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A(Grand Theft Auto) 5, 간단히 말하면 '차도둑'이다.

과거 콘솔에서나 즐길 수 있었던 어른들의 장난감 GTA 5가 드디어 PC 판으로 나왔다. 출시 첫 날, 스팀에서 다운로드 콘텐츠로 판매된 GTA 5 타이틀만 1백만 장을 기록할 정도로 전 세계의 많은 게이머들이 이 금단의 게임을 기다렸다.

GTA 5에 등장하는 세 남자 프랭클린과 트레버, 마이클은 로스 산토스란 작은 도시 안에서 우리가 가끔 상상으로만 바라던 일탈을 대리 만족시켜준다. 모자란 놈, 이상한 놈, 못된 놈 이 세 놈들 사이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은 항상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글쓴이는 이번에 출시된 락스타 게임즈의 GTA 5 PC를 체험해 봤다.

GTA 5 PC를 플레이 하려면 설치용 DVD가 포함된 정품 타이틀을 구매하든, 스팀에서 온라인 카드 결제로 게임을 내려 받고 설치하는 것이 먼저다.

게이머 입장에서 가장 놀랄 부분은 GTA 5 설치 파일의 용량이다. 필수 업데이트 파일을 포함해 60 GB다. 다른 장르의 배틀필드4와 콜 오브 듀티 : 고스트는 설치 후 용량이 40~50 GB 정도면 됐는데, GTA 5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120 GB SSD만 쓰던 게이머라면 저장된 내용을 모조리 지우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GTA 5를 정품 타이틀로 사전 구매한 게이머도 결코 안심할 내용은 아니다. 두툼하고 묵직한 패키지만 만져 보고 무언가 좋은 것을 기대하기엔 거품이 꽤 크다. 그 곳에 DVD가 7장이나 들어가 있을 줄은... 혹시나 해서 DVD로 설치를 진행하겠다면 글쓴이는 이를 적극 말린다.

XBOX 360을 포함한 콘솔용 타이틀은 GTA 5 게임 플레이를 위한 DVD와 설치 전용 DVD가 각 1장 씩이라 진행에 문제될 게 없었다.

GTA 5 PC를 사전 예약으로 구매한 게이머라면 어떤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게임 내에서만 쓸 수 있는 현금 1백만 달러가 주어진다. 이 돈은 GTA 5를 처음 설치할 때 로컬 계정으로 50만 달러, GTA 온라인 계정으로 50만 달러로 각각 나누어 입금된다.

아지트 건물을 사서 차량을 저장하는 창고 대용으로 활용하고, 밤에는 스트립 클럽이나 주점을 들러 유흥비로 탕진할 수도 있다. 쓸데 없이 펑펑쓰다 돈이 부족해질 즈음이면 남의 차를 훔쳐 중고차 매매상에 팔거나 편의점과 보석방을 털어 자금을 마련할수도 있으니 돈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경찰을 따돌릴 멘탈만 충분하다면 문제될 게 없다.

DVD 정품 타이틀로 구매한 게이머는 혜택을 한 가지 더 받을 수 있다. 로스 산토스 및 블레인 카운티가 그려진 지도다. 뒷 면엔 로스 산토스 시내를 자세히 묘사한 지도를 볼 수 있다. 게임 말고도 부가적으로 제공되는 지도마저 한글화가 무척 친절해 알아보기 쉽다.

▲ 풀 옵션으로 설정한 그래픽이다. 클릭 시 원본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PC에서 관찰한 GTA 5의 그래픽 질감은 최상으로 설정한 다이렉트X 11을 기준으로 콘솔과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

우선 재현된 텍스처 품질이 상당히 높다. 수풀로 된 담벼락, 거리의 가로수, 길바닥 등의 주변 환경을 관찰하면 어느정도 거리를 띄운 상태서도 선명한 윤곽의 이미지를 바라볼 수 있다. PS3를 비롯한 콘솔에선 표현이 어려운 부분을 가우시안 처리한 것처럼 부드럽게 뭉개서 흐려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실시간으로 비치는 리플렉터(반사광) 영역의 묘사도 뛰어난 수준이다. PC에선 하늘에서 지표면으로 내리쬐는 햇빛과 주변 밝기를 고려해 주변 환경을 반사된 모습이 대체로 고르다. 콘솔은 리플렉터 영역을 최소화하거나 반사체와 비슷한 색상으로 덮어버리는 방법으로 묘사해 심심한 느낌을 준다.

거리에 따른 묘사의 깊이도 다르다. PC는 거리가 먼 곳의 객체들까지 사물의 윤곽을 뚜렷하게 잡으려 하지만, 콘솔에선 먼 곳의 객체는 간단한 모양으로 단순화시켜 객체 간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일부 객체는 화면에 표시하지 않는 방법으로 대체했다. 호숫가에 비친 멋진 밤 하늘의 야경, 배틀 타고 이동하면서 느낄 수 있는 불규칙한 물살도 PC에선 한결 자연스럽다.

GTA 5 PC는 그림자를 재현하는 두 가지 방식의 기술이 있다. PCSS와 CHS다.

