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학: 안녕하십니까? 오디오 평론 그리고 작가 활동을 하고 있는 이종학입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제 왼편에 정말 깜짝 놀랄만한 제품이 세팅되어 있는데, 여러분들이 아마 책이나 사진으로만 봤던 Bowers & Wilkins의 명작 Nautilus 이 제품을 이번에 특별 리뷰하게 되었습니다.
왜 리뷰하는 공간이 우리에게 익숙한 하이파이클럽이 아니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번 설명에 어시스트를 해줄 하이파이클럽 한창원 대표님께서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겠습니다.
한창원: 안녕하세요. 오늘 인사드리는 이곳은 롯데백화점으로, 롯데백화점 잠실점 10층에 있는 Bowers & Wilkins 매장에서 리뷰를 진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웬만해서 이렇게 출장 리뷰는 안 하는데, 저희 쪽에 의뢰는 들어왔었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이 제품을 저희 시청실로 옮기는 게 불가능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창원: 왜냐하면 세팅 자체가 너무 까다롭기도 하고요. 나중에 기기 소개를 하겠지만, Nautilus 스피커를 울리려면 일단 파워앰프가 8채널이 있어야 되고요. 액티브 네트워크부터 시작해서 세팅 자체가 너무 까다롭고 일이 많기 때문에 ‘여기 와서 우리가 리뷰를 하겠다’ 해서 이곳에 왔는데, 오디오파일 관점에서 보면 공간이 좀 아쉽긴 하죠.
여기는 전시장이다 보니까 다소 협소한 공간에 이렇게 스피커가 놓여 있는데요. 백화점 매장이기도 하고, 맞은편에도 오디오 전시장이 있다 보니까 외부 소음이 조금 들어오는데, 이것은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종학: Bowers & Wilkins의 역사에 있어서 Nautilus가 큰 획을 그었을 뿐만 아니라, 현대 스피커 역사에서도 아주아주 중요한 제품이기 때문에 사실은 예전에 잠깐씩 오디오 애호가의 집 탐방에서 듣고는 했지만 이렇게 정식으로 들어볼 기회는 별로 없었거든요. 그래서 오랜만에 Nautilus 스피커와 대면을 했는데, 이 제품이 처음 나온 게 한 30년 전이잖아요?
한창원: 그렇죠.
이종학: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좀 흥분이 돼요. 30년 전부터 이런 소리를 이렇게 낼 수 있다는 게 믿을 수 없는 제품인 것 같고, 앞으로도 10년, 20년 혹은 30년까지도 계속 롱런할 수 있는 모델이구나. 이 제품의 허들이 아주 높아서 앞으로도 많은 하이엔드 업체들이 좋은 제품을 내겠지만 이 제품이 계속 높은 허들이자 스탠다드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한창원: Nautilus 스피커는 30년 동안 모델 체인지 없이 꾸준히 이어져왔는데요. 액티브 크로스오버는 약간 업그레이드가 됐다는 얘기는 들은 것 같지만, 어쨌든 스피커 자체는 30년 동안 변함없이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한창원: Bowers & Wilkins는 살아있는 전설, 하이엔드 스피커의 한 획을 그은 회사죠. 최초 기술들도 되게 많아요. 1966년 지금은 작고하신 존 바워스(John Bowers) 씨가 설립한 회사고, 기본적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케블라 콘도 Bowers & Wilkins에서 개발을 한 것이고요. 벌써 60년 가까이 되는 그런 대단한 회사죠. 일단 Bowers & Wilkins는 이만 정리하고, 오늘의 주인공인 Nautilus 스피커가 있습니다.
한창원: Nautilus라는 이름이 낯설지는 않아요. 오디오 하시는 분들이 Nautilus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런 말이 있죠? ‘살아있는 전설’, 영화배우라든가 가수라든가 유명한 사람을 얘기할 때 ‘살아있는 전설이다’라고 표현하는데요. 이 스피커야말로 오디오 씬에서 살아있는 전설이라 할 수 있는 그런 스피커죠.
1993년도에 출시되었으니까, 30년이 넘었지만 30년 전에 출시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Bowers & Wilkins의 플래그십 모델로 계속 생산되고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죠. 오디오가 앰프가 됐든 스피커가 됐든 하나의 모델이 30년 가는 게 또 뭐가 있을까요? 지금 현시점에서 30년 전에 개발된 모델이 Mk2, Mk3, SE 이런 식으로 새로 나온 거 말고 오리지널 모델로 30년 넘게 간 게 있을까? 그러면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표현이 딱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종학: 이 제품의 탄생 비화도 많이 널리 소개됐으니까 새삼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디자인도 상당히 예쁘고 미래 지향적이잖아요? 그런데 이 형태가 또 철저하게 음향공학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아주아주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종학: Nautilus가 무슨 뜻인가, 사실 단어 자체는 굉장히 멋있잖아요? 그런데 이게 앵무조개라는 뜻입니다. 뒤에 사진 속 스피커의 단면을 보면 앵무조개처럼 생겼죠? 어떤 분은 달팽이를 닮았다고 하고요. 사실은 앵무조개입니다. 이 형상이 앵무조개를 연구하고 그리고 또 자연현상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거죠.
이종학: 옛날에 피보나치라는 분이 발견한 자연의 숨은 비밀이 있어요. 우리가 왜 자연을 보면 아름다움을 많이 느끼잖아요? 그 아름다움을 느끼는 황금 비율이 뭘까 찾다 보니까 그 수열을 찾아낸 거죠. 그런 황금 비율에 의해서 이런 나선형 같은 것들이 자연에서도 발견이 되고 잘 만들어진 건축물이나 그런 데서도 발견이 되잖아요?
