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당신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합리적인 가격만을 기준으로 SSD를 선택하는 것이 정말 최선일지? 어느 날, 지인이 집에서 적당히 쓸 용도로 PC가 필요하다고 해서 한정된 가격에 맞춰 대충 적당한 엔트리 SSD를 고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단적인 논리에 매몰된 선택은 흡사 합리성에 얽매인 '강철 새장'이 아닐지.
사회학의 거장 막스 베버는 '합리성의 강철 새장'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베버는 관료제가 가장 효율적인 조직 방식이라고 했지만, 역으로 그 효율성이 인간을 구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본질적인 가치를 놓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SSD가 상향 평준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엔트리 제품군 중에는 상상을 뛰어넘는 제품도 있다. 대량의 파일을 복사할 때 시스템이 마치 멈춘 것처럼 느껴지는 SSD를 실제로 써본 적이 있었는데, 탄식만 나온다. 즉, PC 사용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면 오히려 SSD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최소한 실사용자가 불편한 상황이 자주 생기면 안 된다.
마이크론 크루셜 P310(이하 크루셜 P310)은 이러한 고민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이 SSD는 접근하기는 쉽지만 그 '최소한'의 기준을 훌쩍 넘는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라고 생각할 이가 분명 있을 것 같아 첨언하자면, '좋다'는 의미다.
◆ 마이크론 크루셜 P310 M.2 NVMe
규격 : NVMe M.2 (2280) PCIe Gen4
용량 : 500GB, 1TB, 2TB
순차속도 : 읽기/쓰기(2TB기준) - 7,100/6,000 MB/s
랜덤속도 : 읽기/쓰기(2TB 기준) – 1M/1.2M IOPS
문의 : 대원씨티에스
1. 비범한 소개 문구부터 성능을 짐작할 수 있다.
보급형 SSD는 보통 공식 홈페이지 소개 문구에서 '가정용'을 강조하곤 한다. 이는 딱히 겸손의 표현이 아니라, 뭔가 부하가 많이 걸리는 작업에는 그리 추천할 수 없다는 의미다.그런데 크루셜 P310은 공식 홈페이지 소개 문구가 좀 비범했다.
"Crucial P310 2280
적합한 용도: 게임용 고속 Gen4 NVMe 스토리지"
게임용? 고속? 지금까지 이런 보급형 SSD 표현법은 없었다.
비범하다 못해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표현이다. 이쯤 되면 보급형 SSD로 봐야 하나 싶기도 하다. 이렇게까지 자신감이 넘쳤던 이유는 간단하다.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빠르다.
크루셜 P310은 Gen4 NVMe SSD로, Gen3 NVMe SSD 대비 2배 빠르고, SATA 대비 20배 빠른 최대 16GT/s 전송속도 규격을 갖췄다. 그리고 속도는 최대 2TB 용량 제품 기준 순차 읽기 7,100MB/s, 순차 쓰기 6,000MB/s의 속도를 제공한다. DB에도 랜덤 읽기 속도가 시원하게 기재돼 있다. 랜덤 읽기 1M IOPS, 랜덤 쓰기 1.2M IOPS에 달할 정도다.
예전 Gen4 NVMe 기준으로 이 정도 속도면 하이엔드급이나 다름없다. 당장 전작 제품군에 해당하는 크루셜 P3 Plus가 2TB 용량 제품 기준 순차 읽기 5,000MB/s, 순차 쓰기 4,200MB/s일 정도다. 이 정도면 놀랍게도 P5 Plus 2TB도 넘어선다. P5 Plus 2TB가 순차 읽기 6,600MB/s, 순차 쓰기 5,000MB/s다. 랜덤 읽기 720K IOPS, 랜덤 쓰기는 700K IOPS다.
이렇게 단순히 속도만 놓고 보면 크루셜 P310이 더 낫다. 더 놀라운 것은 크루셜 P310이 QLC 낸드의 엔트리 제품이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성능이 뛰어나다. 일반적으로 QLC는 저렴한 비용에 대용량 저장공간을 위해 사용되지만, P310은 이 방식을 채택했음에도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또한, 크루셜 P310은 와트당 성능 면에서도 기존 Gen4 SSD 대비 40% 더 높은 효율성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히 빠른 속도뿐만 아니라, 전력 효율성까지 고려한 제품임을 보여준다. 전력 효율성이 좋으면? 노트북에 사용하기 적합하다.
2. 게이머, 학생, 크리에이터에게 적합하다.
크루셜 P310은 디램리스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디램리스 구조는 현시점에서 매우 익숙해졌다. DRAM을 내장하는 대신 시스템의 메인 메모리를 활용하는 호스트 메모리 버퍼(HMB) 기능을 사용해 비용과 전력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다만, 초대용량 파일을 전송할 때 성능 저하가 생길 수 있지만, 사실 큰 문제는 아니다.
애당초 일반 사용자는 그렇게 사용할 일이 많지 않으며, 예전에 비해 개선도 많이 이루어졌다. 또한, 크루셜 P310은 사용 목적을 이렇게 정의한다. 게이머, 학생 및 크리에이터가 데이터 집약적인 애플리케이션을 부팅하고 사용할 때 속도 향상을 목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보급형 스토리지 솔루션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일반적인 작업, 게임 실행, 크리에이티브 앱 실행에서는 디램리스 구조의 한계를 체감하기 어렵다. 일상적인 용도로는 충분히 빠르고 효율적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내구성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반 사용자, 학생, 일상적인 PC 작업을 하는 사용자에게는 쓰기 내구성(TBW) 제한이 큰 문제가 아니다. 특히 5년 보증을 제공하므로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충분히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3. 고성능과 안정성을 위해 5가지 핵심 기능도 갖췄다.
