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음료를 사러 가는 것은 보물섬을 찾는 모험가의 여정과 비슷하다. “이 마트도 아니야, 이 편의점에도 없어!” 뜨거운 햇살을 견뎌가며 몇 번의 실패 끝에 도착한 슈퍼마켓. 그곳에는 이것이 있었다. 바로 ‘닥터페퍼’다. 그 뒤로는 집에서 가장 먼 이곳이 나의 유일한 음료 공급처였지.
하지만 이 음료의 멋짐을 모르는 친구들은 이렇게 말하고는 했다. “닥터페퍼 그거 호불호 음료 아니야?”
아니다. 비록 지금은 닥터페퍼를 찾기 위해 원정을 떠나고 있지만, 언젠가는 너희들도 닥터페퍼의 매력을 알게 되는 날이 올 걸?
그리고 그날이 드디어 오고야 말았다.
닥터페퍼에서 온 정체불명의 박스

닥터페퍼를 찾아 동네를 여행하던 마시즘은 이후 코카-콜라 오프너(Opener)*가 되었다. 그런 내게 정체불명의 박스가 찾아왔다. 버건디 색깔의 컬러에 새겨진 닥터페퍼 로고라니! ‘닥터페퍼 러버’로서 이걸 받고 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세상에!

이것은 닥터페퍼 붐이 오기 전부터 이 음료를 진심으로 사랑해왔던 멤버들에게 전달된 일종의 시크릿박스이자, 닥터페퍼 무브먼트의 서막이었다. 잔나비 최정훈님 등 유명인부터 힙스터, 매니아들 중에서 닥터페퍼 사랑을 보여준 사람들이 이것을 받았다고 한다.


그동안 닥터페퍼의 멋짐을 알린 것에 대한 보상이었을까? 박스 안에는 이름이 새겨진 닥터페퍼와 ‘후추박사(페퍼는 ‘후추’라는 뜻이다)’라는 별명을 굿즈로 만든 닥터페퍼 후추통, 그리고 손전등이 있었다. 게다가 닥터페퍼 티셔츠에 각종 배지까지. 산타할아버지가 그동안 밀린 선물을 여기 안에 다 모아놨나 생각하던 찰나 그것을 발견하고 말았다.
봉투에 적혀있는 한 장의 ‘초대장’이다.
닥터페퍼 클럽에 초대합니다

박스의 뚜껑에는 편지봉투가 있었다. 봉투를 열어보니 십자말풀이 같은 정체불명의 종이가 있었다. 닥터페퍼 외에도 ‘버거킹’ 로고가 그려져 있어서 뭔가를 하는가 보다 싶었다. 하지만 빈칸에는 무엇을 쓰고 맞추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생각이 나버렸다. 상자에 손전등 불빛이 조금 이상하지 않았나?
조명을 끄고 손전등을 종이에 비춰보았다. 그랬더니 숨겨진 글씨가 나왔다.

“닥터페퍼 클럽 X 버거킹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100”
이런 비밀 메시지를 닥터페퍼에게 받았는데, 가만히 있을 재간이 없었다. 검색해보니 이 주소는 ‘버거킹 서교동사거리점’이었다. 이건 단순한 주소가 아니었다. 닥터페퍼가 보낸 신호였다. 정말이지 닥터페퍼로 무슨 일이 있어나고 있는 걸까? 당장 짐을 챙겨 홍대로 향했다.
.. 그리고, 그곳에선 진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닥터페퍼 클럽, 아니 닥터페퍼의 천국이 여기 있다


여기에서 잠깐 놀라운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 닥터페퍼 제로가 이제 편의점과 마트 등에 들어온 것을 넘어서 ‘버거킹’에도 서비스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버거킹 서교동사거리점에 열린 ‘닥터페퍼 클럽’은 이를 기념하기 위한 곳이었다. 닥터페퍼 클럽원은 물론 닥터페퍼가 궁금한 사람도 누구나 이곳에 올 수 있다.


입구에 들어가기 전부터 걸려있는 ‘닥터페퍼 클럽’이라는 네온사인을 보고 심장이 터질듯이 떨려왔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정신이 혼미해졌다. 닥터페퍼의 로고와 포스터, 인테리어와 굿즈, 눈을 두는 곳마다 닥터페퍼의 매력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곳은 한국이 아니다. 레트로한 미국, 아니 닥터페퍼의 천국이 여기 있다고 할까? 닥터페퍼 클럽을 찾은 모두가 감동을 하고 있을 때 비장의 버거킹 메뉴가 나왔다.
닥터페퍼 제로, 그리고 킹플로트까지

버거킹에서는 5월 말부터 모든 메뉴의 음료를 ‘닥터페퍼 제로’로 주문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미군부대 앞의 햄버거 맛집이나 수제버거 가게에서만 가능했던 꿈의 조합이라고 볼 수 있다. 닥터페퍼 제로가 가진 복합적이면서도 유니크한 맛은 아메리칸 푸드와 함께할 때 빛이 나거든.

그런데 버거킹에서만 파는 특별한 닥터페퍼가 있다. 바로 ‘킹플로트’라고 부르는 메뉴다. 얼음컵에 닥터페퍼 제로를 넣고, 버거킹 아이스크림을 띄워서 준다. 아이스크림 자체를 떠먹는 것도 맛있지만, 닥터페퍼 제로와 만나서 부드럽고 달콤한 질감의 완전히 새로운 음료가 된다. 이것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닥터페퍼 위에 아이스크림을 띄워서 먹는 것은 닥터페퍼의 고향에서 인기 있는 조합이다. 이것을 이제는 한국의 버거킹에서 즐길 수 있다. 닥터페퍼를 평소에 좋아했던 사람부터 닥터페퍼를 모르는 사람도 독특하면서 맛있게 맛볼 수 있는 비장의 메뉴라고 할까?
닥터페퍼 붐은 온다
한때는 닥터페퍼를 판매하는 곳을 찾아 동네를 이 잡듯이 뒤져야 했다. 사실 이것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에는 오랫동안 이 음료를 뜨겁게 사랑한 많은 닥터페퍼 러버들이 있었다. 덕분에 이제는 편의점은 물론 버거킹이나 KFC에서도 ‘닥터페퍼 제로’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닥터페퍼 클럽에 모인 모두가 생각했을 것이다. 더 이상 닥터페퍼는 힙스터, 매니아들만 좋아하는 음료가 아니다. 닥터페퍼 붐은 온다. 닥터페퍼가 가진 독보적이고도 복합적인 매력은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까.
이제 막 한국에 꽃을 피우는 닥터페퍼. 다음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제공 : 마시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