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선물 받고 싶어?” “기계식 키보드! 불이 번쩍거리는 거!” 그런 이유로 K씨는 오랜만에 가격비교사이트를 찾았다. ‘RGB 키보드로 사줄까?’ 인기순위를 확인하던 K씨는 깜짝 놀랐다. 키보드 인기순위에서 쉽게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RGB 백라이트 키보드가 보이지 않았다. 키보드 인기순위 상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레인보우 백라이트의 기계식 키보드였다. 저렴하고 성능이 좋긴 한데, 화려한 건 그래도 RGB 백라이트 제품군이다. 그런데 지금 구할 수 있는 RGB 백라이트 키보드 제품군은 대부분 하이엔드 제품군이라 가격대가 상당히 높다.

과거 K씨가 기억하던 기계식 키보드 시장은 지금과는 상당히 달랐다. 경쟁이 아주 치열했고, RGB 백라이트 키보드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단, RGB 백라이트 키보드의 디자인과 키캡이 틀에 박힌 것처럼 비슷했고, 제조사 로고 정도만 달랐다. 반면 하이엔드 제품군은 디자인이나 키캡을 크게 바꿔 독창적인데, 가격대가 매우 높았다. 지금은 후자인 하이엔드 제품군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K씨에게 적합한 게이밍 키보드는 없을까? 독창적인 디자인, 화려한 RGB 백라이트, 선물용으로도 손색없는 마감을 갖춘 키보드.

워프드라이브를 묘사한 디자인의 RGB 백라이트 기계식 키보드

마이크로닉스 TV 광고가 등장했다. 가수 에일리가 마이크로닉스 키보드(마이크로닉스 MECHA ZK-1 RGB)로 배틀그라운드를 즐기다 키보드 위에서 춤을 추는 내용이다. 이어 아름다운 푸딩 키캡의 키보드(마이크로닉스 MORPH MK-1)를 눌러 RGB 효과를 시연하고, “게임 마니아는 마닉”이라 언급한다. 이어 마이크로닉스 로고와 함께 ‘Design Itself’라는 문구와 함께 끝을 맺는다. 재미있는 광고니 한 번쯤 봐 두면 좋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마지막의 Design Itself라는 문구다.

한미마이크로닉스는 지난 4월 28일 신제품 발표회를 진행했다. 해당 행사에서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기계식 키보드 세 가지 제품군이 공개됐다. 메카, 모프, 워프다. 각 제품군은 이름에 맞춰 독창적인 디자인을 지닌다. 즉 아름다운 자체 디자인이 이번 마이크로닉스 게이밍 기어의 특징이다. 메카는 기계적인 터프함을 강조하며 중량감이 느껴지는 디자인이다. 모프는 잠자리의 투명한 날개 패턴을 특징으로 하며 푸딩 키캡으로 아름다운 RGB 효과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워프 시리즈는 이름에 맞춰 속도감 있는 디자인으로 표현된다. 이번 시간에 소개할‘마이크로닉스 WARP WK-1(이하 워프 WK-1) 게이밍 키보드에 해당 특징이 잘 드러났다. 워프 WK-1은 SF 영화의 워프드라이브를 묘사했다. 즉 빛보다 빠른 속도 및 동적 환상을 추구한 콘셉이라 볼 수 있다.

워프 WK-1의 디자인은 측면이 곡선으로 처리돼 부드럽다. 색상은 바디 투톤 방식으로 실버/화이트, 그레이/블랙 두 가지의 투톤으로 나뉜다. 덕분에 상판이 단조롭지 않고 깔끔하다. 키보드 하단에는 LED 디자인이 적용돼 있다. 사용자가 확인하기 쉬운 방향이다. 덕분에 화려한 RGB 효과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LED 모드는 15가지로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변경할 수 있다.

키캡 디자인은 프리미엄 제품군답게 틀에 박힌 디자인을 벗어났다. 가독성이 좋은 WARP 전용 폰트 레이저각인 키캡으로 뛰어난 가독성을 제공한다. 키캡 수명도 길어 오랜 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스위치는 마이크로닉스 2세대 스위치(청축, 갈축, 적축)를 사용할 수 있다. 기계식 키보드에 익숙할 경우 취향에 맞춰 사용할 수 있다.

세세한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키보드 케이블은 패브릭 케이블이며 노이즈 방지 필터가 적용됐다. 덕분에 줄의 엉킴이 최소화됐고, 노이즈 필터가 적용돼 불필요한 신호를 최소화한다. 이어 폴링레이트는 1000Hz로 높은 편이다. 무한 동시입력 등으로 키 입력이 짧은 순간에도 딜레이 없는 게이밍 환경을 구현해낼 수 있다. 상태 표시등은 WARP의 W를 표시한 것처럼 디자인됐다. 키캡 리무버도 동봉된다.

