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의 오디오 메이커는 야마하, 온쿄, 파이오니아, 데논, 마란츠 등 메이저 음향 가전 업체 등이다. 1년이 멀다하고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면 일본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판매고를 올린다. 최근 몇 년간 파이오니아는 온쿄로 인수되었고 데논과 마란츠의 합자법인 D&M은 미국의 사운드 유나이티드로 합병되었다. 이제 메이저 하이파이뿐 아니라 고집 센 일본 메이저 가전 업체도 강력한 자본의 자장에서 달아나기 힘든 시절이다.
그러나 일본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정밀 공학은 물론 음향 관련 기술이 대단히 뛰어나다. 예를 들어 과거 마크레빈슨이나 린 등의 카트리지는 모두 일본에서 제작해 납품했다. 이 외에도 과거 하이엔드 제품의 일부 파트 부분은 사실 알고 보면 일본의 장인 기업에서 조달한 경우를 많이 목도하게 된다. 급격한 노령화와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장년층이 주도하고 있는 전통적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이 그 면면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국제적인 오디오 메이커에 파트를 납품하거나 또는 기술 교류를 해오던 엔지니어들이 스스로 메이커를 만들면 그들의 능력을 알고 인정하는 팬덤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 메이커 중 특히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서 꾸준히 소구되고 평가받으면서 인정받는 메이커도 부지기수다. 국내에선 레벤이 최근 척박한 국내 시장에서 선전했다. 하지만 이 위에 오디오노트, 신도 래보래토리, 와박 등 예술품에 가까운 진공관 앰프를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는 장인 메이커가 똬리를 틀고 있다. 스테레오파일 평론가 아트 더들리의 시스템에서 드보어 피델리티 스피커를 서포트하는 신도랩의 프리, 파워앰프의 존재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팔콘랩
스피커 중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메이커는 사실 흔치 않다. TAD라는 거대한 메이커가 과거 익스클루시브의 전통 아래 커다란 성과를 올린 것이 최근 기억할만한 일본 스피커 브랜드의 활약이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브랜드를 접하게 되었다. 바로 팔콘랩이라는 스피커 메이커다. 우연히 않게 인터뷰까지 진행하게 된 팔콘랩의 대표 우라노에게서 나는 매우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Stereo Everywhere’라는 기치 아래 MIT 박사 출신 아마르 보스가 세운 보스가 그의 스승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한 시대를 호령하며 여러 기발한 아이디어로 하이엔드 스피커의 새로운 역사를 쓴 인피니티의 아니 누델도 그의 스승이라고 한다. 알고 보니 그는 이 회사의 연구 개발팀에 합류했던 경험 등을 통해 하이파이 스피커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했던 인물이었다.
우라노 마사오의 팔콘랩은 당연히 이들의 적통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후계자다. 그리고 아마르 보스와 아니 누델로부터 영향 받은 팔콘랩은 결국 지향성 스피커의 한계를 넘어 무지향 스피커로 자신의 이상을 펼쳐내고 있다. 팔콘랩의 일본 출신의 국제적 스피커 엔지니어링 경험은 결국 무지향으로 향했다.
모델 503
모델 503은 기존에 시청회에서 경험했던 모델 707의 하위 모델이다. 그러나 단지 하위 모델이라고 보긴 힘들 정도로 상위 모델의 설계 특성과 소재를 거의 그대로 이어받고 용적만 약간 줄인 스피커다. 우선 무지향 스피커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지향성 스피커와 기본적인 설계 기법이 다르다. 전면 배플에 유닛을 고정시켜 유닛 전면 및 배플 반사를 통해 음파가 전달되는 지향성 스피커와 달리 무지향성은 유닛 중역과 고역이 360도 전 방향으로 소리를 방사한다.
