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스피커의 충격

1990년대만 해도, 무릇 스피커란 커야 하고 또 무거워야 한다고 봤다. 특히, 혼의 유무가 결정적이어서, 혼(Horn)이 없으면, 마치 혼(魂)이 없는 스피커처럼 여겨졌다. 거기에 15인치 우퍼는 덤. 그러나 지금 다시 이런 제품을 들어보면 강점보다는 약점이 더 부각된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느린 반응이라던가, 공진이 느껴지는 저역, 전체적으로 흐트러진 위상, 지저분한 통 울림까지 지적 사항이 한 둘이 아니다.

물론 특정 장르에서 흥미로운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면은 있다. 만일 한두 가지 장르만 듣는다면, 이런 제품들은 지금도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다양한 장르를 커버한다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이때 내게 큰 충격을 준 것은 다인오디오의 소형 스피커였다. 작지만 정말 당찼다. 공간을 가득 메우는 밀도감이며, 당시 생소했던 음장이나 스테레오 이미지의 의미를 이때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이후 다인오디오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그 와중에 전설적인 프리 파워 앰프(오로지 특주품으로만 제작된다)도 내놨고, 올인원 스타일의 제품도 선보였는가 하면, 스튜디오 모니터로서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으며, 당연히 카오디오 분야에서도 큰 성과를 내고 있다. 바로 이런 다인오디오의 모든 것을 콤팩트한 사이즈에 담은 것이 이번에 만난 포커스 10이다.

다인오디오의 베스트 앨범

이 스피커는 작다. 높이라고 해봐야 30Cm가 좀 넘고, 무게도 7.5Kg밖에 되지 않는다. 겉보기엔 평범한 다인오디오의 느낌이다. 디자인이 파격적이거나, 뭔가 눈에 띄는 장치가 없다. 그냥 통상의 북쉘프 그 자체다. 하지만 좀 더 면밀히 관찰해 보면, 탄성을 자아낼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

일단 액티브 타입으로 만들어서 제품 자체가 하나의 완성체일뿐 아니라, 여기에 와이어리스 기술까지 더해졌다. 어디 그뿐인가? 아날로그 입력단도 있다. 즉, 제품 안에 프리, 파워, DAC, 스트리머 등이 모두 담겨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다인오디오라는 아티스트가 40년이 넘게 활동하면서 그간 쌓아온 모든 기술력을 이 작은 스피커에 담아낸, 일종의 베스트 앨범이라 보면 좋을 것이다.

밀폐형의 장점을 극대화

이번에 발표된 새로운 포커스 시리즈는 총 3개의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맨 위로부터 50, 30 그리고 10으로 구성되어 있다. 50은 플래그십으로 가공할 만한 스펙을 보여준다. 두 발의 우퍼가 내는 당당한 저역은 듣지 않아도 상상이 될 정도다. 50과 30이 톨보이 스타일이면, 본 기 10은 북쉘프다. 분명 10은 포커스 형제군에서는 막내지만, 이 작은 친구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여타 브랜드를 압도하는 면이 있다. 즉, 막내라고 깔보면 절대 안 되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밀폐형이라는 점. 사실 밀폐형 스피커의 장점이 있다. 특히, 저역의 경우, 매우 명료하고, 펀치력이 뛰어난 면모를 보여준다. 밀도감이 높은 중역대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구동이 어렵기 때문에, 개방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도가 떨어진다. 즉, 앰프 밥을 많이 먹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본 기는 액티브 타입이다. 이것은 스피커 하나에 앰프 하나가 담겼다는 뜻이 아니다. 본 기가 2웨이 타입인 만큼, 드라이버 하나에 앰프 하나라는 컨셉. 즉, 파워 앰프가 두 개나 투입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언급할 것은 클래스 D 타입의 파워 앰프라는 점. 클래스 D라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분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요즘은 개량이 많이 되고, 커스터마이즈가 잘 이뤄져 있어서, 클래스 AB 못지않은 성능을 내준다. 이런 작은 제품에는 클래스 D 타입이 맞는다고 본다.

그 결과 트위터엔 110W, 미드베이스엔 280W의 앰프가 각각 투입되고 있다. 총 390W의 파워가 동원된 것이다. 이렇게 드라이버를 완벽 제어하면, 결과적으로 밀폐형의 장점이 잘 발휘될 수 있다. 또 벽에 밀착해서 설치한다거나, 옆벽에 붙인다거나, 아무튼 실제 응용에 있어서 자유도가 꽤 높다.

다기능의 매력

본 기는 와이어리스에 대한 배려가 잘 되어 있다. 즉, 어떤 형식의 디지털 파일을 모두 커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이건 혹은 네트워크를 통해서 건 모두 가능하다. 뮤직 서버만 예로 들면, 스포티파이 커넥트, 타이달 커넥트, 애플 에어플레이 2, 구글 크롬캐스트 등이 가능하다. 룬도 되고 블루투스도 된다. 블루투스는 무려 버전 4.2다. CD 수준의 파일은 가볍게 전송이 된다.

