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도구는 쓰임새를 넘어서는 가치의 영역에 도달하기도 한다. 이런 제품은 단순한 ‘기능’의 역할을 넘어 소유자의 심리적 만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하는데, 소위 명품으로 인정하는 자동차나 패션 브랜드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PC 역시 단순한 도구의 영역을 넘어서고 있는 대표적 제품이다. PC 시장의 성장은 진작에 끝났고, 동일한 규모가 유지되는 현재에는 도구로서의 충실한 역할을 기대하는 소비자를 위한 가성비 위주의 제품과, 도구 이상의 가치를 요구하는 소비자를 위한 프리미엄 제품군 등으로 시장이 양분화되는 추세다. 이런 흐름 속에 기존 하드웨어 가격을 월등히 넘어서는 프리미엄 제품이나 브랜드도 서서히 태동하는 분위기다.
◆ 싸이번 LIMPID SC-X7 BTF 케이스 SPEC
① 규격 & 호환성
크기: 미들타워
메인보드: E-ATX, ATX (일반·후면 커넥터), M-ATX, ITX, BTF
파워: 표준-ATX(미포함), 장착 길이 ≤280mm, 위치 하단 후면
그래픽카드·CPU쿨러: VGA ≤420mm · CPU 쿨러 높이 ≤175mm
수랭 쿨러: 상단 라디 최대 360mm/280mm 3열 · 측면 라디 최대 240mm
② 외관 및 디자인
전면 / 측면 패널: 강화유리
먼지 필터: 부분 장착
③ 쿨링 & 튜닝
쿨링팬: 총 3개 (후면 120mm LED×1 · 내부 측면 120mm LED×2)
LED 팬: 3개
④ 내부 확장성
베이: 8.9cm×2 · 6.4cm×2
저장 장치: 최대 4개
PCI 슬롯: 수평 7개
⑤ 입출력 포트 (I/O Ports)
USB2.0 · USB3.x 5Gbps · USB-C 10Gbps 지원
⑥ 크기 및 기타
W × D × H: 238mm × 430mm × 465mm
유통사: 싸이번
# 보이는 게 중요한 PC엔 싸이번 LIMPID SC-X7 BTF
PC를 예쁘고 화려하게 꾸미는 행위는 PC가 가진 기능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RGB를 위시한 조명효과, 메인보드나 수냉쿨러의 LED 디스플레이 등 화려한 연출을 지원하는 아이템 시장은 나날이 성장하는 추세이다. 그리고 이런제품에 눈길을 보내고 있는 소비자라면, 아마도 대부분 PC 본연의 기능 이상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사용자일 공산이 크다.
하지만, 멋들어진 RGB 효과의 쿨링팬을 비롯해 화려함을 위해 추가하는 각종 액세서리는 설치하면 할 수록 PC 내부의 케이블이 복잡해지고, 그만큼 정리가 어려워진다. 초창기부터 RGB를 접해보았을 모든 사용자가 한번쯤 경험했을 난감함이기도 하다.
언제나 그렇듯, 어떤 아이템을 적용하는 데서 오는 효과만큼 비효율이 커지면, 이를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도 제시되기 마련이다. PC 영역에서 BTF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 또한 이 같은 자연스러운 진화의 한 과정이라 할 만한데,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최신의 화려한 하드웨어를 모두 수용하고도 케이블 하나 보이지 않는 깔끔한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다.
아직은 BTF 방식의 메인보드 가격이 높고, ASUS를 제외하면 여타 브랜드가 적극적이지 않아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다소간의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BTF 메인보드를 사용하면 전과는 다른 수준의 ‘정돈된’ 시스템 빌드가 가능하단 점은 분명 하드웨어에 관심이 많은 마니아라면 외면하기 힘든 장점이다.
PC 케이스를 시작으로 등장과 동시에 소비자의 주목을 받으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싸이번의 LIMPID SC-X7 BTF는 앞서 설명한 이런 추세를 반영해 화려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시스템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한 번쯤 살펴보아야 할 케이스. E-ATX까지 모든 종류의 메인보드를 지원하는 동시에 가장 화려하다는 파노라믹 뷰 스타일을 적용했다. 가려야 할 부분을 적극적으로 가린 덕분에 BTF 방식 메인보드를 사용하면 케이블 하나 노출시키지 않고도 화려한 PC를 완성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최근 LIMPID SC-X7 BTF처럼 하단 파워챔버 부분을 완전히 가린 파노라믹 뷰 스타일의 케이스도 브랜드마다 한두 모델은 출시되는 분위기. 극도의 개방감을 구현하기 위해 전면까지 글래스 패널을 적용한 케이스에 하단 전체를 가리는 것은 무언가 언밸런스한 느낌이기도 하다. 최고의 개방감을 구현하려는 시도와 무언가 가리려는 시도가 혼재된 느낌이라 해야 할까?
