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묘 앞이나 유명 등산길 입구처럼 어르신들이 많이 모이시는 곳에는 그 분들께 어울리는 제품이 있게 마련이다. 언젠가부터 그런 곳에는 어김없이 효도라디오라는 이름의 정체불명 제품이 대 유행이다. 뭔가 싶어 찬찬히 살펴보니 철지난 MP3 플레이어와 FM라디오를 하나로 묶은 것이다. 저용량 메모리에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좋아하실만한 음원을 잔뜩 넣은 것으로, 음질은 그리 좋지 않지만, 워낙 싼 값과 쓰기 편리함을 무기로 상당한 인기를 모은다.
효도라디오에서 읽을 수 있는 시장 트렌드는 이미 음악은 찾아서 듣는 것이 아니라, 소비하는 소비재로 변한지 오래라는 사실이다. 꼭 그 노래, 꼭 그 음악을 들어야겠다는 욕심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표적으로 MP3라는 음원을 소유하던 시장이 이제는 스트리밍으로 바뀌고 있다. 버글스라는 그룹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가 요즈음 나왔다면, 혹시 Streaming Killed The MP3 Files라고도 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렇게 음악과 유행은 변해간다.
눈치 빠르기로는 최고수인 샤오미에서 샤오미 인터넷 라디오를 펀딩하고 결과에 따라 제품을 선보인다고 했을 때 바로 이거다 싶었다. 이제 사람들은 음악을, 라디오를 굳이 주파수 찾아가며 듣는 시대가 지났다는 것을 웅변하는 제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양
네트워크 WiFi 2.4G b/g/n
버튼 기계식 / 터치식 겸용
칩 MT7688K
재질 플라스틱 (ABS)
전원 마이크로 USB
스피커 직경 50mm
사운드 트랙 모노
크기 / 무게 8.30 x 8.30 x 5.00 cm / 168g
대단한 제품처럼 말했지만, 사실 제품 원리는 무척이나 간단하다. 스피커에 와이파이를 달아 둔 것이다. 그리고 스마트폰앱으로 제어해서 스피커에 와이파이를 잡아주고 주파수를 맞추듯 인터넷 라디오 채널을 맞춰준다. 그리고 적당한 볼륨으로 감상하면 끝! 원리 자체는 아주 간단하다. 뒷면에 스마트폰 충전할 때 쓰는 마이크로 5핀 케이블만 꽂아주면 끝이다.
원리만큼이나 제품도 간결하다. 특별한 설명이 없다면 그냥 흔한 스피커로 보인다. 샤오미 특유의 간결한 디자인은 그대로지만 말이다.
항상 그래왔듯, 샤오미는 어플을 따로 만드는 경우가 드물다. 기존 샤오미 미홈어플(MiHome)에 플러그 인 형태로 연결된다. 와이파이를 찾아주고, 원하는 채널을 고르면 음악이 나온다. 참고로 샤오미는 제품을 선보이기 전에 무려 30만개 채널과 계약을 맺었다. 채널 하나하나가 방송국의 개념이다. 한마디로 스트리밍 서비스에 최적화를 해두었다는 뜻이다. 내수제품인 까닭에 당연히 대부분이 중국어 방송이지만, BBC, CNN같은 외국어도 드물지 않다. 아쉬운 것은 아직 한국 방송국과는 정식계약을 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실력이 없었는지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한류나 Korea로 검색해도 제법 많은 채널이 나오기는 하지만 정식 채널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스마트폰 어플만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하지만, 반드시 어플이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일단 한 번 와이파이를 잡아두고 채널을 선정해두면 다음번부터는 제품을 직접 만져 채널과 볼륨을 바꿀 수 있다. 붉은색 레버가 채널, 윗면을 터치하면 볼륨이다. 효도라디오와는 차원이 다른 멋진 아이디어다. 아무래도 라디오의 주된 사용층이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보다는 나이가 좀 더 있거나, 혹은 어리다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제품답게 사물인터넷 기능은 필수다. 앞서 설명한대로 샤오미 미홈어플을 쓴다는 것은 단순한 제품 제어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샤오미 장비와 연결해 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게이트웨이와 연결하면 집에 들어가자마자 센서가 알아채고 라디오를 틀어주는 식의 동작도 문제없다. 물론 사전 예약을 해둔 시간에 켜고 끄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다.
얼마 전 선보인 미밴드2와도 연결된다. 규칙을 만들어두면 잘 때 꺼지고 일어나면 켜지는 식이다. 이미 샤오미 라이트에서 써먹었던 재주다. 단순한 와이파이 스피커, 인터넷 라디오만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고, 사물인터넷의 장점 또한 이런 곳에서 느낄 수 있다. 한 번 샤오미제품을 사면 계속 살 이유가 생긴다.
숨은 재주도 있다.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iOS 에어플레이(AirPlay)를 써먹을 수 있다. 에어플레이는 애플을 위한 무선 연결 시스템이다. 같은 네트워크로 묶인 와이파이장비를 통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소리와 영상을 지원한다. 애플TV에 연결해 아이폰의 화면을 크게 보는 식이다. 구글 크롬캐스트와도 비교할 수 있다. 샤오미에서 에어플레이를 쓸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인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없다. 아무튼 샤오미제품이 애플과 연결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블루투스가 아닌 와이파이로 연결되기에 끊김도 확실히 적다.
생각보다 음질은 평범하다. 8cm 크기에 5cm 두께의 작은 스피커에서 대단한 음질을 기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스피커라는 것이 크기와 무게가 음질과 정비례하곤 한다. 이 제품 역시 그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다. 샤오미에서는 수많은 미사어구로 이런 저런 코덱과 드라이버를 써서 좋은 음질이라고 광고하겠지만 말이다.
가장 아쉬운 것은 음질이나 하드웨어가 아닌 어플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한국에 판매하는 제품이 아닌 까닭에 어플은 중국전용이다. 한글은 고사하고 아예 영문도 없다. 띄엄띄엄 읽어보지만 편하게 쓰기는 분명 편하게 대중적으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
샤오미의 새로운 제품들은 처음 선보일 때는 생뚱맞고, 과연 이 제품이 뭐에 쓰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하지만 제품이 버전업되고 하나둘씩 쌓일수록 레고블럭이 든든한 성을 쌓듯 튼튼해지고 연결된다. 만약 이 제품이 완벽한 한글을 지원하고 한국라디오들과 정식계약을 맺어 서비스한다고 생각하면 수많은 라디오 어플이며, 지금의 지상파라디오는 어찌될까?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효도라디오가 어르신 시장을 평정했듯, 이 제품이 또 다른 라디오시장을 없애버리지는 않을까 조금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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