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Classic)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서양 고전 음악을 지칭하지만 이와 비슷하게 고전적이면서도 품위를 느낄 수 있는 복고풍(레트로) 스타일로 디자인된 사물을 설명하기 위해서도 자주 쓰인다. 이는 카메라 시장에서도 적용되는데 디지털 센서와 전자기기로써의 기능이 중요시되는 요즘에도 작고 단단한 금속 바디에 수동 조작 다이얼이 달린 필름 카메라를 닮은 제품들이 클래식 디카로 불리며 고급스러운 패션 액서리로도 활용되는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1936년부터 카메라를 만들기 시작해 올해로 80주년을 맞는 올림푸스(Olympus)도 마이크로포서드 규격 미러리스 카메라를 만들면서 과거 올림푸스 인기 필름 카메라 PEN 시리즈로부터 디자인 영감을 가져온 제품을들 선보이고 있는데, 오늘 살펴볼 PEN-F는 올림푸스 80주년을 기념하는 클래식한 미러리스 카메라의 정점이다.
원조 PEN-F 디자인 재해석, 클래식+수동
올림푸스 PEN-F는 필름 카메라 시절 1963년에 나왔던 세계 최초 하프 프레임 SLR 카메라 PEN-F의 레트로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재해석'이라는 의미는 실버 모델의 투톤 컬러와 렌즈 옆쪽에 있는 다이얼을 빼면 크게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점을 설명하는 것으로,
PEN-F 디자이너였던 올림푸스 본사 디자인 센터 노하라 다케시는 신제품의 디자인 컨셉에 대해 전통적인 카메라 스타일에 열정적인(Enthusiastic), 빈티지(Vintage), PEN 히스토리를 융합했다며, 필름 카메라 PEN-F의 모던함과 바디라인 및 실루엣을 이어받고 장식적인 디자인을 없애 PEN다움을 강조했다고 밝히고 있다. 색상은 투톤 컬러의 실버와 올 블랙 2종이다.
올림푸스-파나소닉이 중심인 마이크로포서드(Micro Four Third) 규격은 이름처럼 디지털 시대에 특화된 4/3인치 센서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는데, 기존 SLR 카메라 구조에서 미러 시스템을 제거해 크기를 줄인 미러리스 카메라 컨셉을 본격화한 진영답게 덩치 큰 DSLR보다 한 손에 착 감기는 작은 카메라를 만드는데 안성맞춤이다.
PEN-F는 새로 개발한 2,000만 화소의 4/3인치 Live MOS 센서와 최신 트루픽 VII (TruPic VII) 화상 처리 엔진을 통해 높은 화질과 뛰어난 성능을 제공한다. ISO 감도 범위는 저감도(ISO Low) 설정이 확장되어 ISO 80 - 25600까지 지원하며 바디 내장형 5축 손떨림 보정 기술로 사진과 동영상 촬영시 흔들림이 적은 선명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지난 해 OM-D E-M5 Mark II에서 최초로 선보였던 초고해상도 촬영 기능을 통해 센서 스펙을 넘는 고화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PEN-F는 미러리스 PEN 시리즈 가운데 최초로 뷰파인더를 내장했다. 기존에는 LCD를 보거나 상단에 뷰파인더 모듈을 따로 장착했었는데 이제는 시야율 100% 약 236만 화소의 OLED 뷰파인더를 통해 눈으로 피사체를 가까이 느끼면서 정확한 프레이밍으로 촬영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전자식 뷰파인더(EVF) 장점을 살려 뷰파인더 내에서 카메라 촬영 정보 확인 및 촬영값 셋팅, 메뉴 변경, 옵션 미리보기, 피사체 확대와 같은 다양한 기능이 제공된다.
후면 3인치 LCD 모니터는 3인치 약 103만 화소로 터치스크린과 스위블 기능으로 다양한 각도 움직임 및 셀피 촬영, 동영상 촬영에 적합하지만 사진을 찍을 때는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면서 다이얼을 수동으로 돌리는 손맛이 더 좋다. 올림푸스도 이 점을 감안했는지 LCD를 사용하지 않고 뒤집어 덮어둘 때 카메라 바디와 똑같은 가죽을 덧대 필름 카메라처럼 보이도록 클래식 디자인을 극대화시켰다.
미러리스 카메라 시대에 새롭게 태어난 PEN-F는 필름 카메라 시절에도 없었던 수 많은 수동 조작 다이얼을 달고 나왔다. 마그네슘 탑 커버 위에 달린 알루미늄 다이얼들은 뷰파인더에 눈을 떼지 않고도 오른손으로 손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위치와 형태, 표면 처리 등으로 확실히 구분된다. 전원 버튼은 PEN-F 필름 카메라 전원 스위치 조작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고, 앞/뒤 다이얼은 기본 조리개 값,
셔터 속도 외에도 ISO 속도, 화이트 밸런스, PS(Program Shift), 플래시 보정 등의 기능을 할당할 수 있으며, 노출 보정 다이얼이 별도로 제공된다. 앞면 다이얼 안에 들어간 셔터 버튼에는 릴리즈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는 나사형 구멍이 있다. 모드 다이얼은 일반적인 P/A/S/M 모드 외에도 자동(iAuto), 동영상, 그리고 4가지 사용자 설정(C1~C4)을 저장할 수 있고 모드 잠금 버튼과 후면 레버가 추가되었다.
