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ID.4 Pro(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테슬라가 주춤하면서 유럽 전기차 시장은 혼조에 빠졌다. 폭스바겐이 빠르게 치고 올라왔고 스코다와 중국 BYD까지 가세해 절대 강자가 사라진 시장에서 뜨겁게 경쟁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가 폭스바겐 ID. 시리즈다. 지난 4월 기준 EU 전기차 판매 대수를 보면 테슬라는 전년 동월 대비 49% 급락한 7165대에 그친 반면 폭스바겐은 2만 3514대로 1위를 차지했다.
모델별로는 스코다(‘Škoda) 엘록(Elroq)이 7998대로 1위, 그리고 폭스바겐 ID. 시리즈(3, 7, 4)가 2, 3, 4위를 차지했다. 주목할 것은 스코다 엘록과 폭스바겐 ID.시리즈가 폭스바겐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Modular Electric Drive Matrix)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폭스바겐 ID.4 Pro(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MEB 플랫폼은 소형 해치백부터 중형 SUV까지 광폭 적용이 가능할 뿐 아니라 넉넉한 휠베이스로 공간 활용성이 매우 뛰어난 장점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순수 전기 SUV ID.4는 2024년 기준 국내에서 2613대가 팔리며 유럽 브랜드 전기차 1위에 오른 모델이다. 한층 성숙해진 전기차 감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2025년형을 만나 봤다.
ID.4 Pro는 전면부에서부터 유려한 곡선과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면부는 입체감과 돌출부를 최소화했고 측면은 실버 루프레일과 가니쉬로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했다. IQ.라이트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와 3D 리어램프, 다이내믹 턴 시그널 등 디테일에서도 전기차 특유의 미래지향적 감각을 살렸다.
실내는 12.9인치 디스커버 맥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UI와 반응성 면에서 진일보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상위급 차량에나 들어가는 마사지 기능이 포함된 에르고 액티브 시트, 30컬러 앰비언트 라이트,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 등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살리는데 기여했다. 앞뒤 창문을 2개의 버튼만으로 조작할 수 있는 전환식 버튼 설계로 도어부를 정갈하게 한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폭스바겐 ID.4 Pro(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후석의 공간도 광활하다. 1열 시트를 여유있게 설정해도 2열 무릎 공간이 넉넉하고 트렁크 용량은 기본 543ℓ, 폴딩 시 1575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다만, 5.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는 다소 협소하게 느껴지고, 센터 콘솔 하부를 수납 공간으로 활용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스티어링 칼럼 뒤에 위치한 컬럼식 기어 셀렉터는 직관적이고, 무선 충전과 앱커넥트 기능은 기본 탑재된다. ID.Light는 전면 유리 하단의 LED를 통해 충전 상태, 전화 수신 등 다양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며 폭스바겐 특유의 감성을 더한다. Pro 트림에는 첨단 보이스 어시스턴트 ‘IDA’도 기본 장착돼 자연어로 차량 제어가 가능하다.
ID.4 Pro는 최고출력 286마력, 최대토크 55.6kg·m의 힘을 발휘하며, 0-100km/h 가속은 6.7초에 불과하다. SUV임에도 후륜 기반 구동 특성과 응답성 높은 가속력 덕분에 도심과 고속주행 모두에서 안정적인 주행감을 선사한다.
폭스바겐 ID.4 Pro(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특히 회생제동 시스템 강도가 하이브리드보다 낮게 세팅돼 도심에서도 울컥거림 없이 매끄러운 감속이 가능하다. 과속방지턱을 넘는 상황에서도 서스펜션이 진동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며, 정숙성과 승차감은 동급 전기차 대비 매우 탁월했다.
82.8kWh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ID.4 Pro는 복합 주행거리 424km(도심 451km, 고속 391km)를 인증받았으며, 175kW 급속 충전 기준으로 10%에서 80%까지 단 28분 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전기차에 중요한 겨울철 효율을 고려한 배터리 히터 기능도 포함돼 있다. 인증 전비는 4.9km/kWh지만 실제 시승에서 6km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ID.4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부드러움이다. 앞에서 언급한 회생제동시스템을 유연하게 설정하면서 부드러운 승차감이 일관성있게 이어지고 속도의 영역을 오가는 연결감도 매끄럽다. 전기차의 고질병인 멀미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면 ID.4를 반드시 경험해 보기 바란다. 지금까지 경험한 순수 전기차 가운데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낮은 모델로 꼽을 수 있겠다.
폭스바겐 ID.4 Pro(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폭스바겐의 ‘IQ.드라이브’는 기본 사양으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전방 추돌 방지, 사각지대 감지 등 다양한 주행 보조 기능을 제공한다. Pro 트림에는 트래블 어시스트와 이머전시 어시스트까지 탑재돼 운전자 비상상황 대응도 강화됐다.
ID.4 Pro의 공식 판매가격은 5999만 원이며, 국고 보조금 422만 원과 지자체 보조금, 폭스바겐코리아 구매 혜택까지 적용 시 3000만 원 후반에서 4000만 원 중반의 실구매가로 만날 수 있다. 가성비도 뛰어나다는 얘기다.
폭스바겐 ID.4 Pro는 실용성과 감성, 전비와 성능까지 고르게 갖춘 프리미엄 전기 SUV다. 익숙하면서도 특별한, 과하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균형감은 전기차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부담 없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전기차를 고민하고 있다면, ID.4 Pro가 유력한 해답이 될 것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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