가능하지만, 넉넉하게가 아닌 신경써서 배치할 경우 가능합니다.
세단 경우 실내공간과 트렁크도 반비례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의 용도에 따라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 다 크게 할 수도 있지만, 연비와 주행성능 부분을 감수해야 합니다. 트렁크가 큰 차량을 원하신다면 크라이슬러 300C나 포드 토러스 등 미국 차량을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예비타이어와 관련 공구입니다. 배터리를 함께 배치해 전후 무게 배분에 신경쓴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주행성능에서 전후 무게비와 무게 중심을 낮추려는 노력 등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반 수준을 넘는 주행상황, 극한의 주행상황에서는 조금의 차이가 전체 성향을 좌우할 정도로 작용합니다.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을 추구하는 BMW가 왜 아직까지 전후 무게비를 5:5로 맞춰려고 병적일 정도의 집착을 하는지도 주행 부문에서 무게비가 가진 중요성을 나타내주는 부분입니다.
내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반적인 세단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RPM과 속도계를 양쪽으로 크게 배치하고 중앙에 자동차 정보를 나타내는 LCD를 적용한 계기판, 중앙을 기준으로 ‘U'자 형이었던 센터페시아는 운전석을 향해 비스듬히 누운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중앙 송풍구가 엇갈려서 디자인 된 것이 독특하며, 맨 위부터 내비게이션과 공조 조작부문, 미디어 조작부문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센터페시아 중앙의 아날로그 시계와 비상등 버튼, 변속레버의 디자인이 아쉽지만, 전체적인 내부 구성과 소재, 마감은 이전 세대와 비교해 크게 개선됐습니다. 제네시스 센터페시아의 중심은 아날로그 시계인데, 아무런 표식도 없고, 디자인도 평범합니다. 시계가 시간만 알려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제네시스가 세계 명차와 경쟁하는 럭셔리 세단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가장 아쉬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제네시스가 타깃으로 하는 소비자 층이라면 기능 뿐 아니라 자기만족에도 많은 신경을 쓰는 분들이 많을텐데, 작은 부분이지만 시계 전문 브랜드와 협력해서 좀 더 세련되게 디자인을 하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제네시스 내부에서 변속레버, 스티어링휠과 함께 옥의 티로 꼽을 수 있습니다.
실내공간은 준대형 세단에 걸맞게 성인 4명이 충분히 탑승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 있습니다. 2열 중간에도 탑승은 가능하지만, 후륜의 구조상 하단 부분이 튀어나와 있어서 장시간 탑승은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상위 트림에는 2열 탑승자를 위한 좌석 위치 조절, 통풍시트 기능도 탑재돼있습니다. 2열 탑승자를 위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경우 깔끔하기는 하지만 너무 두꺼워서 활용성이 떨어집니다. 2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위해서는 250만원이 추가로 듭니다.
실내 소재와 마감은 이전 세대에 비해서 많은 개선이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내장재에 대한 불만이 컸는데, 이번 세대에서는 가죽, 우레탄, 플라스틱 등을 적절히 잘 조합했으며, 군데 군데 알루미늄 소재도 적절하게 적용 했습니다. 탑승자의 손이 가장 많이 닿는 버튼 류의 소재도 개선됐습니다.
시트 디자인과 기능은 럭셔리 세단에 맞게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파워시트 버튼의 마감이 좀 걸리지만 전체적으로 장시간 운전을 해도 편안하도록 각 부분의 무게를 골고루 배분해주고, 장시간 착석시에도 가죽 늘어짐이 도드라지지 않도록 잘 구성돼 있습니다. 다만 가죽 질감 부분에서는 독일 주요 브랜드 대비 감성적인 부분이 다소 떨어지는데, 실내에서 탑승자가 가장 많이 접촉하는 부분인만큼 질감 부분에서도 럭셔러 자동차다운 감흥을 제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체적인 내장재 소재와 마감은 그랜저와 확역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변형된 4포크 형태 스티어링 휠은 파지하기도 편하고, 계기판은 시원하게 배치되어 있어 주행 중에도 차량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일반적인 세단 형태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럭셔리라는 이미지에 위배되는 스티어링 휠의 감촉과 유광 변속기 레버, 시계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기본 트림의 트립컴퓨터로도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시인성도 좋지만, 제니시스를 대표하는 개성은 다소 부족해 보입니다. 이제 제네시스도 계기판만 봐도 어떤 브랜드 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자신만의 디자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변속레버 주위도 깔끔하게 잘 마무리 되어 있습니다.
