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Gbps 대역폭 HDMI 2.1의 등장
2002년 12월 9일 처음으로 재정된 HDMI 1.0 규격은 AV(Audio Visual) 기기의 콘텐츠 전송 방식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꾸는 첫걸음이 되었다. 기존에는 PC에 사용 중인 DVI(Digital Visual Interface)를 잠시 사용하기도 했지만 비디오 신호만 전송한다는 한계가 있었고, 결국 오디오/비디오 신호를 하나의 케이블로 전송하는 HDMI(High Definition Multimedia Interface)가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된다.
사실 HDMI는 1.2까지 보급 속도는 지지부진했다. HDMI 1.2부터 DVD-Audio와 SACD의 신호를 전송하게 되면서 일부 유니버설 플레이어에서 사용하기는 했지만, HDMI의 본격적인 확산은 블루레이 디스크(Blu-ray Disc)의 등장과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PlayStation3)가 핵심 주역이라고 할 만하다. 블루레이 디스크와 PS3에는 HDMI 1.3이 탑재되어 1080p 풀 HD 영상은 물론, 딥 컬러(Deep Color), xvYCC, 자동 립싱크, 돌비 TrueHD, DTS-HD의 비트스트림 전송 등 기능이 대폭 업그레이드되며 AV 시장의 표준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이후 HDMI 1.4, HDMI 1.4a를 거치며 10여 년간 큰 변화 없이 소규모 업데이트만 하던 HDMI가 4K TV의 폭발적인 보급과 HDMI 2.0이라는 메이저 업데이트를 거치게 된다. 사실 HDMI 2.0 규격만 하더라도 지금 보급된 기기들을 사용하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다. 하지만, 8K TV의 등장과 고주사율(4K/120p) 등 시장의 요구 사항이 많아지면서, HDMI 2.1이 등장하게 된다.
48Gbps의 압도적인 대역폭! HDMI 2.1
HDMI는 1.0 당시 4.95Gbps의 대역폭을 지원하며 데뷔했지만, HDMI 1.3/1.4에서 10.2Gbps를 거쳐 HDMI 2.0에 와서는 18Gbps로 대역폭이 늘어났다. 하지만 8K/60p, 4K/120p 같은 높은 대역폭을 요구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등장하면서, HDMI 2.0의 18GBps 대역폭도 한계에 다다랐다.
HDMI 2.1은 거의 3배에 육박하는 48Gbps(압축 128Gbps)로 역대 최대 규모의 대역폭 향상을 이뤄냈으며, 넓은 대역폭을 바탕으로 8K/60p, 4K/120p을 넘어 10K/60p(10,420×4230)의 영상을 여유 있게 전송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메이저 업데이트가 된 만큼 그에 따르는 기능들도 대폭 강화되었다.
HDMI 2.1은 더 넓어진 대역폭과 10K 해상도에 이어 4K 시장부터 본격화된 HDR(High Dynamic Range) 기능도 강화되었다. 다이내믹 HDR이라 불리는 기술로 기존의 돌비 비전(Dolby Vision), HDR10+처럼 장면 단위 혹은 프레임 단위로 HDR 범위를 동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이외에도 가변 주사율(VRR, Variable Refresh Rate), 빠른 프레임 전송(QFT, Quick Frame Transport), 빠른 미디어 전환(QMS, Quick Media Switching), 짧은 지연의 자동 모드(ALLM, Auto Low Latency Mode) 등을 지원한다.
Pearl 48, Forest 48, Cinnamon 48 HDMI
오늘 소개하는 오디오퀘스트의 HDMI 신제품 3종은 펄 48(Pearl 48), 포레스트 48(Forest 48), 시나몬 48(Cinnamon 48)이다. 모델명을 보면 기존의 모델명 뒤에 공통적으로 48이라는 숫자를 달고 있는데, 이것은 HDMI 2.1의 대역폭 48Gbps를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디오퀘스트 홈페이지에 가보면 HDMI 케이블 카테고리에 새롭게 ‘HDMI 8K-10K’가 추가되어 있으며, 오늘 소개하는 3개의 제품도 해당 카테고리에 등록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펄, 포레스트, 시나몬 HDMI 케이블은 오디오퀘스트의 엔트리급 라인업 제품으로 뛰어난 가격대 성능비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특히, HDMI 2.1 버전의 신제품을 내놓음으로써, 최신 규격을 만족하고 있어 활용성 측면이 더욱 강화된 제품이다. 과거 HDMI 케이블은 버전별로 케이블을 구분하는 방식을 사용해왔지만, HDMI 1.4 이후에는 이러한 버전별 구분 방식을 없애고 스탠다드 스피드(Standard Speed), 하이스피드(High Speed), 프리미엄 하이스피드(Premium High Speed), 울트라 하이스피드(Ultra High Speed)로 등급을 나누고 있다. 4K까지는 프리미엄 등급을 사용하면 되고, 4K/120p, 8K, 10K 등의 최신 규격은 울트라 등급을 만족하는 케이블을 사용하면 된다.
