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새로운 인텔의 프로세서를 받아들 때마다 반복적으로 듣는 멘트를 꼽는다면 ‘그래픽 성능 대폭 향상’과 ‘캐주얼 게임 정도는 내장 그래픽으로 충분하다’를 들 수 있겠다. 매 세대마다 꽤 뚜렷이 높아지는 성능 덕분에 이제 엔트리급 그래픽 카드들은 프로세서 내장 그래픽 코어와 비교되어,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굳이 살 필요가 없어진 덕에 이제 그 존재감조차 희매해지고 있을 지경이다.

하지만 이런 반복적인 멘트만큼이나 이에 대한 불신도 큰 거 같다. 아직도 종종 프로세서 내장 그래픽 코어의 화질과 성능이 엔트리급 외장 그래픽 카드들과도 비교할 수 없을 간격이 있다는 의견들도 종종 듣고는 한다. 하지만 사실 디지털 인터페이스로 연결한 디스플레이에서는 취향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화질 차이를 논하기엔 설득력이 없고, 최신 규격의 멀티미디어 지원 능력은 아예 외장 그래픽 코어의 지원 수준을 훌쩍 넘길 정도로 앞서 있기까지 하다.

그리고 내장 그래픽에 대한 불신이 큰 부분이 하나 더 있다면 ‘게이밍’이다. 예전의 내장 그래픽 코어는 GPU 성능 부족과 드라이버 최적화 부족, 시스템 메모리 대역폭 부족 등으로 총체적인 난국일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내장 그래픽 코어의 성능은 세대별로 크게 높아져 왔다. 하지만 나 자신을 포함해서 아직 많은 게이머들이 ‘내장 그래픽으로는 캐주얼 게임도 버겁겠지’ 라고 지레 겁먹고, 메인스트림 급 이상의 그래픽카드를 ‘최소한’이라 생각하면서 구입하고는 한다.

▲ 요구사양을 언뜻 보면, 내장 그래픽으로는 도저히 못돌릴 거 같다.

넥슨의 최신작인 ‘메이플스토리 2’는 전작을 이어 아주 캐주얼한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시스템 사양을 보면 순간 긴장하게 된다. 최소 사양에 코어 i3와 지포스 GTS250 혹은 라데온 HD3870이 떡하니 적혀있기 때문이다. 나름 이 그래픽카드들이 나올 때는 퍼포먼스 급 이상이었던 만큼, 아무래도 오래 PC를 써 왔던 사용자들에게는 현재의 내장 그래픽 코어보다 훨씬 높은 성능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다. 권장 사양은 코어 i5와 메모리 4GB, 지포스 GTX650 정도가 추천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지포스 GTS250이나 라데온 HD3870은 이미 근 7~8년 전에 나왔던 그래픽카드고, 최신 아키텍처의 엔트리급 그래픽카드와 비교해도 나을 게 없다. 오히려 최소 사양에 지금 나오는 엔트리급 그래픽카드 모델명을 적었으면 오히려 겁이라도 덜 먹었을 수도 있을 거 같다. 게다가 윈도우 XP부터 된다고 하는 걸 보면 일단 DirectX 10 지원 그래픽카드가 아니더라도 큰 무리도 없을 정도다. 이렇게 세세히 뜯어 보고 나니 이 사양이 그리 대단하지도 않아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이 게임이 과연 내장 그래픽 코어로도 충분히 될지, 아니면 엔트리급 그래픽카드나 철 지난 게이밍용 그래픽카드라도 하나 구해서 써야 될지는 조금 고민이 될 수 있다. 아무리 게이밍 성능이 좋아졌다고 해도 ‘그래도 내장 그래픽 코어는 덤일 뿐’ 이라는 생각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몇 년 전의 내장 그래픽 코어가 보였던 불만족스러운 게이밍 성능의 잔상이 아직도 머리에 남아 있어서, 굳이 다시 낭패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않을 것이다.