다층 데이터 저장(MLC/TLC/QLC): 다양한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한다.
동적 쓰기 가속: 더 빠르게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기술이다.
전력 손실 시 데이터 보호: 전력 손실 상황에서도 데이터 손실을 최소화한다.
TRIM 명령어 지원: 불필요한 데이터를 정리해 SSD의 성능을 유지한다.
저전력 모드(Device Sleep): 미사용 시 전력을 최소화해 노트북 등에서 배터리 효율을 높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저전력 모드다. 노트북에 크루셜 P310을 장착하면 전력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배터리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대원씨티에스를 통해 사후지원을 받을 수 있다. 마이크론 크루셜 P310은 대원씨티에스를 통해 공급되며, 최대 5년간 보증과 직영 서비스 센터를 통한 사후 지원을 제공한다. 정품 확인 스티커가 부착된 제품이라면 프리미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제품의 품질과 사후 관리를 안심하고 받을 수 있는 좋은 서비스다.
4. 테스트 "WD SN850X와 견주어도 손색없다"
◆ 테스트 환경
① CPU - Ryzen 9 9950X
② M/B - ASRock X870E Taichi 메인보드 대원씨티에스
③ RAM - Micron Crucial DDR5-6000 16GB x 2ea 대원씨티에스
④ SSD - 마이크론 Crucial P5 2TB 대원씨티에스
⑤ VGA - 갤럭시 GALAX 지포스 RTX 4060 WHITE OC D6 8GB
⑥ 쿨러 - 다크플래쉬 Ellsworth D21
⑦ 파워 - 맥스엘리트 맥스웰 듀크 1000W
⑧ OS - Windows 11 Pro 23H2
요약하자면, 마이크론 크루셜 P310은
232-layer QLC(쿼드 레벨 셀) NAND를 사용해 뛰어난 스토리지 밀도와 설계 유연성을 확보했다.
그 전에 QLC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QLC(쿼드 레벨 셀)는 셀당 비트가 각각 1, 2, 3비트인 SLC, MLC, TLC와 달리 셀당 비트가 4비트인 NAND를 말한다. 셀에 더 많은 비트를 추가하면 데이터 밀도가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셀에 더 많은 비트를 채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더 많은 비트를 사용하는 만큼 성능과 내구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단점이 공존한다.
마이크론은 P310에 자사 232L 3D QLC NAND와 Phison E27T DRAM-리스 컨트롤러(TSMC 12nm)를 사용하여 경쟁사 대비 낮은 전력 소모량을 확보했기에, 게임 휴대용 콘솔과 관련된 주요 사용 사례를 제시하며 배터리 수명 개선에 효과적이었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레이어를 늘릴수록 밀도가 향상되므로 마이크론은 자사의 232레이어 QLC 플래시가 세계에서 가장 밀도가 높으며, 경쟁사보다 앞서 있다고 언급했다. QLC 설계 방식에서 232레이어 기술은 읽기 7.1GBps, 쓰기 5.8GBps로, 랜덤 IOPS는 읽기에서 최대 1000K, 쓰기에서 1200K로 평가된다. 읽기 성능만 보면 PCIe 4.0을 통한 NVMe 성능 한계에 근접한 상황이다.
이번 제품이 Gen4 대응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제조사가 밝힌 읽기/쓰기 7,100/6,000 MB/s 속도 보다 빠른 성능의 제품이다. 속도만 보면 타사 고급 제품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상품성을 지니고 있다.
테스트 결과를 보면 QLC의 일반적인 특징인 지속적인 쓰기 성능은 좋지 않다. 더티 테스트 결과 드라이브 용량의 약 20%를 사용한 후 쓰기 성능은 반으로 떨어졌다. 캐시가 모두 소진되면서 쓰기 속도가 초당 수백 메가바이트까지 급감하는 모습도 보였다. 내구성 보증은 제법 긴 최대 5년이지만, 220TB 쓰기(TBW)에 1.5 Million Hours가 소요된다. 긴 보증 기간에 비해 정작 내구성이 짧을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힘들다.
이러한 이유로 마이크론은 P310의 포지션을 철저히 게이밍에 두었다. 게임 워크로드는 본질적으로 읽기 작업이 많기에 쓰기 부분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삼성 990 PRO 및 Western Digital SN850X와 같은 고급 TLC 드라이브와 비교해도 읽기 성능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고, 쓰기 성능도 뒤지지 않는다(어쨌든 최고 수준에서).
마지막으로 전력 효율, 비용, 용량도 크루셜 P310 제품군의 장점이다.
** 편집자 주
역시 반도체 제조사 마이크론답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 컨트롤러 등 핵심 기술력을 보유한 마이크론이기에 크루셜 P310과 같은 좋은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크루셜 P310은 최근 보기 드물게 좋은 제품이다. 보급형 시장을 평정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애당초 보급형 포지션에서 과거 Gen4 SSD의 하이엔드 성능을 구현해 내는데, 이만큼 좋은 선택지는 또 없다.
과거 QLC에 디램리스 SSD는 체감 속도가 참담한 제품군이 많았다. 크루셜 P310은 그런 제품과는 결이 다르다. 일반 사용자에게는 충분히 빠르고 효율적인 성능을 제공한다. 게다가 게임 시에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합리성, 효율성 무엇을 우선시하더라도 대부분의 상황에서 부담 없는 안전한 선택지로 등극한 셈이다. 별다른 고민과 위험부담이 없는 선택지가 생긴다는 건 늘 좋은 일이다. 크루셜 P310이 바로 그런 제품이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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