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여러 목적으로 도구를 만들어 왔다. 도구를 이용함으로써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위험한 작업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할 수도 있게 됐다.
그런데, 어떤 도구는 본연의 목적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목적이 되고 문화가 되기도 한다. 자동차, 바이크, 하이파이 등이 그러한 예이다. 도구 본연의 기능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이 된 사례는 의외로 많은데, PC 하드웨어 역시 도구를 넘어 명확히 하나의 문화가 된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독특한 스타일의 케이스, 화려한 RGB 효과가 곁들여진 그래픽카드와 쿨링 팬 등 제조사들도 사용자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본연의 기능을 넘어서 심미적 가치를 제품에 담아내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TRYX PANORAMA 3D 280 PRO 스펙
디스플레이: 6.5형 커브드 AMOLED, 2K 해상도, 60Hz
모터: ASETEK 8세대 (3상 모터, 저소음 설계)
튜브: 40% 두꺼워진 메탈 피팅 튜브
호환성: 인텔(LGA1700, LGA1200, LGA115x), AMD(AM5, AM4)
라디에이터: 320mm 길이, 30mm 두께
쿨링 팬: ROTA Pro 유체 베어링 팬(140mm 2개, 1650 RPM)
TDP: 300W
기능: KANALI 소프트웨어 (녹화 기능, 하드웨어 모니터링)
호환성: 인텔 소켓 (LGA1700, LGA1200, LGA115x), AMD 소켓 (AM5, AM4)
보증: A/S 기간 6년 + 누수 보상
1. 컴퓨텍스에서 주목받은 바로 그 제품, TRYX PANORAMA
‘독특한’ 제품은 가장 먼저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마련이다. 특히, 이런 제품이 취미의 영역에서 소비된다면 이 독특함은 소비자에게 대단히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올해 컴퓨텍스에서도 다양한 신제품이 소개됐는데, 그중 가장 주목받은 제품 중 하나가 바로 TRYX PANORAMA 시리즈 수냉 쿨러였다. 프로세서나 주변 온도 등의 정보를 표시하기 위해 워터블럭에 디스플레이를 장착하는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초고화질 커브드 AMOLED를 장착해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도록 구성한 제품은 처음이었다.
TRYX란 브랜드도 소비자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2023년에 시작된 이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다소 낯설지만, 기존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스타일의 수냉 쿨러를 선보이며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에 부합하는 DIY 하드웨어 전문 브랜드로 부각되었다. 이 쿨러는 컴퓨텍스의 최대 관심 제품으로 주목받기에 이르렀다.
때문에 많은 마니아가 TRYX PANORAMA 시리즈의 국내 출시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새롭고 고급스러운, PC 튜닝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에 부족함 없는 화려함과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하는 수냉 쿨러라면, 튜닝에 취미를 가진 소비자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TRYX PANORAMA 시리즈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는 워터블럭에 장착된 커브드 AMOLED이다.
‘아나몰픽’이라 불리는 기법은 독특하게 휘어진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다양한 착시를 만들어내며, 보는 이의 입체감을 극대화하는 기법이다. 대형 옥외광고로 주목받았던 구부러진 디스플레이를 수냉 쿨러의 워터블럭에 적용해 아나몰픽 3D를 구현한 것은 분명 대단히 참신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심지어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유일하다. 6.5형 커브드 AMOLED는 무려 2K에 달하는 고해상도와 60Hz를 지원해 눈앞에서 보아도 놀랄 만큼 치밀하고 자연스러운 영상을 눈 앞에 펼친다. 실로 감탄스러운 화질의 디스플레이가 사용자의 이목을 끄는 것이 감탄사를 자아낸다.
제조사라면 이 부분에서 당연히 고심이 깊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설픈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보다는, 불가피한 원가 상승을 감내하더라도 우수한 품질의 디스플레이를 장착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다. 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비싼 가격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제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것보다는 시장의 반응을 믿어보는 것이 이류의 튜닝 제품에선 합당한 전략이다.
튜닝 마니아를 겨냥한 제품답게 기본기의 강화도 눈에 띈다. 사용한 건 ASETEK 8세대 수냉 솔루션이다. 3상 모터와 40% 두꺼워진 튜브, 장기간 사용에도 트러블이 발생하지 않도록 피팅 부분을 모두 메탈 소재로 처리한 것도 확실히 저렴한 보급형 수냉 쿨러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프로세서의 IHS와 맞닿는 베이스에는 미세한 곡면 가공을 가미했다. 베이스의 곡면 가공은 얼핏 왜 할까 싶지만, IHS와 맞닿는 면적을 극대화해 보다 빠른 열의 흡수와 이동을 꾀할 수 있다. 작은 차이지만, 구동 시 명확하게 성능과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왜 이렇게 잘 식히는가? 했더니 치밀한 설계로 이뤄낸 결과다.
30mm 두께의 320mm 라디에이터와의 조합이다. 대화면 AMOLED를 장착했기 때문에 다른 한편에서는 디스플레이에서 발생하는 발열까지 계산할 필요가 있다. 여타 제품보다 성능에서 조금은 불리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할 대안은 빠른 열 발산을 위한 두꺼운 라디에이터와 성능 좋은 쿨링 팬의 적용으로 세웠다. 일반적인 수냉 쿨러에 비해 20%가량 두꺼운 라디에이터를 사용한 이유다.
여기에 구성한 유체 베어링 적용 ROTA Pro 쿨링 팬은 정숙한 동작 소음과 높은 풍압으로 소음을 최소화하면서도 우수한 쿨링 성능을 발휘한다. 참고로 ARGB 팬이 장착된 제품이라면 메인보드 RGB와 싱크를 맞추거나,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양한 조명 효과도 부여할 수 있다. 리뷰 제품은 non-RGB 다. 아울러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조명 효과를 추가할 수도 있다.
