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 5대 시상식에서 단 한 개의 GOTY(Game of the Year)도 수상하지 못했고, 비평 사이트 메타크리틱 점수도 82점에 불과했지만, 옆집 김 씨 아저씨가 최고라고 평가했다는 발언 마저 모을것 같은 집계 사이트에서 2019년 최다 GOTY 수상작으로 꼽힌 독특한 기록의 게임 '데스 스트랜딩'이 후속작 '데스 스트랜딩 2: 온 더 비치'로 돌아왔다. 26일 플레이스테이션5로 만날 수 있다.


'데스 스트랜딩 2'는 게임의 무대가 미국을 벗어나 멕시코와 호주로 옮긴 것이 특징이다. 1편에서 미국(UCA)을 횡단하며 카이랄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인류의 멸종을 위협하는 '라스트 스트랜딩'을 막아낸 '샘 포터 브리지스'와 그의 BB(브릿지 베이비)인 '루'는 포드를 나와 멕시코의 한 셸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셸터에 '프래자일'이 새로운 민간 단체 '드로 브리지' 소속으로 등장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게임 초반부터 충격적인 전개가 펼쳐지기에, 이용자들이 직접 즐길 수 있도록 스토리 관련 내용은 최대한 배제하고 이야기하면, 프래자일은 샘에게 멕시코 지역의 연결을 부탁하고, 샘은 이를 수락하면서 거대한 사건에 휘말린다. 그 과정에서 멕시코에 자리한 게이트가 호주로 연결되어 있음이 확인되며, 샘은 호주 전역을 카이랄 네트워크로 잇는 여정에 나선다.


스토리를 깊이 언급하는 것 자체가 몰입도를 떨어뜨릴 수 있기에 더 자세하게는 말하지 않겠지만, 전작을 재미있게 즐긴 이용자라면 등장하는 인물들과의 재회만으로도 반가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전작을 잘 모르는 이용자의 경우,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 최소한 전작의 스토리 요약이나 게임 내 백과사전 형태로 제공되는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면서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한다.
게임의 핵심은 여전히 '배송'이다. 배송에 앞서 경로를 설정하고, 자신의 계획에 따라 물건을 나른다. 메인 미션의 경우 보통 A에서 물건을 받아 B로, 다시 B에서 C로 옮기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이 과정에서 다른 세계로 떠나 미지의 인물과 전투를 벌이거나, 거대한 보스와 싸우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호주에서는 야생동물을 찾거나 설산에 있는 사람을 구출하는 미션도 등장하며, 전작처럼 피자 배달도 있다.


물론 배송은 말처럼 쉽지 않다. 샘은 배송 중 BT나 무장 세력과 마주치며 전투를 치르게 된다. 특히 BT에게 잡히면 주변 지역이 통째로 날아가는 '보이드 아웃'이 발생해 큰 피해가 생긴다. 여기에 호주의 자연환경도 배송을 어렵게 만든다. 설산에서는 추위, 고지대에서는 산소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차량을 사용할 경우에도 배터리 잔량 등 챙겨야 할 것이 많다.
신경을 쓸 것이 많지만, 배송을 마치면 즉각적으로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게임에 몰입하게 만든다. 배송 물품 손상 정도에 따라 명확한 보상과 결과가 주어지기 때문에 “배송 1건만 더 하고 자야지”라는 생각으로 플레이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전작은 배송을 통한 사람 간의 연결이라는 설정이 낯선 게임이었지만, 지금은 전작을 경험한 게이머만 2천만 명을 넘는 시점이라, 이번 후속작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 생각한다.
다만, 배송에 차량을 활용하기 시작하면 난이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느낌이 있다. BT의 위협도 차량 탑승 시에는 회피가 비교적 쉽다. 배터리 문제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건설한 발전기를 활용하면 큰 어려움 없이 해결할 수 있다. 이 게임은 연결을 강조하는 게임인 만큼 온라인에 연결되어 있으면 다른 이용자와 힘을 모아 도로를 건설할 수도 있고, 다른 이용자가 만든 건출물도 사용할 수 있다. 모노레일 같은 신규 수단도 준비됐다.
전작에서는 미국 중·서부 등으로 지역이 나뉘었지만, 이번엔 호주 전역을 한 번에 탐험하는 만큼 이러한 이동 수단의 편의성을 더욱 살린 것으로 보인다. 길게는 게임 내 거리 기준으로 4~5km를 한 번에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걸어서 간다고 생각하면 엄두도 나지 않는다.