변속레버 하단에는 드라이브 모드 선택 버튼, 온열, 송풍시트 버튼, 스티어링휠 열선 기능, 주차 세서 버튼 등이 있습니다. 버튼을 작동시켰을 때 표시하는 등을 좀 더 세련되게 하면 좋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컵홀더와 작은 수납함입니다. 수납함 안쪽에는 USB 단자와 AUX 단자, 2개의 시거잭이 있습니다. 제네시스를 비롯해 향후 출시되는 차량에는 1열에 스마트폰을 충전, 수납해야하는 공간을 추가로 확보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운전자와 탑승자가 음료를 안들고 타는 일은 있지만, 스마트폰을 안들고 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음성지원 내비게이션입니다. 전화걸기, 라디오 선국 등 주요 기능을 음성만으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 목적지 안내 기능 경우 IT제품에 익숙하지 않은 노령층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국내 실정에 맞는 안내와 지도를 탑재한 인포테인먼트 부문은 현대기아차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의 수납함은 길고 넓어서 꽤 많은 물건을 수납할 수 있습니다.
내부는 2단으로 수납이 가능합니다. 가운데를 중심으로 좌우로 열리는 커버는 BMW를 벤치마킹했군요.
글로브 박스 수납함입니다.
폭이 넓지만, 내부 공간은 그리 넓지 않습니다. 차량 설명서와 간단한 소품 정도 수납이 가능합니다.
2열 탑승자에게도 충분한 개방감을 주는 파노라마 썬루프입니다. 모든 트림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2열 문 안쪽입니다. 내부 수납함은 폭이 좁아서 활용성이 떨어집니다.
2열은 중앙 하단의 돌출부에도 불구하고 꽤 넓은 공간이 확보되어 있습니다. 성인 2명이 여유롭게 앉을 수 있으며, 무릎공간과 머리 위공간도 충분합니다. 르노삼성차 SM7은 일반적인 세단보다 훨씬 시트포지션이 높고 등받이 경사가 급하게 되어 있는데, 두 차량을 비교하면 절대적인 공간의 차이보다 체감공간의 차이는 꽤 큽니다.
2열 등받이 각도가 완만하고, 좌석이 안쪽으로 깊게 파여 있기 때문에 공간을 더 넓게 확보했습니다. 디자인 때문에 기대어 앉기보다는 주저앉는 형태가 됩니다.
1열 시트를 뒤로 최대한 민 상태에서도 위와 같은 여유 공간이 확보될 정도로 2열 시트 무릎 공간은 충분합니다. (참고로 시승자 174cm, 70kg 기준)
2열 송풍구 입니다. 하위 트림이라서 송풍구 외의 편의 장치는 배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후륜구동 구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열 중앙 하단은 돌출부가 있습니다. 인피니티 G시리즈 처럼 올라타야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2열 중앙에 성인이 탑승하기에는 아무래도 불편합니다.
2열 탑승자를 위한 인포테인먼트 조작 부입니다. 1열 동승석의 위치를 조작할 수 있으며, 인포테인먼트 관련 주요 기능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컵홀더도 실용적으로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실내등 부분은 이전 제네시스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썬글래스 수납함, 하이패스 기능을 탑재한 룸미러도 배치되어 있습니다.