그래서 이 제품의 형상이 우리가 다시 봐도 계속 새롭고 신비한 것은 결국엔 피보나치수열에 의한, 자연에서 나올 수 있는 황금의 비율, 앵무조개가 가지고 있었던 그런 비율이 여기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 아니냐? 그렇게 해석할 수 있고 그래서 과감하게 Nautilus라고 명명을 한 거겠죠.
한창원: 여기서 잠깐 음악을 한 곡 들어보고 갈게요. 첫 번째 곡은 2CELLOS의 The Sound of Silence를 선곡하셨더라고요? 그 곡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The Sound of Silence - 2CELLOS
시작 시간 - 7:18
이종학: 2CELLOS의 ‘The Sound of Silence’라는 곡을 들어보셨습니다. 사실 눈을 감고 가만히 Nautilus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큰 대형 스피커에서 여유 있게 울림도 있고 여운도 있고 아주 고전적인 형태의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그러니까 이게 최신 녹음이고 또 디지털 소스로 들었잖아요? 그런데 이걸 듣고 있으면 마치 아날로그에다가 대형 스피커를 매칭해서 듣는 것 같은, 첼로에서 바라는 장엄하면서 깊은 저음역이 느껴졌고 첼로의 고음역을 연주했을 때 그 아름답고 상큼한 느낌 있잖아요? 그것이 교묘하게 어우러져 가지고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나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한창원: 저는 진동판이 흰색이라서 그런 건가? 이 음악에서 순백의 미를 느꼈어요. 그러니까 아무런 이물질이 느껴지지 않는 순수한 그런 느낌이요. 스피커에서 일어나는 세 가지의 문제인 공진, 정재파, 음의 회절을 다 없애버리면서 만들어진 순수한 음만 재생해 주는 Nautilus의 진정한 능력으로 만들어지는 순백의 미가 있었다고 저는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종학: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녹음 소스에 담겨있는 그런 여운이나 풍요로움을 이 스피커가 있는 그대로 재생을 했기 때문에 아마도 우리가 그런 인상을 받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한창원: 이게 뭐냐면 스피커에서 보통 모든 오디오 기기에 있는 해상력, 아니면 질감 등이 양분되어 있는 그런 느낌. 그런 거는 내 앞에서는 논하지 말라는 약간 도도함 마저 느꼈다고 할 정도로, 자주 듣는 음악인데도 ‘이런 음악에서 이렇게 순백의 미를 느낄 수 있다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창원: 이 스피커, Nautilus를 얘기를 하려면 로렌스 디키(Laurence Dickie) 씨 이야기를 빼놓으면 안 되겠죠? 지금 현재는 비비드 오디오(Vivid Audio) 제작자고요, 이 사람이 Bowers & Wilkins 초창기 때 입사를 해서 지금은 작고하신 존 바워스 씨와 같이 연구소에서 근무를 했는데, 원래 Bowers & Wilkins의 전기 전자 엔지니어로 입사를 했답니다.
한창원: 원래 스피커를 전공하시는 분도 아니고 음향 공학도 아닌 전기 전자 쪽을 전공하다가 ‘궁극의 스피커를 우리가 한번 만들어 보자’ 그래서 무한의 자유와 권한을 가지고 로렌스 디키 씨가 개발을 한 것이 Nautilus 스피커입니다.
한창원: Bowers & Wilkins 하면 또 매트릭스 구조가 유명하죠? 그 매트릭스 구조도 그것도 로렌스 디키 씨가 와인 박스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서 인클로저 안을 격벽 처리하는 매트릭스 구조도 개발했죠.
한창원: 그러면 결국엔 이 Nautilus의 외관을 그저 스피커를 예쁘게 만들기 위한 디자인으로 이런 외관을 가지게 됐느냐? 그게 아니라 정말 철저하게 모든 것이 음향공학으로 완성된 디자인으로, 기술적인 설계를 예술적인 디자인으로 완성해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특유의 디자인이 워낙 유명하지만 사실은 Nautilus를 얘기하려면 테이퍼드 튜브 얘기가 꼭 나와야 돼요. 테이퍼드 튜브 이론, 스피커 내부 공진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기술. 이 기술이 Nautilus의 핵심 기술이잖아요? 이 테이퍼드 튜브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종학: 그러니까 스피커 박스에서 나올 수 있는, 인클로저에서 나올 수 있는 왜곡이나 컬러링과 같은 요소를 제거해 보자. 그래서 테이퍼드 튜브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뒤로 빠지는 음을 감쇄시키는 그런 발상이 여기에 투입된 거죠.
한창원: 사실 거의 현대의 모든 스피커가 인클로저를 갖고 있어요. 대부분이 다 박스형 인클로저를 갖고 있죠. 인클로저는 스피커에 있어서 필요악인 거죠. 인클로저가 필요한 이유는 스피커의 유닛이 앞으로는 정방향의 소리가 나오고 뒤로는 역방향의 소리가 나온단 말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가 인클로저 없이 그냥 스피커 유닛 하나로 음악을 듣는다 그러면 정위상과 역위상,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서로 상쇄가 돼서 소리가 안 나오는 그런 부분이 있다 보니까, 엄밀히 말해서 스피커 인클로저는 뒤로 빠지는 마이너스, 역위상의 음을 없애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 막기 위해서 인클로저가 있는 건데요. 그러다 보니까 박스형 인클로저가 필수적으로 필요합니다.
