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뵈레센(Michael Børresen)
올해 여름이 무척이나 더웠는데, 독자 여러분들도 잘 지내셨는지 모르겠다. 필자는 이번 여름에 홍콩에서 열린 오디오쇼를 취재차 다녀왔는데, 더운 와중에 또 더운 데를 가서 이열치열로 여름을 났다. 덕분에 살도 조금 빠진 것 같은데, 그런 가운데 이번에 여름이 가기 전에 아주 중요한, 의미심장한 제품의 리뷰를 의뢰받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리뷰에 임하려고 한다.

오늘 소개할 제품은 바로 덴마크 브랜드 뵈레센(Børresen)의 X1이라는 모델이다. 여기서 뵈레센이라는 브랜드명은 마이클 뵈레센(Michael Børresen)이라는 스피커 디자이너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아마 뵈레센이라는 브랜드를 잘 모르더라도 마이클 뵈레센이라는 이름은 여러분들에게 친숙하리라 생각하는데, 특히 2010년대 이후에는 아주 중요한 스피커 디자이너 중에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클은 2000년대 초, 라이도 어쿠스틱스(Raidho Acoustics)에서 에벤(Eben)이라는 스피커 시리즈를 런칭했는데, 그때 당시엔 대부분이 영미 쪽 사운드에 친숙해지고 아직 현대 하이엔드의 개념을 잡지 못한 시절이라, 어마어마하게 스피드가 빠르고 레이어 분해력이 엄청나며 전망이 아주 좋은 스피커를 접하면서, 필자는 물론 시청에 참석한 분들도 상당히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때 마이클이 오디오에 대한 자신의 개념과 어떤 설계를 하는지, 그리고 앰프와 케이블에 대한 이야기도 했는데, 그가 스피커뿐만 아니라 오디오 기기 전반에 대한 기술을 두루두루 가지고 있다는 것에 상당히 놀랐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그동안 필자가 수없이 많은 인터뷰를 했지만, 마이클은 필자에게 큰 영향을 끼친 분 중에 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마이클이 발표한 스피커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전면의 프론트 배플에서 후면으로 갈수록 류트 모양의 만곡을 이루며 어느 정도 볼륨이 있는 전통적인 방식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면, 오늘 소개할 X1 스피커는 거의 역삼각형 형태를 하고 있다. X1 스피커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주 극단적으로 뒷부분을 깎아내고 그 대신 안길이를 어느 정도 확보하기 위해서 상당히 긴 형태의 후면을 하고 있는데, 대단히 파격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마이클은 여러 스피커 회사를 전전하면서 개발을 해왔는데, 애호가들과 접점이 좀 없었던 것이 그가 만든 대형 스피커도 슬림한 형태를 하고 있어서 대형기다운 중량감이 없었다. 특히 아시아권에서는 대형기라고 하면 아무래도 크기가 커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조금 마이너스가 있었다. 또한 어마무시한 제품 가격도 한몫했는데, 작은 스피커들도 가격이 꽤 나갔기 때문에 접근하기에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일반 애호가들이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의 제품이 이번에 나온 것이다. 아마 이 제품을 통해서 마이클이 평생 추구해왔던 사운드, 이를 필자는 미래지향적인 사운드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번 시간에 이 부분에 대해서 설명하고 아마 여러분도 이 제품을 통해서 뭔가 오디오에서 새로운 컨셉을 찾아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Børresen 배경지식
본격적으로 제품을 소개하기에 앞서 배경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데, 왜냐하면 여태까지 볼 수 있었던 형태의 스피커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 부분에 대해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라스 크리스텐센(Lars Kristensen)
그동안 마이클 뵈레센이 꾸준하게 스피커도 만들고, 앰프도 만들면서, 심지어는 케이블을 직접 제조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이론도 발표하는데, 그것을 형상화시켜주는 백그라운드를 제시한 사람이 바로 라스 크리스텐센이라는 분이다. 라스는 너털웃음을 잘 짓는 분으로, 항상 싱글벙글해서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인상을 하고 있다. 참 마음씨 좋게 생긴 분인데, 실제로는 되게 까탈스럽다는 그런 얘기도 들었다.