3.3 V6 모델은 282마력/6,000rpm, 35.4kg.m/5,000rpm, 연비 9.4km/l(도심 8.1km/l, 고속 11.7klm/l), 3.8 V6 모델은 315마력/6,000rpm, 40.5kg.m/5,000rpm, 연비 9km/l(도심 7.7km/l, 고속 11.3km/l)를 발휘합니다. 여기에 4륜구동 옵션을 선택하면 공인 연비는 7%가량 줄어듭니다. 제네시스는 현대차 최초의 4륜구동 세단이고, 모든 트림에서 250만원만 추가하면 탑재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실제 구매자들이 HTRAC 옵션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3.3V6와 3.8 V6의 동력성능은 수치상으로 15% 가량 차이가 나는데, 실제 체감 성능의 차이는 그보다 큽니다. 무거워진 차체로 인한 출력의 간극이 크기 때문에 3.3 V6와 3.8 V6는 아쉬운 출력과 적당한 출력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일반적으로 3리터 이상 V6 300마력 내외의 엔진이 탑재된 세단의 경우 차체의 한계가 아쉬울 정도로 여유로운 출력이 느껴져야 하는데, 제네시스 3.3은 282마력, 35.4kg.m 토크의 여유로움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3.8 V6 모델 경우에는 정차시에서 출발시 부드럽게 가속이 이어진 반면, 3.3 V6는 경쾌한 출발과 거리가 멉니다. 일단 가속이 붙으면 60km/h 이상부터는 주행성능에 대한 부담은 상당히 줄어들지만, 저속 구간에만 돌입하면 차가 무겁다는 것이 바로 느껴졌습니다. 이는 이전 3.8 V6 시승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부분입니다.
초반 응답력의 부담스러움과 달리 고속 주행 안정성 부문은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일반적으로 준대형 세단 운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100~150km/h 구간 뿐 아니라 현대차(차종 불문)에서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웠던 180km/h 구간까지도 '차체가 뜨는 느낌' 없이 제대로 컨트롤 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2세대 제네시스의 고속 안정성은 기존 모델 대비 큰 향상점을 보여주었습니다. 고속에서의 안정적인 주행 성능은 상위 모델인 현대차 에쿠스와 기아차 K9과 비교해도 확연한 차이가 느껴질 정도였으며 지금까지 현대자동차에서 좀처럼 경험할 수 없었던 부분에 해당합니다.
제네시스는 에코모드, 일반모드, 스포츠모드 3가지 주행모드를 제공합니다. 각 모드별로 가속페달의 반응성이 달라지며 에코모드 경우 최대한 낮은 RPM을 사용하도록, 반대로 스포츠모드에서는 고속 영역의 RPM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모드 경우 제네시스의 달라진 주행성능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습니다.
서스펜션 답력은 기본적으로 부드럽게 셋팅되어 있기 때문에 고속 코너링시 쏠림 현상이 여지 없이 발생하지만, 향상된 차체 강성이 서스펜션의 무딘 답력을 상당부분 상쇄시켜주는 느낌이며 반박자 늦게 반응했던 핸들링 역시 보다 나은 응답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무거운 차체와 제원 대비 만족도가 떨어지는 동력 성능, 여전히 무른 답력의 서스펜션 등 스포츠 주행을 만끽할 수 있을만큼 역동적인 느낌까지는 주지 못했지만 1세대 모델의 가벼운 주행감 및 고속 영역에서의 불안한 느낌이 확연하게 개선되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주행 감성이 독일 브랜드의 대표 모델을 벤치마킹한 결과라고 강조하지만, 시승자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볼보 S80의 주행 감성과 비슷(구동 방식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하다고 보여집니다. 볼보 S80의 경우 부드러운 하체 특성을 뛰어난 차대 강성이 보완해주며 우수한 전후 밸런스를 바탕으로 뛰어난 고속 주행 안정성을 제공하는데, 2세대 제네시스 역시 S80 특유이 느낌이 어느 정도 재현되어 있는듯 했습니다.
