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사행성 행운에 별 관심이 없다. 그래서 복권도 사본 적이 없는데, 요즈음 한두 장 사기 시작했다. 만약 1등에 당첨되면 과감하게 프리랜서로 전직한 뒤 11살 된 우리 할머니 강아지를 케어하고 싶어서다. 일부 사람들은 필자의 생각을 듣고 ‘미쳤네, 미쳤어’ 손가락질하기도 했지만 어쩌겠는가. 11년간 함께한 이 친구는 이제 내 가족인데…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전체의 17.4%였다. 10년이 흘렀으니 그만큼의 반려동물들이 고령에 접어들었을 터다.
필자의 반려견도 노견이다. 11살이니 사람으로 치면 70대 할머니다. 노견의 하루는 잠의 연속이다. 나이가 드니 주위에 대한 관심도 줄고, 반응도 줄고, 활동도 줄어든다.
회사에 출근해 홈 카메라로 우리 개의 모습을 보면 온종일 마약 방석에 누워 꾸벅꾸벅 졸고 있다. 젊을 때라면 귀여웠겠지만 지금은 안쓰럽다. 공간 이동 마법이라도 부릴 수 있다면 졸지 말라고 간식이라도 하나 던져주고 싶다.
혼자 있는 노견에게 필요한 실내 활동, 노즈워크
노즈워크(Nose Work)란 ‘코(Nose)로 일하다(Work)’라는 뜻으로 강아지들이 본능과 놀이, 학습 발달과 자극을 위한 모든 행위를 코로 한다는 의미다. 후각이 뛰어난 강아지들은 코로 냄새를 맡으며 학습하고, 정보를 얻고, 스트레스를 푼다.
특히 집에서 혼자 오랜 시간을 견뎌야 하는 반려견들에 노즈워크는 지루함을 덜어주고, 호기심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자극을 준다.
특히 인지장애 발생 위험이 큰 노견은 사람이 치매 예방을 위해 산책하고 대화하는 것처럼 계속 뇌를 움직이도록 자극해줄 필요가 있다.
노즈워크의 방법으로는 간식을 종이컵 등에 담은 뒤 집 구석구석 숨겨놓고 반려견이 보물찾기하듯 간식을 찾게 하는 법이 있는데, 필자의 강아지는 너무 빠르게 찾아내 먹어 치웠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간식 주고, 놀아주는 노즈워크형 CCTV 러붐
원격 간식 급여기인 노즈워크형 CCTV 러붐이다. 보통 반려동물 카메라나 자동 급식기는 해외 제품이 대부분인데 보기 드물게 우리나라에서 개발하고 제조한 국산 제품이다.
카메라로 관찰만 하는 일반 홈 CCTV와 달리 앱을 사용해 집 밖에서도 간식을 급여할 수 있어서 멀리서도 강아지와 교감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개봉하면 박스처럼 생긴 본체와 전원 어댑터, 리모컨, 간식을 크기별로 담을 수 있는 원판이 들어 있다. 생각보다 본체 크기가 작고 가벼워서 놀랐다. 무게는 1.3kg, 크기는 14x14.6x16cm로 중형 벽시계만 해서 공간 효율성이 뛰어났다. 요즘에는 원룸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1인 가구들도 많은데, 좁은 집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들에게 특히 좋을 것으로 보인다.
사각형 본체 전면에는 러붐 로고와 동그란 카메라 렌즈가 부착돼 있다. 상단에는 사료 투입구와 발사구, 스피커가 있고 하단에는 본체를 회전시킬 회전용 발판이 있다. 사실 이 구조만 봤을 땐 이 제품이 어떻게 노즈워크를 해줄지 감이 오지 않았다.
▶ 제품 설치
CCTV 관찰과 간식 급여 외에도 음악이나 보호자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고, 바쁜 보호자를 위해 급여 시간을 설정해두면 해당 시간에 자동으로 간식을 주는 타이머 기능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용 앱을 설치해야 한다.
국산 제품이라 설명서도 잘 되어 있었고 덕분에 설치가 매우 쉬웠다. 앱 설명과 본체 사용 설명이 분리되어 있어서 보기 편하고, 순서대로 쭉 따라만 하면 전혀 헷갈리지 않고 성공적으로 세팅을 마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는데, 와이파이 연결 시 2.4GHz의 주파수만 연결되기 때문에 구매 전 자신의 집에서 사용하는 와이파이 주파수를 반드시 확인하기를 바란다. 만약 5GHz만 사용하는 경우 2.4GHz도 사용 가능한 공유기를 따로 준비해야 한다.
