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하드웨어는 세대 교체가 흔하다. 조금이라도 더 빠른 속도와 새로운 기능을 원하는 사용자들의 요구에 맞춰서 이전 세대를 능가하는 하드웨어가 금세 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워 서플라이는 PC 성능에 직접 영향을 주는 하드웨어는 아니지만 다른 하드웨어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여 PC가 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수행하므로 꾸준하게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근래에는 CPU와 그래픽카드 등 주요 하드웨어 소비전력이 급격하게 증가했고, PC 외부에서 작동하는 기기에도 많은 전력을 공급하거나 대기 전력을 활용하는 분야가 증가했기 때문에 파워 서플라이는 그런 환경 변화에 맞춰서 세대 교체가 필수적이다.

그 점을 알고 있는 제조사들은 꾸준한 연구 · 개발로 파워 서플라이를 발전시키는 데 힘쓰고 있는데, 국내에서 대표적인 제조사로는 한미마이크로닉스(이하 마이크로닉스)가 있다.

마이크로닉스는 2013년 ‘클래식 II’(CLASSIC II) 시리즈를 처음 선보인 이래 시대에 맞게 변화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며, 올해 4월에는 클래식 II 시리즈 4세대 제품인 ‘클래식 II 풀체인지’(Classic II FULL CHANGE)를 소비자들 앞에 내놓았다.

8년 동안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클래식 II 시리즈

마이크로닉스 클래식 II 시리즈 1세대 제품은 8년 전 출시되었다. 케이블 종류에 따라 다른 색상을 적용해 PC 조립 시 편의성을 높여주는 컬러 슬리빙 케이블을 커넥터까지 확대한 것이 눈에 띄는 특징이었다. 그리고 액티브 PFC(Active PFC, 능동형 역률조정) 회로가 적용되었고 80PLUS 스탠다드(STANDARD) 인증을 받았다.

2016년에는 2세대 클래식 II 시리즈가 출시되었으며 마이크로닉스가 개발한 특허 기술인 ‘애프터 쿨링’이 도입되었다. PC 온도와 전류가 일정한 수치 이상을 기록하면 대기 전력을 이용해서 쿨링 팬을 작동시키는데, 이를 통해 그냥 지나치기 쉬운 파워 서플라이 부품 과열을 방지해서 수명을 증진하는 효과가 있다.

▲ 3세대 제품 ‘클래식 II 700W +12V Single Rail 85+’

2019년에 나온 3세대 클래식 II 시리즈에는 ‘하이브리드-E 플랫폼’이 적용되었는데 트랜지스터를 사용한 동기 정류기(Synchronous Rectifier)를 통해 파워 서플라이 효율을 이전 세대 제품보다 향상시켰다.

그리고 CPU와 그래픽카드용 +12V 출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2세대 GPU-VR’ 기술과 다양한 PC 하드웨어에 유동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DC to DC’(직류-직류) 회로, 최대 4,000V까지 과전압으로부터 파워 서플라이를 지켜주는 ‘서지 4K’(SURGE 4K) 기술, 과전압(OVP) · 저전압(UVP) · 과부하(OPP) · 단락(SCP) · 과열(OTP)에 대비하는 5중 보호 회로도 적용되었다.

추가로 3세대 클래식 II 시리즈에서 고급형 제품인 ‘클래식 II 골드 풀모듈러’에는 최대 15,000V까지 정전기 피해를 막아주는 ‘ESD(Electro Static Discharge, 정전기 방지) 15K’ 기술도 제공된다. 또한 보호 회로는 과전력(OCP) 보호도 추가되었다.

▲ 4세대 제품 ‘클래식 II 풀체인지 700W’

4세대 제품인 클래식 II 풀체인지는 올해 4월 20일 700W 모델이 출시되었고 향후 500W · 600W · 800W 모델도 출시될 예정이다.

전반적으로 3세대와 비슷하지만 효율이 한층 더 강화되었다. 하이브리드-E 플랫폼과 2세대 GPU-VR, DC to DC, 5중 보호 회로 뿐만 아니라 고급형 모델에서 제공되었던 서지 4K와 ESD 15K도 적용되었다. 그리고 대기 전력은 1W 미만에서 0.5W 미만으로 감소하여 전원 스위치를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도 전력 낭비를 최소화시킨다.

80PLUS 인증 통과, 효율 최대 88% 제공

‘묻지파 파워’(또는 ‘뻥파워’) 사건이 PC 업계 및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지도 13년 가까이 지났지만 언제 또 다시 같은 일이 벌어질 지 모르니 소비자들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제조사들은 파워 서플라이 품질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러 가지 인증을 받아서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은 ‘80PLUS’이다. 파워 서플라이가 전기 콘센트를 통해 입력 받은 전력을 PC 하드웨어용으로 변환하는 ‘효율’이 80% 이상인지 검증하는 것이다.