반면 스티어링휠 답력 부분은 좀 더 세련된 느낌으로 다듬어질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정차 또는 저속에서 가볍고 편하게 움직이는 느낌은 좋지만 고속 주행시 충분한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아 높아진 고속 안정감과 대비를 이룹니다. 특히 고속 주행시 지속적인 보정을 해주어야 하는 불편감이나 220km/h 이상에서 감지되는 미세한 떨림 현상, 계기반, 운전자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는 어정쩡한 포지션 등은 개선을 요하는 부분입니다.
브레이크 부분은 개선을 필요로 합니다. 급제동시 노즈다이브 현상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무거운 차체를 확실히 컨트롤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초반 답력은 무난하지만 중후반까지 이를 끌고 가지 못해 급제동시 밀리는듯한 느낌을 주는데, 운전자로 하여금 빠른 제동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초반에 전체 답력의 70% 이상을 집중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반복 제동시 디스크 열화에 따른 제동력 저하까지 겹쳐져 제네시스 3.3 모던 후륜 구동 모델의 제동 시스템에 대한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낮았습니다.
시승 모델은 가장 저렴한 모던 트림이며 후륜 구동 방식이기 때문에 전륜에 4P 방식(3.3 HTRAC에 기본 탑재)이 아닌 2P 방식의 캘리퍼가 적용되어 있으며 로터 사이즈 역시 320mm 벤틸레이티드 타입으로, 3.3 HTRAC의 330mm보다 사이즈가 좀 더 작습니다.(참고로 3.8의 경우 전륜 4P 방식에 로터 사이즈가 345mm로 커집니다.) 리어는 전 모델이 314mm 솔리드 타입의 로터를 사용하며 1피스톤 캘리퍼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브레이크 부분에 대한 보완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3.3HTRAC 모델 이상을 선택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엔진룸에 차대 강성을 보강하기 위해 임팩트바가 설치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엔진룸에 흡음재도 꼼꼼하게 잘 마무리해서 소음과 진동도 상당부분 억제했습니다. 정차시 엔진 정지 기능은 없지만, 소음과 진동 부분에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을 정도로 NVH는 잘 설계되어 있습니다.
주행성능을 강조하기 위해서 늘어난 체중은 고스란히 연비 부문의 마이너스로 이어집니다. 2세대 제네시스 3.3의 공인 연비는 리터당 9.4km이며 사륜 구동 모델의 경우 이보다 낮은 8.8km/l의 연비를 내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배기량이 높은 3.8리터 모델의 경우 후륜 모델이 리터당 9km, 사륜 구동 모델이 리터당 8.5km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시승 기간동안 총 400km 가량 거리를 주행했으며 공교롭게도 시승 기간이 비가 오는 시기와 맞물려 약 100km 정도만 오토기어 메뉴얼에 맞춰 주행이 이루워졌고 나머지는 일반 운전자의 환경과 크게 다르지않은 패턴으로 주행이 진행되었습니다. 일단 400km 거리를 평속 32km/h 정도로 주행했을 때, 트립 컴퓨터에 표시된 누적 연비는 6.5km/l를 나타냈으며 실제 소모된 연료는 리터당 6km 초반을 나타냈습니다.
약 100km 정도의 거리를 오토기어 메뉴얼에 맞춰 주행했을 때의 누적 연비는 리터당 5km 내외였으며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정체 구간에서는 누적 연비는 3km/l대로 떨어졌을만큼 연비 효율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외곽 도로에서 평속 70km/h 내외로 연비 주행을 할 경우 일시적으로 12~13km/l 수준의 연비도 기록했지만, 이는 제네시스보다 체급이 큰 대형 세단으로도 쉽게 낼 수 있는 수치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종합적으로 볼 ? 도심의 일상적인 환경에서 무난하게 차량을 운행할 경우 평균 6km/l 대의 실연비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고 고속 주행 비율이 높다해도 7km/l에서 8km/l 사이의 실연비를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트림마다 차이는 있지만, 제네시스는 현재 자동차 업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편의사양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G380 프레스티지 트림부터는 이중접합유리, 후측방 경보시스템, 진동경고 스티어링 휠,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시스템, 고스트도어클로징(소프트도어 클로징) 등이 포함되며, 뒷좌석 듀얼모니터(250만원)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최상위 트림에는 앞차와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도 포함됩니다. 2년간 무료로 제공되는 텔레매틱스 서비스인 블루링크 2.0은 외부에서 도어, 트렁크 열림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원격 공조제어 기능도 가능합니다.