▶ 간식 투입
간식을 상단 발사구를 통해 대포알을 쏘듯 발사해 급여하기 때문에 원판 사이즈에 맞는 간식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필자가 준비한 간식이 기본 세팅된 원판 사이즈에 맞지 않아서 간식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크기의 원판으로 교체해야 했는데, 영상에서 보듯이 원판을 교체할 때 간식 투입구 안에 손을 꽤 깊숙이 넣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낀다. 자랑은 아니지만 필자는 손이 가늘고 작은 편인데, 이런 필자의 손이 낄 정도면 성인 남성은 교체가 정말 힘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 앱 실행
간식 세팅까지 완료하고 앱을 실행해본다. 앱이 켜지면 머리를 귀엽게 묶은 몰티즈를 배경으로 대기 화면이 뜬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연결이 끊긴 건가 불안했는데, 몇 초 기다리니 제품의 기능을 쓸 수 있는 아이콘들이 하단에 띠 형태로 뜨면서 정상적으로 연결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래 연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듯하다.
총 12개의 아이콘이 있는데, 주로 사용할 버튼은 동그란 원 안에 A가 표기된 ‘오토플레이’ 버튼과 뼈다귀 모양의 ‘사료 발사’ 버튼, 시계 모양의 ‘타이머 플레이’가 될 듯하다.
오토플레이는 자동으로 먹이를 발사해주는 기능이며 사료 발사는 수동으로 한 알씩 사료를 던져주는 기능, 타이머 플레이는 시간을 설정하면 10개씩 10초 간격으로 간식을 던져주는 기능이다. 보호자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반려견에게 들려줄 수 있는 ‘마이크’ 기능도 있는데, 필자의 반려견은 목소리만 들으면 오히려 더 불안해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다.
CCTV 러붐은 하단 회전축을 사용해 좌우 180도 회전이 가능하다. 앱 화면 양쪽 끝에 있는 꺾쇠 아이콘을 클릭하면 본체를 좌우로 회전시킬 수 있다. 카메라도 270도의 넓은 앵글 뷰를 지원해 반려견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지 않는 한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녹화도 가능하고 캡처해 사진으로 남길 수도 있다. 그런데 해상도 720p이라 그런지 화질이 좀 아쉬웠다.
솔직히 처음 제품을 받았을 때 RC처럼 아예 이동이 가능하도록 제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일부 반려견은 오히려 이동형 CCTV를 무서워해 일부러 이동형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제조사 설명을 보니 납득이 되었다. 생각해보니 필자의 반려견은 로봇청소기도 무서워했다.
▶ 노즈워크 테스트
대망의 노즈워크 시간이다. 이 테스트가 끝난 후 필자는 러붐에 간식 투척기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간식이 꽤 멀리 날아간다. 날릴 때의 소리도 우렁차다. 전쟁 영화 속 공성전이 생각날 정도다. 처음에는 아이가 놀라는 듯했었는데 금방 적응했는지 겁내지 않고 잘 찾아 먹는다. 오히려 러붐 근처를 서성인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 간식 발사 소리를 듣고 급하게 뛰어나오기도 한다.
간식을 발사할 때 높이 조절을 3단계로 할 수 있어 다양한 노즈워크 훈련이 가능할 것 같다.
집에 있을 때는 굳이 스마트폰으로 앱을 실행할 필요 없이 전용 리모컨을 사용해 놀아주면 된다. 리모컨으로는 본체 회전과 간식 던지기, 자동으로 던지기를 할 수 있다.
▶ 궁금한 점
이런 홈 카메라를 사용할 때 가장 불안한 것이 해킹이다. 다행히 개발 단계에서 제품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마스터 ID와 패스워드를 사용할 수 없도록 막았으며, 모든 코드는 암호화되어 개발자도 알 수 없다고 한다.
또한 반려견 혼자 집에 있을 때 계속 전력을 사용해 작동하다 보니 자칫 폭발 같은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수 있는데, 국산 제품답게 KC 인증을 받았으며 미국 FCC와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럽 CE의 전기안전 규격을 모두 통과했다.
끝으로 제일 중요한 전기요금! 이 역시 저전력 소자를 사용해 종일 실행해도 월 1,000원을 넘지 않는다고 하니 믿고, 다음 달 전기요금 고지서를 기다려봐야겠다.
총정리
필자의 집에는 홈 CCTV가 이미 설치돼 있다. 그런데 CCTV로 종일 잠만 자는 반려견을 모습을 보는 것이 더 힘들었다. 이 제품은 CCTV 기능에 간식 급여 기능을 더함으로써 보호자가 없어도 반려견이 노즈워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늘 잠만 자던 아이가 요리조리 코를 킁킁거리며 간식을 찾아다니는 활발한 모습은 보호자에게도 큰 안심을 준다.
노즈워크는 노견의 인지장애 예방뿐만 아니라 어린 강아지들의 분리불안 증상이나 스트레스 등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을 주는 훈련이니 장시간 반려동물을 혼자 집에 두고 외출해야 하는 보호자들이라면 이참에 아이를 위해 하나 들여보는 건 어떨까.
기획, 편집 / 다나와 오미정 (sagajimomo@danawa.com)
글, 사진 / 신하얀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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