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퀘스트의 끝없는 도전

최근 들어 여러 메이저, 마이너 케이블 메이커가 국내에 출시되어 오디오 마니아들은 선택의 다양성 앞에서 쾌재를 부르고 있다. 과거처럼 몇 개 한정된 브랜드 안에서 취향을 만족시키던 시대는 지났다. 전통의 강호들도 신흥 강호로 떠오른 브랜드에게 언제든 항복할 수 있는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케이블이 가장 쉽게 접근해 시장에서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일종의 척후병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젊은 엔지니어나 업계 사람들이 케이블 분야로의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오로지 케이블만 연구해온 전통의 강호들을 쉽게 물리치긴 힘들다. 일단 시간이 흐르면서 내면화할 수 있는 자신들만의 노하우가 있으며 여러 상황, 여러 기기들과 매칭을 통해 획득한 수많은 정보들의 차이가 크다. 신진 메이커들이 진입할 때 그들이 혁신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이미 기존 브랜드는 여러 방식으로 실험한 후 선택하지 않을 것인 경우도 있다. 가끔 정말 혁신적인 내용인 것처럼 보이는 기술을 가지고 나오긴 하지만 알고 보면 케이블 설계의 여러 부문 중 단 한 부분만 뛰어나고 나머지 부분은 그저 그런 설계인 경우도 있다.

최근 몇 년간 오디오퀘스트의 경우 상당히 많은 발전을 이룬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실 오디오퀘스트는 여러 모델을 써보긴 했지만 모조품이 대거 나오면서 관심을 접고 있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오디오퀘스트는 라인업을 완전히 교체했고 새로운 모델들로 라인업을 채워 넣고 있었다. 또한 전원 관련 모델에 대한 그들의 노력은 상당히 이색적인 전원 장치로 그 전모가 드러나기도 했다.

나이아가라 시리즈는 최근 테스트해본 전원 장치 중에서도 상당히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어 놀라웠다. 가스 파웰이라는 엔지니어를 영입해 개발한 그들의 전원에 대한 집요한 연구가 만들어낸 결과다. 게다가 드래곤을 필두로 하는 파워케이블의 성능 또한 대단했는데 실제로 PS 오디오의 대표는 오디오퀘스트의 전원 케이블을 경험하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만큼 최근 몇 년간 오디오퀘스트는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고 있었다. 대중적으로는 드래곤플라이 같은 포터블 DAC를 팔고 있었지만 내부에선 묵직한 도전과 혁신을 이루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바이와이어링

과거 B&W 노틸러스 오리지널 스피커를 사용해보거나 적어도 청음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피커와 앰프의 구성 및 셋업 방식이 상당히 축소되어 있는 형태라는 것을 노틸러스 스피커는 스피커 내부에서 크로스오버를 완전히 외부로 빼내버린 스피커다. 그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이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는 총 네 개의 스테레오 앰프를 필요로 한다. 모노 앰프로 구성한다면 총 여덟 개의 앰프가 필요하다. 베이스 우퍼와 미드레인지, 트위터 그리고 슈퍼 트위터를 모두 각각의 앰프로 구동하게끔 설계해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B&W는 전통적으로 내부 크로스오버 네트워크에서 각 대역을 담당하는 네트워크 보드를 각각 따로 분리 설계해왔다. 따라서 이런 경우엔 바이앰핑이나 멀티앰핑까진 힘들더라도 적어도 바이와이어링을 통해 각 대역 신호를 별도로 전송해주는 것이 옳다. 그게 설계자가 스피커에 심어놓은 스피커 터미널의 의도다. 물론 스피커 메이커에 따라 싱글 와이어링을 고집하는 경우도 많지만 B&W 같은 경우 언제나 고역과 저역 신호를 따로 분리해 입력하도록 두 조의 입력 터미널을 만들어놓았다.

바이와이어링의 이점은 상당히 많다. 기본적으로 +와 –신호가 스피커에 입력되면 싱글와이어링은 고역과 저역의 +, -신호를 동시에 전달하지만 바이와이어링 케이블로 고역과 저역을 따로 전달하면 각 대역의 신호 간섭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저역의 경우 훨씬 더 큰 코일과 마그넷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움직일 때 더 커다란 전류를 필요로 하고 유닛을 움직인 후 남는 전류가 고역 쪽으로 흘러들어갈 소지가 있다. 이를 전문용어로 역기전력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현상은 여러 오디오 메이커의 엔지니어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내부에서 이런 현상을 제거하기 위한 설계를 하기도 하며 때론 액세서리 메이커에서 이런 역기전력을 없애주기 위한 액세서리를 출시하기도 한다.