기존 PEN 시리즈와 차별화된 PEN-F의 특징은 필름 카메라 디자인에서 가져온 전면 크리에이티브 다이얼의 존재다. 이 크리에이티브 다이얼은 피사체를 다양한 효과와 색감으로 담을 수 있는 올림푸스 디카의 핵심 '컬러 크리에이터(CRT)'와 '아트 필터(ART)', '컬러 프로필 컨트롤(COLOR)', '모노크롬 프로필 컨트롤(MONO)'을 따로 메뉴에 들어가서 바꾸지 않고도 다이얼만 돌려서 즉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PEN-F 하단에는 삼각대 마운트 소켓과 배터리, 메모리 카드를 장착하는 배터리 덮개가 위치한다. 메모리 카드는 SD/SDHC/SDXC UHS-I/II 규격을 지원하며 충전식 리튬이온 배터리팩(BLN-1)은 1,220mAh 용량으로 사진 촬영은 약 330매, 동영상 촬영은 약 80분 가량 가능하다.
우측면에 위치한 커버를 열면 USB/AV/리모콘 연결을 위한 멀티 커넥터와 Micro-HDMI 디스플레이 연결 포트가 자리잡고 있다. 또한 PEN-F는 Wi-Fi 무선 기능을 내장하고 있어 스마트폰에 Olympus Image Share 앱을 설치해 PEN-F와 연결하면 스마트폰 GPS 데이터를 이용하거나 원격 촬영, 이미지/동영상 공유가 가능하다.
PEN-F는 마이크로포서드 규격으로 만든 다양한 렌즈를 사용할 수 있는 렌즈 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지만 클래식한 디자인에 잘 어울리는 17mm 단렌즈가 포함된 렌즈킷으로도 출시된다. M.ZUIKO DIGITAL 17mm f/1.8 렌즈는 35mm 풀프레임 센서 대비 2배 크롭에 해당하는 마이크로포서드 센서 규격에 따라 35mm 필름 카메라 환산 기준으로는 34mm 표준 단렌즈에 해당하는 화각을 지원한다.
PEN-F는 내장 플래시 대신 상단 핫슈에 장착 가능한 FL-LM3 플래시가 포함되어 있다. 가이드 넘버 9.1을 지원하는 FL-LM3는 수직 90도, 수평 180도 각도 조절이 가능하며 자체 배터리 없이 카메라의 배터리를 사용하므로 전원 On/Off 스위치가 후면에 달려있다. 언락(Unlock) 버튼으로 손쉽게 장착 및 해제할 수 있고 무선 조종을 지원해 여러 대의 외장 플래시를 사용하는 다중 플래시 촬영도 가능하다. PEN-F 스트랩이나 가방에 플래시도 함께 붙여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전용 파우치도 제공된다.
그 밖에 PEN-F의 구성물로는 사용설명서와 제품 보증서, 소프트웨어 설치 CD, USB 케이블, 충전기, 숄더 스트랩이 포함되어 있다. 올림푸스에서는 기본 구성품 외에 천연가죽으로 만든 가방, 랩핑 케이스, 바디 재킷,스트랩을 비롯해 메탈 그립, PEN 시리즈용 외장 플래시와 렌즈 어댑터 등을 판매한다.
초고해상도 사진과 다양한 모노/컬러 프로필 적용
필름 카메라 시절을 떠올리는 컴팩트한 크기의 PEN-F는 바디 무게는 약 374g, 배터리와 메모리 카드, 그리고 17mm f/1.7 렌즈를 장착하고도 551g 정도로 DSLR 카메라보다 손쉽게 휴대할 수 있다. 일반 컴팩트 카메라와 차별화된 1/8000초 고속 기계식 셔터와 0.044초의 짧은 릴리즈 타임랙, 초당 10프레임 고속 연사 기능을 지원하고 FAST AF 기술로 초고속 오토포커스가 가능하다. LCD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않고도 엄지 손가락으로 원하는 피사체에 AF 타겟을 설정할 수 있다.
PEN-F의 카메라 메뉴는 자주 사용하는 설정을 모아 촬영 메뉴1, 2, 재생, 개인설정 항목에서 초보자들도 비교적 알기 쉽게 제공하며, 보다 전문적인 옵션들은 가장 아래 위치한 설정 메뉴에 모아놓았다.