PCSS(Percentage-Closer Soft Shadows)는 엔비디아의 게임 개발 플랫폼 게임웍스에 포함된 그림자 재현 기술이다. 채집한 그림자 데이터를 고품질로 필터링하는 기법으로, 사물에 비치는 그림자 외곽을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처리한다.

그림자는 비치는 바닥면의 위치와 면적에 따라 불투명도가 달라지는데, 이런 장면도 PCSS로 재현된다. 상대적으로 가깝게 비치는 게임 캐릭터의 그림자는 넓은 면적으로 퍼지는 다른 객체의 그림자보다 불투명도가 높아 진하게 표현되며, 그림자의 윤곽도 좀 더 또렷해진다.

CHS(Contact Hardening Shadows)는 AMD가 GTA 5 최적화 드라이버인 15.4 베타 카탈리스트를 선보이면서 발표한 그림자 재현 기능이다. 광원과 객체 간의 거리, 객체를 비춘 그림자 데이터를 채집해 사실적이면서 부드럽게 처리한다. PCSS의 개념과 큰 틀에선 벗어나지 않지만 화면으로 표시된 차이는 분명하다.

PCSS에선 그림자의 면적과 위치에 따라 불투명도와 외곽 묘사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CHS는 원본 이미지의 품질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묘사됐다. 부드러운 PCSS보다는 상대적으로 그림자 외곽이 예리하고 선명하다.

그림자를 재현하는 이 두 가지 타입의 기술은 초당 프레임으로 확인하는 성능으론 별 차이가 없으며, 게이머가 평소 선호하는 취향에 따라 알맞게 선택하면 되겠다. 해당 기능은 그래픽 옵션 중 소프트 쉐도우 메뉴에서 조절할 수 있다. 

GTA 5 PC 출시 직전, 락스타 게임즈가 GTA 5에 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지포스 GTX 660 2 GB 내지 라데온 HD 7870 2 GB 그래픽카드를 사용한다면 풀 HD 환경에서 초당 60 프레임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화면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최적화가 잘 되었다고 판단할수도 있다. 과연 그럴까?

실제 인텔 코어 i5 쿼드코어 시스템에 8 GB 용량의 시스템 메모리, 지포스 GTX 980 4 GB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데모 시스템에서 GTA 5 PC를 진행했다.

게임 내 포함된 벤치마크를 돌렸을 때는 초당 평균 60 프레임을 웃돌았지만 실제 게임에서 낮 시간에 경찰의 추적 레벨을 높인 상태로 복잡한 도심을 질주하는 상태서는 40~50 프레임선으로 떨어졌다. 일부 구간을 제외한 차량 통행이 뜸한 곳들은 50~60 프레임 내외로 부드럽게 진행된다.

완전한 풀 옵션으로 욕심 낼 수 있다면 타이탄 X 정도는 써 줘야 할 것 같다.

GTA 5 PC를 풀 HD보다 크고 넓은 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면 4K UHD 해상도 선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3,840 X 2,160 픽셀 해상도를 지원하므로, 4K 모니터로 사방이 탁 트인 화면으로 게임을 진행할수도 있다.

단, 풀 HD에 풀 옵션 소화가 가능했던 지포스 GTX 980은 4K로 넘어가면 옵션 타협이 필요하다. 풀HD 및 풀 옵션만으로도 최대 3.2 GB의 그래픽 메모리를 차지했기 때문에 4K 설정에선 일부 그래픽 옵션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 조정할 항목은 고해상도 그림자와 같은 고급 그래픽 설정 영역이다.

부드러운 플레이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게이머라면 최상위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GTX 타이탄 X를 장착하던지, 같은 GTX 980 그래픽카드를 한 장 더 연결해 2-Way SLI를 구성하는 것으로 원하는 플레이 환경을 어느정도 맞출 수 있다.

GTA 5 PC는 게이머 입장에서 출시일까지 기다린 보람을 잘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친절화된 한글화, 필터링 없는 욕설, 무엇을 하든 상상 이상으로 준비된 미션들이 몰입도를 높인다. 위기의 세 남자로 벌어지는 GTA 5 자체의 게임 스토리도 개연성 있게 짜여져 게임을 하는 중간에도 어이 없는 상황에 웃음이 터진다.

GTA 5 PC의 그래픽 수준은 콘솔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 현장감을 살린다. 리플렉터 영역의 이미지와 그림자, 텍스처 품질 등 대체로 우월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물론 이만큼 뛰어난 그래픽을 소화하려면 고사양의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는 점이 함정이다.

GTA 5 PC를 플레이 하기 전 한 가지 참고할 게 있다면 일부 PC에서 프로세스 충돌 때문에 실행되지 않을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선 파일 변조 방지 프로그램인 Image Protect Service로 설치된 ImageSAFER 4.0 Service를 비활성화시켜야 한다. 글쓴이는 이 문제 때문에 처음엔 PC로 게임을 진행시키지 못했다.

이상으로 PC로 즐기는 차도둑, GTA 5를 간단히 살펴봤다. 여러분도 GTA 5 PC로 주말을 불태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