▲ 80PLUS 브론즈 인증 받은 클래식 II 풀체인지 700W (사진: 80PLUS 홈페이지)

80PLUS는 효율 수치에 따라 ‘스탠다드’(Standard), ‘브론즈’(Bronze), ‘실버’(Silver), ‘골드’(Gold), ‘플래티넘’(Platinum), ‘티타늄’(Titanium) 등 총 여섯 가지 등급이 있다. 클래식 II 풀체인지는 700W 모델 기준으로 80PLUS 브론즈 등급으로 분류된다.

브론즈 등급은 230V EU 인터널(Internal) 기준으로 파워 서플라이 출력 20% 및 100% 구간에서 효율 85% 이상이어야 하며, 50% 구간에서는 88% 이상을 기록해야 통과할 수 있다.

3세대 클래식 II 700W 모델은 출력 100% 구간에서 효율이 84%대에 머물러 브론즈 등급 기준에는 다소 부족했기 때문에 클래식 II 풀체인지는 이전 세대보다 효율이 개선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80PLUS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그런데 클래식 II 풀체인지 700W 모델을 살펴보면 제품 상자와 본체 측면에는 80PLUS 브론즈 대신 스탠다드 인증 마크가 표기되어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통과한 등급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으로 소개하는 것이 의아할 수 있는데 이유가 있다. 마이크로닉스가 클래식 II 풀체인지 시리즈를 처음부터 80PLUS 스탠다드 등급 파워 서플라이로 개발하였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다양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하므로 80PLUS 브론즈 등급 뿐만 아니라 스탠다드 등급 제품도 필요하여 이렇게 된 것이다.

물론 낮은 등급 제품을 높은 등급으로 소개한 것은 아니므로 잘못된 일은 아니며, 현재 클래식 II 풀체인지 700W 모델은 80PLUS 스탠다드 등급인 기존 클래식 II 시리즈 700W 모델과 같은 가격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이득이다.

또 다른 인증 ‘사이베네틱스’로 고효율 증명

보통 80PLUS 인증을 통과한 파워 서플라이는 기본적인 품질은 보장된다고 평가받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80PLUS 인증 테스트는 온도가 23℃인 환경에서 진행되는데 실제 PC 환경과 비교하면 꽤나 낮은 온도이다. 그리고 20% · 50% · 100% 등 일부 출력 구간에서 파워 서플라이 효율만 측정하기 때문에 그보다 자세한 정보를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따른다.

▲ 파워 서플라이 효율과 소음을 측정하는 '사이베네틱스'

근래에는 80PLUS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인증도 생겨났는데 그 중 하나가 ‘사이베네틱스’(Cybenetics)이다. 사이베네틱스는 80PLUS보다 더 세심한 방식으로 테스트가 이뤄진다.

전력 효율은 ‘ETA’ 인증으로 등급을 매기는데 브론즈 · 실버 · 골드 · 플래티넘 · 티타늄 · 다이아몬드 등 여섯 가지 등급이 있다. 그리고 소음 수준을 측정하는 ‘RAMBDA’ 인증도 있는데 결과에 따라 스탠다드 · 스탠다드+ · 스탠다드++ · A- · A · A+ · A++ 등 총 일곱 가지 등급이 매겨진다.

80PLUS보다 정확한 테스트를 위하여 ETA 인증은 우선 약 20분 동안 파워 서플라이에 전력을 80W 가해서 예열시킨 다음 온도가 30℃ 이상 34℃ 미만인 실험실에서 효율 측정을 실시한다.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전력 부하 시뮬레이션이 진행되는데 5VSB 효율과 대기 전력도 함께 측정한다. 참고로 5VSB는 PC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 USB 포트나 확장 슬롯에 대기 전력을 공급하는 경우 사용된다.

RAMBDA 인증은 내부가 방음재로 둘러싸인 반무향실에서 진행된다. 소음 6dB(데시벨) 이하, 온도 25℃, 습도 50%로 유지한 상태에서 파워 서플라이와 1미터 떨어진 위치에서 파워 서플라이가 쿨링 팬까지 작동하는 상태에서 소음을 측정한다.

클래식 II 풀체인지 시리즈 테스트 결과는 사이베네틱스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모델 별로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클래식 II 풀체인지 700W 모델은 ETA 인증에서 브론즈 등급, RAMBDA 인증에서는 스탠다드 등급을 받았다. 양쪽 테스트 모두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 하에서 이뤄지고 가장 낮게 측정된 것을 기준으로 등급이 매겨지기 때문에 웬만한 품질로는 브론즈와 스탠다드 등급을 달성하기도 힘들다.

하여튼 소비자 입장에서는 80PLUS 외에도 믿을 만한 테스트를 통해 파워 서플라이 품질이 검증된 것이므로 사이베네틱스 인증을 받은 클래식 II 풀체인지를 더 신뢰할 수 있다

테스트 시스템으로 살펴본 소비전력

이제는 클래식 II 풀체인지 시리즈가 실제로 작동할 때 소비전력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겠다. 테스트 시스템을 구성하고 소비전력 측정기를 사용해 상태 별로 확인하였다. 테스트 시스템 제원은 아래와 같다.