우선 방사 패턴이 360도이므로 각도에 따른 음압 감쇄율이 동일해야하는데 이런 능력은 유닛 및 주변 웨이브 가이드의 완성도가 좌우한다. 따라서 MBL 등 여타 무지향 스피커처럼 자체적으로 유닛을 제작해 사용할 수밖에 없다. 팔콘랩이 만든 유닛은 일단 고역의 경우 폴리 알로이 탄젠셜(Tangential) 링 트위터다. 36mm 구경에 초경량 캡톤 보이스 코일과 강력한 네오디뮴 마그넷을 기본 골격으로 폴리 알로이 다이어프램을 사용했다. 더불어 솔리드 알루미늄으로 웨이브 가이드를 만들어 자연스럽고 빠르게 고역을 방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드레인지를 담당하는 유닛 또한 360도로 고른 방사 패턴을 얻기 위해 특수 제작된 것이다. 구경은 50mm로 알루미늄/마그네슘 합금 소재의 컴프레션 드라이브 유닛을 개발해 미드레인지에 투입한 모습이다. 알루미늄 다이어프램을 채용하고 표면에 댐핑 소재를 도포하여 순간적인 주파수 피크 현상을 없앤 유닛. 위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우드 혼을 통해 전 방향으로 소리를 자연스럽게 흘러나가도록 유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게 저역은 지향성이 거의 없으므로 일반적인 스피커처럼 전면 또는 좌/우 사이드를 향하게 만든다. 그러나 팔콘랩의 경우 전면에 두 개 그리고 상단 미드레인지 아래에 하나 등 총 세 발을 만들어놓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진동판은 퓨어 펄프를 사용한 200mm 구경으로 역시 캡톤 보빈 코일을 사용하고 있다. 디스토션을 최소화하면서 높은 출력이 입력되어도 매우 자연스럽고 풍성한 저역을 내주는 우퍼며 제동 자체가 까다롭지 않은 베이스 우퍼다.
이로써 팔콘랩 모델 503은 4웨이 5스피커 타입으로 제작되었으며 재생 주파수 대역은 35Hz에서 40kHz로 중간 저역까지 재생 가능하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각각 220Hz/1.6kHz/8kHz 등 세 구간에서 끊어 각 유닛의 할당 대역을 정확히 분배하고 있다. 참고로 크로스오버는 저역 및 중/고역을 독립적으로 분리해 설계했지만 오직 싱글 와이어링만 지원하고 있다. 확인해보니 중역과 고역을 레벨을 조정할 수 있게끔 스위치를 별도로 마련해놓은 모습이다. 시청 공간에 따라서 반사음이 많은 무지향 스피커 특성상 생길 수 있는 불편한 부스팅이나 반사 그리고 이로 인한 밸런스 훼손에 대비한 설계로서 사용자에게 무척 유용한 기능이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팔콘랩 모델 503은 무지향 스피커답게 공간의 잔향, 앰비언스 특성을 모두 소리로 전달해주었다. 전면으로 방사하는 지향성과 달리 공간의 어쿠스틱 특성이 함께 전달되어 무척 풍성한 배음 구조를 가진다. 따라서 칼날 같은 포커싱과 사진에서 오려낸 듯한 윤곽보다는 매우 부드러운 음상의 윤곽과 함께 다소 온건하고 은은한 소릿결로 어필했다. 함께 매칭한 앰프가 매킨토시 MA9000에 웨이버사 시스템즈 W코어/W라우터 그리고 린 클라이맥스임을 감안해도 역시 무지향 스피커의 특성이 단연 돋보였다.
Robert Plant & Alison Krauss - Sister Rosetta goes before us
Raising Sand
예를 들어 로버트 플랜트와 앨리슨 크라우스의 ‘Sister Rosetta goes before us’를 들어보면 팔콘랩이 추구하는 사운드가 어떤 것인지 금세 이해할 수 있다. 원래 이 녹음은 저역이 매우 묵직하고 메마른 톤으로 재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모델 503에서는 조금 더 풍성하고 온건한 토널 밸런스를 보이며 부드럽게 청취자 주위를 감싸온다. 한편 매우 예쁘고 청아한 앨리슨 크라우스의 미음이 연주 톤과 반대로 대비되며 연주와 보컬의 컨트라스트가 비교된다. 마치 흑백과 컬러가 교차되어 편집된 듯 레코딩의 뉘앙스가 독창적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Anne Sophie Mutter - Zigeunerweisen
Symphonie espagnole
음색 부분에서 팔콘랩의 모델 503은 매우 여유롭고 온건하며 강렬한 색채대비보단 유연하고 촉촉한 음결이 매력적이다. 예를 들어 안네 소피 무터 및 제임스 레바인 지휘 빈 필하모닉이 연주한 ‘Zigeunerweisen’을 들어보면 바이올린은 물기를 한껏 머금은 듯 촉촉하고 말랑말랑한 물리적 촉감이 돋보인다. 에지 있게 똑 부러지는 아티큘레이션을 부각해서 보여주는 현대 하이엔드 지향 스피커와 뚜렷하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기분 좋게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사운드로서 피로감이 낮은 것도 특징이다.