그런데 이 분이 사실은 마이클은마치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And Garfunkel) 듀오처럼 영혼의 파트너라고 할까? 그래서 마이클의 디자이너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지원군이 바로 라스라는 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분은 한 20년 정도 노도스트(Nordost) 케이블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시연을 진행해 왔는데, 필자도 라스가 시연을 진행하면서 들려준 케이블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사람이 틀어준 음악들을 통해서 공부를 많이 했다.
덴마크는 사실 땅덩어리도 크지 않고 어떻게 보면 현대사에 있어서는 강대국이라고 보기는 힘든데, 아무튼 오디오 쪽에서는 상당히 세다. 개인적으로 리뷰차 여러 번 덴마크에 다녀왔는데, 덴마크 쪽 오디오 관계자에게 왜 덴마크가 오디오 분야에서 이토록 강한지 그 이유를 물어보면, 덴마크는 대학에서 오디오와 관련된 연구를 많이 하고 있으며, 일종의 국책 사업으로 국가에서 많은 지원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단순히 오디오뿐만 아니라, 예를 들어서 벤츠나 BMW 같은 브랜드의 차량의 문을 닫을 때 나는 소리마저도 튜닝된 소리인데, 그런 연구도 덴마크에서 한다.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사운드라는 큰 카테고리를 다양하게 연구하면서 오디오라는 것은 그 안에 하나의 조그마한 분야가 아닐까 싶다. 이렇듯 덴마크는 전체 오디오 업계에서 독일이나 영국 못지않게 상당히 강한 지역이다.
이번에 리뷰를 준비하면서 뵈레센의 지주회사인 오디오 그룹 덴마크(Audio Group Denmark)를 조사해보니, 이 회사는 덴마크의 올보르(Aalborg)라는 아주 중요한 도시에 위치하고 있다. 이 도시는 문화적인 배경도 좋고 산업 기반이나 여러 가지가 상당히 잘 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미래지향적인 소리나 하이엔드 소리라고 하면 미국의 실리콘 밸리 같은 지역에서 나와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여러분이 생각할 수 있는데, 올보르그라는 지역이 거의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비슷한 느낌이다.
올보르는 원래 시멘트라든가 산업을 기반으로 해서 시작된 도시인데, 지금은 모바일이라든가 와이파이라든가 어떤 하이테크한 부분들도 연구를 많이 하고 있으며, 도시 인구가 한 12만 정도 되는데, 9천 개가 넘는 회사가 있다. 이는 작은 스타트업 컴퍼니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리고 원래부터 공업지역에서 가지고 있는 백그라운드가 있기 때문에, 아마 이런 회사들이 새로운 음향 이론 같은 것을 도입할 때 즉각 즉각 소재가 공급되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든다.

또 한편으로 재미있는 것은 올보르 유니버시티라고(Aalborg University) 현지에서는 AAU라고 하는데, 여기가 상당히 중요한 대학교이고, 여기에 음향 연구실이 있는데, 이는 덴마크에서 상당히 큰 음향 연구실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또 재미있는 게 외른 우트존(Jørn Utzon)이라는 분이 여기서 쭉 살았는데, 이 분이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를 설계한 디자이너다. 또 이 분이 설계한 우트존 센터(Utzon Center)라는 건물이 올보르에 있는데, 그게 바로 올보르 대학교의 연구시설이라고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산업, 디자인, 소재, 기본적인 연구 등 스피커를 만들기 위한 이상적인 조건들과 마이클 뵈레센이라는 천재적인 인물이 가세해서 X1과 같은 제품이 나오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그러니까 이것이 단순히 이런 정도의 제품은 한 개인의 천재성에만 의존하지 않고 그 주변 환경이 같이 어우러져서 나오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해본다.
오디오 그룹 덴마크 탄생 배경

라스 크리스텐센과마이클 뵈레센에 대해서 조금만 더 설명하면, 라스의 아버님은 한 70~80년대 덴마크에서 처음으로 하이엔드 오디오를 판매했던 분이라고 한다. 그러한 배경으로 인해서 라스도 어릴 때부터 오디오를 듣고 평가하며 지식을 많이 쌓았다고 한다. 80년대 말에 마이클은 한창 엔지니어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었는데, 그때부터 라스와 연을 맺게 되면서, 지속적으로 오디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또 오디오를 사고, 바꾸고, 업그레이드하면서 관계를 쌓아왔다.