내비게이션도 기본 8인치 내비게이션에, 9.2인치 블루링크 2.0 지원 내비게이션을 선택할 수 있으며, 헤드업 디스플레이, 주차보조기능 등도 제공됩니다. 기본적인 편의사양 대부분이 기본 트림에서도 지원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USB, 블루투스 지원, 스마트폰 연동 기능, 1열 2개의 시거잭 등 확장성이 좋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내비게이션 경우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 뿐 아니라 동급 차량 중 가장 사용하기 편리하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합니다. 현대기아차의 내비게이션은 2007년 이후 가격을 낮추고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경쟁사보다 상당히 앞서 있습니다. 아마 이같은 상황은 애플 카플레이와 같이 스마트폰과 능동적으로 연동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USB 케이블을 직접 연결하는 것 뿐 아니라, 블루투스 연동 등도 매우 편리하게 되어 있습니다.길안내 뿐 아니라 멀티미디어 연동도 매우 편리합니다. 단, 편리하고 좋은 기능에 비해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폰트 등은 럭셔리 세단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아마도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 UX전문가가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후방 주차 카메라입니다. 가이드 선이 표시되며, 주차보조 기능도 지원합니다. 럭셔리 세단 다운 구성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저 그래픽도 바뀔 때가 된 것 같은데 여전히 이전과 큰 차이 없는 알록달록한 색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스티어링휠 조향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도 프레임이 떨어져서 조악해 보입니다.
제네시스는 배기량에 따라 G330, G380 두 가지로 나눠집니다. G330은 모던(4,660만원), 프리미엄(5,260만원) 트림, G380은 익스클루시브(5,510만원), 프레스티지(6,130만원), 파이니스트 에디션(6,960만원)으로 나뉘며, 최상위 모델인 파이니스트 에디션에 4륜 구동 방식(HTRAC)과 썬루프를 포함하면 최고 7330만원까지 높아집니다.
2열 듀얼모니터 시스템을 선택하려면 G330에서는 프리미엄 트림을, G380에서는 프레스티지 트림 이상을 선택해야 합니다. 다른 현대차 모델들이 여러가지 옵션을 트림마다 제한을 둔 것과 달리 제네시스는 G330, G380 모두 트림의 제한이 크지 않으며, G330 모던트림에서는 18인치 휠과 1열 송풍시트를 제외하며 90만원이 내려가는 마이너스 패키지도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4륜구동기능(250만원)과 파노라마 썬루프(120만원)를 모든 트림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옵션 부분에서 한가지 재미있는 부분은 3.3 모델에 HTRAC이 추가된 모델을 구입하는 것과 3.8 모델에 HTRAC이 추가된 모델을 구입하는 것에 대한 이점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3.3, 3.8 모델 모두 HTRAC을 선택하려면 250만원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데, 3.3 모델의 경우 HTRAC에 더해 전륜 2P 캘리퍼를 4P 캘리퍼로 바꿔주고 로터 사이즈도 좀 더 커지기 때문에 전륜에 4P 브레이크 시스템을 기본 장착하고 있어 사륜 구동만 추가되는 3.8 모델에 비해 HTRAC 선택에 따른 이득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G330 모던 트림에도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8인치 내비게이션과 4.3인치 LCD가 탑재된 계기판, LED 주간 전조등, 풀오토 에어컨 등 대부분 기능을 제공해, 자가 운전자 경우 모던 기본 트림만을 선택해도 충분히 활용성이 높으며, 2열 탑승이 주가 된다면 G330 프리미엄에 뒷좌석 송풍시트가 지원되는 뒷좌석 컴포트 패키지(180만원) 또는 G380 프레스티지 트림에서 뒷좌석 컴포트 패키지(180만원)정도를 추가하는 사양이 좋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트림에 따른 가격차이가 크지만, G330에 적절한 추가 옵션을 선택해 4,900만원~5,500만원 정도 가격대가 가장 경쟁력이 있어 보입니다. 대부분 제네시스 잠재구매 고객 경우 BMW 520d의 실제 구매 가격대와 비슷하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 총평
2세대 제네시스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고속 안정성입니다. 고속 주행시 차체가 뜨는듯한 느낌을 주면서 밸런스가 급격히 무너지는 단점을 확실하게 개선했다는 점에서 일단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상위 모델로 에쿠스가 존재하지만, 고속 주행성능 부분에서 에쿠스와 비교해도 급이 다른 차로 느껴질 정도로 주행 안정성 부문에서 괄목할만한 개선을 이뤘습니다.