한창원: 그런데 박스형 인클로저에서는 세 가지 문제가 발생하죠. 첫 번째가 공진, 두 번째가 안에서 발생하는 정재파, 세 번째가 인클로저 외부 코너에서 발생하는 음의 회절이죠. 그런데 인클로저 없이는 소리가 정상적으로 안 나오니까요.
이종학: 그렇죠 박스가 없으면 안 되죠.
한창원: 그렇죠.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인클로저 사용하는데, 테이퍼드 튜브 기술은 ‘박스형 인클로저의 필요악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그것을 연구해서 얻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거죠.
이종학: 그러니까 이 스피커를 통해서 사실 30년 전에 후면파를 자연스럽게 감쇄시키면서 소음기 역할로 한다는 그 발상을 듣고 많은 회사들이 이걸 쫓아올 수는 없으니까, 기존의 MDF가 아니라 심지어는 두랄루민 같은 금속 소재로 인클로저를 만든다거나 아니면 복합물질로 만든다거나 하는 것이 바로 이런 발상을 갖다가 자기 나름대로 해석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한창원: 그렇죠. 그러니까 결국에는 인클로저에서 발생하는 공진, 이거를 좀 어떻게 해결을 해볼까? 그래서 일반 스피커 회사들이 하는 게 인클로저 재질이라든가 구조라든가 그런 걸 연구하며 많은 노력들을 하죠. 고민들을 하고요.
이종학: 지금도 하고 있고요.
이종학: 한때는 아예 인클로저가 없는 스피커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정전형이나 평판형이 한동안 유행하기도 했는데, 정전형이나 평판형이 나온 이유 중에 하나가 박스의 영향을 아예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그런 방식으로 나가보자고 나온 거라서 그때 스피커들 들어보면 음정이라든가 그런 것은 표현을 참 잘하는데, 스피커를 울리기가 힘들죠.
이종학: 그리고 설치 공간도 상당히 커야 되고요.
한창원: 그렇죠. 뒷벽의 영향도 많이 받고요.
이종학: 그리고 저음역의 문제도 있고, 심지어는 0.5옴까지도 임피던스가 떨어지거든요. 그러니까 좀 크게 음향을 들었을 때 파워앰프가 나가버리는 등 여러 가지 단점이 많다 보니까 이걸 상업화하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온 거죠.
한창원: 그렇죠. 평판형 스피커는 디폴 현상을 이용해서 앞뒤 양방향으로 소리가 나오게 하는데요. 그러니까 인클로저의 컬러링을 없애긴 했으나 양방향으로 소리가 나오다 보니까 저음역이 상쇄돼서 양감이 잘 안 만들어지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까 평판형 스피커 회사가 별도의 다이내믹 유닛과 별도의 액티브 서브우퍼를 내는 방식으로 중고음역은 어떻게 하더라도 저음역 쪽은 인클로저가 없어서 후방으로 빠지는 마이너스, 역위상의 음을 제거를 못하는 문제가 있었는데요.
한창원: 그런데 Nautilus는 테이퍼드 튜브 구조로 해서 후면으로 빠지는 역위상의 마이너스 소리를 거의 기술적으로 가장 완벽하게 제거를 해버렸죠. 그 기술이 테이퍼드 튜브 기술이라고 얘기할 수 있고요.
이종학: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음이 소멸되게 하는 거죠. 테이퍼드 튜브가 말하자면 후면파를 자연스럽게 뒤로 빠지면서, 에너지가 약해지면서 일종의 소음기 역할을 하는 거죠. 그래서 앞으로 나오는 전면파에 일체 영향을 주지 않도록 이런 구조를 택한 겁니다.
한창원: 그렇죠. 앞서 말씀드린 박스형 인클로저의 문제가 됐던 공진, 정재파, 음의 회절. 지금 보시면 음의 회절이 일어날 곳이 없어요.
이종학: 그렇죠. 앞에는 드라이버만 보이잖아요? 그럼 여기서 또 한 곡 들어볼까요? 이번에는 좀 특이한 곡을 골랐습니다 엔야(Enya)의 ‘Orinoco Flow’입니다.
Orinoco Flow - Enya
시작 시간 - 18:27
이종학: 이 곡이 90년대 말, 2000년대 초에 하나의 레퍼런스 곡이기도 했잖아요. 그래서 외국의 잡지에서 자꾸 소개가 되기 때문에 ‘이게 그렇게 잘 된 녹음이고 좋았나?’ 해서 여러 번 시도를 했는데, 소리가 뭐 이래? 뭐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곡을 Nautilus 스피커로 듣고 나니까, ‘이런 녹음이었구나!’ 하고 새삼 느껴집니다.
이게 사실 말하자면 오버 더빙도 많이 하고 또 신시사이저나 그런 걸로 가상 공간을 만들었단 말이죠. 그런데 여기서 듣고 보니까 이게 마치 실제 연주를 하고 실제 소리처럼, 그러니까 인공적인 것을 별로 느낄 수 없이 원래 이 프로듀서가 의도했던 녹음 그 자체의 어떤 다이내믹스라든가 또 넓은 무대감. 보컬에 있어서의 그 아주 매혹적인 면들 그런 게 너무나 사실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종학: 사실 이 곡은 제가 사실 Nautilus를 리뷰할 때 들어보고 싶었던 곡 중에 하나였는데 깜짝 놀랐어요. ‘이야 이런 곡이었구나..!’