그러다가 한 20년 정도 라스가 노드스트에서 일을 하게 되고, 마이클은 마이클대로 전문적인 스피커 회사에서 일하다가 2003년에 오랜만에 함께 만나서 핫도그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리본 트위터의 개념을 좀 더 확장, 발전시키면 전통적인 스피커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지 않냐는 그런 의견에 도달한다.
이후 둘이 의기투합해서 라이도 어쿠스틱스라는 스피커 회사를 만들었고, 최근에 거기에서 나와서 과감하게 오디오 그룹 덴마크라는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그러니까 라스와 마이클의 30년이 넘는 우정, 그것이 그 두 사람의 내공들이 쌓여져 가고, 주변에서 좋은 인물들이 협조를 해오면서 현재에 오지 않았나 싶다. 그러니까 마이클이나 라스가 어떤 면에서 자신들이 추구해왔던 오디오에 대한 이상을 드디어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그런 상황인 것이다.

참고로 덴마크에는 하이엔드 회사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는 그리폰이라는 앰프와 스피커를 만드는 어마어마한 회사가 있다. 이 그리폰이라는 회사를 창업한 분이 바로 플레밍 라스무센(Flemming E. Rasmussen)이라는 분인데, 개인적으로 이 분도 많이 만났다. 인터뷰도 많이 하고 한국에서 열린 행사에도 많이 오셨는데, 한동안 몸이 안 좋아서 결국 그리폰을 정리하고 은퇴 상태에 있다가 다시 복귀를 했다. 그런데 그리폰으로 가지 않고 오디오 그룹 덴마크로 온 것이다.
그래서 이런 레전드 급 인물이 오디오 그룹 덴마크에 합류하면서 맨파워라는 면에서는 정말 엄청난 회사라 할 수 있다. 오디오 그룹 덴마크 산하에는 뵈레센이라는 스피커 회사와 아빅이라는 앰프 회사가 있고, 그다음에 액세스라고 해서 여러 가지 인티앰프와 스피커를 만드는 회사가 있으며, 마지막으로 안수즈라는 케이블 만드는 회사가 같이 있는데, 아마 안수즈는 올해 여러 가지 좋은 제품들이 많이 나와서 아시는 분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오디오 그룹 덴마크는 자체적으로 산하의 4개의 브랜드로 오디오의 모든 컴포넌트를 커버하는 종합 오디오 메이커라고 보면 될 것 같다.
Børresen X1
이제 본격적으로 뵈레센 X1 스피커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X1은 2웨이 형태를 하고 있으며, 트위터 아래의 미드 베이스를 실측해 보면 구경이 상당히 작은데, 4.5인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아마 ‘작은 구경에 저역을 제대로 재생할 수 있겠느냐, 더구나 슬림한 스피커의 형태로 인해서 저역의 펀치력에서는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아마 리본 트위터를 쓴 것을 보니까 고역 특성이 좋아서 클래식의 실내악이나 여성 보컬 정도의 곡을 듣는 보조 스피커나 BGM용 스피커가 아니겠느냐’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의외로 저역이 50Hz까지 정확히 떨어지고 펀치력이 있다.