Eagles - Hotel California
Hotel California
전체적으로 모델 503은 싱그럽고 싱싱한 사운드에 고역은 롤오프되면서 예쁜 음색을 낸다. 중고역에 있어서 가볍고 강하며 빠른 소리로 자극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에서 기타는 상쾌하게 찰랑거리고 무대를 전방위로 가르며 차분하게 스며든다. 한편 저역 또한 세 발의 우퍼를 채용한 스피커치곤 무게감이나 양감이 그리 크지 않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중립적인 저역 양감과 무게감이다. 비교하지만 JBL보단 알텍에 가깝다.
Philharmonic Orchestra - Aggressive Expansion
The City Of Prague Philharmonic Orchestra
모델 503이 펼쳐내는 음장 규모는 처음 들어보면 그 사이즈 파악이 잘되지 않을 정도로 사운드스테이지를 그리는 방식이 독특하다. 해당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음장의 규모나 전/후 거리감은 음원의 충실도 및 소스기기에 따라 매우 예민하게 달라지는 스피커다. 하지만 뛰어난 고음질 녹음의 경우 청취자를 안온하게 감싸면서 마치 현장의 열기를 온몸으로 뿜어내는 듯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라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Aggressive Expansion’을 들어보면 풍부한 홀 톤이 공간을 포근하게 장악한다.
총평
모델 503은 무지향 스피커의 특징인 넓은 스윗스팟을 갖는다. 쉽게 말해 앉은 자리를 이동해도 음상이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함께 비교한 피에가 스피커처럼 핀포인트 포커싱이 잡히진 않으나 공간을 움직이며 듣기엔 더 좋은 특징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게다가 음색적으로 마치 한 편의 수채화처럼 다소 연하고 청명한 사운드를 들려주기 때문에 스트레스 없이 음악에 빠져들게 만든다. 어떤 특정 음악을 특정한 시간에 허리를 곧추세우고 집중해서 듣는 시간을 따져보자. 만일 그런 시간이 거의 허락되지 않고 그 반대로 스피커와 비대칭적인 위치에서 음악을 듣는 시간이 더 많다면 팔콘 모델 503은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모든 소리는 무지향이다. 소리와 공간이 하나가 되는 팔콘랩 모델 503을 들어보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금세 깨닫게 될 것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Specifications |
|
---|---|
Type |
4-way 5spekaers Omni-Directional closed type (possible to change Bass-Reflex type by removing port cover) |
Speaker Unit |
For LF unit:200mm pulp cone woofer x 3 For MF unit:50mm coated aluminum compression driver For HF unit:36mm Poly alloy ring tweeter |
Max output power |
200W |
Nominal impedance |
6Ω |
Frequency response Band |
35Hz~40kHz |
Sensitivity |
90dB/W・m |
Crossover Frequency Band |
220Hz/1.6kHz/8kHz |
External Dimension |
(W)318mm×(H)1,200mm×(D)480mm (including Grille & Terminal) |
Weight |
47.5kg |
FalconLab Model 503 |
|
---|---|
수입사 |
사운드트리 |
수입사 홈페이지 |
|
수입사 연락처 |
070-4025-3209 |
구매문의 |
02-582-9847 |
<저작권자 ⓒ 하이파이클럽(http://www.hificlu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