한창원: 사실은 이 Nautilus 스피커가 저희 하이파이클럽에 있었어요. 한 1년 정도? 2004년인가 2005년으로 생각하는데 그때도 컬러는 이 컬러였어요. 그래서 약간 반가운 마음이 들었는데, 지금이야 사실은 20년 전하고 지금과 비교해 보면 스피커 기술도 그렇고 앰프 기술도 그렇고 굉장히 수준이 많이 올라갔어요. 정말 좋아졌어요.
그런데 2004년인가 2005년 저희 시청실에서 진짜 고생 고생하며 연결을 해서 들어보는데, 그 당시에는 진짜 없었던 소리의 느낌이 뭐였냐면 앞서 말씀드린 그런 순백의 미, 약간 무채색의 느낌. 어떻게 얘기하면 뉴트럴이죠.
한창원: 그리고 그냥 딱 한 가지만 얘기하라고 한다면, 정말 다른 스피커에서 느껴본 적이 없는 광활한 사운드 스테이지, 입체감. 그리고 정말 섬세하고 조밀한 입자감 그런 게 진짜 새로웠던 그런 스피커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20년이 지나서 다시 만나서 들어봤는데, 지금 이 곡 도입부에서 스타카토 연주로 느껴지는 그 휘황찬란한 광채 그 느낌이 너무 좋았고그리고 이어지는 부분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굉장히 광활한 사운드 스테이지가 그려진 부분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4웨이로 나눴지만 정말 대역별 이음새. 고음역, 중음역, 저음역의 토널 밸런스 그 부분도 너무 괜찮았고요.
한창원: 물론 우리가 클래스 A, 클래스 AB도 얘기하고 진공관이냐 TR이냐도 얘기하고 스피커도 드라이버 멤브레인의 재질이 케블라냐 세라믹이냐 해도 결국에는 제작자의 능력으로 완성도가 올라가듯이, 알루미늄 트위터는 저희가 수도 없이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저희가 알고 있는 알루미늄 트위터의 소리가 있어요.
그런데 어쨌든 30년 전에 채용된 알루미늄 트위터를 그대로 갖고 있는데, 진짜 알루미늄 트위터라 믿기 어려운 화려한 색채감 그리고 정말 세밀한 미립자의 음의 입자감. 그러니까 이런 거를 그냥 재질 하나 구조 하나 보고 ‘이거를 퉁 치면 안 되는구나’ 그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그런 청음이었습니다.
한창원: 사실은 여기가 공간이 좀 비좁아요. 그게 좀 많이 아쉽네요. 지금 한쪽은 커튼이 쳐져 있지만 저쪽은 유리고 이쪽은 또 룸 어쿠스틱을 붙여놨어요. 좌우 언밸런스인 거죠. 앞뒤 거리도 너무 좁고요.
한창원: 그런데도 이런 사운드를 내준다는 건, 제가 늘 주장하는 ‘진정한 하이엔드 오디오는 공간을 극복한다’ 그 부분을 다시 한번 경험하게 해주는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한창원: 그래서 Nautilus 스피커가 4웨이가 된 이유도 사실은 테이퍼드 튜브 때문에 4웨이가 됐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 테이퍼드 튜브가 커버할 수 있는 음의 대역대가 그렇게 넓지 않다 보니까 최적화를 위해서 이렇게 4웨이로 설계한 거죠. 초창기에 Nautilus가 나오고 나서 성공적인 데뷔를 한 뒤, 고객들의 니즈에 의해서 3웨이도 연구를 했는데, 그것은 끝내 성공시키지 못했다고 그래요.
한창원: 그래서 Nautilus 스피커의 앵무조개 모양 역시 테이퍼드 튜브를 현실화하기 위한 선택이었지 ‘돌돌 말아 놓으면 이쁠 것 같은데’라는 생각으로 디자인한 게 아니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한창원: 테이퍼드 튜브를 보면 길이가 다 달라요. 이게 결국엔 고음역, 미드 하이 음역대, 미드 로우 음역대. 이 주파수 대역대는 이 정도 길이의 테이퍼드 튜브로 소음기 역할을 하면서 음을 자연스럽게 소멸시킬 수 있는데, 저음역 쪽은 주파수 파장이 넓다 보니까 그것을 계산을 해봤더니, 저음역 쪽 우퍼에는 3.6m의 테이퍼드 튜브가 필요하더랍니다.
이종학: 그건 불가능하죠.
한창원: 그것을 만약에 진짜 만들자 해서 뒤에 테이퍼드 튜브가 3.6m짜리 스피커를 만들었다? 그 스피커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은 없다고 봐야겠죠. 그래서 생각해낸 게 ‘오케이, 이거 한번 말아보자’ 그래서 나온 달팽이 모양의 테이퍼드 튜브의 길이가 정확하게 3.6m라고 합니다. 그렇게 뒷공간도 확보하고, 이 특별한 디자인이 ‘음향공학적인 목적을 위해서 만들어진 설계이자 디자인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가 있는 거죠.
이종학: 그리고 사실 이 스피커가 내는 넓은 대역의 사운드에 비할 때 어떻게 보면 상당히 콤팩트하게 보이잖아요? 그래서 이게 처음 실물을 봤을 때 저도 ‘이거 Nautilus 맞아? 왜 이렇게 작아?’
한창원: 약간 미니어처 느낌이잖아요?
이종학: 그래서 진짜 이건가? 느낌으로는 한 이 정도 크기는 돼야 되는데.
한창원: 그렇죠? 사진상으로 보면 굉장히 클 것 같은데.
이종학: 실제로 보면 이렇단 말이에요, 그래서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한창원: Nautilus 스피커 사이즈가 솔직히 Bowers & Wilkins 800 D4 스피커 사이즈보다 약간 큰 정도? 되게 아담한 사이즈를 갖고 있죠.