일반적인 ATX나 m-ATX 케이스를 사용하는 경우 하단의 파워챔버는 개방감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BTF 메인보드를 사용한다면 시스템 내부의 케이블을 보이지 않는 위치로 모두 가릴 수 있게 만드는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일반적인 ATX 스타일에 적용해도 문제될 건 없지만, BTF를 사용할 때 그 진가가 배가된다는 의미다.
사용자에 따라 평이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m-ATX 정도의 메인보드를 지원하는 파노라믹 뷰 스타일 케이스라면 책상 위에 올려놓아도 부담이 없으므로 제어부를 하단에 배치해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 반대로 E-ATX까지 지원하는 큼직한 미들타워 케이스라면 책상 위에 PC를 올려놓을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다만, 파노라믹 뷰 스타일의 시원한 개방감과 극도로 정제된 스타일, 화려한 RGB로 마무리한 시스템을 책상 밑에 두는 것도 아쉽기는 매한가지다.
어쨌든, LIMPID SC-X7 BTF는 시스템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사용하는 소비자를 위한 케이스이다. 그래서 제어부도 케이스 좌측 하단의 파워챔버 끝부분에 배치했다. 책상 위, 사용자의 오른쪽에 PC를 배치하는 경우 가장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다.
전원, 리셋, 이어폰과 두 개의 Type-A, 하나의 Type-C 포트를 지원한다. USB 3.2 Gen2를 지원해 가장 빠른 속도의 USB를 활용할 수 있다. Type-C와 USB 3.2 Gen2는 7만원 대 제품에서 아슬아슬하게 지원과 미지원이 갈리는데, 다행이 모두 지원해 사용 편의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그네틱 방식의 필터가 사용은 편리하지만, 케이스의 디자인을 해치고 고급감을 떨어트린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한다. 최근엔 이런 단점의 극복을 위해 외부 강판이 그 자체로 먼지필터의 역할을 하도록 미세한 에어홀을 가공하는 추세인데, LIMPID SC-X7 BTF가 차용했다.
미세하게 가공한 에어홀이 그 자체로 먼지필터의 역할을 겸한다. 케이스의 값어치를 떨어져 보이게 만드는 마그네틱 먼지필터를 상단에서 없앤 것만으로도 디자인의 완성도는 높아진다. 청소가 필요한 경우 필터의 역할을 하는 상단 패널을 가볍게 떼어내 씻어주면 된다. 간단하게 떼어냈다 붙일 수 있기 때문에 관리도 용이하다.
공기의 흡입이 이루어지는 하단에는 슬라이딩 방식의 먼지필터가 적용됐다. 상단보다 더 많은 먼지가 유입되는 위치이고 보면, 먼지필터는 필수다. 아울러 하단 먼지필터는 언제든 가볍게 분리해 청소하고 다시 장착할 수 있어야 한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책상 위 설치를 기본으로 디자인된 케이스인 만큼 먼지필터의 분리 방향이 전면이나 좌측면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아무래도 후면은 제거를 위한 충분한 공간 확보가 쉽지 않은 위치인 탓에 청소 때마다 케이스를 조금은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하단 파워챔버 부분 전체를 가림막으로 처리한 탓에 내부 공간이 넓어 보이진 않지만, LIMPID SC-X7 BTF는 E-ATX의 장착을 지원할 만큼 널찍한 공간을 확보한 케이스이다. 여기에 BTF를 지원하는 만큼 후면 커넥터를 위한 커넥터 홀도 모두 준비돼 있다.
175mm 높이의 공랭쿨러와 420mm 그래픽카드, 280mm 길이의 파워 서플라이까지 장착이 가능하다. E-ATX를 지원하는 제품답게 고용량 파워와 고성능 쿨러의 설치를 위한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다. 케이스 상단에는 240/280/360mm 라디에이터를 장착할 수 있으며, 쿨링팬을 장착하는 경우 3개의 120mm 또는 2개의 140mm 쿨링팬을 장착할 수 있다. 내부 측면의 120mm 쿨링팬을 제거하면 240mm 라디에이터를 장착할 수 있다. 아울러 추가 쿨링이 필요한 경우 파워챔버 상단에 3개의 120mm 쿨링팬을 장착할 수도 있다.
쿨링팬은 120mm 3개를 기본 제공한다. 내부 측면에 장착된 2개의 120mm 쿨링팬은 ARGB 효과를 해치지 않기 위해 리버스 방식으로 제공되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한 부분. 후면에도 120mm 쿨링팬이 하나 제공된다. 제공되는 쿨링팬은 최근 사용자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측면 ARGB 처리까지 곁들여져 만족감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후면 쿨링팬은 140mm 장착도 지원하므로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140mm로 교체할 수도 있다.