이게 재미있는 부분인데, 사실 기존의 스피커라고 하면 드라이버가 크고, 대개 궤짝형의 박스형 스피커 형태로 되어 있는데, 이러한 전통적인 스피커를 필자도 좋아한다. 그러나 이런 궤짝형 스피커는 음장이란 면에서는 썩 훌륭하지 못하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녹음들이 워낙 발전해서 16 트랙, 32 트랙, 혹은 64 트랙 등 정말 수많은 악기들과 효과음들이 들어가서 무지하게 복잡한 레이어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녹음을 커버하려면 과거의 궤짝형 스타일의 스피커로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대신에 60년대, 70년대 아날로그 녹음, 그리고 턴테이블로 즐기는 질감이나 음의 호방함 같은 것은 장점이 있지만, 현대의 녹음은 좀 힘들다. 그래서 필자는 어떻게 생각하냐면, 이게 낫다든가 혹은 저게 낫다든가 하는 그런 제안이 아니라, 정말 다양하게 음악을 듣고자 한다면 스피커는 서로 다른 스타일의 스피커를 두 개 정도를 같이 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필자의 이런 생각에 ‘두 개 살 거 모아서 좋은 거 하나 사면 되지 않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 텐데, 천만의 말씀이다. 이건 스피커가 비싸냐 싸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스피커가 추구하는 음악의 세계, 음향의 세계가 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메인은 이런 쪽을 듣고, 그렇지만 서브로는 이런 쪽을 듣겠다’ 그런 선택의 문제지 그냥 ‘비싼 스피커만 가지면 다 된다’라는 식으로 본다면 필자는 이런 의견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편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전통적인 스피커에 익숙한 사람들은 X1과 같은 스피커를 들으면 생경하게 느낀다. 왜 그러냐면 박스형 스피커들이 가지고 있는 넉넉한 저음과 또 그 어떤 강렬한 음색 같은 것에 젖어 있다가 이런 소리를 들으면 아주 스피디하고 분해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이게 낯설게 느껴진다. 그런데 그런 전통의 세계가 있고 또 이런 미래지향적인 스피커의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지향점을 정확히 알아야만 내가 어떤 사운드를 추구할 것인가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X1 스피커의 미드 베이스가 구경이 작은데 저역을 어느 정도 낼 수 있는 것은 사실 스피드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프로야구를 예를 들면, 한국 프로야구의 최대 수확이 바로 기아의 김도영 선수인데, 이번에 30-30 클럽에 가입했다. 30-30 클럽이 뭐냐 하면 홈런도 30개 이상 치고 도루도 30개 이상 했다는 뜻이다. 이건 사실 전통적인 야구 선수의 개념으로는 말이 안 된다. 왜 그러냐면 30홈런 치는 타자들은 기본적으로 이대호 선수처럼 덩치도 있어야 되고 파워가 있어야 된다. 또 반대로 도루를 잘하는 선수는 호리호리하고 작아야 된다.
그런데 현대에는 이 두 가지를 다 한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타이밍을 맞춰서 제대로 힘을 실으면 심지어는 아주 작은 선수도 홈런을 칠 수가 있다. 마찬가지로 구경이 작더라도 진동판에 대한 개량이 이루어지고 스피드가 뒷받침되면 의외로 저역도 통상 가지고 있는 물리적 한계를 돌파한다. 그게 바로 X1 스피커의 미드 베이스 드라이버라는 것이다.
X1 스피커의 미드 베이스 드라이브를 살펴보면, 블랙 & 화이트 형태로 마치 체스판을 연상시키는데, 이게 정확히는 한 가지 재질만 가지고 진동판을 만든 것이 아니라 세 겹의 레이어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앞면과 뒷면은 카본 파이버 형태이고 중간에 아라미드 허니컴이라는 구조의 진동판이 들어간다. 그래서 이 세 개를 적절하게 샌드위치해서 만든 구조인데, 왜 이런 형태의 복합적인 형태를 구축하느냐? 현대에는 사실 단 한 가지 재료만 가지고 진동판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서로 장점이 다른 재질들을 조합해서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누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 카본 파이버 같은 경우에는 아주 단단하고 질기며 내구성이 좋고 가볍다. 아라미드 허니콤 구조가 되면 소리가 투명해지고 중립적인 소리를 내는데, 음성 정보를 가감 없이 내는 특징이 있다.
그러니까 이런 여러 가지 구조들이 합쳐져서 만들어졌는데, 리본 트위터의 어마어마한 스피드에 대응하기 위해서 무지하게 가볍게 진동할 수 있도록 고안돼 있다. 사실 트위터 개발도 힘들지만 미드 베이스 개발이 더 힘든데, 이 속도에 따라와야 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뵈레센이 수도 없이 많은 드라이버를 만들어 가면서 여기에 이르렀다고 보면 되겠다.
