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를 많이 먹는 백열전구가 시장에서 퇴출된 지 제법 오랜 시간이 흘렀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아예 법으로 판매를 막아둘 정도다. 지금 생각하면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예전에는 백열전구의 열을 이용해서 늦게 오시는 아버님의 밥을 따뜻하게 덥히거나 하는 기억이 난다. 백열전구의 단점이라 할 수 있는 낮은 효율을 반대로 이용한 케이스다.
이런 백열전구의 위치를 빠르게 대신하는 것이 바로 LED다. LED의 가장 큰 장점은 효율이 좋다는 것이다. 즉, 백열전구나 형광등에 비해 같은 전기를 쓰면 훨씬 밝다. 같은 밝기를 만드는데, 훨씬 적은 전기만 쓰는 알뜰 살림꾼이다. LED가 친환경적이며,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ED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백열전구 특유의 느낌이 없다는 것이다. 즉, 따뜻한 전구가 아니라, 차가운 전구라는 것이 LED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의 항변 아닌 항변이다. 실제 LED를 보면 밝기는 하지만, 뭔가 아쉬운, 감성이 빠진 느낌을 받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LED전구에 백열전구의 느낌과 감성을 더하고 싶었나보다. 바로 나노리프에서 선보인 아이비(Ivy)라는 스마트 전구가 그런 제품이다. LED 밝기, 백열전구의 감성, 여기에 스마트한 기술까지 모두 묶은 독특한 전구, 나노리프 아이비 스마트 전구를 소개한다.
사양
밝기 : 약 800루멘
전원 소비량 : 7.5W
효율 : 백열등 약 60W급
효율 : 107LM/W
색온도 : 3,000K
볼트 : 100 – 240V
전구 규격 : E26, E27
색상 : 검정
통신 : 지그비 (ZIGBEE) HA 1.2
음성 제어 : 애플 홈킷, 아마존 알렉사 등
구성 : 허브 + 전구 2개
값 : $99.99
물어볼 곳 : 나노리프 (https://nanoleaf.me/en/)
일단 전구의 생김새부터 독특하다. 보통 전구, 특히 백열전구를 대신하는 스마트전구하면 떠오르는 것이 둥근 전구의 생김새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이 안에 수많은 LED소자가 들어있고, 이를 통해 빛을 낸다. 지금껏 알아온 LED전구는 모두 그렇다.그런데 이 제품은 마치 종이접기를 한 것 같은 독특한 생김새에 작은 LED소자가 이곳저곳에 박혀있다. 게다가 전체적인 색은 검정색이다. 검정색 전구라니? 이 정도면 감성 폭발이 아니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제품을 만들었는지 궁금해질 정도다.
스타터 킷의 경우 전구 두 개와 이를 연결하는 허브로 이뤄졌다. 허브를 유선으로 연결하고 허브와 전구는 지그비로 통신하는 전형적인 스마트 전구의 구조다. 유명한 필립스 휴가 바로 이런 통신시스템이다. 안정적이고, 전구를 늘리기 쉬우며, 비교적 통신거리가 길어서 실내조명 시스템으로는 제격이다.
허브에 네트워크와 전원을 연결하면 허브의 끝 부분에도 조명이 들어온다. 그리고 허브의 가장 윗면은 눌러서 스위치를 겸하도록 디자인했다. 아마도 애플이 조명을 만들었다면 이런 조명을 만들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디자인은 끝내준다. 물론 색은 절대 검정색을 쓰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기존 백열등이나 전구를 빼고 전구를 끼우고 전원을 넣으면 특이하다. 보통 LED를 쓰는 스마트전구는 모든 제품들이 전원을 넣음과 동시에 바로 밝아진다. 그런데 이 제품은 전원을 넣으면 바로 밝아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예전에 백열전구가 그랬듯 완전히 밝아지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 묘한 백열전구의 아련한 느낌마저 스마트기술로 재현했다. 말이 쉽지 이 정도면 거의 예술이다. 물론 성격 급한 이들에게는 이게 뭐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최대 밝기까지는 약 2-3초 정도가 걸리는데 이 여유가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또 다른 특징은 조광기능이 있다는 점이다. 보통 백열전구는 밝기를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밝은 곳까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LED의 경우에는 켜짐, 꺼짐의 두 단계가 전부다. 하지만 이 제품에는 스마트기술을 더해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대신 색은 조절하지 않는다. 백열전구를 벤치마킹했는데 1,600만 컬러로 화려하게 빛을 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나보다.
대부분의 LED, 스마트 전구가 그렇듯 밝기는 상당하지만, 다른 스마트 전구에 비해 확실히 은은한 느낌이다. 제조사에서 권장하는 수명이 27년 이상이니까 수명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물론 그 전에 좀 지겹겠지만…
이 제품의 가장 큰 덕목은 뭐니 해도 음성인식이다. 즉, 말로 전구를 켜고 끄고,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미 선보였던 필립스 휴도 이런 기능은 하지만, 이 제품은 이를 전면에 내세운 제품이다. 대표적으로 애플이 새롭게 선보인 IoT 플랫폼인 애플 홈킷과 연결되는 것은 물론, 시리를 통해 말로 부려먹어, 전등을 스마트하게 제어할 수 있다. 박스부터 애플 홈킷 인증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아마존 알렉사에도 연결된다. 상대적으로 다른 IoT 플랫폼에 뒤지고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 애플이기는 하지만, 그 저력을 생각하면, 그리고 애플제품으로 집을 꾸며놓은 경우라면 상당히 괜찮은 스마트전구 솔루션인 셈이다.
또 다른 이 제품만의 장점과 특징을 꼽는다면, 열 문제를 처리한 가장 효율적인 전구 중 하나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쉽게 하는 착각 가운데 하나는 LED전구는 열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LED는 백열등이나 형광등에 비해 효율이 좋다. 즉, 쓰는 전기에너지의 대부분을 빛으로 바꾼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 열은 생긴다. 즉, LED는 상대적으로 열이 적게 난다는 것이지, 아예 열이 없지는 않다. 그래서 LED전구나 이를 바탕으로 하는 스마트 전구 모두 방열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 제품은 LED소자를 아예 노출시키는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적어도 열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독특한 생김새의 장점 가운데 하나다. 제조사의 발표로는 전구 하나의 밝기는 대략 60W 백열전구와 같다고 한다. 물론 전기는 훨씬 적게 먹는다.
앱은 나노리프 스마터라는 전용 제품을 쓴다. 대부분의 스마트 전구가 그렇듯, 사용자는 전구에 이름을 붙이거나, 방과 거실에 맞춰 전구들을 각 방에 알맞게 세팅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아이폰을 들고 쓱쓱 문질러 불을 끄고 켜거나, 아님 밝기를 조절할 수도 있고, 시리를 써서, “침실에 불 켜/꺼” 또는 “거실 조명을 50%”와 같은 명령을 말로 부려 먹을 수 있다. 물론 우리말도 완벽하게 지원한다. 시리가 알아듣는다면 말이다.
기술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인간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아쉽게도 아날로그는 좋았을 때의 추억으로만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아날로그적 감성을 스마트 기술을 더해 만든 것이 바로 이 나노리프 스마트 전구다. 무엇보다 애플 홈과 시리와 거의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점은 반갑다. 애플에서 쓸 만한 IoT조명이 없다고 생각했거나, 백열전구의 감수성 넘치는 조명이 필요하다면 이 제품을 놓쳐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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