이종학: Nautilus 스피커는 4웨이 스피커고요. 담당 주파수 대역을 설명드리면, 제일 위에 보이는 것이 트위터죠. 이게 1인치, 25mm 구경이고요. 이게 3.5kHz에서 25kHz까지 재생을 합니다. 그 아래는 미드 하이 유닛으로 2인치 구경, 50mm고요. 880Hz에서 3.5kHz까지 재생을 합니다. 그 아래는 미드 로우 유닛이 되겠죠. 미드 로우는 4인치, 100mm 구경이고, 220Hz에서 880Hz까지 재현을 합니다.
그다음에 제일 밑에 있는 우퍼는 12인치나 되는 실제로 상당히 큰 드라이버고요. 이게 12인치라서 300mm 구경이고, 위로는 220Hz까지 커버를 하고 밑으로는 약 10Hz까지 내려간다고 하니까 당시로나 지금으로나 가공할 만한 수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창원: 그렇죠. 여기서 전체 주파수 대역이 10Hz~25,000Hz. 그런데 사실은 이게 -6dB에서 10Hz~25,000Hz거든요?
이종학: 그렇죠.
한창원: 그러니까 엄밀하게 얘기해서 스펙적으로는 사실은 요즘 나오는 스피커들에 비하면 아쉽다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냥 솔직하게 얘기하면요. 그리고 전부 알루미늄 진동판을 썼어요. 트위터도 알루미늄이고요. 요즘 하이엔드 스피커에서 알루미늄 트위터를 쓰는 스피커가 뭐가 있지? 생각해 보면 하이엔드 쪽에서는 거의 없어졌어요.
이종학: Nautilus가 출시된 당시 여기서부터 알루미늄 트위터가 쓰이고 나서 한 10년~15년 유행하다가 지금은 싹 다 바뀌었죠.
한창원: 그렇죠? 알루미늄 재질의 트위터로 25,000Hz를 올린다? 그런 것은 사실 스펙적으로 내세울 게 없는, 톡 까놓고 얘기하면 약간 구형의 느낌?
한창원: 그러면 Bowers & Wilkins는 어째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회사인데 왜 Mk2, Mk3 이런 식으로 30년 동안 Nautilus의 버전 업그레이드를 안 했을까? 로렌스 디키라는 개발자가 떠난 이후에 Nautilus를 업그레이드 할 능력이 없는 건가? 심지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이종학: 설마 그렇게 하겠어요?
한창원: 트위터도 최초의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채용한 회사가 Bowers & Wilkins인데, 그러면 802 D4에 들어가는 신형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왜 채용을 안 할까? 사실 그런 의문은 있습니다.
이종학: 그렇죠. Mk2, Mk3가 안 나온 것에 대해서 의문이 있죠.
한창원: 그래서 그것을 일종의 합리화를 한다고 그럴까? 제가 합리화를 할 건 아니지만 제 생각은 뭐냐면 30년 전에 설계가 그만큼 완벽했다. 그 예로 비엔나에 있는 무지크페라인이요.
한창원: 100년이 넘은 굉장히 오래된 콘서트홀인데, 거기에 있는 좌석들의 가죽이 다 90년, 100년이 넘었답니다. 근데 그 좌석을 전부 다 한 번에 교체를 못 한대요. 왜냐면 음향이 변해버릴까 봐. 그래서 지금도 낡고 찢어지고 해진 거 부분 수리만 하죠. 거기가 어쨌든 세계적인 콘서트홀인데 돈이 없겠습니까, 기술이 없겠어요? 한 번에 싹 바꾸면 되는데 그걸 그렇게 바꿨을 때 일어날 어떤 문제 그 부분이 예측이 안 되니까.
그렇게 하듯이 Nautilus 스피커 자체도 그러니까 Mk2, Mk3 이렇게 업그레이드 버전을 안 내는 이유는 두 가지일 것 같아요. 첫 번째는 30년 전에 설계가 진짜 완벽했다. 아니면 두 번째는 이 절정의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을 아직 못 찾았다. 그렇게 얘기할 수 있겠죠.
이종학: 저는 사실 이 진동판이 다 같은 소재다 보니까 사실은 하나의 커다란 풀레인지 드라이버에서 음색적으로도 아무 위화감이 없이 특정 대역에 전체적으로 이렇게 하나의 톤으로 쭉 나가는 느낌도 있더라고요. 이게 분명히 멀티 앰핑이지만 역으로는 커다란 풀레인지 드라이버에서 나온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아마 음색적인 면에서는 또 장점이 있을 것 같아요.
이 대목에서 또 한 곡 듣고 넘어가죠.
한창원: 네, 그러시죠.
이종학: 린다 론스태드(Linda Ronstadt)의 ‘What's New’ 들어보겠습니다.
What's New - Linda Ronstadt
시작 시간 - 31:57
이종학: 사실 이 곡도 90년대 말, 2000년대 초에 되게 잘 된 레코딩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 후 노부유키(Fu Nobuyuki)라는 평론가가 있는데, 그분이 특히 이런 음장형 Nautilus를 직접 쓰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분이 조지 마센버그(George Massenburg)라는 프로듀서를 되게 흠모해가지고, 린다 론스태드의 이 곡도 사실은 조지 마센버그가 프로듀서를 했거든요. 단순히 프로듀서 한 게 아니라 음향 관계에 깊이 개입을 했죠.