트위터는 리본 형태로 되어 있는데, 소리의 직진성이라든가 임팩트가 좀 있는 것을 자사 제조로 만들지 않았나 이렇게 판단이 된다. 리본 트위터의 장점 중에 하나는 고역 특성이 엄청 좋다는 것이다.X1 같은 경우에는 50kHz까지 커버를 하는데, 이것이 뜻하는 것은 슈퍼 트위터가 차지하는 영역까지도 다 커버한다는 것이다.
미드 베이스와 트위터의 크로스오버 포인트는 2.5kHz. 사실 리본 트위터를 쓰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전통적으로 다른 일반적인 스피커들을 보면 대개 1인치 구경의 돔 타입의 트위터를 쓰는데, 리본을 쓰게 되면 에어리어가 상당히 넓어진다. 에어리어가 넓어지면서 두 개의 넓어진 부분들이 상당히 큰 음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으로, 그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리고 계속 개발에 개발을 거듭해서 돔 타입이 가지고 있는 쏘는 맛, 그런 것까지도 요새는 이런 리본 타입에서도 표현하고 있는데, 그만큼 기술이 좋아졌다고 판단하면 될 것 같다.
이렇게 진동판이 가벼우면 아주 미세한 신호까지도 다 반응을 한다. 원래 상급기에 있는 트위터는 94dB 정도라고 하니까 상당히 감도가 높은 재질인데, X1에서는 아무래도 원가를 절감하다 보니까 거기까지는 재생이 힘들지만, 그래도 90dB까지는 감도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이즈라든가 이 가격대에서는 고역의 개방감도 좋고 어마무시한 해상도, 투명도를 특히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피커의 사이즈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면, 마치 우리가 고깃집에서 고기를 시킬 때, 고기 600g보다는 두 근이 더 비싸고 큰데, 스피커도 올라갈수록 덩치가 커지는 건 당연한 거지만, 그런 것에 익숙하다 보니까 스피커가 비싸면 당연히 근수가 많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는데, 이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이 제품 같은 경우에는 아주 콤팩트한 스포츠카와 같은 형태로, 인클로저는 목재를 중심으로 성형했고 뒤에는 3개의 덕트가 있다.
뒤로 빠지는 신호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스피커 회사마다의 노하우인데, 이렇게 덕트를 3개로 하면 아주 스무스하게 뒤로 소리를 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기류 발생을 상당히 억제할 수 있다. 만약 여기서 난기류가 발생하게 되면 그게 앞으로 가는 신호에 영향을 줘서 소리가 지저분해진다. 그래서 덕트라는 부분도 그냥 폼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여기에도 상당한 튜닝과 기술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크로스오버를 보면 상당히 간략하게 되어 있는데, 이런 하이엔드 스피커를 만드는 회사들에 가보면 사실 크로스오버 대부분이 간단하다. 가장 큰 이유는 뭐냐 하면 진동판과 용적에서 어느 정도 해결을 봤기 때문에 크로스오버에서 장난칠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여기에 들어가는 부품들이 아주 고급이기 때문에, 예를 들면 아주 고급스러운 스시집에 가면 정말 좋은 생선을 쓰는데, 그러면 요리사가 장난칠 게 별로 없다. 그런데 만약에 횟감이 그저 그렇다면 소스도 발라야 되고, 굽기도 해야 되고, 조리를 많이 해야 된다. 그러니까 이런 제품들은 아주 공을 들여서 기본적인 것을 다 만들었기 때문에 하이엔드 회사로 갈수록 크로스오버가 단순해지는 것이다. 이것도 하나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다.
스펙을 보면 감도는 86dB로, 전체적으로는 감도가 낮다. 감도를 낮추는 데는 또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노이즈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노이즈를 어느 정도 억제하면서 정확하게 소리를 낼 수 있는 포인트를 회사마다 다르게 보는데, 뵈레센 X1은 감도만 보면 낮지만 대신에 임피던스가 6옴 이하로는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요소가 같이 믹스돼서 앰프를 설정하는 것인데, 대부분은 감도만 본다. 예를 들어 ‘86dB니까 한 300W 물려야지’ 이렇게 생각하는데, 임피던스도 같이 봐야 한다. 임피던스도 만약에 2옴이라면 이 제품은 300W 이상 물려야 한다. 그런데 6옴에 메이커에서는 50W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니까, 가정용으로 쓰기에는 앰프에 부담이 많이 가지 않는 그런 형태인 것이다.
