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사의 사전적인 뜻을 살피면,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을 대신 나타내는 말. 또는 그런 말들을 지칭하는 품사라고 나와 있다. 즉, 별 다른 설명이 없어도, 본디 습성을 충분히 알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디지털카메라의 뒤를 이어, 스마트폰에 카메라가 달리면서, 디지털카메라는 말 그대로 사양길을 걷는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설명일 것이다. 물론 DSLR이나 크기를 줄인 미러리스 같은 렌즈 교환식 시장은 아직은 카메라 제조사들에게 남겨진 최후의 영역이기는 하다.

하지만 누군가는 전혀 새로운 발상을 하는 이들도 있게 마련이다. 화소수나 사진 품질의 경쟁, 렌즈의 다양화가 아닌 디지털과 모바일 기술을 듬뿍 담고, 무엇보다 크기와 무게를 최대한 줄여 가지고 다니기 편한 제품. 그러면서 사진보다는 동영상에 최적화된 이른바 액션캠이라는 영역을 개척한 고 프로(Go Pro)가 바로 그런 회사다.

액션캠의 알파요, 오메가이자, 액션캠의 대명사, 아니 액션캠 그 자체라고 해도 좋은 고프로가 음성인식 기술을 입힌 새로운 고프로를 선보였다. 특히 이번에는 기존의 고프로 히어로, 크기를 줄인 세션에 첫 번째 드론 고프로 카르마까지 준비했다. 작은 크기에 놀라운 영상 품질을 자랑하는 고프로의 진화를 알아보자.

사양 (고프로 히어로5 세션)

구성품 : 카메라 본체, 표준 프레임, 장착 버클, 곡면+평면 부착 마운트, USB-C 케이블
정지화면 : 1000만 화소, 초당 30연사, 버스트 타임랩스
동영상 : 4K 30, 1440P 60, 1080P 90
방수 : 자체 10m 방수
컨트롤 : 간편한 원버튼 컨트롤
통신 : Wifi + 블루투스
기타 : 고급 바람 잡음 감소 기능 / 음성인식 / 손 떨림 보정 / 클라우드 자동 업로드
크기 / 무게 : 3.8 X 3.8 X 3.6cm / 127g
배터리 : 일체식 1000mAh
메모리 : 마이크로SD
전원 : USB-C 
앱 : iOS, 안드로이드 
값 : 430,000원
물어 볼 곳 : 고 프로

고프로? 많이 들어는 봤는데…

액션캠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고프로다. 고프로는 서퍼인 닉 우드만이 새운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서핑을 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담고 싶었던 그는, 손목에 묶어 촬영하는 카메라를 직접 개발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4년 35mm 필름으로 촬영하는 손목 카메라 히어로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물론 아날로그로는 한계가 있었기에 바로 디지털카메라를 접목한 제품을 선보였다. 기존 디지털카메라나 캠코더들이 크기나 무게, 디자인 때문에 실제 운동이나 수영 등에 쓰기는 어려웠던 점을 공략했고, 무엇보다 유투브와 SNS에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올리는 이들이 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기존 디지털카메라와는 사뭇 다른 각도, 즉 1인칭 시점의 영상을 찍을 수 있어, 개인은 물론 TV, CF, 영화 등 다양한 쓰임새를 갖고, 수많은 액세서리가 개발되었다. 모바일에서도 쉽고 간단하게 편집할 수 있는 앱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지금껏 액션캠의 대명사로 군림하고 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워터 파크 연관검색어로도 고 프로가 검색될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고 프로 역시 수많은 경쟁에 직면하게 된다. 거의 시장을 이끌고 독점하던 처음과 달리, 지금은 수많은 액션캠이 시장에 있다. 우스갯소리로 샤오미 액션캠은 짭프로, 이를 흉내 낸 SJ캠은 짭짭 프로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카피 제품들이 등장했다. 괜찮은 품질에 비교하기 힘든 값까지 갖추고 고프로를 공격하고 있다.