이종학: 그래서 그 당시에는 이 곡이 그렇게 대단한 곡이라고 해서 들어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만족스럽게 듣지 못해서 한동안 잊고 있다가 이 제품을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리뷰한다는 말에 이 곡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리고 오늘 Nautilus를 통해 다시 들어보니까 역시 왜 그때 그렇게 열광했는지 다시 또 느끼게 됩니다.
이종학: 이게 빅 밴드 재즈인데 브라스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뒤에 또 다양하게 현악기들도 나오고 편성도 거대하고 보컬의 강력함. 그 당시 린다는 아직은 목소리가 멀쩡할 때라 고역을 지를 때 그런 에너지라든가 린다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음색 그런 것들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나와서 ‘그 당시에 다른 기기들 수준으로는 재생할 수 없었던 곡이었구나.’ 그런데 여기서 들어보니까 새삼 놀랐습니다. 새삼 놀랐어요.
한창원: 이 곡 저도 되게 오래간만에 들어보는데, 이 곡을 들으면서 느낀 건 ‘나중에 하이파이클럽 돌아가면 이 곡 한번 들어봐야겠다.’ 거기서 어떤 소리가 나는지. 이게 자칫 잘못하면 약간 재미없는 평범한 팝 음악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이런 느낌을 받기 십상인데요.
한창원: 지금 여기서 기존 박스형 스피커에서 느낄 수 없는 어떤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린다 론스태드의 음색이 굉장히 강렬한 목소리 음색을 갖고 있잖아요? 그 강렬함이 나오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뒤에서 어쿠스틱 악기들이 쫙 깔리는데, 저는 이런 대목에서 음색 대비를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로 보는데요. 그 절묘한 음색 대비.
또 이 대목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Nautilus 스피커가 이런 구조를 갖고 음의 회절을 없애니까 이런 정말 이질감 없는 그냥 고순도의 음이 고순도의 음을 낸다 강조하지 않아요. 그러면서 느끼는 게 ‘아, 기존 박스형 인클로저 스피커가 소리에 덧칠을 많이 하는구나!’
이종학: 그렇죠. 사실 양념같은 거죠.
한창원: 박스형 인클로저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음의 회절. 음의 회절을 줄이겠다고 곡면 인클로저를 하고 원형 인클로저를 하는데, 이런 인클로저는 솔직히 Nautilus가 아직까지도 30년이 지난 지금도 유일하단 말이에요. 이렇게 깎아 놓은 인클로저는 없잖아요? 음의 회절이 전혀 발생 안 하면 가수의 목소리가 사실은 어떻게 나와야 되는지 그런 어떤 진정한 레퍼런스 중에 레퍼런스를 보여주고 들려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이종학: 그런데 이 Nautilus 스피커가 악명이 높죠?
한창원: 악명이죠.
이종학: 아주 악명이 높죠. 이게 사실은 8채널 분의 파워앰프가 필요하죠?
한창원: 그러니까요.
이종학: 이게 이제 4웨이니까 4채널. 하나하나마다 파워앰프가 들어가야 되죠. 그런데 사실 오디오를 오랫동안 하시게 되면 미니멀로 가시는 분이 있고 맥시멀로 가시는 분들이 있는데, 미니멀은 풀레인지 형태로 해서 소박하게 가시는 분들이 있고 맥시멀 쪽으로 가면은 멀티 앰핑으로도 많이들 가시잖아요. 또 그 멀티 앰핑의 장점이 있고요.
이 스피커가 나오고 나서 사실은 이거를 통합시킬 수 있는 파워앰프를 한번 개발해 볼까라고 생각을 했었대요. 근데 그것보다는 본격적으로 멀티 앰핑으로 해서 이 스피커의 성능을 극대화하자는 것. 그게 바로 이 스피커가 전설이 된 포인트 중에 하나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우리가 오디오를 한다고 그러면 사실은 내가 가지고 있는 스피커의 잠재력을 얼마나 끌어내느냐 그 문제잖아요? 그러면 결국은 멀티 앰핑으로 갈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을 또 했습니다.
한창원: 이렇게 액티브 크로스오버를 주고 멀티 앰핑으로 간 이유는 패시브 크로스오버도 분명히 시도를 해봤대요. 그런데 이렇게 액티브 크로스오버로 갈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밑에 있는 앵무조개 모양의 3.6m에 달하는 테이퍼드 튜브 저역을 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액티브 크로스오버에 멀티 앰핑으로 가게 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까 접근성을 확 떨어뜨려 버린 거죠. 일단 파워앰프가 스테레오로 4조가 있거나, 모노블록으로 8개가 있어야 되고 인터커넥터 4조 필요하고요.
한창원: 그러니까 이 스피커는 엄밀히 얘기해서 오디오파일용 스피커라고 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오디오파일이 뭡니까? 자기가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나만의 소리를 매일매일 바꿔가면서 소리의 완성도를 높이는 그런 재미를 추구하는 것. 그것도 무시 못 할 부분인데, Nautilus 스피커는 그냥 딱 내가 정해 준 대로 ‘파워앰프 4조나 8개 갖고 와!’, ‘인터커넥터 4개 써, 똑같은 걸로’ 그런 부분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진짜 접근성이 굉장히 안 좋고요. 그러니까 이 스피커는 누구를 위한 스피커일까? 생각을 해보면 진짜 음악을 사랑하고 그리고 약간 손으로 만지고 이러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퍼펙트한 사운드를 만들어서 진짜 아름다운 음악을 즐기고 싶은 그런 사람. 그리고 돈도 많고 굉장히 큰 공간도 있는 그런 아주 극소수를 위한 그런 스피커라 할 수 있겠죠.