그다음에 이 제품의 무게는 약 13kg 정도이며, 전용 스탠드까지 붙이면 한 24kg 정도이다. 전용 스탠드의 무게가 10kg 이상 나가는데, 이게 단순히 쇠만 쓴 것이 아니라 복합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전용 스탠드를 옆에서 보면 약간 뒤로 기울어진 형태로 만들었는데, 이것은 우퍼와 트위터가 약간 뒤로 기울어진 형태가 되도록 조정한 것이다. 이렇게 뒤로 기울인 이유는 타임 얼라인먼트 때문인데, 우퍼 쪽을 앞으로 내놓고 트위터가 조금 뒤로 빠지는 형태가 사실 우리가 청취 위치에서 들을 때, 시간축이라는 면에서는 상당히 효과적이다.
이 제품은 다행히도 가격대가 그렇게 높지 않고 그러면서도 상급기의 노하우가 다 들어가 있다. 그래서 특히 우리나라처럼 공간이 크지 않은 데에서 이렇게 지향성이 강한 스피커들은 실제로 옆벽이나 밑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스피커가 놓여진 공간의 옆 벽이 유리창으로 되어있다고 하더라도 지향성이 강하면 유리창이 흔들리는 일이 별로 없다. 그러니까 시청 환경이 좀 나쁘더라도 어느 정도 활용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고음질 파일들이 많기 때문에 요즘 녹음된 것들의 어떤 복잡한 그런 기술들을 집에서 일목요연하게 마치 레코딩 스튜디오 모니터처럼 한번 들어보고 싶다면, 뵈레센 X1은 분명히 추천해 볼 만한 그런 제품이다. 그래서 전통적인 방식의 스피커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 미래지향적인 스피커라는 점을 알고 접근하면 아마 좋은 결과를 얻지 않을까 싶다.
본격적인 시청
다음으로 본격적으로 음악을 들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시청에 앞서 간단하게 시스템 소개를 하면, 앰프로는 오디오 그룹 덴마크에서 나온 액세스(Axxess) Forté 1이라는 스트리밍 앰프를 사용했다. 사실 이 앰프에도 뵈레센의 어떤 설계라든가 음향 철학이 들어있기 때문에, 사실은 마이클 뵈레센이 생각하는 전체적인 오디오에 대한 생각, 재생음에 대한 해석 같은 것을 이해하려면 이런 앰프를 같이 결합하는 게 좋지 않나 싶다. 물론 더 비싸고 훌륭한 앰프들이 있지만 만약에 이 스피커를 들을 때, 최선의 조합을 찾는다면 개인적으로 이 앰프를 추천한다.
이외에도 케이블로 오디오 그룹 덴마크의 안수즈(Ansuz) Mainz A2 파워 케이블과 Speakz A2 스피커 케이블, Digitalz A2 이더넷 케이블을 사용했으며, 네트워크 허브로는 안수즈 PowerSwitch A3를 사용했다. 시청은 액세스(Axxess) Forté 1 스트리밍 앰프의 타이달 커넥트를 통해서 여러 곡을 들어봤다. 되도록이면 최근에 녹음된 곡을 중심으로 들었으며, 클래식 두 곡과 재즈 한 곡, 팝 한 곡을 선정해서 다양하게 들어봤다.
뵈레센 X1과 같은 스피커를 처음 접했을 때 생경하게 느낄 수 있는 게 뭐냐 하면, 전통적인 스피커들이 가지고 있는 아주 강력한 저역의 펀치력이라든가 강렬한 음색 등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르게, 여기서 추구하는 것은 무대이다. 무대가 단순히 펼쳐진 게 아니라 입체적으로 홀로그램을 보듯이, 뒤에는 드럼이 있고 왼편과 오른편에 악기들이 있고, 또 중앙에 보컬이 있는 그런 무대 표현, 흔히 한국말로는 음장이라고 표현을 하고 정확히는 영어로 표현하면 스테레오 이미지다.