해당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쿨링 팬의 동작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온도에 따라 동작 속도를 커브 형태로 설정할 수 있어 사용자에 맞춰 최적화할 수 있다.
2. KANALI를 통한 다양한 콘텐츠 업로드
구부러진 디스플레이는 잘 활용하면 공간감과 입체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화면이 구부러져 있어 바닥이나 천장 등을 디스플레이에 표현하면 순식간에 입체감을 가진 공간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바로 이런 특징이 아나몰픽 3D의 핵심이다. 어려울 것 같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전용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는 이미 제조사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으니까.
사용자는 TRYX PANORAMA 전용 소프트웨어인 KANALI를 이용해 제조사가 지원하는 다양한 아나몰픽 3D 콘텐츠를 취향에 맞게 디스플레이에 커스텀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런 류의 콘텐츠를 사용자가 직접 제작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풍부한 선택지를 미리 제공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다. 아울러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효과를 적용할 예정이라 하니 기대해 볼 만하다.
초반엔 신선함이 이목을 끌지만 구매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관심을 잃게 하는 하드웨어도 많다. 대부분은 곧이어 식상해지는 부분 때문인데, 주기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로 바꾸어 갈 수 있다면 사용자의 만족감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 테스트 시스템
① CPU - 인텔 14세대 코어 i7-14700F 코잇
② M/B - ASRock Z790 스틸레전드 WiFi D5 대원씨티에스
③ RAM - OLOy DDR5-6000 CL32 BLADE RGB MIRROR 패키지 32GB 올로이앤코
④ SSD - 마이크론 크루셜 T500 M.2 NVMe 2TB 대원씨티에스
⑤ VGA - 조텍 지포스 RTX 4090 Trinity OC D6X 24GB White
⑥ PSU : 맥스엘리트 맥스웰 듀크 1000W
⑦ 쿨러 - 뉴젠씨앤티 TRYX PANORAMA 280 수냉쿨러
⑧ OS - Windows 11 Pro 23H2
◆ KANALI 유틸리니 (인터페이스 참고용)
▲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디스플레이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KANALI의 녹화 기능을 이용해 화면의 특정 영역도 녹화할 수 있다. 게임 화면 등을 모션캡처해 TRYX PANORAMA의 디스플레이에 적용할 수 있다. 업로드 과정에서 영상의 크기를 조절하거나, 화면에 CPU 온도와 GPU 온도, 동작 속도 등 다양한 하드웨어 모니터링 결과를 추가할 수도 있다. 얼마나 화려하게 솜씨를 뽐낼 수 있냐의 관건은 어디까지나 사용자의 손재주에 달렸다. 구부러진 화면을 분할해 각각의 면에 각기 다른 영상을 재생할 수도 있어 활용도가 좋다.
◆ 인텔 14세대 코어 시피유 + 메인보드 세팅
▲ 인텔 전용 브라켓을 메인보드 후면에 부착한다.
▲ 앞면에서 전용 암수나사를 이용해 후면에 부착한 브라켓에 고정한다.
▲ 워터블록이 시피유 위에 위치하도록 배치한다. 피팅이 바닥면을 향하는 것이 정석이다.
▲ 전용 볼트를 조여 견고하게 고정한다.
3. 비쌀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갖고 싶은 제품
쿨러를 선택할 때 첫 번째 기준은 당연히 ‘성능’이다. 사용자에 따라서는 불과 1~2도 수준의 미미한 차이를 위해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기도 할 만큼 성능은 쿨러 선택의 절대명제이기도 하다. 다만, 최근에는 프로세서를 임계치까지 몰아붙여도 온도 제어에 문제가 발생하는 예는 극히 드물다.
어쩌면 이렇게 상향평준화된 쿨러의 성능 탓에 차별화된 요소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벌써 10여 년간 가장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ARGB는 화려한 조명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을지언정 이를 통해 사용자의 의도를 반영할 수는 없는 구조이다. 그저 다채로운 색상을 표현하는 것에서 멈추고 만다.
그러나 TRYX PANORAMA 같은 제품은 그 자체로 마니아의 온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독특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며, 와이드뷰 케이스 등과 조합되면 누구라도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PC를 구현할 수 있다. 특히, 튜닝을 취미로 가진 마니아라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오직 나만의 아이템으로 손색 없다.
** 편집자 주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림돌은 역시 가격이다. 고해상도 2K AMOLED와 여러 부분의 보강이 이루어진 만큼 이 제품이 저렴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다. 소개한 제품의 판매가는 블랙 non-RGB 모델 최저가 기준 약 48만 원을 형성하고 있다. 블랙 RGB 모델은 약 51만원 이다.
결국 본연의 독특한 요소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를 소비자가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를 넘어서는 가격이라고 판단하면 불만이 될 것이고, 적정한 가격이라고 판단하다면 오히려 열렬한 환영을 받을 수도 있다.
그 점에서 공급사에겐 하나만 부탁하고 싶다. 보다 확실한 서비스다. 원가 자체가 비쌀 수밖에 없는 제품이라도 소비자의 눈 높이를 충족하는 자세를 취하다면 다소 높은 가격대를 형성할 지라도 마니아는 충분히 납득할 것이다.
그러니 흔들림 없는 응대정책으로 현명하고 똑똑한 한국 소비자의 마음의 2% 부족함을 보듬는 전략이 가장 현명한 대응이다. 분명 이 제품은 대단히 큰 매력이 넘치니, 소비자가 먼저 인정할 값어치가 충분하지만~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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