오디오퀘스트는 오디오 전문 케이블 제조사답게 각 HDMI 제품에서도 음질을 강조하고 있다. 각 제품 별로 도체의 사용을 차별화하여 등급을 구분하고 있다. 펄 48은 무선 주파수 노이즈를 효율적으로 소멸시키기 위해 방향성이 있는 고순도 롱 그레인 구리도체(Long-Grain Copper)를 사용하고 있다. 포레스트 48 역시 HDMI 2.1 사양을 모두 만족하고 있으며, 상위 기종답게 방향성이 있는 0.5% 은도금 구리 도체를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시나몬 48은 방향성이 있는 1.25% 은도금 구리 도체를 사용하며, 금속 층 쉴드를 통해 노이즈 분산 성능을 더욱 향상시켰다.
셋업 & 시청
테스트를 위해 7.1.4채널의 홈시어터 시스템을 사용했다. 스피커는 B&W 802 D3 프레스티지 에디션을 중심으로 B&W HTM72 S2 센터스피커, 리어/리어백은 B&W DS3, 오버헤드 스피커는 B&W AM1을 사용했다. UHD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소니 UBP-X800, 프로젝터는 소니 VPL-VW590ES, 스크린은 스튜어트 106인치로 세팅했다. 이외에도 케이블, 전원 장치 등 하이엔드 오디오에 사용하는 액세서리를 적극 적용했다.
West Side Story Blu-ray
50th Anniversary Edition
첫 번째 테스트 타이틀로는 [West Side Story] 블루레이를 꺼내 들었다. 1961년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리마스터링이 잘 되어 있는 타이틀이다. 비록 최신 타이틀처럼 4K 영상을 수록하고 있지는 않지만, 우수한 화질의 1080p 영상에 더해 DTS-HD Master Audio 7.1채널로 믹싱 된 사운드는 뮤지컬 타이틀임에도 불구하고 서라운드 스피커 곳곳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홈시어터에 있어 HDMI 케이블은 하이파이 오디오의 인터케이블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교를 위해 시중에서 판매하는 1~2만 원대 저가 HDMI 케이블과 오디오퀘스트 3종 케이블을 번갈아가면서 AB 테스트했다. 케이블을 바꾸면 저역이 가장 크게 차이 난다. 저역이 더 깊어지고 해상력이 높아지면 중고역과 함께 전체 대역이 풍성해져 더욱 자연스럽고 사실적으로 들린다. 특히 멀티채널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서라운드감을 향상시켜 영상과 함께 몰입도를 높여준다.