이번 작품에는 'DHV 마젤란'이라는 거대한 함선도 등장한다. 스토리상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요 배송지 근처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손상 없는 배송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단, 배송 결과에 따라 별도의 등급이 매겨지므로 진정한 포터를 지향한다면 마젤란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마젤란에서는 장비 제작이나 프라이빗 룸에서의 휴식, 차량 보관도 가능하다. 일종의 이동식 기지다.
전작을 오랜만에 켜봤을 때 마젤란이 없는 게임은 너무나 불편하게 느껴졌고, 어떻게 그 게임을 즐겼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이번 작품의 'DHV 마젤란'이 편리하다는 이야기다.


게임의 또 다른 축인 전투는 초반부터 강조된다. 전작에서는 디렉터스 컷에서나 비교적 초반에 전투를 경험할 수 있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극 초반부인 멕시코 지역부터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머신건, 라이플, 샷건 등의 총기류와 근접 무기, 맨손을 활용한 전투도 가능하다. '메탈기어 솔리드'처럼 잠입을 통한 해결도 가능하며, 플레이 방식은 이용자 선택에 달렸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물리친 BT의 조각을 수집해 특정 전투 시 동료로 소환할 수도 있다. 거대 메크와의 전투에서 BT를 소환해 함께 싸우는 등의 플레이가 얼마드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전투의 폭이 확장되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노먼 리더스, 레아 세두 등 헐리우드 유명 배우가 그대로 참여했으며, 주요 핵심 인물로 엘 패닝과 같은 새로운 얼굴도 등장했다. 스토리 컷신 장면에서 보여지는 배우들의 표정 연기가 상당하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전달한다. 여기에 또 배송지 곳곳에 등장하는 유명 인사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가끔은 분위기를 식히는 개그나 발리우드식 댄스처럼 황당한 장면도 등장하지만, 컷신이 많음에도 불편하거나 지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컷신은 언제든지 스킵할 수 있으니 이용자 선택에 달려 있다.
사운드와 BGM, 사용자 경험까지 전반적으로 전작을 능가한다. 특히 UI와 UX는 더욱 편리해졌다는 느낌이다. 버튼 한 번으로 카이랄 수집이 가능하고, 십자키와 아날로그 스틱으로 화물을 직관적으로 정리할 수 있어 조작이 한결 수월하다.


게임의 뛰어난 비주얼도 칭찬할만한 대목이다. 거대한 오픈월드에 표현된 다양한 호주의 자연환경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비주얼 적인 부문에서 나쁜 이야기를 할 이용자가 얼마나 될지 싶다. 설산의 뛰어난 자연 광경이나 비온 뒤 표현 등이 정말 뛰어나다. 특히 최적화도 상당해 노멀 플레이스테이션 5에서도 성능 모드로 초당 60프레임으로 즐길 수 있다. 성능 모드의 경우 해상도가 품질 모드에 비해 떨어지기는 하지만, 플레이 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데스 스트랜딩 2'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전작보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발전을 일궈냈고, 개인적으로도 전작보다 더 재미있게 즐긴 작품이었다. 다만, 스토리 전달 방식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다.


새로운 무대와 이야기로 돌아온 '데스 스트랜딩 2'는 전작을 재미있게 즐긴 이용자라면 더 큰 재미를 만끽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작품이라고 본다. 팬이라면 도전하는 것을 망설일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