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옆에 있는게 동료로 보이니? 렐루게임즈의 또 다른 AI 실험 ‘미메시스’

2025.06.16. 17:35:11

이름도 기억하기 힘든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에 이어, AI와 숨막히는 심리 대결을 즐기는 ‘언커버 더 스모킹 건’ 등 실험적인 게임을 선보이고 있는 크래프톤 산하 AI 게임 전문 개발사 렐루게임즈가 이번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도 또 하나의 신기한 게임을 선보였다.

4인이 협동해서 생존해야 하는 공포 게임 ‘미메시스’다. 이 게임은 트램을 타고 위험한 지역을 탈출해야 하는 주인공이 트램을 수리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들을 수집하는 생존 장르다. 총 3번의 라운드로 진행되는데, 총 200 달러 상당의 자원을 수집하면 오염 지역을 탈출하게 되며, 중간 중간 몬스터들의 습격을 피해야 하고, 모든 길이 미로처럼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자원을 모아서 트램까지 복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냥 흔한 협동 생존 게임처럼 보이지만, 차별점은 게임 제목에서 드러난다. ‘미메시스’는 재현, 모방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몬스터들이 AI로 무장하고 있어, 플레이어들을 혼란 상태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트램 목적지를 선택할 수 있고, 그곳에 도착하면 트램 수리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자원들을 파밍할 수 있는 낯선 건물을 발견하게 된다. 밖은 평화롭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본격적인 어둠과 공포를 마주하게 되는데, 뱀을 잡으려면 뱀굴로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필요한 자원이 안에 있기 때문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4인이 함께 돌아다니면 별다른 일이 있겠냐 싶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초반에는 같이 돌아다닐 수 있지만, 길이 미로처럼 만들어져 있고, 자원을 찾아 여러 방을 돌아다니다보면 자연스럽게 흩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게임 내내 음성 대화를 하도록 되어 있다보니, 잠깐 떨어져도 바로 합류하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여기서부터 이 게임의 공포가 시작된다. 옆에 있는 동료가 동료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원래의 기괴한 외모 형태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갑자기 플레이어들과 동일한 형태로 변신해서 돌아다니기도 한다. 바로 옆방에 있다고 생각했던 동료가 이미 죽어있고, 동료와 동일한 외형으로 변신한 몬스터가 동료처럼 나에게 합류해서 빈틈을 노리는 것이다.

동료들과 대화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동안 플레이어들의 대화를 학습한 AI가 목소리를 흉내내기 때문에, 자원을 발견했다는 동료의 말을 듣고, 갔다가 몬스터를 마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몬스터들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돌아다니며 줏는 망가진 우산 등은 몇 번만 때려도 바로 파괴되기 때문에, 몬스터들을 피해다니는 것에 집중해야 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오염 게이지가 오르기 때문에, 4인이 같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것도 정답이 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AI가 동료의 행동을 흉내낸다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설정이었지만, 플레이 자체는 상당히 답답함이 느껴졌다. 몬스터가 나온다고 해도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기 때문에, 계속 도망다니는 소극적인 플레이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배경과 획득할 수 있는 자원이 쉽게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저곳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확인해야 하는 것도 플레이를 어렵게 만들었다.

다만, AI가 동료의 목소리까지 흉내내는 경험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이용자로 착각할 만한 수준의 NPC를 만들어낸다는 렐루게임즈의 실험이 더욱 더 발전하면 어떤 게임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