여기에 소니, 올림푸스 등이 손 떨림 방지와 사진 품질을 앞세워 고프로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으며, 삼성, LG 등 기존에는 전혀 다른 영역에서 놀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360카메라와 통신기술을 더한 새로운 개념의 액션캠을 선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드론의 일인자 DJI 등장은 고프로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단순한 드론이 아니라 4K카메라를 달고 하늘을 누비며,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그림을 만들어내는 DJI 드론은 10여 년 전 고프로의 등장과 사뭇 닮았다. 이번에 고프로가 기존 라인업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새롭게 드론 카르마를 선보이는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도 다름 아닌 이런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살짝 업그레이드 된 고프로 히어로5 세션

즉, 이제 고프로는 액정이 달린 히어로, 액정이 없고 더욱 작은 세션, 하늘을 나는 카르마로 나뉜다. 그 가운데 히어로5 세션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뭐니 해도 작은 크기다. 크기는 작지만, 상위 모델이라 할 수 있는 히어로5 블랙에서 액정, GPS를 빼고 RAW, WDR포맷 촬영 기능 같은 약간의 기능을 덜어냈다. 대신 4K 해상도 30프레임 촬영은 물론, 기존 800만 화소가 아닌 1,000만 화소로 사진 품질도 높였다. 이 정도면 작은 고추가 맵다고 해도 좋다. 물론 값은 그리 작고 귀엽지는 않지만…

생김새만으로는 기존 세션과 거의 같다. 조금 큰 주사위처럼 보일 정도로 작은 큐빅 디자인에, 한 면을 모두 렌즈로 채운 파격적인 디자인도 그대로다. 디자인에서 약간 다른 점은 기존에 전체가 블랙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메탈소재를 많이 써서 한결 더 강렬해졌다는 정도다.

얼핏 정육면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면이 조금 작다. 윗면에는 원터치 녹화버튼과 작은 LCD창이 있다. LCD창으로는 메모리 잔량, 배터리 상태, 와이파이 등 다양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뒷면에는 GoPro로고가 있고 바로 아래 메뉴버튼이 있다. 사실 고프로는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인데, 세션은 더욱 그렇다. 고프로를 처음 써보는 이들이라도 설명서를 탐독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로 흔히 말하는 직관적인 디자인이며, 이 디자인을 바탕으로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다. 전체적인 생김새는 기존 세션과 거의 같다.

하지만 달라진 것도 물론 있다. 가장 먼저 캡을 열어보면 마이크로SD카드를 넣는 곳은 그대로지만, 단자가 USB-C타입으로 바뀐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케이블 역시 USB-C가 들어있다. 이는 앞으로 USB단자가 바뀔 것을 대비하는 측면과 좀 더 빠른 충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세션의 경우 배터리가 내장형으로 교체할 수 없기에 빠른 충전은 더욱 중요하다. 어떤 점에서는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볼 수 있지만, 배터리를 바꿀 수 있는 히어로5 블랙보다 오히려 세션에서 USB단자 변화는 더 큰 의미가 있는 셈이다. 또한 이를 활용하면 상시전원으로도 녹화를 할 수 있기도 하다. 값을 생각하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 차량용 블랙박스 등으로도 쓸 수도 있는 셈이다.

제품은 기본적으로 10m 방수다. 물론 스킨스쿠버처럼 좀 더 깊은 바닷속을 들어가는 경우에는 당연히 따로 방수하우징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가벼운 물놀이 정도에는 부력봉 하나만 달아두면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참고로 기존 액세서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대로 쓸 수 있다.

음성인식에 손떨림방지를 더했다.

뭐니 해도 고프로 히어로5 세션에 더해진 가장 반가운 기능은 다름 아닌 음성인식이다. 제품이 워낙 작고 따라서 버튼도 작은 편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녹화나 촬영만 하기에 조작이랄 것도 없는 경우가 많기는 하다. 하지만 액션캠 특성상 카메라처럼 들고 찍기보다는 몸이나 헬멧 등에 달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전거에 달아 쓰다 보니 이런 경우 상당히 불편할 때도 있다. 자전거를 타면서 조작하기가 위험한 것이다. 따로 전용 리모컨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스마트폰으로 더욱 세밀한 조작을 할 수는 있지만, 아무튼 목소리로 부려먹는 것보다는 편할 수가 없다.

이럴 때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은 적잖은 장점이다. 단, 이미 쉬리나 알렉사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이 제품은 미리 정해진 단어와 문장을 외쳐야 정확히 인식한다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게다가 한국어는 아직 알아듣지를 못해서 내년 1월에나 정식으로 쓸 수 있을 예정이다. 안되기만 해봐라!