비교적 조용하다

워프 WK-1으로 하루 동안 사용해 봤다. 스위치는 MANIC 스위치 적축(마닉 스위치 적축)이다. 참고로 마닉 스위치 적축은 마이크로닉스가 직접 개발에 참여한 스위치다. 최대 수명이 6천 만회에 달해 상당히 긴 편이다. 청축, 적축, 갈축으로 나뉘며 적축을 사용했다.

타건감은 기존 사용하던 비키 타입 체리 MX 스위치를 사용한 적축 키보드보다 좀 더 깊게 눌리는 느낌이다. 구분감이 명확해 타자 시 오타를 낼 일이 적었다. 또한, 타자를 빠르게 쳐도 소음이 적었다.

▲ 타자연습 시 오타가 적게 나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었다.

▲ 애국가 1절 타건 시 평균 46.5dB로 확인된다.

저가형 게이밍 키보드는 흡음재가 제대로 탑재되지 않아 통울림 소리가 신경 쓰일 정도로 나는 경우가 있고, 스테빌라이저가 적용된 키를 누를 때 소리가 균일하지 않고 각자 다르게 들리는 제품군도 있다. 그런데 워프 WK-1는 3T 두께의 발포PE 흠음재가 내장됐다. 덕분에 통울림 소리를 효과적으로 잡아냈다. 시프트 좌, 우측을 눌러도 소리가 균일하며, 스페이스바를 연타해도 제법 조용하다. 참고로 체리식 스테빌라이저가 적용된 상태다.

간단하게 대전격투게임을 플레이해 봤다. 빠른 속도로 콤보를 입력해야 하는 게임은 아니며 단타 위주로 주고받는 게임인데, 상당히 조용한 편이다. 손가락 끝에 힘을 모아 키보드를 내려찍거나, 혹은 그로기 상태를 풀기 위해 빠르게 연타하는 상황 정도를 빼고는 상당히 조용한 편이었다. 비교적 시끄럽다고 묘사한 해당 상황도 다른 게이밍 키보드와 비교하면 훨씬 더 소음이 적은 편이다.

▲ KOF 98 UM에 등장하는 야마자키의 초필살기 ‘드릴’은 연타를 해야 단계가 올라간다. A키와 C키 연타 시에도 소음은 체감 상 그리 크진 않았다.

키캡은 WARP 전용 글꼴을 사용해 촌스럽지 않다. 또한 글씨가 흐리지 않고 명확하게 새겨져 있다. RGB 효과도 투과가 잘 된다. 추가로 아무리 화려한 키보드라도 실사용 시 티가 잘 나지 않는 제품군이 있다. 남이 볼 땐 화려한데 정작 내가 쓸 때는 화려한 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워프 WK-1은 하단부에 RGB가 지원되는 LED가 장착돼 티가 잘 난다. 즉, 사용자 입장에서도 화려하다.

조명 효과(RGB 이펙트)는 레인보우, 리스파이어, 픽스드 온, 리플 샤이닝, 리액션, 플래시 어웨이, 시네 웨이브, 레인드롭, 네온 스트림, 레인보우 휠, 플로우, 스타 트윙크, 섀도우 디스어피어, 레트로 스네이크, 게이밍 모드 등으로 총 15개가 갖춰졌다.

밝기는 꺼짐을 포함해 4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다. 조명 색상, 조명 속도, 조명 흐름도 조절할 수 있다. 이어 키보드 자체에서 사용자 커스터마이징으로 LED를 직접 설정해 둘 수도 있다. 참고로 키보드 하단의 RGB LED는 키캡에 적용되는 RGB와는 별개로 효과를 지정할 수 있다. 레인보우 색상부터 단색 등 색상을 변경할 수 있고, RGB를 끈 상태로도 둘 수 있다..

그런데 RGB가 화려한 키보드 중 키보드 프로그램이 따로 갖춰지지 않은 제품도 있는데, 해당 제품은 결국 사용자의 암기력에 의존해야 하기에 직관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어렵다. 워프 WK-1은 키보드 전용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프로필이 총 3개며 매크로 에디터가 제공돼 매크로를 적용할 수 있다. 물론 RGB 효과도 프로그램에서 적용할 수 있다. 키보드 자체에서 설정하는 것보다는 훨씬 편하다.

마치며

게이밍 키보드 중에서도 조용한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워프 WK-1은 게임 시에도 조용했다. RGB 효과도 15가지로 다양하게 제공되며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키보드 하단부는 상시 확인 가능해 화려했다. 키캡 상태도 좋고 마감도 뛰어난 편이다. 가격은 2021년 9월 7일 가격비교사이트 최저가 기준으로 84,000원이다.

마이크로닉스의 프리미엄 제품군답게 보급형 레인보우 백라이트 기계식 키보드보다는 가격대가 높지만, 타사의 하이엔드 키보드보다는 합리적인 가격대를 갖췄다. 하이엔드 라인업에서는 가성비가 뛰어난 게이밍 키보드다. 특히 정숙한 게이밍 환경을 구성할 계획이라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김희철 기자/poodle@manz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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