PEN-F는 지난 해 올림푸스가 출시했던 OM-D E-M5 Mark II에 들어갔던 초고해상도 촬영 기능을 지원한다. 카메라에 내장된 5축 손떨림 방지 시스템을 응용해 이미지 센서를 인위적으로 0.5픽셀 간격으로 움직여 8장의 이미지를 연속 촬영한 다음 이를 더 높은 해상도로 합성하는 기능이다. 1,600만 화소 센서를 사용했던 OM-D E-M5 Mark II는 4,000만 화소급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지만, PEN-F는 이미지 센서가 2,000만 화소로 올라가면서 초고해상도 사진 역시 5,000만 화소급으로 향상되었다. 이미지를 압축하는 JPEG 포맷이 아니라 RAW 파일로 촬영한 경우 최대 8,000만 화소까지도 구현한다.
5,000만 화소 초고해상도로 합성된 사진을 일반 2,000만 화소 이미지와 원본 사이즈를 크롭해서 비교해보면 뭉게져서 잘 보이지 않던 글자나 사물의 디테일을 보다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손떨림 보정 기능을 이용해 임의로 센서를 흔들면서 8장을 연속으로 촬영하는 방식이라 카메라를 손에 든 채로 찍거나 셔터 속도가 확보되지 않은 저조도 환경, 움직이는 피사체가 포함되어 있을 경우 결과물이 깨끗하게 찍히지 않게 된다. 이 때문에 올림푸스에서도 초고해상도 촬영 기능을 삼각대를 이용한 안정적인 상태에서 미술품이나 건축, 인테리어, 풍경 등 지속광을 이용한 정적인 고해상도 정물 촬영에 적합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PEN-F는 올림푸스 카메라 최초로 사진에 모노톤의 컬러를 적용해 필름 사진의 느낌을 재현할 수 있는 '모노크롬 프로필 컨트롤'과 12개 컬러의 채도를 11단계로 조정할 수 있는 '컬러 프로필 컨트롤' 기능을 탑재했다. 컬러가 아닌 흑백 사진의 느낌을 담고 싶을 때 크리에이티브 다이얼만 돌려 간단하게 단색 사진을 만들 수 있다.
올림푸스 카메라에는 이전에도 '아트 필터' 효과를 통해 흑백 사진 촬영을 지원했지만 입자가 거칠고 명암비가 높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는데, 모노크롬 프로필 모드로 사진을 찍으면 컬러 필터와 강도, 음영 효과를 추가하거나 자신만의 설정을 저장해서 필요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다.
모노크롬 프로필이 사물의 색을 뺀 무채색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반대로 아트 필터는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효과를 입혀 개성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오래되어 색이 바랜 건물을 화려하게 꾸미거나 소프트한 효과, 미니어처, 토이 포토, 수채화, 빈티지, 드라마틱한 효과를 적용할 수 있다. PEN-F는 기본 아트 필터 설정을 보다 다양하게 구성한 프리셋을 지원한다. 전체 아트 필터 효과를 보고 싶으면 위의 이미지를 클릭하기 바란다.
동영상 촬영 기능은 1080p 풀HD 60fps 기록이 가능하고 480p는 120fps 고속 동영상 녹화도 가능하다. 4K 동영상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 아쉽지만 일반 동영상 촬영이 아닌 타임랩스 방식으로 4K 영상을 찍을 수 있다.
클래식 미러리스 카메라 디자인 완성판
올림푸스 PEN-F는 클랙식 필름 카메라의 재현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디자인과 디테일 하나 하나에서 필름 카메라 시절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금속 바디와 가죽 커버가 조화된 외형과 플라스틱 버튼과는 그 느낌이 다른 알루미늄 다이얼, 그리고 더욱 향상된 이미지 센서와 촬영 성능, 깊이있는 모노/컬러 프로필과 다양한 아트 필터를 통해 카메라 하나로 후편집이 필요하지 않은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이런 종류의 미러리스 카메라들은 뷰파인더가 달려 있어도 작고 화질이 떨어져 잘 사용하지 않게 되는데, PEN-F는 클래식한 디자인과 전자식 뷰파인더 성능이 조화를 이루어 필자도 야외에서 촬영할 때 LCD를 닫아놓고 뷰파인더만 보면서 사진을 찍었을 정도로 손에 착 감기는 아날로그 감성을 재현한다.
다만 PEN-F가 마이크로포서드 카메라 중에서는 고화소 센서를 사용했다고는 하나 DSLR용 APS-C 또는 35mm 풀프레임 센서를 사용한 경쟁 미러리스 카메라들과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신 PEN-F의 바디 가격이 구형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살 수 있는 정도니 센서 크기를 중요시하는 사람에게는 고민되는 부분이다.
Copyrightⓒ 넥스젠리서치(주) 보드나라 미디어국. www.bodnar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