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갛게 달아오른 불빛 아래 둥글게 절삭한 볼륨 노브, 외부로 노출된 진공관은 긴 겨울밤 새벽을 음악으로 지새우게 만든다. 누구나 오디오 하면 진공관 한 대 쯤은 운용해야 그럴싸한 오디오 마니아로 대접받기도 한다. 그러나 오디오 시스템의 역사, 특히 스피커는 진공관 앰프에 대해 그리 녹록치 않은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단지 알텍 렌싱 순혈주의와 클립쉬 등의 고능률 스피커들이 계속해서 시대를 지배해왔다면 아마도 진공관 앰프의 현재는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수 와트의 출력만으로도 수십 평의 넓은 공간을 충분함 음압으로 매울 수 있었던 시대는 갔다. 스피커는 더욱 더 저 능률로 치닫고 더 넓은 다이내믹레인지를 위해 고성능 유닛이 개발되면서 한편으로 진공관의 위치와 행방은 묘연해지기도 했다.

대출력 트랜지스터 앰프가 진공관 앰프를 대체하며 한 시대를 누릴 때 진공관 앰프도 그대로 눌러앉아 있진 않았다. 대출력을 꾀하면서 스피커 대응 능력을 키웠고 더 안정적인 임피던스 대응에 심혈을 기울였다. 오디오 리서치는 진공관 앰프를 솔리드스테이트와 대등한 위치의 하이엔드 앰프의 반열에 올려놓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외에 BAT 또한 이 대열에 합류했다. 진공관과 솔리드 스테이트의 융합은 하이브리드 진공관 앰프의 르네상스를 알렸다.
이런 추세는 단지 미국 시장에만 한정된 단편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불길은 유럽 오디오 제작의 총본산 독일에서도 들불처럼 퍼져났다. 1968년 독일, 호프만 트랜스포머라는 회사는 오랫동안 트랜스포머를 제작하는 회사였다. 특히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의료용 정밀기기에 사용하는 트랜스포머와 코일을 제작했다. 이것은 온전히 정밀도와 세밀한 작업 기술 및 노하우로 점철된 기반 산업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회사 대표의 아들 안드레아스 호프만이 회사를 물려받으면서 일대 전환이 일어난다. 바로 음악 신호를 다루어 증폭하는 앰프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 옥타브 오디오의 시작이었다.

“Nothing sounds better than the original”
다름 아닌 옥타브 오디오의 철학을 대표하는 문장이다. 시대적 트렌드에 시시 때때로 변화하는 디지털 소스 기기는 옥타브 오디오의 제조철학 밖에 존재한다. 따라서 옥타브 오디오는 프리앰프와 파워앰프 그리고 인티앰프 및 포노앰프 등 오직 아날로그 신호의 증폭에만 관여한다. 전원부에 극도로 예민해 독보적인 전원 매니지먼트 기술을 개발해 채용하고 있으며 증폭에 관한한 오리지널 음원 소스의 다이내믹스와 디테일을 보존, 증폭하기 위해 진공관 및 솔리드 스테이트 소자의 활용도 주저하지 않는다. 또한 바이어스 및 내부 측정 시스템 등 매우 안정적인 작동을 위한 설계 등에 대해 집요하리만큼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제품이 출고된다.

“HP300 SE & RE320”
옥타브 오디오의 철학이 가장 완벽하게 구현된 앰프는 다른 무엇도 아닌 프리앰프, HP500이었고 이는 현재도 옥타브 오디오의 심장처럼 남아있다. 그리고 HP500 의 설계 사상을 그대로 물려받은 HP300 이 출시되었으며 이 프리앰프는 뛰어난 성능으로 HP300MKII 까지 출시되면서 전세계 가장 훌륭한 진공관 프리앰프로 회자되곤 한다. 동일한 모델명으로 계속해서 후속기가 출시되는 것만큼 제품의 성능을 정확히 대변해주는 방법은 없다. 결론적으로 HP300은 HP300SE 버전에 이르러 현재 롱런 중이다. 그러나 HP300SE를 단지 HP300MKII 의 마이너 업그레이드를 통한 후계기 정도로 여기는 것은 명백한 오류다. HP300SE 는 전원부 및 출력단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이 새로운 상급기의 면모를 보인다.