반면 제네시스는 이전 모델의 단점을 상당부분 개선했지만, 그 때문에 이전 모델의 장점을 잃어버리는 모순이 발생했습니다. 1세대 제네시스는 적정한 가격에, 경쟁력 있는 디자인과 성능, 연비 등을 두루 갖춘 모델로 국내외 시장에서 예상 외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럭셔리 세단'보다는 '럭셔리로 넘어가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거쳐가는 중간 단계의 모델로서 대중차와 프리미엄차 사이의 '틈새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형 제네시스는 지나치게 5시리즈를 벤치마킹 해서인지, 주행성능과 고속 안정성 부문을 상당 부분 개선했지만, 최근 자동차 시장의 화두인 '효율성'을 포기하는 우를 범하였습니다. 특정 모델을 벤치마킹해 주행성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 때문인지, 오히려 제네시스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인 ‘적당히 고급스럽고’, ‘적당한 연비와 동력성능’, ‘적당한 가격’ 등을 두루 갖춘 세단 이라는 매력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결국 제네시스는 1 세대가 갖지 못한 것을 갖기 얻기 위해 '제네시스의 셩공을 견인한 핵심 포인트'를 놓쳐버린 셈입니다. 결국 제네시스는 주행성능 부분 강화를 통해 경쟁 모델 대비 상당부분 근접한 주행 감성을 만들어 냈지만, 효율성과 경량화 부문에서는 경쟁 모델에 비해 1세대 또는 1.5세대 뒤진 모습이 되어 버렸습니다.
럭셔리 세단을 표방함에도 럭셔리에 대한 철학이 구축되지 않은 점 역시 아쉬운 부분입니다. 전체적으로는 럭셔리 세단에 부합하는 모델로 보이지만, 세세한 부분들을 펼쳐놓고 보면 '럭셔리'라는 명칭에 부합되지 않는 부분이 많이 발견됩니다. 독창성보다는 독일 3사 대표 모델들의 핵심 디테일을 곳곳에 녹여 낸 외형 디자인 부분을 비롯해 고급 소비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인테리어 소품(대표적으로 아날로그 시계, 변속기 레버, 인포테인먼트 스킨) 등 프리미엄 세단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이 아직은 멀어보입니다.
사실 럭셔리 브랜드는 절대적인 성능이나, 파격적인 디자인 이 외에도 누적된 시간의 힘(헤리티지)을 필요합니다. IT 업계에서 회자되었던 농담처럼, '현대차가 우주선을 습득하지 않은 이상' 적게는 50년, 길게는 100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브랜드를 갈고 닦아온 업체들의 대표 모델을 단 2세대 모델만으로 따라잡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제네시스가 독일 3사를 비롯한 기존 럭셔리 세단과 시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철저하고, 세심한 노력에 더해 창의적인 시도가 절실합니다. 그리고 제네시스는 그 과정 중에 있습니다.