그래서 이런 미래지향적 스피커를 여러분들이 만나게 되면 첫 번째로 체크해야 될 것이 음색이나 저역의 양감이 아니라, 사실은 얼마나 스테레오 이미지를 제대로 표현하느냐 그게 제일 핵심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역시 아주 탁월한 음악을 들려주는데,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필자가 설명하는 것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지휘 Daniel Barenboim
바이올린 Anne-Sophie Mutter
첼로 Yo-Yo Ma
오케스트라 West Eastern Divan Orchestra
곡 Triple Concerto In C Major, Op.56 - I. Allegro
앨범 Beethoven: Triple Concerto
첫 번째 들은 곡은 베토벤의 트리플 콘체르토. 최근에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를 하면서 피아노를 쳤고, 안네 소피 무터가 바이올린, 그리고 요요마가 첼로를 연주했다. 원래 안네 소피 무터와 요요마는 카라얀 시절에도 같이 만난 적이 있는데, 당시 10대였던 이 친구들이 아주 패기만만하고, 지기 싫고, 질풍노도의 그런 에너지가 있는 박력 넘치는 연주를 들려줬다면, 지금은 노년이 되어서 어느 정도 관록이 나오는 그런 음을 들려준다.
들어보면 서로 상대방을 신경 써서 도와주는 느낌도 있고, 자기 혼자 마구 질주하지 않는다. 그런데 역시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이라는 클래식의 중요한 3대 악기가 모두 등장하는 협주곡이기 때문에 뒤에 오케스트라까지 있는데, 사실 오디오를 체크할 때 아주 훌륭한 트랙이다. 베토벤이 그런 의도를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우리 입장에서는 참 고마운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초반에 조용히 시작하다가 갑자기 음량이 커지면서 3개의 악기가 차례차례 나오고, 그 악기들의 음색이나 질감 같은 것이 표현되면서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게 엮여가는 부분들이, 무대 묘사 능력이 탁월하다. 그게 이 스피커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악기수가 좀 많아진 것 같다’는 표현을 하는데, 무슨 얘기냐면 해상도가 아주 좋기 때문에 특히 잘 안 들리던 소리 같은 것이 들리지 않나 그런 착각을 느끼게 된다. 워낙 음성 정보량이 많기 때문에 그런 쾌감이 있는데, 그래서 특히 해상도를 중요시하는 분들은 이런 제품을 들어보시면 상당히 만족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지휘 Vladimir Ashkenazy
오케스트라 Philharmonia Orchestra
피아노 Helene Grimaud
곡 Piano Concerto No. 2 in C Minor, Op. 18: I. Moderato
앨범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 2 • Etudes-Tableaux Op. 33 • Prelude In G Sharp Minor • Variations On A Theme Of Corelli
두 번째 곡으로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을 들어봤다. 이 곡은 엘렌 그리모의 연주로,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여류 피아니스트인데 상당히 놀랐다. 이 곡이 사실 굉장히 연주하기 어려운 곡이라고 한다. 그런데 엘렌 그리모는 속도를 빠르게 연주해서 기교를 자랑하는 것보다는 라흐마니노프라는 작곡가가 가지고 있는 어떤 음악성, 혹은 어떤 색깔, 음악의 향기를 표현하는 데 주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최신 녹음답게 역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구분이 명료하다.
또 놀란 것은 뭐냐 하면, 피아노를 칠 때 오른손, 왼손을 같이 치는데, 어떤 시스템을 들어보면 왼손이 잘 안 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아주 명료하게 들린다. 이 협주곡에서 피아니스트의 역할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실력을 보여줬고,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이 피아니스트는 리듬을 가면서 약간의 엇박자를 집어넣는다.