HP300SE 는 라인단에 ECC81 및 ECC88 진공관을 사용해 증폭하며 포노단은 ECC81 진공관을 사용한다. 두 개의 XLR입력단을 마련해놓고 있으며 총 세 개의 RCA 입력 그리고 한 개의 모니터 출력단을 볼 수 있다. 출력단의 경우 두 개의 RCA출력단 및 한 개의 XLR출력단 등 입/출력단은 무척 다양한 편이다. 재미있는 것은 스피커의 능률에 따른 데시벨 감쇄 및 증가를 고려한 게인 조절 기능이다. 전면에는 총 세 단계의 게인 조절 기능을 마련해놓고 있다. High 에서는 25dB, Med 에서는 19dB, Low 에서는 12dB 등 각각의 게인은 음질적 열화 없이 다양한 능률의 스피커에 적절한 게인을 제공한다.

옥타브 오디오의 모든 앰프들이 그렇듯 옥타브는 절대 측정 수치 등에서 타협이 없다. 진공관은 단지 가장 신뢰하는 소자이자 자신들의 음질적 이상을 추구하는 도구일 뿐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에 대해서도 우세한 면이 많다는 걸 제품 자체로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진공관 앰프 메이커가 이처럼 자사의 홈페이지에 다양한 측정 수치를 낱낱이 공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이것도 옥타브의 주장을 방증하는 흔한 예다. 예를 들어 HP300SE 의 출력단엔 고품질 출력 트랜스포머가 등장한다. 또한 전원부의 경우 별도의 케이스에 수납해 전원 노이즈 등으로부터 완벽히 분리한 모습이다. 입력 임피던스가 100K 옴인데 반해 출력 임피던스가 고작 50 ~150옴 정도로 낮은 것은 진공관 앰프로서는 매우 탁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시청에서 함께 매칭한 RE320 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지난 번 필자는 Jubilee SE 모노블럭 파워앰프와 매칭한 소너스 파베르 Lilium 의 소리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은 바 있다. 물론 소너스 파베르 Olympica를 낭낭하게 울리는 V80SE 의 증폭 성능에도 감탄했다. 그 어떤 진공관앰프보다 안정적이며 고요했고 어떤 솔리드 스테이트에 비해서도 안정적이며 시청 내내 안심할 수 있는 앰프였다. RE320은 바로 옥타브의 레퍼런스 앰프 Jubilee SE 의 설계 기술들이 대폭 적용된 파워앰프다.

출력 단부터 살펴보면 마치 항아리같은 모양의 KT150이 채널당 두 개씩 장착되는 푸시/풀 증폭 방식이다. 출력 사양을 보면 옥타브의 철학을 느낄 수 있는데 오직 4옴 탭만을 만들어 채널당 130와트의 출력을 얻고 있으며 저출력 모드로 채널당 75와트를 지원하고 있다.

최소 2옴의 부하까지도 감당할 수 있는 막강한 앰프다. 최대 출력 시에도 25Hz에서 85kHz 라는 무시무시한 주파수 응답 특성과 100dB 를 훌쩍 넘는 SN비 등은 무척 인상적이다. 옥타브 오디오 본사에서 제공하는 주파수별 출력 특성을 보면 출력관에 상관없이 모두 30kHz 가까운 구간까지 무척 평탄한 출력 특성을 보여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시청을 위한 셋업에서 우선 파워앰프에는 별도의 전원 옵션인 Super Black Box를 추가해 성능 증강을 꾀했다. 이 외에 소스 기기는 린 Klimax DS를 사용했으며 스피커는 소너스 파베르 Olympica III 및 조셉오디오의 Pulsar 등을 활용했다. 시청 공간은 하이파이 클럽 메인 시청실에서 이루어졌음을 밝힌다.

Simply Love
옥타브 프리/파워는 시종일관 매우 평탄한 증폭 특성으로 인해 진공관 앰프 중에서는 내가 들어본 앰프 중 가장 중립적인 토널 밸런스 감각을 보인다. 하지만 스피커에 따라 이는 최종 사운드에 대해 조금 다른 양상으로 표출된다. 예를 들어 헤일리 로렌의 ‘On the sunny side of the street’가 소너스 파베르 Olympica III 에서는 무척 진중하며 낮은 음상을 보여준다. 한편 Pulsar 에서는 산뜻한 음색에 상큼한 늬앙스로 돌변한다. 이는 소스 기기로부터 받은 신호를 가감 없이 증폭해 스피커로 증폭하는 거울 같은 특성의 앰프임을 방증한다. 요컨대 자디스 보다는 캐리에 가깝고, 매킨토시보다는 맨리 같은 앰프에 더욱 가까운 강건하고 정교한 증폭 특성을 갖는다고 판단된다.