하단 파워챔버 부분을 전면까지 확장하는 방식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사용자에 따라 줄어드는 개방감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고성능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구성되는 시스템이라면 고출력 파워 서플라이의 장착을 위한 충분한 공간의 확보가 가능한 장점을 얻을 수 있다.
파워 서플라이 장착부 전면에 하나의 드라이브 베이를 두고도 280mm 길이의 파워까지 장착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다. BTF 메인보드를 사용하는 경우 파워서플라이에서 분기되는 모든 케이블을 이곳에 감출 수 있기도 하고 말이다.
범용 마운트와 2.5” 전용 브래킷을 이용해 최대 4개의 드라이브를 장착할 수 있다. 2개의 3.5”와 2개의 2.5”를 장착하거나, 하나의 3.5”와 3개의 2.5” 등 사용자의 환경에 따라 조합할 수 있다. 아무래도 고성능 시스템을 지향하는 케이스인 만큼 드라이브 지원 숫자도 넉넉하게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풀사이즈를 지향하는 케이스답게 7개의 슬롯을 모두 지원한다. 나사 3개를 풀고 브래킷을 떼어내면 그래픽카드를 수직으로 장착할 수도 있다.
◆ 테스트 환경
① CPU - AMD 라이젠9-6세대 9950X3D (그래니트 릿지)
② M/B - ASRock B850 LiveMixer WiFi
③ RAM - 마이크론 Crucial DDR5-6400 CUDIMM 32GB
④ SSD - 마이크론 Crucial P310 M.2 NVMe 2TB 대원씨티에스 NVMe SSD
⑤ VGA - option
⑥ 쿨러 - 이엠텍 레드빗 ICE 360 ARGB 수냉 쿨러
⑦ 파워 - 맥스엘리트 STARS CYGNUS 1200W ATX 3.1
⑧ OS - Windows 11 Pro 23H2
# 케이블 하나 보이지 않는 시스템, 매력적이지?
RGB 효과가 예상보다 오랜 기간 사용자의 사랑을 받으며, 이제 거의 모든 하드웨어에 RGB 탑재는 기본인 시대가 됐다. 메인보드나 그래픽카드, 메모리 등 직접 언결되는 제품은 별 문제가 없지만, 쿨링팬이나 쿨러 등 전원을 따로 연결해야 하는 하드웨어가 늘어나며 복잡한 케이블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마니아의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 여기에 메인보드와 연결되는 각종 커넥터까지 얽히고설키다 보면 전면은 전면대로 복잡하고, 우측은 각종 케이블 뭉치로 패널을 제대로 닫지도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데이지 체인 방식의 쿨링팬이 대두되고 있는 것 또한 번잡함이 사용자가 인정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일 것인데, BTF 방식의 메인보드 역시 하나의 대안으로 시장에 등장했을 것임은 익히 예상할 수 있다.
파워와 메인보드, 메인보드와 케이스 사이에 연결되는 모든 커넥터를 후면으로 옮기면 시스템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깔끔함을 얻을 수 있다. PC 내부를 어지럽게 가로지르던 모든 케이블이 사라지게 되므로 케이블로 고통받아온 마니아라면 그 정갈함 만으로도 극도의 만족을 느낄 만한 수준이다.
여기에 RGB 등 조명효과도 더욱 부각된다. 여기저기 어지럽게 가로지르는 케이블이 사라지면 시스템 내부 공간 자체가 정돈된 느낌을 주게 되므로 RGB 효과도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LIMPID SC-X7 BTF를 반드시 BTF 메인보드에만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성능 하드웨어의 인스톨을 상정하고 디자인된 케이스답게 어떤 하드웨어를 선택해도 넉넉하고 편안하게 장착하고 조립할 수 있다.
조립 시엔 원터치로 여닫을 수 있는 패널도 편리하며, 색상에 따라 블랙에는 블랙 케이블과 커넥터를, 화이트엔 화이트 케이블과 커넥터를 적용한 센스도 돋보인다. 이런 특징은 BTF보다 기존 방식의 메인보드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고성능 하드웨어의 안정적인 설치, 그럼에도 극도로 정갈한 시스템을 구성하고 싶은 마니아라면 LIMPID SC-X7 BTF와 BTF 메인보드 조합을 한번쯤 고려해 보아도 좋을 느낌이다. 막상 조립이 끝나면 케이블 하나 드러나지 않는 내부에 스스로 감탄할 법한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며, 시원하게 뻗은 직선 위주의 스타일도 세련된 인상을 더하는 케이스이니까.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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