한편 USB, TV 등과의 연계성도 좋다. 홈 시네마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고자 하면, 본 기에는 서브우퍼용 아날로그 아웃풋이 제공되고 있다. 액티브 서브우퍼를 연결해서 보다 강력한 영화 음향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극도로 셋업이 쉽다는 것. 전원선과 랜선만 있으면 O.K.

레프트 및 라이트 채널의 스피커를 연결하는 것은 무선으로도 되고, 그 경우 24/96 사양이 제공된다. 만일 선으로 연결할 경우 24/192도 가능해진다. 어느 쪽을 선택하던 그것은 사용자의 청취 환경과 관계된 것이니, 뭐라고 정의 내리고 싶지는 않다. 내 경우는 아무래도 후자 쪽이 매력적이다. 한편 본 기는 다인오디오 전용 앱으로 세부 조정이 가능하고, 옵션으로 디락 라이브(Dirac Live)를 장착하면 여러 EQ 세팅이 가능하다. 자체 개발한 DSP(Digital Signal Processing)의 성능이 우수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기대는 높여도 좋을 것 같다.

클래식 다인오디오 드라이버

본 기는 2웨이 타입이고, 트위터와 미드레인지에 다인오디오를 대표하는 드라이버들이 충실하게 투입되고 있다. 이 부분이 어쩌면 가장 매력적인 항목이 아닐까 싶다. 우선 트위터에는 28mm 구경의 세로타(Cerotar) 소프트 돔이 쓰이고 있다. 이것은 동사를 대표하는 컨피던스, 스페셜 포티 등의 개발 과정에서 새롭게 설계해서 나온 드라이버다. 통상 소프트 돔은 25mm 구경이 많은데, 세로타는 28mm 구경이다. 그만큼 담당하는 주파수 대역폭이 넓어진다. 특히, 초고역 특성이 좋아져서, 이 부분은 큰 강점으로 다가온다.

이 대목에서 언급할 것은 인너 돔이 헥시스라는 점이다. 진동판 뒷면에 장착이 되는데. 뒤로 빠지는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서 본 드라이버의 주파수 대응을 보다 스무스하게 만들고 있다. 또 원치 않은 공진도 적절하게 제거하고 있다. 여기에 매칭된 마그넷은 페라이트 플러스 타입. 이로써 트위터의 감도도 높이고, 디테일 묘사와 달콤한 음색을 아울러 확보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높게 평가하는 트위터다.

한편 이와 매칭되는 미드베이스 드라이버는 140mm 구경, 약 6인치 정도가 되는 MSP 타입의 에소텍 플러스(Esotec +)다. 새로운 컨투어 시리즈를 개발하면서 탄생한 드라이버다. 여기에 서라운드를 바꾸고, 마그넷 시스템을 개량하면서 저역 대응력을 높였다.

대니쉬 디자인의 매력

예전에 코펜하겐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시내 곳곳에 수많은 디자인, 인테리어 관련 업체가 많은 것에 놀랐다. 우리나라 거리에서 가끔씩 발견되는 휴대폰 가게처럼 정말 많았다. 그만큼 이쪽 분야에 인재가 많고 또 높은 수준의 제품이 많다는 뜻도 된다. 다인오디오의 매력은, 바로 이런 위대한 대니쉬 디자인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플하고, 고급스러우면서 또 질리지 않다. 모던한 환경뿐 아니라 아주 다양한 인테리어에 적용할 수 있다.

본 포커스 시리즈엔 총 네 개의 마무리 옵션이 존재한다. 월넛, 블론드 우드, 블랙 그리고 화이트다. 요즘 젊은 여성들이 오디오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면서 화이트가 주목받고 있는 실정이다. 본 시리즈에 화이트 옵션이 존재한다는 것은 아무튼 꽤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사실 본 기는 그릴을 떼어놓고 듣는 편이 좋고, 인테리어 측면에서도 더 낫다. 특히, 트위터와 미드베이스를 둘러싼 링이 알루미늄 소재로 정말 멋지게 브러시 처리가 되었다. 보는 것만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 부분을 그릴로 가려놓는 것은 좀 뭐 하지 않은가?

스펙 둘러보기

본 기는 작지만 강하다. 이 부분은 스펙에서도 잘 드러난다. 일단 담당 주파수 대역을 보자. +,- 3dB로 측정하면 43Hz~22KHz가 나오다. 보다 확장해서 –6dB로 측정하면 무려 22Hz~36KHz까지 커버하고 있다. 그 중간쯤을 계산해도 상당한 광대역임을 알 수 있다. 특히, 밀폐형으로 이런 스펙을 얻었다는 점은, 확실히 액티브 타입의 장점을 실감하게 된다.

