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가 가득한 버거킹을 혼자 걷는다. 누구를 만나지도 햄버거를 먹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버거킹에마저 진출한 ‘닥터’를 만나기 위해서다. 박사의 이름은 페퍼… 음료다. 닥터페퍼라고.
세상에는 호불호 음료로 알려진 그 음료. 판매하는 곳도 얼마 없어서 다른 동네까지 넘어가서 사야 했던 닥터페퍼는 어떻게 한국에서 대세음료가 되었을까?
거기에는 닥터페퍼 추종자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마시즘 역시 7년 가까이 외쳐왔다.
닥터페퍼! 신상을 출시해 주세요!

시간을 돌려 2019년. 그 당신의 나는 닥터페퍼 불호파에 가까웠다. 하지만 미국 음료 여행 중에 하나의 음료를 발견하고 만다. 마트에서 사 온 하얀색 닥터페퍼. 일명 ‘다이어트 닥터페퍼’라는 녀석이다.

다이어트 닥터페퍼는 닥터페퍼에 비해 깔끔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체리향과 탄산감은 가득해서 마시는 즐거움을 주었다. 무엇보다 당시에는 귀한 제로 칼로리 음료이기도 했다. 문제가 있다면 가지고 있는 다이어트 닥터페퍼를 빠르게 다 마셨다는 것이다. 이걸… 사러 다시 미국에 가야 하는 거야?
그렇게 애타게 미국 갈 일을 기다리던 2022년 여름,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닥터페퍼를 팔고 있는 ‘코카콜라’에 하얀색 닥터페퍼를 출시해 달라고 청원을 넣으면 어떨까? 그냥 문의메일을 보내는 수준을 넘어 시민운동을 하는 거야.
프로젝트명 레츠고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아님 다이어트 닥터페퍼임)의 시작이다.
레츠고 DDP

우리의 계획은 소박했다. 하얀색 다이어트 닥터페퍼의 매력을 아는 사람 300여 명을 모은다. 그리고 세상의 대중들과 코카콜라에게 다이어트 닥터페퍼를 출시해달라고 외친다.
다이어트 닥터페퍼 시음회를 연다거나, 거리에서 캔 음료를 마시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다이어트 닥터페퍼로 교체해 주는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블로그나 유튜브에 올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닥터페퍼를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 이 하얀색의 닥터페퍼를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시작도 하기 전에 그것이 출시되고 만 것이다.

검은색. 0칼로리로 다시 태어난 ‘닥터페퍼 제로슈거’
닥터페퍼 팬을 모아라

국내에 기습 출시한 닥터페퍼 제로슈거는 마치 아이폰의 등장과도 같았다. 온라인 선주문이 뜨자마자 품절이 되고, 물량이 확보됨과 동시에 사라졌다. 코카콜라에서는 닥터페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마치 아이돌 팬덤과 같은 화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 대상이 검은색 제로가 아니라 하얀색 닥터페퍼였어야 하는데!
두 음료는 맛에 차이가 있다. 하지만 닥터페퍼 제로와 다이어트 닥터페퍼 모두 제로슈거가 특징인 음료다. 때문에 한국에 다이어트 닥터페퍼가 나올 확률은 제로였다. 몇 개월간 준비한 레츠고 DDP가 스탑이 되어버린 순간, 갑자기 궁금해졌다. 닥터페퍼 제로 슈거를 출시와 동시에 품절시킨 사람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둔다면?

그 뒤 마시즘은 닥터페퍼에 관한 많은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글을 올리고, 영상을 올리고, 각종 닥터페퍼 신상에서 닥터페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까지(케첩도 만들었으니까). 이걸 올리면서 닥터페퍼에 대한 사랑을 밝히는 구독자들을 하나, 둘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이 온 것이다. 전국에서 엄선된 닥터페퍼 팬을 만나는 시간.
전국의 닥페러를 모으다

2024년 10월 서울의 서점 ‘북살롱 텍스트북’에서 12명의 닥터페퍼 팬을 모았다. 마시즘의 오랜 구독자부터 닥터페퍼를 좋아하는 바리스타님과 바텐더님, 그리고 브랜드 마케터와 포토그래퍼님까지 모였다. 아쉽게 오지 못한 분들은 닥터페퍼와 자신의 추억을 글귀에 남겨주었다.

이곳에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해외 닥터페퍼를 나누는 시음회를 했다. 코카콜라 쪽에서도 지원을 해줘서 텍사스에서 온 다양한 닥터페퍼 굿즈를 나누는 행사를 가졌다.
하지만 참가자들끼리는 닥터페퍼로 새로운 것을 준비해 왔다. 리틀 스탠드 레몽이라는 바의 바텐더님과 셰프님이 직접 닥터페퍼를 졸여서 만든 샌드위치와 약과를 가져왔다. 또 닥터페퍼를 활용한 다양한 칵테일을 직접 만들어서 나눠주었다.

그렇게 레츠고 DDP로 풀지 못한 아쉬움이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더욱 큰일이 일어나고 만다.
진격의 닥터페퍼, 붐은 오는가

2025년 5월은 닥터페퍼 역사상 기록할만한 한 달이었다. 패스트푸드점 최초로 KFC에서 닥터페퍼 제로를 판매한다는 뉴스가 나왔고, 곧이어 버거킹에서도 닥터페퍼 제로를 판매하게 되었다. 또한 잔나비의 보컬 최정훈 님은 오랫동안 닥터페퍼 팬임을 밝혀왔는데 실제로 닥터페퍼의 앰배서더가 되었다.

최정훈 님을 비롯해 닥터페퍼를 오랫동안 좋아해 준 사람들을 위해 하나의 박스가 배달되었다. ‘닥터페퍼 클럽’이라고 적힌 박스 안에는 닥터페퍼와 닥터페퍼 후추통(페퍼는 후추라는 뜻이다), 그리고 굿즈와 함께 한 장의 종이가 있었다. 이 종이는 랜턴을 비췄더니 숨겨진 메시지가 나왔다.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100. 닥터페퍼 클럽”
그렇다. 5월 24일부터 닥터페퍼 클럽이 개장한 것이다. 버거킹 서교동 사거리점을 80, 90년대 미국 느낌으로 매장 전체를 닥터페퍼 팬을 위해 꾸며놓았다.

메뉴도 제대로다. 닥터페퍼 제로는 물론 닥터페퍼 위에 아이스크림을 얹어주는 ‘킹플로트’를 실시했다. 닥터페퍼 위에 아이스크림을 얹어서 먹는 것은 미국에서도 닥터페퍼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아는 특별레시피인데. 이걸 한국에서 만날 수 있다니 너무나도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렇게 닥터페퍼 클럽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하나의 소식이 들렸다.
신상. 닥터페퍼 제로 스트로베리크림향 6월 출시(전국 출시는 7월)
덕질의 도전은 언제나 아름답다
닥터페퍼 불모지에서 닥터페퍼 클럽. 그리고 신상출시까지. 마시즘의 닥터페퍼 영상들에는 비슷한 꿈을 가지고 오랫동안 이 음료에 대한 사랑을 밝힌 분들이 많다. 원하는 닥터페퍼가 없어서 미군기지 쪽을 들낙거렸다는 이야기부터, 어렸을 때부터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에 메일을 보냈다는 이야기까지.
닥터페퍼가 올해 갑자기 떠오르는 이유 역시. 이런 사람들의 음료에 대한 사랑과 이야기가 모였기 때문이 아닐까?
닥터페퍼의 붐을 보면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남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사랑을 적극 표현한다면 세상은 바뀐다는 것을.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제공 : 마시즘>