잠깐 멈추고 간다거나 일부러 조금 앞에 나온다거나 하는데, 재즈만 그런 게 아니다. 사실 클래식에서도 노련한 연주들은 리듬을 갖고 노는데, 그런 부분들이 잘 포착된다. 이 분이 갖고 있는 독특한 우아함, 피아노 음향의 어떤 아름다움 같은 것, 이것을 피아니즘이라고 표현하는데 그런 게 잘 살아있고, 아주 흥미롭게 들었다.
아티스트 Kenny Burrell
곡 Lotus Land
앨범 Guitar Forms
세 번째 곡은 케니 버렐의 ‘Lotus Land’를 들어봤다. 이 곡은 1965년에 녹음된 것으로, 방송으로 접하는 소리를 들어보면 최신 녹음 같지만, 사실은 무척 오래된 녹음이다. 케니 버렐은 원래 재즈 기타리스트라서 일렉트릭 기타를 치는 분이지만, 여기서는 특이하게 어쿠스틱 기타를 치는데, 그 핑거링이 어마어마하다.
기타가 정확히 중앙에 있으면 그 뒤에 베이스가 있고 왼편 뒤쪽으로 드럼이 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배경으로 오케스트라가 출몰하는데, 입체 음향이라고 할까? 그 점이 이번에 들으면서 아주 중요한 포인트였다. 그리고 어쿠스틱 솔로 악기의 아주 화려한 핑거링이나 디테일한 묘사들이 잘 살아 있으면서도 배후에서 물결치는 오케스트레이션이 아주 멋지게 연출돼 있는데, 이 곡도 상당히 좋게 들었다.
아티스트 Jennifer Warnes
곡 Famous Blue Raincoat
앨범 Famous Blue Raincoat: 20th Anniversary Edition
마지막 곡으로 제니퍼 원스의 ‘Famous Blue Raincoat’를 들어봤다. ‘Famous Blue Raincoat’는 원래 레너드 코헨의 작품으로, 읊조리는 듯한 그리고 좀 우울한 분위기의 곡을 제니퍼 원스가 새로 부르면서 녹음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 트랙은 특히 옛날부터 오디오 체크용으로 많이 썼다.
또 새롭게 리마스터링을 처리해가지고 들어보니까 역시 음장감이라고 그럴까? 그 표현력이 정말 정교치밀하다. 당연히 중앙에 제니퍼 원스가 있는데, 사실 이런 트랙들을 보면 백그라운드로 반주 녹음을 먼저 하고 마지막에 가수의 노래를 입히면서 그 가수와 악단 사이의 거리를 어떻게 설정하느냐, 그게 엔지니어가 가지고 있는 음악에 대한 해석이다.
보컬이 앞으로 나올 수도 있고 반대로 뒤로 들어갈 수도 있고 또 스피커와 스피커를 선으로 이어주면 그 선에 딱 걸치는 경우도 있고 이게 아주 재미있다. 그런데 ‘이게 잘못된 거야’ 스피커가 잘못된 게 아니다. 만약에 잘못됐다면 그것은 녹음이 잘못된 것이다.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그래서 그렇게 체크할 때 좋다.
그런데 이것은 보면 정확하게 스피커 라인에 걸쳐 있고, 아주 흥미롭게 들은 것은 테너 색소폰의 움직임인데, 그 높낮이가 보인다. 그래서 이 친구는 왜 이렇게 자꾸 움직일까 싶을 정도로 다른 악기는 정확하게 제자리에 있는데, 테너 색소폰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이게 바로 이런 스피커를 들을 때 듣는 쾌감이아닐까 싶다.
결론
필자가 반복적으로 미래지향적인 스피커라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현재도 음장을 표현하는 많은 스피커들이 있고 또 계속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앞으로도 하이엔드는 계속 음장이라는 부분과 싸워가면서 갈 부분이기 때문에 미래지향적이라고 설명을 했다. 이 제품은 다행히도 원래 마이클이 만들었던 스피커에 비해서도 저렴하고 또 이런 것을 지향하는 많은 스피커 회사들에 비해서도 저렴하기 때문에 이번에 특별히 소개할 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한다. 이상으로 뵈레센의 최신 스피커 X1에 대한 리뷰를 마치면서 다음 시간에 새로운 제품으로 찾아오도록 하겠다.
이 종학(Johnny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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