한창원: 그래서 여기도 지금 보면 파워앰프가 여러 개 보이고, 솔직히 지금 여기 롯데백화점이 별로 시원하지가 않아요. 굉장히 덥고 계속 땀을 흘리고 있는 게 이 뒤에 있는 파워앰프의 뜨거운 열기가 계속 저를 덥게 하는데, 시스템 한번 소개를 해주시죠.
이종학: 가운데 위에 있는 제품이 클라세(Classé)의 Delta Pre 프리앰프고요.
이종학: 그다음에 양쪽 아래에 있는 게 클라세 Delta Mono 모노블록 파워앰프인데, 이것이 우퍼와 하나씩 하나씩 연결이 되어있고요.
한창원: 그렇죠. 우퍼는 아무래도 구동력이 필요하니까요.
이종학: 그다음에 클라세 Delta Stereo 파워앰프가 3개가 가운데 아래와 양쪽 위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트위터부터 미드 하이, 미드 로우 이렇게 3개를 연결해 놓았고요.
한창원: 양쪽 랙 아래 있는 게 액티브 크로스오버겠죠?
이종학: 그렇죠. 액티브 크로스오버입니다.
한창원: 그리고 전시장이 협소하다 보니까, 린(Linn) Klimax DS/3 저 하이엔드 DAC가 그냥 바닥에 놓여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종학: 그러니까 결국은 프리부터 파워까지는 같은 브랜드로 가야 된다는 것.
한창원: 왜요? 프리앰프는 다른 걸로 가도 되겠죠. 하지만 가급적이면 파워앰프는 하나의 브랜드로 가는 게 이 스피커가 추구하는 그런 어떤 컨셉에 맞고, 지금 여기 보이는 이 시스템이 이 스피커를 위한 최소 사양이다.
이종학: 보통 분들한테는 최대 사양으로 올 것 같은데요?
한창원: 최대 사양 곱하기 2라고 해도 되죠. 아무튼 파워앰프가 보이는 게 다섯 덩어리니까 이게 최소 사양의 어떤 앰프 구성이다. 그러니까 어렵다.
한창원: 하지만 잘 세팅해 놓으면 지금 시점에도 다른 시스템에서 경험해 볼 수 없는 경지의 새로운 차원의 하이엔드 사운드를 들어볼 수 있다. 이건 분명히 그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이종학: 사실 오디오 파일이란 게 또 이렇게 허들이 높고 막 우러러볼 만한 존재가 됐을 때 거기서 또 가슴이 뛰고 도전하는 면이 있잖아요? 그런 스피커인 것 같아요 그런 제품.
한창원: 그렇죠 이 스피커는 도전이란 단어가 맞겠죠. 스피커를 A라는 스피커에서 B라는 스피커로 다른 브랜드로 바꾸는 거는 뭐 그냥 스피커 한번 바꿔볼까 하지만, Nautilus 스피커는 선택하려면 파워앰프도 같이 알아봐야 되고, 인터커넥터도 다시 알아봐야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말 오로지 하나만 생각했구나!’, ‘오로지 스피커가 낼 수 있는 최고의 경지의 사운드를 한번 만들어 보자!’ 그래서 이런 멋진 디자인이 나왔고요.
단지 접근성을 좋게 하고, 많이 팔기 위해서 내부 네트워크를 패시브로 하고 그냥 바이와이어링이나 트라이와이어링 바인딩 포스트를 달아버리는 그런 선택을 안 했다는 거죠. 그 이유는 지향하는 최고 수준의 사운드의 목표가 있으니까 그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종학: 이제 또 한 곡 듣고 가죠.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Money’라는 곡을 들어보겠습니다.
Money - Pink Floyd
시작 시간 - 43:35
한창원: 나 진짜 동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요. 처음 시작할 때 동전 떨어지는 소리도 나고 슬롯머신 소리도 나고요. 물론 다른 시스템에서도 충분히 이렇게 소리가 날 수 있지만 여기 환경을 고려한다면 ‘이 정도까지 나오면 안 될 것 같은데?’싶은 그런 리얼함이요.
한창원: 그러면서 이제 둥뚜둥 하면서 베이스 음이 시작되는데, 그 베이스 음이 무슨 느낌이냐면 아주 클린한 느낌. 베이스가 깨끗하다는 느낌보다는 깨끗하다, 클린하다는 말이 똑같은 의미지만 한국어, 영어의 차이처럼 와닿는 느낌이 좀 다르다고나 할까요?
이종학: 뉘앙스가 다르죠.
한창원: 뭔 말인지 아시죠? 굉장히 클린한 느낌. 어떤 클린함이냐면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느끼는 그런 어떤 보송보송하고 상쾌한 느낌이에요. 그리고 ⟨The Dark Side of the Moon⟩ 앨범이 워낙 유명한 앨범이잖아요? 그런데 이 음반이 ‘입체감, 사운드 이미징이 이렇게 좋았던 음악이었어?’, ‘그 당시 팝 음악은 정말 이미징이 좋았구나!’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한창원: 그러면서 그냥 이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제가 늘 중요하게 보는 스테레오 이미징이에요. 지금 룸 어쿠스틱이 아무것도 없어요. 뒤에는 굉장히 큰 사이즈의 평판형 TV가 있고요. 그런데 여기서 이런 입체감을 만들어내는 것은 진짜로 100% 스피커의 능력이겠죠.
녹음은 안 했지만, ‘Speak to Me’도 잠깐 들어봤어요. 초저역이 구릉구릉 하는 구간이 정말 점점 긴장감을 끌어올리면서 시작하는 앨범이잖아요.