로켓 22 스피커케이블

오디오퀘스트를 주목한 것은 바이와이어링 때문이었다. 이번에 만난 케이블은 오디오퀘스트 스피커 라인업 중 엔트리급 스피커 케이블이다. 바로 로켓 시리즈로서 타입 시리즈 같은 케이블 바로 위 단계에 자리 잡고 있어 하이엔드 오디오를 사용하는 마니아들에겐 사실 무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케이블을 테스트하면서 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대에 바이와이어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로켓 22 스피커 케이블은 LGC, 즉 ‘Long Grain Copper’와 PSC, 즉 ‘Perfect Surface Copper’를 섞어서 사용하고 있다. 불순물이 적고 도체를 구성하는 입자의 경계면이 적은 LGC와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은 동선으로 오디오퀘스트의 전매특허와 같은 도체 PSC를 혼합해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을 구사하기 위해 고안한 케이블이다.

오디오퀘스트는 로켓 22의 도체를 ‘Semi-Solid True-Concentric’라고 불리는 설계로 디자인해 왜곡을 최소화하고 해상도와 다이내믹스를 최대화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더불어 ‘Twisted Pair Geometry’를 통해 각 도체가 병렬로 배치된 보편적인 케이블보다 인덕턴스를 낮추어 투명도와 주파수 확장 특성이 뛰어나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체 두께는 12AWG. 아쉽게도 상위 모델에 적용되는 NDS 및 DBS 등의 기술을 적용되지 않았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로켓 22 테스트는 B&W 802D3를 통해 이루어졌다. 여기에 앰프는 브라이스턴 BP17³ 프리앰프와 28B³ 모노 블럭 파워앰프를 사용해 테스트했다. 한편 소스 기기는 WDAC3C 및 W코어/W라우터 콤비를 사용해 셋업한 후 진행했음을 밝힌다.

Jacintha - Here's to life

Autumn Leaves

오디오퀘스트는 예전의 그들이 아니었다. 상위 제품들의 가격대는 기존보다 상당히 높아졌으나 로켓 22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가격대로 출시되어 부담이 없을 듯하다. 야신타의 ‘Here’s to life’를 들어보면 전체적인 표정이나 세부 디테일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전 대역이 모두 잘 분할되어 들리는 편이며 음상의 정확도에서 보컬과 피아노 등 모든 악기에 공통적으로 더 또렷한 느낌을 준다. 비슷한 가격대면서 스피커가 바이와이어링을 지원한다면 싱글 와이어링에 점퍼를 활용하는 것보다 더 나을 가능성이 많은 건 사실이다.

Fourplay - Chant

Between The Sheets

아마도 가장 쉽게 바이와이어링의 특성을 실감할 수 있는 곡은 높은 저역 에너지를 담고 있는 레코딩이다. 저역 다이내믹스 및 저역 제동력이 어느 정도 필요한 곡에서 대개 저역이 고역을 헤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이를 대부분 앰프의 탓으로만 돌리곤 하는데 스피커 체결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포플레이의 ‘Chant’를 들어보면 확실히 힘 있게 잡아당긴 듯 탄력적이고 단단한 저역을 들을 수 있다. 에너지의 완급 조절이 뛰어나 긴장감과 응집력이 증가하는 모습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Esa-Pekka Salonen, Oslo Philharmonic Orchestra

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

Grieg: Peer Gynt

상위 대역과 하위 대역의 분리된 신호 전송은 누구나 들어도 알 수 있을 만큼 대역 간 균형감, 힘의 적절한 분배 등으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에사 페카 살로넨 지휘의 [페르귄트 모음곡] 중 ‘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을 들어보면 특히 중역대를 중심으로 각 악기의 디테일이 잘 살아나난다. 중앙에 위치한 성부의 위치가 입체적으로 조망되며 후방의 연주와 거리를 확실히 두고 재생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확실히 더 실체감 넘치는 앰비언스를 느낄 수 있다.

Jan Kraybill

Organ Polychrome: The French School

고역과 저역에 함께 공급되던 신호가 별도의 케이블을 통해 나누어 전송되면 같은 스테레오 앰프라고 하더라도 각 대역 간 분리도가 더 명확해진다. 바이앰핑에 비할 바는 아니며 물론 바이앰핑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지만 저역 품질만으로도 시도해볼 가치는 분명하다. 예를 들어 얀 크레이빌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에서 낮은 대역의 음계들이 더욱더 잘 분리되어 들리며 힘이 느껴진다. 결과적으로 쾌감을 더하며 생생한 실체감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총평

바이와이어링이 필수는 아니며 싱글 와이어링에 질 좋은 점퍼 케이블을 연결했을 때보다 항상 더 뛰어난 효과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B&W 같은 스피커처럼 네트워크가 대역별로 구분되어 있는 경우 확실히 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오디오퀘스트는 어떤 메이커보다도 바이와이어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브랜드로서 상위 라인업으로 가면 아예 저역은 베이스 케이블을 따로 두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에게 싱글와이이어링에서 저역은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쳐 이동하고 있는 고역에게 거친 파도와 같은 존재다. 고역은 저역의 파도에 휩쓸려 이동에 방해를 준다는 것. 로켓 22는 비록 엔트리급이지만 바이와이어링의 이점을 확실히 보여주며 오디오퀘스트의 이론을 증명하고 있다. 로켓 22는 바이와이어링에 대한 오디오퀘스트의 짧은 답변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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