킹덤 / 넷플릭스
넷플릭스(Netflix)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킹덤]을 시청했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의 최신작인 동시에 스트리밍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4K 해상도 돌비 비전, 돌비 애트모스 등 최신 사양으로 무장한 작품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되는 작품이다 보니 비트레이트는 물리 매체에 비해 다소 낮지만, 작품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을 전달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앞서 테스트 방식과 동일하게 진행했다. 좀비들의 그르렁 거리는 소리부터 배경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를 비롯한 자연의 소리의 묘사 등은 더욱 넓어진 다이내믹레인지와 저역 재생능력을 적극 향상시켜 작품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극대화해준다. 홈시어터 시스템을 운용 중이라면 최소한 소스기기에서 AV 앰프(또는 프로세서)에 사용하는 HDMI 케이블만은 고급 케이블을 사용하여 효과를 볼 수 있다. 향후 인터넷의 속도가 더 빨라지고 영상/음성 비트레이트가 더 높아진다면 물리 매체에 비견할 만한 수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Gravity Blu-ray
Diamond Luxe Edition
돌비 애트모스 효과가 극대화된 타이틀로 [그래비티]를 테스트했다. 아쉽게도 그래비티는 국내에 정식 발매된 블루레이 버전에서는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지 않아 북미판 다이아몬드 디럭스 에디션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래비티는 공기가 없는 고요한 우주를 묘사한 것이 일품인데, 영화 내내 이러한 고요함을 유지하다가 마지막 신에서 우주정류장이 지구로 추락하는 귀환 장면에서는 웅장한 사운드 스코어와 기계음, 경보음 등이 뒤섞여 돌비 애트모스의 효과를 극적으로 느낄 수 있다. 많은 정보량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장면이다 보니 HDMI 케이블의 차이를 좀 더 극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정보들을 인위적인 느낌이 아닌 자연스러움으로 풀어냄으로써 극한의 몰입도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영화 전반에 걸친 고요한 환경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들조차도 풍부한 다이내믹스를 통해 극적인 효과가 부각된다는 점도 주요한 부분이다.
AC/DC Live At River Plate Blu-ray
마지막으로 AC/DC의 공연 실황을 담은 [AC/DC Live At River Plate]를 시청했다. 아르헨티나 리버플레이트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말 그대로 열광의 도가니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남미 특유의 흥과 리액션이 어우러진 공연 실황은 보는 내내 시청자를 들썩거리게 하는 힘이 느껴진다. 락 밴드 특성상 중저역이 소리의 주를 이루는 사운드 트랙은 HDMI 케이블의 변화를 통해 더욱 힘이 느껴지게 한다. 오늘 소개한 3종의 HDMI 케이블은 케이블 도체를 달리하여 모델을 구분하고 있는데, 적어도 AC/DC 같은 밴드 공연에는 순수 구리 도체를 사용한 펄 48이 가장 좋게 들렸다. 클래식 공연 등 중고역의 재생능력이 더욱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펄 보다는 은도금을 한 포레스트 48이나 시나몬 48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디지털 신호를 전송하는 HDMI 케이블은 디지털 전송 방식과 함께 여전히 그 효용성에 논쟁이 많은 분야이다. 그러나 이론과 실제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론만 따져보면 디지털 전송 방식은 인터페이스와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소리를 들려줘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SACD/CD 트랜스포트의 경우도 그렇고, DAC에 연결하는 디지털 케이블에 따라서도 다른 소리를 들려준다. 케이블은 기본적으로 원본 대비 -에서 시작한다. 도체를 바꾸고 쉴딩을 강화하여 -의 비중을 극한으로 줄여가는 과정이다. 이것은 디지털/아날로그 구분 없이 공통된 부분이다. 아날로그 케이블에 비해 디지털 케이블의 차이가 덜 날 수는 있어도 동일할 수는 없다는 소리다. 특히, 비디오/오디오 신호를 하나의 케이블로 동시에 전송하는 HDMI 케이블은 그 차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총평
전통적인 하이파이 시스템에 사용하는 케이블은 버전 같은 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어떤 도체를 사용했는지, 단자는 어떤 것을 썼는지 그리고 쉴딩 처리는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 변화무쌍한 소리를 들려준다. 그러나 디지털 케이블인 HDMI는 아날로그 케이블처럼 사용한 도체만 보고 선택할 수 없다. 내가 사용하는 소스기기와 앰프 등에서 지원하는 버전을 따져봐야 한다. 요즘에는 HDMI 케이블을 버전별로 구분하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판매처에서는 버전을 기재하여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오디오퀘스트 HDMI라면 그냥 모델명 뒤에 48이 붙은 제품을 구입하면 이 모든 고민이 사라진다.
오늘 소개하는 오디오퀘스트 HDMI 케이블 3종은 모두 기본기가 탄탄한 제품이다. 비록 엔트리에서 중급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에 위치한 제품이지만, 사용한 도체와 만듦새, 단자에 이르기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 곳이 없다. 높은 완성도를 바탕으로 10K 영상에 이르는 HDMI 2.1 풀 스펙을 만족하는 오디오퀘스트 HDMI 케이블은 홈시어터 사용자는 물론 HDMI 케이블을 사용하는 하이파이 애호가들까지 폭넓게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다.
Written by 정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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