The Girl in the Other Room
시종일관 정확한 음상 특성으로 인해 이미징은 또렷하며 외곽선도 명징하게 잡아내는 편이다. 밸런스 또한 흔들림 없이 안정감이 넘쳐 질서 정연한 무대를 눈앞에 펼쳐놓는다. 다이애나 크롤의 ‘Temptation’에서 보여주는 더블 베이스 연주는 굵지도 얇지도 않게 사실 그대로의 실체감이 돋보인다. 무척 강건하며 골격이 탄탄하고 탄력감이 뛰어나다. 적당히 당겨진 텐션과 리듬감 덕분에 더블 베이스는 추진력 있게 곡을 이끌어나간다. 그러나 절대 특정 대역을 과장해 부스트시키는 버릇이 없다. 고역부터 저역까지 선명한 해상력을 유지한다.

Budapest Festival Orchestra
볼륨의 경우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볼륨 10시에 게인은 Med 로 조정해 시청했을 때 충분한 음량을 얻을 수 있었다. 요컨대 90dB 안팎의 중형 플로어스탠딩까지는 무난히 제압하는 탁월한 댐핑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된다. 물론 가끔은 이런 정교한 응답 특성과 댐핑 능력 그리고 탁월한 토널 밸런스는 진공관 앰프에 대해 바라는 일반 대중의 그것과 배치될 수 있다. 아롱아롱 타오르는 듯한 따스한 질감과 질펀한 저역의 울림 등. 하지만 이반 피셔가 지휘한 라흐마니노프 2번을 들어보면 소너스 파베르가 가진 진하고 고혹적인 음색을 얼마나 가감 없이 표현해주는지 감탄하게 된다. 옥타브는 증폭기로서 제 역할에 너무나 충실하다.

Organ Polychrome
옥타브의 이상적인 증폭 철학이 빛을 발하는 것은 얀 크레이빌의 [Organ Polychrom]같은 레코딩이다. 옥타브는 어던 스피커든 상관없이 진공관 앰프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히 넓고 입체적인 무대를 만들어낸다. 대게 많은 진공관 앰프의 협대역과 좁은 무대의 갑갑함 등은 옥타브와 관련이 없는 얘기들이다. 얀 그레이빌의 레코딩에서 파이프 오르간의 저역은 웬만한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보다 깊고 선연하다. 발끝까지 떨어지는 오르간의 낮은 저역은 유연하면서도 뚜렷한 세부묘사가 돋보이는데 동시에 나긋나긋한 느낌도 동반한다.

“총평”
안드레아스 호프만의 옥타브 오디오는 기존의 진공관 앰프에 대한 상식을 다시 한 번 뒤집었다. 주파수 응답 특성 및 SN 비는 물론이며 스피커 임피던스 대응 능력은 2옴까지도 문제없다. 이런 특성들은 매우 고요한 배경은 물론 거대한 스케일의 스테이징과 여러 악기들의 입체적인 움직임은 물론 세부적인 약음 재생 능력까지도 몇 단계 진보시켰다. 단지 과거의 유물이나 그저 낭낭한 저출력으로 고능률 스피커를 다루기 위한 앰프가 아니라 전천후 하이엔드 진공관 앰프의 전형이다. 하지만 무척 정교한 증폭 특성과 중립적인 밸런스 외에 잔향과 하모닉스 특성에 있어서는 진공관이라는 소자의 매력을 충분히 간직하고 있다. 나긋나긋한 현의 잔향과 말끔하고 투명하면서도 아스라이 잔잔하게 울리는 피아노 타건은 음악을 더욱 음악답게 만들어준다.