여담으로 액세서리 만드는데 능숙한 회사로 흔히 소니를 꼽는데, 고프로도 만만치 않다. 이번에 음성인식 기능을 선보이면서 리모(REMO)라는 이름의 무선 마이크도 함께 선보였다. 이를 통해 음성 조작 기능을 더욱 쉽게 한다는데, 고프로의 액세서리 사랑도 참으로 대단하다.

고프로가 상대적으로 경쟁사에 비해 쉽게 추격을 허용한 부분 가운데 하나가 다름 아닌 손떨림방지기능이 없었다는 점을 꼽는다. 이런 비난을 받아들여, 이번 제품에는 새롭게 전자식 손 떨림 방지 기능도 담았다. 고프로 측의 설명에 따르면, 그동안 전자식 손 떨림 방지 기능을 넣으면, 어쩔 수 없이 결과물이 일부 잘려, 이 기능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참고로 이 글에 쓰인 모든 고프로 관련 샘플과 동영상은 편집을 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임을 밝힌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손 떨림 방지기술을 적용해도 조금만 잘라내도 되기에 이번 모델부터 적용했다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그리고 앱

스마트폰과 연동해 쓰는 제품인 까닭에 앱, 그러니까 SW품질도 매우 중요하다. 그냥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뽀샵의 차이를 안다면, 동영상에서도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동안 고프로가 HW품질에 비해 SW품질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를 의식한 듯 고프로는 최근 들어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을 인수 합병하고, 전문가 확보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대표적으로 고프로 앱인 캡쳐(Capture)는 물론, 아주 쉽고 빠르게 영상을 만들 수 있는 퀵(Quick)의 경우 데스크톱 버전을 선보였다. 심지어 클라우드 서비스인 고프로 플러스도 새롭게 준비했다. 단 이 서비스는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쓸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아무래도 4K 영상은 스마트폰으로 편집까지는 무리라고 생각한다. 워낙 많은 자원을 소모하기 때문인데 되도록 PC에서 편집하는 것을 권한다. PC편집용 SW도 로그인해서 내려받을 수 있다. 기본 기능은 PC용이나 앱이나 같다.

사진은 1K, 동영상은 4K

고프로와 같은 제품은 결국 결과물로 승부하는 제품이다. 이를 위해 몇 장의 샘플 사진과 동영상을 준비했다. 사진은 최대 1K로 찍을 수 있다. 사실 고프로의 사진 기능은 그동안 봉인해야하는 기능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큰 기대를 모았던 기능은 아니다. 비록 800만 화소에서 1천만 화소로 높아지기는 했지만, 극적인 변화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보다는 야간 손떨림방지기능이 더해져 좀 더 보기 좋은 사진을 만들어 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실내에서나 빛이 부족한 곳에서도 충분히 괜찮은 품질을 보여준다. 또 최소 0.5초 간격으로 스냅샷을 찍어주는 기능, 그러니까 자동연사 기능을 쓰면 제법 재미있는 사진도 만들 수 있다.

물론 진정한 장점은 동영상. 동영상 기능은 역시 고프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확실한 차이를 보여준다. 게다가 작고 가벼워 찍기가 쉽다는 것은 고프로, 아니 고프로 히이로5 세션만의 큰 장점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새롭게 선보인 손 떨림 보정 기술이 4K가 아닌 Full HD까지만 쓸 수 있다는 점. 이미 경쟁사에서는 4K에서도 손떨림 방지가 되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못내 아쉽다. 물론 손떨림 방지를 획기적으로 막아줄 수 있는 짐벌이라는 손잡이가 있기는 하지만, 값이 무척이나 사악하다.

여기에 앱인 캡쳐 역시 한글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이미 비슷한 제품들은 거의 모두 쉽고 편한 우리말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쓰기 편하고 쉬운 것을 내세우는 고프로라는 것을 생각하면, 한국어 음성인식과 더불어 앱도 한국어가 되기를 바래본다.

지난 제품에서 경쟁사들의 거센 추격에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였던 고프로가 과연 새롭게 기능을 보강한 고프로 히어로5와 세션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프로밖에 없었던 선택지에 워낙 많은 경쟁사가 뛰어든 탓이다.

물론 실제 활용에 있어서 그리고 화질이나 품질에 있어 아직 고프로를 능가하는 브랜드는 없다. 그리고 그만큼 비싸다. 이를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특히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 할 수 있을지가 성공여부를 가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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