- 개선해야할 점
경쟁사들은 이미 주행성능을 최대한 끌어 올려놓고, 이제는 효율성과 친환경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대 제네시스가 진정한 럭셔리 자동차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서로 상충되는 주행성능과 효율성을 모두 잡아내야 합니다. 현재와 같은 방법을 계속 사용한다면 앞으로도 '추격자의 위치'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입니다.
차체 강성을 높이는데는 성공했지만 경량화, 효율성에는 오히려 퇴보를 한 점은 최근 현대기아차 차량들의 전체적인 문제점입니다. 연비 부문은 이전 모델 대비 오히려 퇴행을 했기 때문에 이 부문에 대한 개선은 꼭 필요합니다. 경량화를 통해 체중을 줄이고, 연비를 높이는 기술을 적용해 현재보다 연비를 최소한 10% 이상 높여야 할 것입니다. 시내 꽉막힌 구간을 주행하다보면 연비가 3km/l 대까지 떨어지는 일도 발생하는데, 이는 최근 출시되는 비슷한 동력성능의 자동차들과 비교할 때 큰 약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지적받았던 기본기를 충실히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은 전략이나, 여기에 다운사이징까지 완성해야 앞으로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제네시스 하면 떠오르는 철학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일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1등 이미지, BMW의 역동성, 렉서스의 내구성, 볼보의 안전성과 같이 브랜드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뚜렷한 철학의 부재는 제네시스의 방향성을 모호하게 만듭니다. 제네시스는 최상위 모델임에도 신차 출시시 특정 브랜드의 모델을 벤치마킹 하고 있다고 밝히는 것 자체가 아직 정체성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반영합니다.
제네시스는 준대형 세단에 걸맞는 디자인이라는 평가는 받고 있지만, 얼마나 독특하냐를 두고 본다면 이전 세대에 비해서 부족해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제네시스는 남성적인 느낌이 강한데, 1세대 제네시스 경우에는 남성적인 이미지 뿐 아니라 여성적인 이미지도 고루 갖추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다른 세단들과 차별화되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는데, 이번 제네시스는 딱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후미등을 제외하면 제네시스 보다는 각 부문마다 다른 브랜드를 연상하게 만드는 유사성이 있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물론 시승자가 현대자동차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안방 호랑이 행세를 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야 'BMW, 벤츠, 아우디' 등을 운운하면서 '진정한 럭셔리'라고 큰소리 치고 있지만, 유럽이나 북미와 같은 선진 자동차 시장에서는 '가격 대비 만족도'로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데다 '철학', '헤리티지' 등 럭셔리의 본질을 논할 수 없는 현재의 브랜드 밸류에서 '선진국 소비자들의 눈에 익숙한 디자인과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인테리어 구성'은 '살아남기 위한 선택'일 것입니다.
명차라는 판단은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의 몫입니다. 제네시스가 럭셔리 브랜드에 오를 정도의 상품성과 역사, 철학이 만들어 지고, 독특한 색이 형성된다면, 회사에서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이미 시장에서 제네시스를 럭셔리 브랜드로 인정할 것입니다. 3세대 제네시스에서 진정한 럭셔리의 결과물을 목격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습니다.
- 어떤 사람에게 어울리는 차일까?
연비가 낮고, 동급 수입차에 비해서 고루한 이미지가 있지만, 국내에서 제네시스의 상품성이나 위치는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엔트리 독일 중형 세단을 살 수 있는 가격에 주요 편의사양이 탑재된 준대형 세단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브랜드보다 더 큰차와 다양한 기능을 선호하는 분들에게 적합합니다.
제네시스는 그랜저로는 뭔가 부족한 것 같고, 그렇다고 수입세단을 사기에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유지보수 부문이 부담스러운 분에게 대안이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상품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유류비에 대한 부담이 없는 분이나 연간 주행거리가 많지 않은 분들에게 적합해 보입니다.
법인이나 사업자가 아닌 개인 구매자일 경우에는 G330 모던 HTRAC 트림이 가장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연비와 브랜드가 차량을 선택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 상대적으로 할인폭이 높은 독일 가솔린 세단이나 디젤 세단을 시승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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