이종학: 그래서 확 터지면서 다음 곡으로 이어지죠.
한창원: 와, 그런데 어떤 확 터지는 그 단계가 오는 게 약간 공포스러울 정도였어요. 저희가 문을 닫고 볼륨을 약간 올려봤잖아요? 정말 대단했습니다. ‘Speak to Me’ 곡에서 진짜 3.6m 짜리 테이퍼드 튜브가 얼마나 깊고 얼마나 깨끗한 저역을 만들어내는 것을 구현했는지 그걸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이종학: 록 음악 좋아하는 분들이 가끔 이런 얘기를 해요. ‘외계인이 녹음한 음반’ 그 중에 하나가 이 음반이거든요. 70년대 초에 그 당시 EMI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건데, 그 당시 녹음 기술을 아주 극한으로 썼고요. 그리고 또 놀란 것은 뭐냐면 음악만 있는 게 아니라 각종 자연적인 소음이나 웃음이나 여러 가지 이펙트를 다 집어넣었어요.
한창원: 직접 다 녹음해서 넣은 거죠?
이종학: 멀티트랙으로 해서 새로운 세계를 구현했잖아요.
이종학: 그러다 보니까 거기서 이미 공간이란 개념을 생각했던 것 같고요.
한창원: 당연하죠.
이종학: 그런 것들이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거나 어색하지 않고, 아주 매력적으로 재현된다는 점에서 새삼 또 그런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특히 이 스피커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잘 부합될 것이다. 그것도 중간에 색소폰. 아주 그냥 자지러진 듯한 아주 자유분방하면서 그런 음향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스피커들은 제가 보기에는 아주 녹음에 신경을 많이 쓴 그런 아티스트, 또 그 사람들이 구현해 내려고 하는 공간이라든가 또 입체음향 그런 것들을 정확히 듣고 싶다면 Nautilus 스피커가 절정의 스피커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이종학: 정리를 하면 우선은 모든 진동판을 같은 소재로 썼다. 그리고 전면파의 소리만 듣기 위해서 후면파를 과감하게 제거하는 기법을 위해서 테이퍼드 튜브를 동원했다. 그리고 정확한 시간축이 나와서 마치 풀레인지를 듣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고요. 그다음에 인클로저의 진동을 강력하게 억제해서 앞서 말씀드린 스피커에 부대되는 정재파라든가 진동이라든가 그런 여러 가지 요소들을 갖다가 거의 완벽하게 제거했다는 것.
한창원: 그렇죠. 인클로저의 재질도 중요하지만, 보통 이런 원형이 구조적 강성에 훨씬 더 유리한 설계니까요.
이종학: 그리고 아마 이 스피커 한 번 보면 못 잊으실 겁니다. 너무나 아름답지 않아요, 외관이? 정말 정말 아름다운 외관을 가지고 있어가지고 이 외관 때문에 이 스피커를 사신 분들이 그 수많은 난관과 고통 속에서도 그래도 내가 이 스피커는 내가 꼭 가져간다는 그런 마음을 주지 않았을까. 돌아서면 괴롭지만 이 스피커를 보면 또 미소가 나오잖아요? 그런 느낌이에요.
한창원: 사실 Bowers & Wilkins라는 스피커 브랜드가 Nautilus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로 Nautilus라는 스피커가 일종의 터닝 포인트죠. 어떻게 보면 이후 제품도 좀 더 하이엔드 쪽으로 올라가는 느낌이죠. Matrix가 먼저 나왔어요? Nautilus가 먼저 나왔어요?
이종학: Matrix가 먼저 나왔죠. Matrix는 80년대 기술이고요.
한창원: 그러면은 로렌스 디키 씨가 Matrix 구조를 만들고 그리고 나서 Nautilus를 만들고요. 그 다음에 Nautilus 801 시리즈가 계속 나오고 지금 나오는 Bowers & Wilkins 스피커에도 트위터에는 계속 테이퍼드 트위터 기술을 쓰고 있고요.
한창원: 어쨌든 현재도 앞에서도 10년, 20년, 30년 말씀하셨지만 저도 동의를 하는 게 현재 기준으로도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 기술력이 녹아 들어가 있고 가격도 사실 30년 전에 비해서 많이 올랐지만 요즘 하이엔드 가격에 비하면 지금 여기 붙어있는 가격이 한 1억 5천만 원 붙어있더라고요? 그러면 상대적으로 저렴해져 버렸어요. 그 당시에는 독보적인 가격대를 갖고 있었지만 말이에요.
이종학: 그렇게 됐네요.
한창원: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이 정도급의 금액대가 가능한 하이엔드 유저라면 한번 눈여겨볼 수도 있는 그런 금액대라 할 수 있고요. 30년 동안 모델 체인지 없이 꾸준히 이어져오는 Nautilus 스피커. 액티브 크로스오버는 약간 업그레이드가 됐다는 얘기는 들은 것 같지만, 어쨌든 스피커 자체는 30년 동안 변함없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는 것. 제가 말씀드린 ‘살아있는 전설’ 그 단어가 이 스피커에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종학: 지금 이 Nautilus 이 제품은 잠실 롯데백화점 10층에 오시면 진열되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사전예약을 하셔가지고 직접 청취도 해보시고요. 아마 아주아주 흥미로운 경험을 하실 것 같아요. 이상으로 Bowers & Wilkins의 Nautilus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본 리뷰는 유튜브 영상리뷰를 텍스트 버전으로 재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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