CPU: AMD 라이젠 9 5900XRAM: GeIL DDR4-2666 CL19 PRISTINE 8GB x2 MB: ASUS PRIME B550M-KVGA: 지포스 RTX 3070 파운더스 에디션SSD: 씨게이트 Q1 SSD 960GBPSU: 마이크로닉스 클래식 II 풀체인지 700W 80PLUS 230V EU

우선 Prime95를 실행하여 CPU 사용률을 100%에 가까운 상태로 끌어올리고 소비전력을 측정하였다. 180W 내외에서 소비전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어서 Prime95를 실행한 상태에서 3DMark 벤치마크(타임 스파이 익스트림)도 동시에 실행하여 CPU와 그래픽카드 사용률을 최대한 끌어올린 상태에서 소비전력을 측정하였다.

소비전력은 420W 내외로 훌쩍 높아졌지만 정격 700W까지 출력 가능한 클래식 II 풀체인지 700W 모델에는 여유로운 수준이다. CPU와 그래픽카드를 소비전력이 더 많은 상위 제품으로 바꾸는 경우에도 큰 무리 없이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얇고 조립하기 편한 플랫 케이블

클래식 II 풀체인지에는 검은색 플랫(flat) 케이블이 달렸다. 얇은 케이블 여러 개를 둥글게 만 형태인 보급형 파워 서플라이와 달리 빳빳한 형태여서 쉽게 꼬이지 않으므로 PC 조립 과정에서 케이블을 정리하는 것이 쉽다. 20+4핀 메인 전원 케이블은 플랫 형태가 아니지만 표면을 촘촘하게 직조 방식으로 감싼 구조여서 내구성이 높다.

케이블 커넥터는 총 5종류이다. 메인보드에 꽂는 20+4핀 메인 케이블 커넥터와 CPU에 전원을 공급하는 8+8(4+4)핀 커넥터, 그래픽카드용 PCI-E 6+2핀 커넥터, HDD · SSD용 SATA 커넥터, 케이스 쿨링 팬을 비롯한 기타 장치용 IDE 커넥터 등이다.

SATA 커넥터와 IDE 커넥터는 다른 하드웨어와 연결된 상태에서 쉽게 분리되지 않도록 커넥터 상단에 잠금 버튼이 있으므로 분리하고 싶을 때는 버튼을 누른 상태로 잡아당겨야 한다.

클래식 II 풀체인지 내부 구조

파워 서플라이 하우징을 분해하면 내부 구조가 한눈에 보인다. 기판 위에 여러 부품이 알차게 들어있지만 깔끔한 구성이며, 독특하게도 기판 중앙에는 영문으로 ‘MICRONICS’라고 적혀 있다. 파워 서플라이 제품에서는 보기 힘든 일인데 그 만큼 마이크로닉스가 클래식 II 풀체인지의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방열판과 스위칭 트랜스, 커패시터, 액티브 PFC, 커패시터, 접지, 노이즈 필터 등 기본 구조도 살펴볼 수 있는데 서로 적정한 거리를 두고 배치되어 발열에 영향을 적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CPU와 그래픽카드용 12V 출력은 싱글 레일 방식이다.

물론 일반 소비자가 이렇게 파워 서플라이를 분해하는 경우 마이크로닉스가 6년 동안 제공하는 무상 보증 서비스는 훨훨 날아가 버린다. 따라서 탐구욕을 충족하고 싶다면 그 점은 각오해야 한다.

파워 서플라이 발열은 120mm 롱 라이프(Long Life) 쿨링 팬으로 해결한다. 그 이름에 걸맞게 일반 슬리브 베어링 쿨링 팬보다 수명이 2배 가량 더 길고 소음도 13% 정도 적게 발생해서 저소음 PC를 구성하려는 경우에도 적합하다.

세대를 거칠수록 진화해 가는 마이크로닉스 클래식 II 시리즈

생물은 다음 세대로 갈수록 서서히 변화하고 환경에 맞춰서 발달한 신체가 후대에게 유전적으로 전달된다. 이른바 진화이다.

파워 서플라이 같은 PC 하드웨어는 사람의 손을 통해 기존 제품의 뛰어난 점이 다음 제품에 이어지고 부족한 점은 개선되며, 이를 통해 세대 전환과 진화가 이뤄진다.

마이크로닉스는 8년 동안 클래식 II 시리즈를 진화시켜 나가고 있는데 올해 등장한 클래식 II 풀체인지는 그 동안 축적된 기술이 집약되어서 최신 세대 제품으로서 손색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80PLUS 인증으로 만족하지 않고 아직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사이베네틱스 인증까지 통과해 품질을 검증받았고, 무상 보증 서비스 6년과 최대 5억 원까지 보장되는 생산물 배상책임보험으로 유사시에도 충분히 대비하여 믿음이 간다.

요즘처럼 불신이 가득한 세상에는 믿음을 주는 제품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클래식 II 풀체인지는 조만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전망한다.

방수호 기자/bsh2503@manz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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