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스튜디오 체제로 변경하면서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크래프톤에서 로그라이크 덱빌딩에 RTS를 가미한 신작 ‘커맨더 퀘스트’를 스팀에 정식 출시했다.
이전에 뱀파이어 서바이벌에 새로운 요소를 더해 주목받았던 플라이웨이게임즈에서 개발한 신작으로, 지난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다운로드 6위, 일일 활성 사용자 7위를 기록하면서 주목받았던 그 게임이다.
이전 테스트에서 클래시 로얄에 로그라이크 덱빌딩을 더한 듯한 느낌을 선보여서 잘만 다듬으면 꽤 괜찮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품게 했는데, 그동안의 기다림이 헛되지는 않은 것 같다.

요즘 인디 게임에서 로그라이크 덱빌딩 장르가 너무 많이 나와서 약간 식상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 게임 역시 어떻게 보면 인기 장르를 모두 섞은 잡탕처럼 될 수도 있었지만 요리사 실력이 제법이었는지, 최근에 RTS 장르를 부활시키겠다고 나왔던 게임들보다 오히려 더 RTS의 재미를 잘 살린 결과물이 나왔다.

이 게임은 자신만의 덱을 구성하고 여러 카드를 소환해서 싸우는 덱빌딩 장르에, RTS 요소를 섞어서 유닛들이 실시간으로 싸우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각 유닛마다 소환할 때 필요한 마나 포인트가 다르며, 소환되는 위치에 따라 진격하는 방향이 달라지고, 각종 전술 카드를 활용해 미리 소환된 부대에 여러 가지 효과를 부여할 수도 있다. 유닛들을 소환하면 자동으로 싸우니 오토 배틀러 장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이용자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보니, RTS 장르 못지 않게 전략적인 재미가 느껴진다.

여기에 로그라이크 요소가 더해진 것도 인상적이다. 매번 시작 때는 가장 기본이 되는 카드 조합만 제공되지만, 승리할 때마다 새로운 카드, 카드 강화, 유물 등이 지급돼 부대가 점점 더 강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인간 종족 리차드의 경우에는 시작 유물 중에 기병 부대 유닛 수를 늘려주는 삼사자의 깃발이라는 유물이 있다. 여기에 매 전투마다 첫 소환하는 유닛의 수를 2배로 늘려주는 셉터 유물이 더해지면 훨씬 더 강력한 기병 부대가 만들어지며, 고급 유닛이지만 강력한 철갑 기병 같은 카드가 첫 턴에 등장한다면,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탱크 같은 기병 부대가 만들어진다.

이런 식으로 조합에 따라 가진 능력 이상의 위력을 뽐낼 수 있는 카드들이 많다. 성장하는 견습 기사라는 카드는 강화 횟수 제한이 없어서, 모닥불 등을 통해 계속해서 강화해나가다보면, 나중에는 더 높은 마나 포인트를 요구하는 상위 카드보다 더 강력한 위력을 가지게 되며, 소환할 때마다 유닛 수가 계속 증가하는 유령 기사 카드도 있고, 모든 민병대 유닛의 공방 능력 2를 더해주는 민병대 훈련교관이라는 카드도 있다. 보통 한 카드 당 유닛이 1~6 정도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렇게 여러 가지 변수가 더해지면 수십명으로 구성된 유닛까지 만들어낼 수 있으며, 감시초소나 벙영 같은 구조물 카드를 활용해서 적이 아무리 많은 유닛을 소환해도 모두 막아버리는 단단한 플레이도 시도해볼 수 있다.


처음 플레이할 때는 10턴이 지나면 대규모 기병 부대가 소환되는 서막 보스전에서 황당함을 느꼈지만, 게임에 적응하면서 다양한 유물, 유닛 조합을 만들다보니, 다양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조합에 따라 결과물이 확 달라지다보니, 같은 영웅을 선택했더라도 플레이할 때마다 플레이 양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로그라이크 게임답게 보상은 무작위로 나오기 때문에, 매번 같은 유닛 조합을 시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영웅마다 시작 유물과 유닛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종족이라도 영웅에 따라 플레이가 달라지며, 인간이 아닌 드워프 종족을 선택할 경우 강철이라는 새로운 자원까지 더해져 더 색다른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이전 테스트 때는 유물과 카드 종류가 많지 않아서, 부대를 소환해도 금방 녹아버리니 좀 심심한 느낌이었는데, 잘 조합하면 사기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카드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보니, 조합을 연구하는 재미가 있다.

이전 테스트 때는 없었던 카드 개조라는 요소도 조합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진행 중에 기괴공학 실험실에 방문하면 보유하고 있는 카드를 개조할 수 있게 되는데, 좋은 옵션과 안 좋은 옵션을 하나씩 선택해야 한다. 이걸 잘 활용하면 기존보다 훨씬 좋은 카드가 탄생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좋은 카드가 쓸모없는 카드가 되기도 한다. 이 역시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게임의 체험 난이도를 확 바꿀 수 있다.

이렇듯 유물과 카드 조합에 따라 다양한 조합을 연구하는 재미가 있다보니, 출시 할인이 적용된 가격이긴 하지만, 만원 정도의 가격이 감사하게 느껴질 정도로 충분한 플레이 타임이 보장된다. 다양한 유물을 획득할 수 있는 이벤트와 퀘스트도 준비되어 있다보니,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후에도 반복해서 플레이해봐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이런 장점들은 다른 로그라이크 덱빌딩 게임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이지만, 커맨더 퀘스트에 등장하는 아기자기한 병사들이 실시간으로 싸우는 모습은 반복 플레이를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만들어준다.

이번 정식 출시 버전에는 이전 테스트 때 잠깐 선보였던 제갈량 외에도 잔다르크가 신규 영웅으로 추가됐지만, 종족은 인간과 드워프에서 더 추가되지는 않았다. 패치 노트를 보면 너무 강력한 특정 유물 등 밸런스 문제와 버그 수정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은데,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길 바란다. 지금도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더 발전될 수 있을 것 같은 잠재력이 있는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