▲ 그런데 인텔 내장 그래픽으로도 생각보다 멀쩡하게 할 만 했다.

막상 ‘내장 그래픽만을 사용하는 PC에서 이 게임이 잘 될까?’ 라는 의심은 직접 해보니 ‘의외로 만족스러운’ 으로 바뀌었다. 데스크톱 PC용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코어 i5-4200U 프로세서와 8GB 메모리를 갖춘 노트북 PC에서도 1600*900 해상도로 게임에 크게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30~40프레임 정도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옵션이 최하 혹은 차상위 정도로 제한되지만, 나름 HDR 옵션도 들어가고 해서 화면 품질 자체는 캐주얼 게임 수준에서 불만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캐주얼한 분위기의 메이플스토리 2에서는 화려한 화면 효과가 그리 필요해 보이지도, 두드러져 보이지도 않는다. 당장 권장사양을 아득히 넘어서는 코어 i7 프로세서와 지포스 GTX760 그래픽카드를 갖춘 시스템으로 이 게임을 ‘풀옵션’으로 구동해도 언뜻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다. 물론 60프레임 고정이 움직임도 부드럽고 특수효과들도 눈에 즐겁겠지만, 종종 게임에 몰두하다 보면 이런 특수효과들이 방해되는 느낌도 들어 임의로 끄고 하는 경우도 생기곤 한다.

물론 성능이 더 높은 데스크톱 PC용 최신 코어 프로세서를 사용하면 좀 더 쾌적할 것이고, 옵션 한 단계 정도는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장 그래픽으로 이 정도 즐길 수 있다면 굳이 PC 조립에서 수 만원 정도의 비용을 더 들여 엔트리급 그래픽 카드를 장착할 필요도 없다. 들인 비용에 비해 성능 향상도 그리 탐탁치 않고, 전력 소비량도 늘어나며, 멀티미디어 지원 등에서는 오히려 내장 그래픽보다 못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 어느 새 나 자신도 내장 그래픽에 불신의 편견을 꽤 크게 가졌을지도 모른다.

게이밍 시스템을 꾸미는 데 있어 6세대 코어 i5 기반 시스템은 생각지 못했던 선택을 제공한다. 성능이 향상된 내장 그래픽 코어는 더 이상 장식이 아니며, 실제로 캐주얼 게임 정도는 충분히 돌릴 수 있는 수준인 만큼 엔비디아의 740 이하 GT 시리즈들 수준의 보급형 그래픽카드 정도는 과감히 빼 버리는 게 나은 상황이다. 성능이 고만고만하거나, 비용에 비해 크게 나아지는 게 없고 기능도 오히려 더 떨어진다면 속는 셈 치고서 차라리 조금 참는 게 나을 것이다.

또한 6세대 코어 i5 프로세서는 고사양을 요구하는 최신 게임에 있어서도 최고의 게이밍 환경을 위한 높은 프로세서 성능을 제공하는 만큼, 그래픽 카드가 있는 경우에도 필수적인 선택이다. 최신 그래픽 카드가 최신 게임에서 좋은 성능을 내려면 고성능 프로세서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즐기는 게임이 자주 바뀌는 경우 말고도, 게임이 업데이트되면서 점점 무거워지고 하면 딱 필요한 시기에 그래픽카드를 장착하는 것도 알뜰한 게이밍 PC 구성의 한 방법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나름 인텔의 플랫폼 내장 GPU를 최초 모델부터 어떻게든 접해 왔던 입장에서, 1세대 코어 프로세서 이후의 내장 그래픽 코어는 나름 멀티미디어 등에도 훌륭했고, 4세대 코어 프로세서 이후에는 드라이버 등에서도 수준이 올라온 것에 감탄했던 바 있다. 그리고 이제는 게이밍 성능에서도 10년도 더 된 오래된 편견을 버릴 때도 된 거 같으며, 최신 PC 게임과는 거리가 있는 나 자신에는 이제 퍼포먼스 급 그래픽 카드를 가진 PC도 과분하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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