입력단을 보면 아날로그 RCA가 두 조나 제공되고 있고, 디지털은 토스링크 하나, RCA 동축 하나가 보인다. 아날로그 아웃풋으로 서브우퍼와 연결할 수 있는 단자가 있는 것은 홈 시네마를 고려할 때 매우 효과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 즉, 음악 감상용으로 쓸 수 있지만, 스마트 TV와 연결해서 영화나 콘서트를 감상할 수도 있는 것이다.

본격적인 시청

본 기의 시청은 정말 간단하다. 뭐 하나 덧붙일 것이 없다. 룬을 통해 여러 개의 음성 파일을 들었는데, 그중 인상적인 트랙 4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 베토벤 ⟨교향곡 7번 1악장⟩ 파보 예르비(지휘)
• 그리그 ⟨페르귄트 중 In the Wedding Garden⟩ 에사-페카 살로넨(지휘)
• 다이애나 크롤 ⟨Temptation⟩
• AC/DC ⟨Back In Black⟩

지휘   Paavo Järvi
오케스트라   Deutsche Kammerphilharmonie Bremen
곡   Symphony No. 7 in A Major, Op.92: Poco sostenuto - Vivace
앨범   Beethoven: Symphonies Nos. 4 & 7

우선 베토벤을 들으면, 각 악기들의 정확한 위치 선정이 눈에 띈다. 일목요연하게 복잡한 레이어를 잘 분해하고 있다. 다인오디오가 갖는 풍부한 다이내믹스와 중역대의 매력이 잘 드러나서, 듣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아주 미세한 현이나 혼의 울림도 잘 잡아내고, 빠른 반응도 인상적이며, 묵직한 저역의 펀치력도 일품이었다. 이 작은 몸체에서 넓고, 깊은 음장이 형성되고, 정확하게 전 대역의 위상이 일치하는 부분은, 역시 액티브 타입이 갖는 장점을 적극 활용한 결과라고 본다.

지휘   Esa-Pekka Salonen
오케스트라   Oslo Philharmonic Orchestra
곡   Peer Gynt, Op. 23: Act I, 1, Prelude. In the Wedding Garden
앨범   Grieg: Peer Gynt, Op. 23 (Excerpts) - Sony Classical Masters

이어서 그리그를 들으면, 이번에는 투명하면서, 아련한 모습이 잘 그려지고 있다. 연주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이나 개성이 정확하게 포착되는 것이다. 기품이 있으면서, 그 안에 담긴 슬픔도 잘 그려내고 있다.

확실히 관록이 있는 메이커라, 음악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본다. 투티 시 저역의 어택이나 스피드가 뛰어나서, 비록 스피커의 몸체는 작지만 여기서 재생되는 음은 결코 작지 않았다. 다인오디오의 베스트 앨범이라 해도 좋을 만한 레벨이다.

아티스트   Diana Krall
곡   Temptation
앨범   The Girl In The Other Room

크롤의 노래는 언제 들어도 좋지만, 이 곡은 특히 저역의 움직임이 풍부해서 가끔 고른다. 전체 밸런스가 매우 뛰어나고, 악기의 위치가 정확하다.

중앙에 포진한 크롤의 목소리엔 호소력이 가득하다. 아주 작은 음부터 큰 음까지 일체 가감이 없이 묘사하고 있는데, 확실히 이런 타입의 제품이 갖는 강점을 실감한다.

아티스트   AC/DC
곡   Back In Black
앨범   Back In Black

마지막으로 AC/DC. 역시 에너지와 열기가 충만한 음이 나온다. 보컬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기타 솔로는 용암을 토해내는 화산과 같다.

지축을 흔드는 베이스와 드럼은 대체 뭐란 말인가? 마치 공연장에 온 듯한 임장감은 스피커의 존재 자체를 잊게 만든다. 그냥 음악에만 몰두하면 되는 것이다. 가슴이 후련해지는 재생음에 거듭 놀라고 말았다.

드디어 종결자가 등장하다!

만일 새롭게 오디오 판을 짠다면, 정말 심플하게 구성하고 싶다. 그 와중에 만난 포커스 10을 점검해 보니, 그래, 이 정도 기기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필요한 것은 전원선과 랜선뿐. 그 중간에 오디오 랙이나 여타 기기가 필요하지 않다. 만일 TV 정도만 연결하면 그만이고, 더 욕심을 내면 서브우퍼 정도? 확실히 이 분야의 기술 개발 속도가 놀라운데, 최신의 스트리머와 네트워크 플레이어에 액티브 타입의 스피커가 만났을 때의 시너지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다인오디오는 이 포커스 시리즈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이 종학(Johnny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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