참고로 프리앰프 HP300SE의 기능 및 성능은 단독 프리앰프로서도 새롭게 평가해야 마땅할 정도로 탁월하다. 뛰어난 프리앰프의 기준인 높은 입력 임피던스에 낮은 출력 임피던스를 갖고 게인 조절 기능까지 갖추었다. 따라서 여타 솔리드스테이트나 진공관 앰프와의 매칭에서도 탁월한 파워 핸들링 및 폭넓은 스피커 커버리지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줄 것으로 예상한다. 옥타브라는 특별한 네이밍에는 확고한 의도와 철학이 깃들어 있었다. HP300SE 와 RE320은 진공관 앰프의 객관적 성능의 한계를 몇 단계로 확장시키고 있다.
Specificatio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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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300 SE Pre Amplifier | |
진공관 | 라인: ECC81, 6N6 / 포노: ECC81 |
게 인 | High: 25dB = 18.5 / Mid: 19dB = 8.8 / Low: 12dB = 4 |
잔류 노이즈 | gain high: 35μV 이하 / gain mid: 16μV 이하 / gain low: 8μV 이하 |
주파수 특성 | 10Hz~200kHz / 1.5dB |
전고조파왜율 | 0.03%이하 / 3V / 7.5Ω |
SN비 | High: -92dB / Mid: -100dB / Low: -108dB |
채널 분리도 | -90dB / 1kHz |
크로스토크 | -100dB / 1kHz |
입력 임피던스 | 100kΩ |
출력 임피던스 | 50Ω (언밸런스) / 150Ω (밸런스) |
볼륨 조정 단위 | 0.5dB / -70dB) |
MC 포노부 입력 임피던스 | 40-1000Ω 사이에서 16단계로 설정 가능 |
MC 포노부 입력감도 | 0.1mV/0.5mV |
MC 포노부 RIAA EQ 편차 | ±0.3dB (15Hz-20kHz) |
MC 포노부 게 인 | High: 67dB / Low: 58dB |
MC 포노부 SN 비 | -75dB |
MC 포노부 서브소닉 필터 특성 | 20hz / -3dB |
입 력 | XLR x 2, MC(RCA) x 1, RCA x 3 *포노 모델은 RCA x 2 |
출 력 | XLR x 1, RCA x 2, Monitor(RCA) x 2 |
소비전력 | 35W |
크 기 | 본체: W438 x H77 x D410(mm) / 전원부: W110 x H80 x D250(mm) |
중 량 | 본체: 7.2kg / 전원부: 3.1kg |
마 감 | Silver / Black |
부 속 | 볼륨 전용 리모컨 |
RE320 Power Amplifier | |
고출력 모드 | 130W×2 @4Ω |
저출력 모드 | 75W×2 @4Ω |
피크 출력 | 150W×2 @4Ω |
출력단 구성 | 5극관 푸시풀 |
주파수 특성 | 25Hz~85kHz(-3dB) 최대 출력시 5Hz~85kHz(-3dB) 5W 출력시 |
노이즈 | 100μV 이하, 100Hz~15kHz>-110dB |
험 노이즈 | 250μV 이하(출력관에 따라) |
게인 | 28dB |
N F B 값 | 9dB |
입력 감도 | RCA:0.8V (220kΩ입력 부하) XLR:1.6V (25kΩ입력 부하) |
전고조파 왜곡 | 0.1%이하(10W/4Ω) |
S N 비 | 100dB 이상 |
최소 부하 임피던스 | 2Ω |
바이어스 | Low: 35mA High: 40mA |
출력관 | KT150×4 출력관은 OCTAVE 오리지널의 바이어스 조정 기능에 의해 KT120등의 동등관과 교체 가능 |
드라이버관 | ECC82 ×3 |
소비 전력 | 180W 최소(무신호시) 550W 최대 20W 에코 모드시 |
스피커 출력 | 바인딩 포스트 2 페어 |
기타 | BLACK BOX / SUPER BLACK BOX 접속 단자 |
입력 | RCA × 1 계통 XLR × 1 계통 |
기타 | W488 x H210 x D410 (mm) (노브, 단자, 그릴 포함) |
중 량 | 27.6kg (그릴 커버 포함) |
마 감 | 실버/블랙 |
Octave HP300 SE Pre & RE320 Power Amplifier | |
수입사 | 로이코 |
수입사 연락처 | 02-335-0006 |
수입사 홈페이지 | www.royco.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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